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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너머 핀란드 교육 - 핀란드 교육자와의 대화
이혁규.야리 라보넨 지음 / 살림터 / 2026년 8월
평점 :
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북유럽의 작은 나라인 핀란드가 좋은 성적을 얻어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PISA 상위권에 있는 국가 중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같은 경쟁적 교육시스템이 아닌 북유럽 국가에서 PISA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고, 이는 핀란드는 물론 인접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체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교사들이 단체로 해외연수를 가기도 하고,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들도 탐방을 하기도 하였다. 핀란드 교육 탐방기는 책자로 만들어져 널리 읽혀지기도 하였는데 대표적인 도서가 2010년에 발간된 『핀란드 교육혁명』이다.
필자도 핀란드를 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고, 탐방 전 후로 핀란드 교육 관련 도서나 탐방 보고서들을 탐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극히 짧은 탐방 기간 동안 핀란드의 교사, 교육행정가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도 없었거니와 관련 도서와 보고서들도 외부자의 시선이 가지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문 너머 핀란드 교육』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핀란드 교육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철학, 교육체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개의 방식이 묻고 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 특별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핀란드 교사들의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되고 있는가이다. 교사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을 높게 만들 것인가? 한국은 그동안 교사들을 줄 세우는 교원평가제도를 무려 16년이나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교사들과 일부 깨어 있는 학부모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 되었고 그 결과 다행히 내년 즉 2027년 우수교원과 비우수교원을 나누는 식의 교원평가는 실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교사에 대한 공식적인 장학이나 평가시스템이 없다. 국가평가센터가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원평가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의 전문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즉 “교사를 단순한 수업 실행자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와 학교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개발자로 인식”하고, 학교차원의 프로젝트로 “다전문가 협력을 지향하는 학교 공동체로의 발전, 범교과 역량의 학습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학교 공동체 설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하게 “지역 교육과정 개발을 통해 교사와 교장에게 학교 공동체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교사의 전문적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핀란드라고 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OECD가 주관하는 교원 및 교장 대상 설문조사인 TALIS 2024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핀란드 교사들은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과거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으며, 젋은 교사층을 중심으로 ‘직무 소진과 교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기대의 범위가 크게 확정되어 교사의 역할과 상이 ‘수업 설계자이자 생활 지도자이며 정서적 조력자’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핀란드만이 아닌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핀란드의 교원노조인 OAJ는 교원 10명 중 9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교사만이 아니라, 교대생, 은퇴 교사도 포함하여 약 12만명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노동조합조직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전체 노동자의 약 70%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서 노동조합 가입은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기본적 권리이자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가입률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국가와 노동조합의 관계가 협력적 관계 모델로 발전하는 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핀란드에서는 노동조합이 사회 제도의 일부로서 공동선을 위한 협력의 주체이며, OAJ는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의 질을 함께 높여가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OAJ는 ‘국가, 지자체, 교육 관련 기관들과 단체 협약을 교섭 체결하는 노동조합으로의 기본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연구 기반 교사 교육을 옹호하고, 전문성 기준 개발, 교사 연수와 멘토링, 이민자 교육 정책, 근무환경 개선, 교육과정 논의 등에 정책 파트너로 기능’한다.
이는 한국의 교원노조가 처한 상황과 대비된다. 한국은 반공을 기치로 한 권위주의적 정권이 연이어 집권한 결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내려 있다. 초기에는 노동조합을 빨갱이 집단으로 매도하였으나, 1987년 이후에는 이기적인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프레임으로 이동하였다. 실제로 최근에는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민주노조운동은 그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있다. 과연 한국이 핀란드처럼 노동조합의 조직율을 높이고, 노동조합이 국가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또 조합원만의 이익을 넘어 공동선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현재의 핀란드 교육체제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간과해 왔던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이다. 이 책에서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를 소개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가 교육행정은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첫 단계인 교육부는 법률을 준비하고 개정하며, 국가의 교육재정 지원을 총괄하고, 둘째 단계인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차원의 교육개발기관으로 유아교육에서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국가 교육과정과 자격 기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교사·산업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공동 설계를 핵심 원리로 삼아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의 개발로 대략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데 국가는 전체적인 방향과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은 자치권을 가진 지방정부를 통해 구체화 되는 경로’를 가진다. 핀란드는 고도로 분권화된 교육체제로 지방정부와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데 그 결과 한국과는 달리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강제 규제가 없고 지방정부의 특성을 고려해 학급 규모를 결정’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교원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지원으로 연수 운영을 주로 공모(open call)방식’으로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앙정부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산업계가 함께 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 ‘핵심 업무 대부분은 현장과의 상시적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공개적으로 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런데 현실의 국가교육위원회 운영은 핀란드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현장과의 소통 부족하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초등학생 하교 시간 연장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국가교육위원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교육재정교부금 개정을 교사, 학생,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교육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대체 이런 중요한 의제를 두고 국가교육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바로 이런 꼴이 아닌가 싶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교원의 높은 전문성, 교원노조의 높은 위상과 역할, 협력적 교육거버넌스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한국과 같은 악무한의 경쟁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한 교사가 한국과 핀란드의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치열한 시험이나 경쟁 문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시험이 있고, 부모님들은 이와 관련하여 교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여기와는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에서는 많은 면에서 관계가 더 친근합니다.”
최근 교사에게 온갖 갑질을 하는 괴물 부모들의 이야기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에피소드 소재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것을 그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이다. 원래부터 괴물 부모는 없을 것이다. 치열한 시험과 경쟁 문화가 괴물 부모들을 만들었음에도 국가는 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를 함에도 정작 대학서열체제, 입시경쟁교육이 없는 핀란드, 노동자가 존중받는 핀란드, 연대와 협력이 문화로 자리 잡힌 핀란드를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수박 겉만 핥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간된 『소문 너무 핀란드 교육』은 우리에게 보다 깊은 탐구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