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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ㅣ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평점 :

어느날 갑자기 검지의 힘이 세졌다. 그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에게 딱밤을 날려볼까, 검지만으로 무거운 물건을 한 번 들어 올려볼까, 자동차를 밀면 움직일까? 그런데 검지 힘이 세진다고해서 뭐 그리 달라질 일 없을 것 같다면 이선주 작가의 신작 <검지의 힘>을 읽어보자. 고등학교 1학년인 주인공 연하지도 이 능력에 심드렁하다. 검지 하나의 힘이 세졌다고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이다. 귀찮기만 하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지 않으면 들고 있던 페트병이 움푹 들어가 버리니까. 하지는 단짝 친구 정영인 외에는 친한 친구도 없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도 없다. 그런데 이 능력이 생긴 후 하지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생긴 것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놓고 하든 아닌 척 하면서 하는 것이든, 하지는 이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는 섣불리 나서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이 죄책감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별 쓸모없어 보이는 검지의 힘을 친구들에게 전해주면서 하지는 친구들을 이해하게 된다. 검지의 힘을 받은 슬정아, 호여준, 정영인, 유익표, 김별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다 재미있다. 연신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익표, 옹골찬 여준, 짠했던 영인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성적이 중요하고 친구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 가족이다.
영인은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어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고 하지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하지는 자신의 부모도 이혼했는데 그럼 저도 망했다는 뜻인가 싶어 기분이 팍 상한다. 영인의 부모님은 서로 영인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해서 영인이 망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며칠 간 삐져있던 하지는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미안해 한다. 사실 영인은 부모님이 이혼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하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이혼을 말하면 하지가 자기 부모님을 떠올릴까봐 미안했던 것이다. 하지는 영인 부모님을 혼내주고 싶었다. 검지의 힘을 영인에게 줬고 영인은 그것을 잘 써먹는다. 영인의 부모가 보인 추태는 독자도 부끄럽게 했다. 영인이 검지의 힘을 사용한 장면에서 많은 독자들은 나라면 그보다 더 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여준의 행동들은 기특하고 대견했다. 검지의 힘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는 그것만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고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여준에게는 이미 영웅의 자질이 있었다. 그것을 몰랐을 뿐. 남들에게 관심가지고 지켜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빌려 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제 몸을 던졌다. 여준은 스스로를 소시민이라 칭했지만 여준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준은 자신의 몸을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따뜻한 맘을 가진 아이다.
슬정아와 김별은 괴롭히는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하지에게 온 검지의 힘이 친구들에게 전해지면서 그들의 고충이 조금씩 해소되었다. 이 소설은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검지에 힘이 생긴다는 요소는 판타지적이나 그 때문에 세상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를 구할 만큼의 힘은 아니나 등장인물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작지만 큰 힘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그 힘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눌 때 더 커지고 더 멀리 퍼져나간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