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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ㅣ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일반인들에 비해 어린 시절부터 국악에 자주 노출되었다고 생각한다. 7살이 채 되기도 전에 내가 다니던 유치원에선 장구를 가르쳐 주셔서 장구를 배운 경험이 있고 고등학교때에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져 주변에 국악인들이 넘쳐났다. 덕분에 내가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무용을 추거나 장구, 꽹가리, 소고, 북, 징, 해금, 대금, 민요, 판소리 등을 했었고 나는 그들의 공연을 정말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못해도 일년에 서너번은 그들이 준비한 공연을 즐길 기회가 있었다. 사회에 나오고 보니 나만큼 국악을 경험한 일반인들이 정말 소수에 해당한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국악... 우리나라의 음악인데 이렇게까지 비주류에 속하나 싶을 정도로 태어나서 국악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넘쳐났다. 그런 점에서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임에도 너무 아쉽고 속상함을 느꼈다. 카페나 식당, 하다 못해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힙합이나 가요 등은 너무나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반면 국악은 특정 공간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게 참 안타까웠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잊고 지냈던 국악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떤 스토리가 있는 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는데 오늘 이 책이 가사에 담긴 이야기들을 잘 설명해두어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어렵고 낯설게 느꼈던 판소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책이라고 느껴졌다. 도입 부분에 판소리가 낯설 독자들을 위해 판소리의 정의, 핵심요소, 구성요소, 음악적요소, 용어, 판소리 12마당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며 판소리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명해뒀는데 이 부분 덕분에 판소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책을 접할 수 있어 일반인, 국악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라고 느껴졌다.
나는 최근 드라마 정년이를 보며 인상깊었던 소리들이 있었는데 그 중 몇 부분이 이 책에도 실려있어서 드라마 속 정년이의 모습과 감정, 연기를 떠올리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나처럼 드라마를 재밌게 봤던 독자라면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으로 하여금 전통예술의 깊이를 담아내면서도, 현대적인 언어로 우리 곁에 다가가고 싶다는 따뜻한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오롯이 느껴질만큼 한 파트 한 파트 꼼꼼하게 설명해줘서 더욱 와 닿았다.
<방구석 판소리>는 판소리 다섯마당 외에도 향가, 고전시가 등을 다루고 있었는데 고전시가는 조금 더 시적이면서 편지에 소리를 얹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같은 판소리의 형태여도 어떤 소리의 가사는 비유와 은유, 함축적인 느낌이 강해 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반면 어떤 소리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쩌면 저자가 각 마당을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풀어낸 덕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작가의 섬세한 서술 덕분에 전통 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 중간 중간 삽입된 qr코드 덕분에 이 책을 더욱 즐겁게 접할 수 있었다.
소리 별로 담겨진 이야기들과 가사를 살펴보며 책 하단에 기재된 qr코드를 타고 들어가면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가 등장해 소리를 선보인다. 이전에 이야기를 잘 모르고 들었을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소리가 들리며 다른 소리꾼들은 어떻게 해석했을지, 어떤 감성을 선보일지, 어떤 소리를 갖고있을지 궁금해져 찾아보게 만들었다. 저자가 의도한 마음이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