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ㅣ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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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튜버 ‘저스티스’의 유럽사를 믹스커피 출판사에서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유럽편>으로 출간했다. 우리는 세계사를 학교 때 교과목으로 배우긴 하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 졸업하면서 잊어버린다. 하지만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세계 뉴스를 접했을 때 이해가 쉽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므로 학교를 졸업했어도 역사책은 꾸준히 읽어두는 게 좋다. 세계사, 특히 유럽사는 한국사보다 양이 방대하므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읽어야 한다. 성인이 역사책을 고를 때는 지역이나, 민족 혹은 왕조, 종교나 경제처럼 주제별로 구분된 책이 좋다. 그 중에 자신이 관심 있는 쪽을 선택해서 읽어야 계속 읽어나갈 수 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영상물이 넘쳐나지만 책이 더 몰입감 있고 기억도 오래 간다. 유튜브 영상을 이렇게 책으로 낸 것도 그 때문이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유럽편>에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이라는 부제를 단 것처럼 한 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작가는 유럽사를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결정적 장면들 위주로 설명했다. 역사는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 이유와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알려주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게 한다. 또한 지도와 유적지, 명화를 첨부하여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럽 통사 요약본이라 할 만한 이 책을 통독하는 것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각각의 시대 챕터 제목에서 독자가 관심있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자신이 가장 헷갈리거나 어려워한 부분을 먼저 읽는 것도 좋다.


나는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현재 읽고 있는 책이 있더라도 이런 책을 보면 병렬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나는 역사책을 읽을 때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을 먼저 펼친다. 이 책은 2부 암흑 같은 대 흥망의 중세 유럽사를 먼저 읽었다. 유럽사 중에서 중세 시대는 거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내 기억도 중세는 암흑의 시대다. 십자군 전쟁도 이름만 알았지 흐름은 참 따라가기 힘들었다. 2부를 읽고 나니 잉글랜드의 역사와 십자군 전쟁,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간 전쟁의 역사까지 정리가 되었다. 내 머릿속 먹구름을 조금은 걷어낸 기분이다. 나 같은 비전공자에 일반 독자가 일회독만으로 죄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여러 번 읽어야 한다. 각 챕터가 그리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역사책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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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스 - 금지된 열다섯 ㅣ 청어람 청소년 2
이진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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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청소년 소설에도 AI 소재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청어람 주니어의 ‘청어람 청소년 시리즈’ 두 번째 책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은 휴머노이드 자녀가 나온다. 이름하여 ‘반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외형과 거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인간이 하는 행동과 정서적 반응도 똑같다. 주인공 엘피스는 최첨단 생명 공학과 유전 공학, 인공 지능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엔드 모델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교해지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다.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는데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인 10~14세에 이르면 신체적 성장은 물론 정신적 성장까지 자동으로 멈춘다. 왜냐하면 반려 휴머노이드는 부모의 양육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성장을 억제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반려 휴머노이드이기 때문에 키우는 동안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부모가 죽을 때는 폐기한다. 또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문제들은 미리 소거하고 부모 양측에서 원하는 유전자로 세팅했다.


이 책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보면 이런 기술이 가능한 시대가 올 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배경이 5차 산업혁명 이후이고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연 임신이 어려운 시대이니 이런 반려 휴머노이드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현재도 이미 기후 위기는 심각한 상황에다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니 작가가 상상하는 기술 실현은 머지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저 SF 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반려 휴머노이드의 성장을 14세 즈음에 멈추게 하였는데 엘피스는 뭔가 다른 변화를 겪는다. 인간의 사춘기와 유사해 보이는데 시스템 오류 때문이다. 엘피스는 반려 휴머노이드 탄생의 역사와 사용 후 폐기 과정을 알게 되면서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이 사춘기에 겪는 성장통을 SF적 상상력에 잘 버무려내었다.


이 책을 읽은 청소년 독자는 여러 가지 토론을 해 볼 수 있다. 반려 휴머노이드는 우성 유전자로만 만들어내는 맞춤 아기와 같은데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출생부터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자연 임신과정에서 출생 시기 정도만 조율할 수 있을 뿐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쏙쏙 뽑아서 아기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런데 반려 휴머노이드는 부모의 우성 유전자로 만들어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만 성장시킨다. 반려라는 이름이 들어가며 자식으로 키운다고는 하지만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미리 차단해 만든 장난감과 다를 바 없다.


흔히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반항한다, 변했다 라며 부모들은 힘들어한다. 청소년 시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들에 의문을 품는 태도는 기존의 질서라 할 부모와 충돌이 생기는 지점이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알려면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대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기존의 세계를 깨트려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 역시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른의 현재 삶이 어디 자신이 꿈꾸던 것인가, 수없이 부딪치고 깨져서 만든 것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도 많지 않은가. 그 시작이 사춘기이다. 아이들에게 사춘기를 허락해주어야 한다.


이 책은 사춘기의 혼란스러움을 반려 휴머노이드라는 소재에 빗대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읽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좋겠다. 등장인물의 행동을 비판 옹호할 수도 있고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한 평가도 해볼 수 있다. AI기술에 관심이 많고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미래에 자신이 만들 휴머노이드를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문학적 상상력이 과학 기술의 견인차가 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한 상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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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ㅣ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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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검지의 힘이 세졌다. 그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에게 딱밤을 날려볼까, 검지만으로 무거운 물건을 한 번 들어 올려볼까, 자동차를 밀면 움직일까? 그런데 검지 힘이 세진다고해서 뭐 그리 달라질 일 없을 것 같다면 이선주 작가의 신작 <검지의 힘>을 읽어보자. 고등학교 1학년인 주인공 연하지도 이 능력에 심드렁하다. 검지 하나의 힘이 세졌다고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이다. 귀찮기만 하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지 않으면 들고 있던 페트병이 움푹 들어가 버리니까. 하지는 단짝 친구 정영인 외에는 친한 친구도 없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도 없다. 그런데 이 능력이 생긴 후 하지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놓고 하든 아닌 척 하면서 하는 것이든, 하지는 이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는 섣불리 나서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이 죄책감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별 쓸모없어 보이는 검지의 힘을 친구들에게 전해주면서 하지는 친구들을 이해하게 된다. 검지의 힘을 받은 슬정아, 호여준, 정영인, 유익표, 김별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다 재미있다. 연신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익표, 옹골찬 여준, 짠했던 영인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성적이 중요하고 친구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 가족이다.


영인은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어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고 하지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하지는 자신의 부모도 이혼했는데 그럼 저도 망했다는 뜻인가 싶어 기분이 팍 상한다. 영인의 부모님은 서로 영인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해서 영인이 망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며칠 간 삐져있던 하지는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미안해 한다. 사실 영인은 부모님이 이혼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하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이혼을 말하면 하지가 자기 부모님을 떠올릴까봐 미안했던 것이다. 하지는 영인 부모님을 혼내주고 싶었다. 검지의 힘을 영인에게 줬고 영인은 그것을 잘 써먹는다. 영인의 부모가 보인 추태는 독자도 부끄럽게 했다. 영인이 검지의 힘을 사용한 장면에서 많은 독자들은 나라면 그보다 더 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여준의 행동들은 기특하고 대견했다. 검지의 힘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는 그것만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고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준에게는 이미 영웅의 자질이 있었다. 그것을 몰랐을 뿐. 남들에게 관심가지고 지켜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빌려 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제 몸을 던졌다. 여준은 스스로를 소시민이라 칭했지만 여준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준은 자신의 몸을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따뜻한 맘을 가진 아이다.

슬정아와 김별은 괴롭히는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하지에게 온 검지의 힘이 친구들에게 전해지면서 그들의 고충이 조금씩 해소되었다. 이 소설은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검지에 힘이 생긴다는 요소는 판타지적이나 그 때문에 세상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를 구할 만큼의 힘은 아니나 등장인물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작지만 큰 힘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그 힘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눌 때 더 커지고 더 멀리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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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의 철학자 - 타고난 철학자 '개'에게 배우는 단순명료한 행복의 의미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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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고 인간에게 물으면 보통 이렇게 답한다.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다고, 그렇기에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인간은(특히 한국인은) 욕을 할 때, ‘개’를 접두어로 붙이거나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개보다 우월하다고 자부한다. 과연 그러한가. 개와 평생을 살아온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네 발의 철학자>에서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성찰을 하는 도덕적 존재라고 여기는데 저자는 이에 개의 행동 사례를 조목조목 들어 인간과 비교한다. 유명 철학자들의 철학 이론을 가져와 설명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개를 좋아하는 철학서 애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개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전문적인 철학서적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10여 년 전 <철학자와 늑대>로 ‘마크 롤랜즈’를 처음 만났다. 당시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았음에도 저자와 늑대 브레닌과의 우정을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철학책인데도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대한 내용만 기억에 남았으니 저자가 철학적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일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저자의 이름은 내게 각인되었고 동물 관련 책을 찾아 읽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철학자와 달리기>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었으나 완독하지 못했으니 아마 나는 이 철학자의 개가 궁금한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나온 신간 <네 발의 철학자>의 소개를 보고 저자가 마이애미에 정착하여 살면서 키운 개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서평단으로 받아 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요즘 너무 여러 가지 일로 정신이 산란하여, 서평단 책이 아니었다면 서평은커녕 완독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서평이라 하기에는 좀 부끄럽다.


출판사의 책 소개가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다. 서평이랍시고 주요 내용을 상술했다면 어림도 없었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몇 가지 쓰려고 한다. <철학자와 늑대>를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저자와 함께 해 온 (늑대 브레닌 포함) 개의 이름과 특징이 나와서 반가웠다. 그리고 그 개들의 행동을 인간(철학)과 비교하여 아래 개념들(성찰, 공감, 몰입, 행복, 삶의 의미)을 설명해주어 흥미롭게 읽었다.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시포스와 마이애미 운하 제방의 이구아나들을 쫓는 개 섀도의 행동을 비교한 것이 가장 놀라웠다. 책의 시작에서 혈기왕성했던 섀도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꽤 점잖은 개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자의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로 이 책이 나오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 나는 웃은 적이 거의 없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좀처럼 성에 차지 않으니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정신적 그로기 상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저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삶 속 의미의 유무를 심판할 수 없다."


우리가 삶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고 집중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삶과는 멀어진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두 개의 삶을 사는데 하나는 실제 삶을 사는 주체로,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관찰하는 객체이다. 우리는 삶의 배우이자 관객인 셈이다. 주체로서는 몰입하지만 객체로서는 평가하기 때문에 삶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이에 반해 개는 오로지 주체로서의 삶만 살기 때문에 매 순간 몰입한다고. 


저자가 섀도 전에 길렀던 정반대 성향의 개 휴고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나는 또 울컥했다. 휴고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방어 소매를 주인(저자)에게 던졌다. 둘은 그렇게 몇 번을 던져주고 물어오기를 반복했다. 휴고가 죽기 10분 전에 보였던 그 행동이야말로 진정 삶을 사랑하고 몰입하는 것이었다. 휴고는 오롯이 주체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렇게 저자는 중요한 설명을 하면서 가슴 찡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저자는 순수한 주관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삶의 의미는 몰입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고, 혼합이론에서는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할 때만 생겨난다고 했다. 톨스토이조차 객관적 가치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 했다며 <참회록>을 예로 들었다. 



인간보다 개가 더 삶을 사랑한다며 휴고의 마지막과 이구아나를 쫓는 섀도의 본능으로 연결했다. 개는 본성에서 분출하는 기쁨, 즉 본성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기쁨을 느낀다며 이것이 개의 삶 속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견생이 인생보다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삶 속의 의미, 진정한 행복은 본성에서 분출하는 그곳에 존재한다고, 개를 키우면 알게 된다고. 아,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데 어쩌나.(개 대신 이 책!) 

그럼 나는 내가 몰입하고 매력을 느끼고 사로잡는 활동을 하고 있는가? 

관성적인 행동만 하고 있다. 

가치 있는 활동은 하고 있나? 

미약하게나마 하고 있다. 


이렇게 의미를 찾기에 인간 본성은 불안정하다고 했고, 저자는 자신의 본성은 고정된 것이 없으며 부드럽고 유약하기에 불안정하다고 했다.




나의 본성도 불안정하다. 최근 내 마음이 왜 이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그간 숱하게 확인했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자위하며 살았는데 결국 제자리다. 이런 식의 사고 순환이 거듭되어 왔다. 그래도 다시 찾아야 한다.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활동을 즐겁게 하고 싶다.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


더 읽어보기 좋은 책에서 저자는 카뮈와 사르트르가 낸 책은 다 읽어보라고 했다. 나는 사르트르는 좀 힘들겠고, 카뮈와 존 그레이의 책을 읽어볼 것이다. 존 그레이는 책에서도 자주 언급했는데 저자는 그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추천하는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는 절판이라서 도서관에서 빌려야겠다. 그의 최근작 중에 <고양이 철학>에 눈길이 멈췄다. 마크 롤랜즈는 개로 철학을 이야기했는데 존 그레이는 고양이로! 냥집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사서 보아야겠다. 급 의욕 충전된 기분이다. 아, 책읽기가 내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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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ㅣ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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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표류하는 섬과 같다. 섬은 고정되어 있지만 청소년은 제 뿌리를 내릴 곳을 찾는다.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웅크리고 있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서찬 작가의 청소년 소설 <샌드힐>의 주인공, 지훈과 라희는 부모님 따라 중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지훈은 아픔이 많은 아이다. 싸우는 게 일상인 부모님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갔다가 형의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그 때문에 큰 죄책감을 안고 산다. 엄마는 2년 째 깨어나지 못하는 형의 옆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있고, 아빠는 지훈을 데리고 중국으로 왔다. 물론 지훈은 원하지 않았다. 지훈은 혼자 토기 인형을 만들고 라희는 이른바 일진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훈과 라희의 부모는 자식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이 세운 계획대로 자식을 조종하려 든다.

 

기댈 곳 하나 없는 두 아이가 서로를 의지하려는 몸부림이 처절하다. 지훈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라희를 이해할 수 없지만 도와주고 싶어한다. 라희가 지훈에게 함부로 말하지만제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 역시 지훈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지훈과 라희를 너무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싶어 원망스러웠고 두 아이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기 때문에 결말은 알 수가 없다. 부모들이 잘못을 깨닫기를 기대해 본다. 자신들도 어떤 게 정답인지 몰라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길, 같이 흔들릴지언정 기댈 수 있는 품 넓은 나무가 되어주길.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자녀가 이루길 바라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강제하고 억압하면서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라고 말한다. ‘내가 너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라면서 자식을 투자 상품으로 취급하는 부모도 있다. 진정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식을 제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둘 다 불행해지고 그 여파는 대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같은 생각을 한다. 부모가 꼭 먼저 읽어야 한다고. 아이들의 행동은 다 부모를 보고 배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신은 어떤 부모인지 돌아보고, 내가 아이에게 하는 것들이 과연 자식을 위한 게 맞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니 제목 샌드힐은 영국의 자유로운 학교 서머힐의 반대 의미라고 한다. 제목이 너무 부정적인 게 아닌가 싶지만, 토기 인형을 만드는 지훈이가 탄탄한 모래 언덕을 만들면 좋겠다. 이 책의 부모들도 아이들이 거뜬히 딛고 넘어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부모란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는 존재여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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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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