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두 도로시다 필사노트 ㅣ 클래식 필사노트 1
그린다이노 기획 / 그린다이노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굉장한 악필이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나의 글씨체가 나름 개성 있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보자면, 세상에는 컴퓨터로 쓴 것처럼 또박또박 예쁜 글씨를 쓰는 능력자들이 넘쳐나기에 나는 내 글씨를 악필이라고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매년 예쁜 글씨를 갖고자 하는 욕구만큼은 꾸준히 이어졌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오래가지 못한 채 금세 원래의 글씨체로 돌아오곤 했다.
아마 급한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고,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자 한 자에 공을 들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을 떠올렸다. ‘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결국 ‘쓰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막연히 공책을 펼쳐 아무 글이나 적어 내려가는 방식은 여러 번의 경험에서 이미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겐 방향이 필요했고, 짧게라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필사노트였다.
필사는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따라가며 ‘천천히 쓰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방식이었다. 한 글자씩 따라 쓰다 보면 평소엔 지나치던 획의 길이, 글자의 간격 같은 것들에도 시선이 머물렀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집중할 수 있는 작은 틈을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필사노트는 완벽을 요구하지 않았다. ‘잘 쓰는 법’을 강요하기보다는, 그저 ‘다시 쓰는 습관’을 붙일 수 있도록 은근히 밀어주는 도구였다. 그래서 부담 없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는 필사노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지만 혼자서는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 혹은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단순히 필사만 반복하게 하는 노트가 아니라 스스로 글자를 천천히 바라보고 문장을 음미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동안은 오롯이 필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차를 준비해 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며칠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과는 달라진 나의 마음가짐과 글씨체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 하루 하루 이 시간이 기다려지고 있다.
이 책은 특히나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등장인물 소개와 이야기 속 문장 해설은 물론, 각 캐릭터의 성격을 MBTI로 풀어내는 부분이 흥미로워 필사 과정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냥 따라 쓰는 노트’가 아니라 동화를 다시 읽듯 감성 에세이와 워크북을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주기에 책의 제목처럼 마치 내가 동화 속 주인공 도로시가 된 듯한 감성을 일깨우는 것도 이 책의 포인트였다.
필사노트를 직접 사용해보며 좋았던 점을 꼽자면 필사를 통해 억지로 글씨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천천히 쓰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구성이라는 점이다. 문장을 따라 쓰고 질문에 답하고 캐릭터들의 삶과 성격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글씨에 더 집중하게 되고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예쁘게 쓰려고 애쓰기보다 쓰다 보면 내 글씨가 조금은 친절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붙잡고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