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힐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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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표류하는 섬과 같다. 섬은 고정되어 있지만 청소년은 제 뿌리를 내릴 곳을 찾는다.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웅크리고 있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서찬 작가의 청소년 소설 <샌드힐>의 주인공, 지훈과 라희는 부모님 따라 중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지훈은 아픔이 많은 아이다. 싸우는 게 일상인 부모님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갔다가 형의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그 때문에 큰 죄책감을 안고 산다. 엄마는 2년 째 깨어나지 못하는 형의 옆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있고, 아빠는 지훈을 데리고 중국으로 왔다. 물론 지훈은 원하지 않았다. 지훈은 혼자 토기 인형을 만들고 라희는 이른바 일진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훈과 라희의 부모는 자식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이 세운 계획대로 자식을 조종하려 든다.

 

기댈 곳 하나 없는 두 아이가 서로를 의지하려는 몸부림이 처절하다. 지훈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라희를 이해할 수 없지만 도와주고 싶어한다. 라희가 지훈에게 함부로 말하지만제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 역시 지훈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지훈과 라희를 너무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싶어 원망스러웠고 두 아이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기 때문에 결말은 알 수가 없다. 부모들이 잘못을 깨닫기를 기대해 본다. 자신들도 어떤 게 정답인지 몰라 갈팡질팡했지만 그래도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길, 같이 흔들릴지언정 기댈 수 있는 품 넓은 나무가 되어주길.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자녀가 이루길 바라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강제하고 억압하면서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라고 말한다. ‘내가 너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라면서 자식을 투자 상품으로 취급하는 부모도 있다. 진정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식을 제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둘 다 불행해지고 그 여파는 대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같은 생각을 한다. 부모가 꼭 먼저 읽어야 한다고. 아이들의 행동은 다 부모를 보고 배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신은 어떤 부모인지 돌아보고, 내가 아이에게 하는 것들이 과연 자식을 위한 게 맞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니 제목 샌드힐은 영국의 자유로운 학교 서머힐의 반대 의미라고 한다. 제목이 너무 부정적인 게 아닌가 싶지만, 토기 인형을 만드는 지훈이가 탄탄한 모래 언덕을 만들면 좋겠다. 이 책의 부모들도 아이들이 거뜬히 딛고 넘어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부모란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는 존재여야 하니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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