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스 - 금지된 열다섯 청어람 청소년 2
이진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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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청소년 소설에도 AI 소재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청어람 주니어의 청어람 청소년 시리즈두 번째 책 <엘피스:금지된 열다섯>은 휴머노이드 자녀가 나온다. 이름하여 반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외형과 거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인간이 하는 행동과 정서적 반응도 똑같다. 주인공 엘피스는 최첨단 생명 공학과 유전 공학, 인공 지능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엔드 모델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교해지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다.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는데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인 10~14세에 이르면 신체적 성장은 물론 정신적 성장까지 자동으로 멈춘다. 왜냐하면 반려 휴머노이드는 부모의 양육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성장을 억제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반려 휴머노이드이기 때문에 키우는 동안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부모가 죽을 때는 폐기한다. 또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문제들은 미리 소거하고 부모 양측에서 원하는 유전자로 세팅했다.


이 책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보면 이런 기술이 가능한 시대가 올 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배경이 5차 산업혁명 이후이고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연 임신이 어려운 시대이니 이런 반려 휴머노이드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현재도 이미 기후 위기는 심각한 상황에다 출산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니 작가가 상상하는 기술 실현은 머지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저 SF 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반려 휴머노이드의 성장을 14세 즈음에 멈추게 하였는데 엘피스는 뭔가 다른 변화를 겪는다. 인간의 사춘기와 유사해 보이는데 시스템 오류 때문이다. 엘피스는 반려 휴머노이드 탄생의 역사와 사용 후 폐기 과정을 알게 되면서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이 사춘기에 겪는 성장통을 SF적 상상력에 잘 버무려내었다.


이 책을 읽은 청소년 독자는 여러 가지 토론을 해 볼 수 있다. 반려 휴머노이드는 우성 유전자로만 만들어내는 맞춤 아기와 같은데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출생부터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자연 임신과정에서 출생 시기 정도만 조율할 수 있을 뿐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쏙쏙 뽑아서 아기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런데 반려 휴머노이드는 부모의 우성 유전자로 만들어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만 성장시킨다. 반려라는 이름이 들어가며 자식으로 키운다고는 하지만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미리 차단해 만든 장난감과 다를 바 없다.


흔히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반항한다, 변했다 라며 부모들은 힘들어한다. 청소년 시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들에 의문을 품는 태도는 기존의 질서라 할 부모와 충돌이 생기는 지점이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알려면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대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기존의 세계를 깨트려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 역시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른의 현재 삶이 어디 자신이 꿈꾸던 것인가, 수없이 부딪치고 깨져서 만든 것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도 많지 않은가. 그 시작이 사춘기이다. 아이들에게 사춘기를 허락해주어야 한다.


이 책은 사춘기의 혼란스러움을 반려 휴머노이드라는 소재에 빗대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읽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좋겠다. 등장인물의 행동을 비판 옹호할 수도 있고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한 평가도 해볼 수 있다. AI기술에 관심이 많고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미래에 자신이 만들 휴머노이드를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문학적 상상력이 과학 기술의 견인차가 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한 상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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