AI 시대 교육자치혁명 :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
한만중 외 지음 / 살림터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되고 나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선거를 전후로 해서 정책 제안의 성격을 갖는 책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전면화되면서 교육자치를 주제로 한 책들이 선거시기 마다 나왔다. 이번 지방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한 권의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AI 시대 교육자치 혁명: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 이 그것이다. 필자가 무려 19명이나 되고 필자 중에는 교육감 후보로 선거에 참여한 분들도 있고 교육감으로 당선된 분도 있다. 너무 다양한 영역의 글들인지라 이를 모두 다룰 수 없기에 인상 깊은 세 편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성열관·이준희의 「혁신학교와 교육의 변화 및 과제」이다. 저자들은 혁신학교가 가져온 교육의 변화를 1) 교육의 공공성 2) 역량 중심 교육과 전인적 성장 및 발달 추구 3) 교육과정·수업의 변화 4) 소통·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학교 운영 5)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6) 교사 학습공동체 활성화로 전문성 신장 7) 행정업무 중심에서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 체제로 변화 8) 교사의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공동체주의 지향을 들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기에, 혁신학교는 한계와 과제를 모두 안고 있다. 저자들은 혁신학교의 한계로 1) 성과 입증의 어려움 2) 지속가능성의 문제 3) 대학입시 등 기존 제도와 정합성 4) 혁신학교 상의 추상성과 개별 학교 자료에 의존한 혁신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혁신학교의 일반와 혁신학교의 표준화를 제시하였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일반화의 핵심은 1) ‘평가혁신’을 중심으로 혁신교육 일반화 정책 강구 및 수행 2) 무작위 수업 표집 등으로 혁신교육 일반화 정도에 대한 질 판단 등이다. 저자들은 혁신학교의 역사가 15년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기에 일정한 표준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표준은 획일과 다른 것으로 ‘공통 원칙과 전략을 기본으로 사용하되 다양성을 열어 놓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제안은 향후 혁신학교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참조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은 신선호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학생 마음건강 위기 지원: 현황과 과제」 이다. 저자는 위기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현실은 일상의 외주화와 교육의 사법화로 학교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게다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시도교육청 별로 관련 정책이 파편화되어 있음을 비판한다. 저자는 회복탄력적인 학교 생턔계를 위하여 관점의 재설계를 제안하는데 구체적으로 1) 위기 개입에서 보편적 마음 성장으로 전환 2) 대상 집단을 고위험군에서 모든 학생으로 3) 분절적 프로그램에서 통합적 시스템으로 4) 외부전문가 의존에서 학교주도로 5) 치료가 필요한 문제에서 핵심 역량으로 6) 교사의 역할을 의뢰자에서 핵심 돌봄 제공자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저지는 마음건강 위기 지원을 위한 핵심과제들도 제시하였다. 일상의 외주화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게이트 키핑’ 전략으로 1) 통합지원팀 권한 강화 및 학교 위원회 재편 2) 정기적인 사례관리 회의 운영 3) 데이터 기반의 보편적 선별 검사 실시를 주장한다. 한편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안전망인 ‘게이트 쉐어링’ 전략으로 1) 지역단위 통합지원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2) 지역사회 멘토링 프로그램 활성화 3) 외부기관 합동 사례회의 정례화를 제시한다. 또한 보편적 역량으로 마음건강 교육을 강조하는데 1) 사회정서교육의 교육과정 전면 도입 2) 디지털 시민의식 통합 3)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교육을 제안한다. 여기에 지원자인 교사를 위한 돌봄 정책으로 1) 교사 역량 강화 및 전문적 지원 체계 구축 2) 교사 마음 회복 안식년 제도 도입 및 법제화 3) 교사의 권한 보호 및 강화를 실행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올해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의 공약에서 정서 및 마음건강 지원이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후유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고민의 반영일 것이다. 저자의 제안처럼 마음건강 위기 지원은 관점과 체계 그리고 방식 모두에서 전환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 교육청만이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 즉 AI시대 교육자치혁명에 가장 조응하는 글은 장용수의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위기와 대응전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현재 AI 관련 현재 교육 정책이 심층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보다는 기능적 효용성에 매몰된 기술 만능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생성형 AI 사용 빈도가 많아질수록 사고의 외주화가 심화됨을 각종 데이터와 연구 사례를 통해서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성과의 착시 현상이다. AI 도구에 의존하여 만들어낸 단기적 산출물은 보기에도 좋고 정답률로 높지만 학습자의 인지능력 특히 기억력, 문제해결 전략, 전이 능력 등은 오히려 약화되는 현상을 만든다. 둘째, 비판적 사고의 붕괴이다. 비판적 사고를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 추론적 능력이 중요한데 AI에게 과의존하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 더욱 우려될 만한 것은 연령대별 실험에서 성인들보다 청소년들이 더 비판적 사고능력이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셋째 AI를 사용하게 되면 뇌 세포간 연결성 저하, 전두엽 활동의 축소 등 메타인지적 해리, 기억력의 약화 등 신경과학적 수준에서도 그 위험성이 확인되었다.

저자는 AI시대에는 교육은 인지과학에 근거하여 보다 정교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인지적 마찰(Cognitive Fricition)이다.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거나 작업을 할 때 겪는 저항이나 어려움을 뜻하는 인지적 마찰은 매우 중요하다. AI에 의존하면 인지적 게으름이나 인지적 부채를 초래하게 되기에 의도적으로 학습자를 위해 인지적 마찰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바람직한 어려움이다.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게 설계한다.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통해 장기기억과 지식의 전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셋째, 생산적 실패의 경험이다. 학습자가 정답을 배우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인데 이는 첫 단계에서는 가이드 없이 문제해결에 도전하고 두 번째 단계에게는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핵심원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단순한 설명 후에 반복 연습을 하는 것 보다 더 깊은 이해를 낳게 된다. 넷째, 마찰적인 AI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AI인터스페이스 설계에 적용하는 것으로 학습자가 AI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인지적 마찰을 유도하기 위한 수업 전략도 제안하고 있는데 그 방법론들은 향후 현장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보다 많은 임상적 경험의 축적을 통해 그 실효성이 검증되는 경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 9회 지방자치선거 교육감 당선자들의 공약들은 그야말로 AI 정책의 범람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약이 AI를 교육적을 활용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AI사용이 학습자의 사고의 외주화와 비판적 사고능력을 약화시킬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과 실효성을 가진 활용전략을 제시하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점에서 AI 교육정책은 인지과학적 측면의 고려는 물론이고 인지와 정서의 통합적인 발달이라는관점에서 다 신중하고 보다 세밀한 교수-학습 전략의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AI 시대 교육자치 혁명: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은 선거를 앞두고 발간된 것이라 그런지 다소 미흡함도 발견된다. 교육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위한 교육생태계인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고려 할 때 이에 대한 성찰과 그 발전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욱 중요하게 지방교육자치의 목적이 주민들의 참여, 행정의 민주화, 지역균형발전, 사회의 민주화라는 점에서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는 경로인 거버넌스(협치)에 대한 내용도 매우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010년 이후 도도히 확산 되고 있는 혁신교육의 흐름을 이해하고 향후 실천을 모색하는데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론 없는 실천은 맹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정책 제안서의 성격을 갖는 도서들이 보다 널리 읽혀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