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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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을 봐선 어떤 내용일지 감이 안 잡힐 소설,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의 소개 문구, ‘한국형 SF 누아르’라는 말에 급 관심이 솟았다. 서평단에 당첨되었는데 받자마자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스무 살 청년 장진, 어릴 때부터 앓고 있는 기면증 때문에 학교는 일치감치 때려치고 캐딜락 전당사 성사장 밑에서 일당백을 해내는 총각이다. 다른 전당포 사장들이 모두 탐내는 프로일잘러라는 거~ 웬 전당포 동네? 그렇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정선,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루저다. 전당포에 명품시계며, 자동차, 심지어 휴대폰까지 저당잡히러 온다.


이런 루저들 사이에 독보적 존재 역시 장진이다. 눈치 빠르고 셈 잘하고 비상사태 따윈 가뿐하게 처리하며, 그 비상을 미리 대비할 줄 아는 직원인데 젊기까지! 다 갖춘 것 같은데 뭐 더 있을라구? 싶지만 작가는 장진을 원탑으로 뽑아서 아예 몰빵을 했다. 일반인 누구든 해낼 수 있는 그런 능력 말고 장진에겐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 여기서 SF의 시작이다.


장진은 자신에게 있는 기면증이 혹시 무병이 아닐까 의심하지만 실은 초능력이 봉인되어 있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그 에너지가 봉인의 파워를 능가해버리게 된 것이다. ‘텔레포트’라는 능력인데 포트라는 문을 통해 공간을 열고 순간 이동할 수 있다. 장진과 같은 능력을 가진 떨거지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카지노였다. 전성기땐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퇴물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카지노에서 하루 종일 게기거나 칩 하나 슬쩍해서 한 끼 해결하는 퇴물 게이트들이다. 그런 이들과 장진이 무슨 상관? 특별한 상관은 없지만 장진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이쯤되면 조직이니 수장도 있을 테고 뭔가 추구하는 바가 있을 터!


장진의 능력을 발현시키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캐딜락의 성사장이다. 피한방울 안 섞인 남인데 아버지보다 새엄마보다 더 살뜰하게 챙겨주고 이제 봉인에서 풀린 장진의 능력을 쓰는 법까지 가르친다. 아, 성사장도 게이트?? 는 아니다. 퇴물들을 모아 장진을 교육시키도록 한다. 그럼 여기서 또 궁금! 장진은 왜 능력을 펼쳐야 하나? 무엇을 위해?


열 두살 때 장진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 새엄마 정희, 아들의 심장이식 수술 실패로 아들과 아내를 다 읽은 심경장,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 걸고 비밀을 지키는 배준, 그리고 VIP한사장까지! 이 주요 등장인물들과 장진이 한판을 벌이게 되는데 그 놀음이 마치 무협영화 한편이 재생되는 듯했다. 비슷비슷한 능력자들이다보니 막상막하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순간적으로 틈을 보이면 밀리게 된다. 포트를 열려고 하는 자와 닫으려는 자, 한 끝 차로 손가락이나 손목이 잘릴 수도 있는데 서로 견제하는 액션씬이 텍스트임에도 박진감 넘친다.


SF라고 했으니 현실성은 떨어진다. 현실에 그런 공간이동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 그럼 뭣 때문에 무술대회 같은 한판을 펼치는가? 지금 다 공개하면 재미없으니까 심장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렇다! 장진의 강한 심장을 노리는 자가 있다. 단지 젊어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게이트들에게는 없는 또 다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숨기면? 또 재미없으니까~ 공개하는 걸로~ 장진은 시간이동도 가능하다!! 그 능력 때문에 상황상황이 촘촘하게 조금씩 뒤틀리게 된다. 요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는 걸로~~


누아르는 그럼 어딨나? 캐딜락의 성사장은 소위 FM이다. 불법행위는 않지만 그 동네가 워낙 범죄에 노출된 곳인데다 싸나이들의 우정과 츤데레까지 더해져서 예전 홍콩영화 느낌도 난다. 특히 성사장의 사연과 장진과의 인연,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살짝 감성과잉이었다. 내 기준에서...


특이한 소재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게이트들을 움직이는 그 조직의 당위성에 설득되지 못했다. 장진의 사연과 능력을 보여주는 게 큰 줄기이다보니 조직의 시작은 다루지 않았고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까닭도 잘 설명해주지 못했다. 영화화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조직에 대한 부분에 살을 더 붙인다면 재미있게 만들어질 것 같다.


아, 그래서 누가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단 말인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 보시길! 힌트는 성사장이 운영하던 전당포 이름이 캐딜락이라는 거~~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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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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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곤충과의 만남은 무료한 일상에 흥미를 돋우는 양념 같은 경험이며, 무수하게 많은 곤충으로부터 얼마든지 많은 스토리가 생겨날 수 있으니 곤충 스토리 발굴은 모두의 숙제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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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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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김태우 곤충박사가 쓴 책 <곤충수업>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곤충수업이니까 퀴즈 하나 들어갑니다.(이하 퀴즈는 책 내용 그대로 발췌)

처음부터? 갑자기?

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갑분 퀴즈,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은 뭘까요?



네~~ 번데기, 맞습니다.

이 정도도 모를까봐 싶으셨죠?

그럼 어떤 곤충의 번데기일까요?

흐음... 곤충 박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요?




바로 호랑나비의 번데기입니다.

번데기와 성충의 모습이 천지 차이지요?

처음에 인용한 체호프의 문장도 ‘곤충의 변신은 무죄’라는 챕터의 서두에 나오는 것입니다. 저자는 각 챕터마다 곤충과 관련된 잠언같은 문장들을 첨부해 두었는데 곤충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다는 건 또 처음 알았습니다. 그 문장들만 모아두고 한 번씩 꺼내 읽어도 겸허함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두 번째는 좀 재밌는 퀴즈입니다.

아래 사진 중 진짜 새똥은 몇 번일까요?




아, 너무 쉽다구요?

좀 헷갈린다구요?

그렇죠, 1번과 4번이 헷갈릴 겁니다. 2,3번은 발이 확연하게 보이니까요.

정답은 4번입니다.

나머지의 이름은 직접 찾아보세요!

라고 하면 화나겠지요?


워워~~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은 민새똥거미, 2번은 배자바구미, 3번은 새똥하늘소입니다.

​

이 곤충들은 왜 새똥과 비슷한 모습일까요?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곤충의 천적이 새이기 때문이지요. 새들이 가장 관심 없어하는 게 자신이 싼 똥입니다. 그래서 많은 곤충들이 새똥을 닮았습니다.

​

퀴즈 재미있지요?(강요인가?네, 그렇습니다!ㅎㅎ)

책 제목이 곤충수업이니까~~

마지막 퀴즈, 하나 더 나갑니다!





위 사진 중에 진짜 개미는 몇 번일까요?

​

앗, 너무 쉬웠나요?

이번엔 사진을 좀 더 집중해서 보셨죠?

이게 뭐라고~~ (이건 리뷰도 아니고 퀴즈도 아니여~ㅎㅎ)

퀴즈니까 맞추고 싶은 욕구가 막막 생겨나지요??

​

저는 정답 보기 전에 이렇게 유추해봤습니다.

4번은 색깔이 아닌 것 같고, 3번은 개미라 하기엔 다리가 너무 길어서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1번 아님 2번이 정답인데요. 거참... 헷갈리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정답을 봤더니 신기하게도 이름에 모두 개미가 들어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개미는 생태계에 흔한 존재지만 공격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미의 모습을 흉내 내는 곤충들이 많다고 합니다.

​

그럼 퀴즈 인 퀴즈로 번외 질문할까요?

아래 이름과 위 사진의 곤충을 매칭시켜보는 겁니다.


곰개미, 개미거미,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미벌

​

자연으로 나가지 않고, 책으로 이름 맞히기만 해도 재미가 쏠쏠 하지요~~

​

그렇습니다. 이 책은 곤충박사답게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가 곤충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에이, 곤충수업인데 어른이 뭐하러 읽느나! 구요? 초등학생이나 곤충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을 책 같다구요? 혹시 제목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출판사가 좀 잘못한 것 같군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에 ‘수업’이라는 제목을 붙이니 학습적인 내용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좀 더 관심을 끌만한 제목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

‘그런데! 아까 개미 이름 맞히는 퀴즈, 왜 정답 안 알려주냐?’

​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당신은 퀴즈 매니아!!

정답은 이 리뷰 마지막에 알려드립죠!

앗, 다음 내용 스킵하고 맨 뒤로 가지 마시구요...(please!!)

책 소개 더 읽어 보시고 마지막에 확인해 주세요!!

​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장의 제목을 보면 책 제목만큼이나 말하고자하는 바가 명징합니다. 그러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요, 제목 보고 궁금한 내용 먼저 읽어도 됩니다. 각 장의 제목만 소개하려다가 챕터의 소제목까지 보이게 사진 찍었습니다. 소제목을 보시면 궁금해서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벌은 이유 없이 쏘지 않는다’에서는 저자가 겪었던 벌 관련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교회 수련회에서, 현장학습 나가서, 북한산에서 곤충조사 후에 겪은 일등 여러 가지인데 일상에 도움되는 상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벌이 공격할 때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는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합니다. 한 마리라면 몰라도 벌떼가 쏟아져 나올 때는 무조건 그 자리에서 멀리 벗어나는 게 상책입니다. 벌이 떼로 덤비는 것은 벌집 속에 있는 더 많은 애벌레를 포함해 자기 집단을 방어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벌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습니다.

​

그리고 벌쏘임 사고 예방을 위해 검정색 옷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2018년 국립공원 연구원에서 실험을 했는데 여러 가지 색상 중 검정색이나 진한 갈색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벌의 공격성은 곰 같은 덩치가 큰 야생동물에게 대항하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 한 눈을 판 사이에 컵이나 캔 속으로 벌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생기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이렇게 벌에 관련된 내용을 읽다보니 제가 궁금해 하던 게 떠오릅니다. 산에서 벌꿀을 채취하는 것을 TV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어제도 높은 나무 안에 있는 꿀을 채취하는 장면을 봤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나무에 벌집을 만들어 꿀을 모아둔 것을 목청이라고 부른답니다.






목청은 벌들이 몇 년씩 걸려 모은 야생꿀이기 때문에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하는데요, 저는 저런 영상을 볼 때마다 벌들에게 미안해집니다. 걔들이 힘들게 모아둔 걸 인간이 훔쳐가는 거잖아요! 벌들에게 허락받은 거 아니잖아요? 값을 치른 것도 아니고요! 몇 년간 모아둔 걸 순식간에 강탈당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습니다. 이런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의 순리인가요...


저자는 책 말미에 일반인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야할 노력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

국민소득 2만불이 넘어야 비로소 자연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격동의 근대사를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변화한 시대에 적응하고 서구 지식을 받아들이며 주변 환경을 돌볼 틈 없이 압축 성장하는 와중에도 곤충 분야에서는 석주명과 조복성 같은 선각들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단순히 곤충 연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만을 후대에 물려준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시선과 감수성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곤충 연구와 애호에 있어서도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의 힘을 믿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과거를 살펴보고 반성할 필요도 있는 것이지요.

(……)

서양의 곤충 문화가 발달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다윈과 윌리스, 베이츠 같은 학자와 전문가도 있었지만 헤르만 헤세, 나보코프,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곤충을 좋아하는 문학가들의 역할도 분명 있었습니다. 꼭 곤충 연구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교사, 작가, 화가, 기자, 수의사, 동물치료사, 환경운동가, 숲해설가, 에코디자이너, 다큐멘터리 PD, 에코가이드, 큐레이터 등 어떤 직업에서든 곤충은 삶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p.333~334

​기억하시나요?

마지막 퀴즈의 정답요!!

위에서 알려드린 순서대로 1번은 곰개미, 2번은 개미거미, 3번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4번은 개미벌입니다. 혹시 산에서 비슷한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 땐 기억을 떠올려 보시길~~

이 책을 계기로 곤충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당부를 보니 정말 이 책은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 맞지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곤충에 대해 말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대중들에게 곤충과의 만남은 무료한 일상에 흥미를 돋우는 양념 같은 경험이며, 무수하게 많은 곤충으로부터 얼마든지 많은 스토리가 생겨날 수 있으니 곤충 스토리 발굴은 모두의 숙제라고 합니다. 곤충학자부터 우리 같은 일반인들까지요...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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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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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나이 때문에 감상차가 있을 수도 있다. 독박육아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시집살이와 가사, 육아를 도맡아 해 온 여성 독자라면 애 하나 키우는데 뭐 그리 징징거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산후우울증은 또 뭐냐며 사는 게 편하니 별 걸 다 만들어 낸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 최저 출생률을 자랑하는 이 시대에 엄마가 된 여성들은 블라이스에게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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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데 디테일한 부분을 아주 잘 짚어냈다. 출산 장면, 천사같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아기에 대한 서술, 일상 속 찰나에서 여성만이 느끼는 수치심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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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들에게 변기 위에서 밀어내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거기가 제일 편안했고, 그 시점에 나는 환각에 빠졌거든.

- 젖꼭지를 면도날로 베는 것 같은 고통을 주는 신생아의 잇몸과 싸워 이길 수 없는 유일한 엄마.

- 당신은 마치 로커 룸의 팀 동료에게 하는 것처럼 수건을 던져주었지. 이전에는 내 몸을 천천히 닦아주곤 했는데 말이야.

- 아파트 안에 틀어박혀서 아이는 마치 전갈처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뭐든 입에 처넣을 물건을 찾아 다녔어.

- 나는 이 육체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어. 그저 무언가를 담는 수단일 뿐인가? 당신을 여기까지. 아름다운 딸과 당신이 거의 알지도 못했던 아들의 아빠가 되는 지점까지 실어다 줬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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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이스의 딸 바이올렛은 영화 <케빈에 대하여>나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의 주인공에 버금가는 인물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블라이스 눈에 비친 바이올렛의 행동은 가히 소시오패스적이다. 이 책이 서술자 블라이스의 독백처럼 들리기 때문에 한편의 모노드라마나 사이코드라마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블라이스 눈에 비친 바이올렛은 문제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릴러 같기도 하다. 블라이스의 주장을 100프로 믿는다는 가정 하에 본다면 바이올렛은 몹시 비정상적이다. 과연 아이가 저럴 수 있나? 아기는 귀여움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태어난다는데 블라이스의 눈에 바이올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편을 빼앗으려고 태어난 존재 같았다. 내 몸에서 나온 존재라는 사실이 끔찍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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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블라이스의 목소리로만 끝까지 밀고 나간다. 바이올렛 시점의 서술이 있었다면 블라이스가 겪는 고통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모성을 본능이라고 당연시 하고, 모든 걸 감내하도록 분칠하여 끝끝내 신화화해온 이데올로기에 작가는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세상 인구 절반은 여자임에도 그동안 모성신화는 왜 이어져 왔나? 왜 깨부수지 못했나? 당사자의 침묵이 동조적 역할을 한 건 아닐까? 소설로라도 현실에 문제제기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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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성신화 주제에 대한 비판을 하는 입장에서라면 아이를 소시오패스처럼 묘사한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옮긴이의 말에서 박현주 작가가 푸시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한 부분을 보면, 내가 낳은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블라이스를 병적으로 보자면 그녀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는 엄마, 외할머니로 이어지는 내력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엄마가 되었고 육아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그녀들의 잘못이 현재의 블라이스에 분명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역시 작가가 모성신화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된 가정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블라이스가 안쓰럽다. 바이올렛이 정말 소시오패스라면! 그게 블라이스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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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술술 잘 읽힌다.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자라서 감정이입이 쉽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번역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2인칭 시점의 서술이 낯설어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미국소설인데 마치 한국이야기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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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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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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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종류의 책을 읽었는데 공통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읽은 책 <왜 얼굴에 혹할까>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말, 잘 생긴 얼굴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범죄자인 걸 뻔히 알고도 잘 생기면 호감이 가고 동정심이 생겨 급기야는 도와주려고까지 한다. 잘 생긴 얼굴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럼 못 생긴 사람들은 어쩌나? 성형수술 해야 하나? 아니다. 저자는 각종 실험과 연구 사례를 인용해 웃으면 된다고 했다. 웃고 있는 사람 옆에 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 웃는 낯으로 주위에 긍정에너지를 전염시키는 사람이 되자고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

​

 

<쓰는 사람, 이은정>에서 작가도 웃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고 이런 팔자는 고칠 수도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약국에서 일 할 때 약사님에게 팔자는 타고 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하기에 그럼 벗어날 수 없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그 약사님은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건 적선이라고 했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어떻게, 뭐로 베푸냐고 물었고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웃음이었다.

​

나는 그때부터 팔자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만났고 내 말의 온도를 점검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때로는 가슴이 젖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울어주기도 했다. 웃음 한 줌이 적선이라면, 어쩌면 울음 또한 적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결과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말하기 전에 말 온도를 재며, 가끔은 함께 울어주는 것, 그것들은 정말 팔자를 바꾸게 했다. 내가 베풀고자 한 행동이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내게로 돌아온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위로의 말을 건넸으며, 진심으로 울어주었다. 밥을 굶는 내게 쌀을 보내주었고, 차비가 없는 내게 구겨진 지폐를 건넸다. 죽고 싶은 내게 살자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도 알고 보니 나만큼 지난했던 과거가 있는 분들이었다. 그분들 역시 자신이 받았던 것들을 내게 되돌려준 것이다.

p.80~81

 

이은정이라는 작가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 내용을 보면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팔자 탓을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그것은 거창한 베품이 아니다. 진심으로 웃으면서 대했던 거다. 웃는 얼굴에 진심어린 말과 행동이라면 받은 사람도 다시 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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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전업작가로 계속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책 제목도 <쓰는 사람, 이은정>이다. 신기하게도 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이 열렸다. 주춤주춤하며 한 발 내디디면 용케도 그 발 앞으로 길이 났고, 비록 경제적으로는 넉넉지 못해도 그 길로 걸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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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한 사연을 작가는 기적이라 표현했지만 실은 그동안 작가가 베푼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싶었다. 바닷가 어촌 마을에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사고 싶었지만 은행대출이 불가능했다. 도저히 마음을 접을 수가 없어서 주인에게 다시 찾아가 사정을 말했더니 가진 게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전세든 월세든 이 집에 와서 살라고 했다. 그 집에서 쓴 소설로 작가는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사람들을 대면할 때 다정한 눈동자와 목소리, 예쁜 미소를 세팅하고 나의 가난이나 결함 따위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고달픈 일상을 사는 주제에 가식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 작은 연습이 습관이 되면 인생이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 같은 행운이 들이닥친다는 걸 믿게 되었다. 기적은 몸과 마음을 예쁘게 부리는 작은 습관 속에서 조용히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p.18~19

 

 

이 책은 작가 이은정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글들이 실려 있다. 글 한 꼭지가 서너 페이지 정도로 짧다. 그럼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청취자 사연을 듣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 오버랩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작가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예컨대 이런 내용 말이다.

​

"음식점 안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다가 창 너머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면 혹시 배가 고파서 보고 있나 싶어 미안해진다. 늦은 오후, 놀이터 그네에서 혼자 무료하게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보면 어두워지기 전에 부모가 퇴근할까 걱정된다. 남의 밭에서 배추 한 포기를 뽑아 뛰어가는 낯선 아주머니를 보면 넘어지지 말고 가셨으면 한다."

​

사람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거다. 작가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시선 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생에게 재능기부를 하게 된 사연은 마음으로 보는 시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고등학생 논술과외 광고를 냈는데 초등학생 딸아이를 주 2회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였고 대리운전 하는 날 밤 늦게까지 딸이 혼자 있는 게 걱정되어 계속 부탁했던 것이다. 작가는 그 집에 직접 가보고는 과외 대신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말한다. 어른스럽던 그 아이와 헤어지던 날 눈물을 흘리며 먹던 통닭의 기억을 잊기 힘들 것이라고 썼다.

다시는 그 아이가 통닭을 먹으며 울지 않기를, 어떤 음식을 먹다가도 눈물이 나지 않기를, 나처럼 너무 슬픈 어른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어른들 사정이야 어떻든 아이들은 그저 웃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p.27

 

 

이 책은 산문집이기에 작가의 일상이 다 드러난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하므로 진솔함이 생명이다. 나는 작가는 아니지만 책 리뷰를 쓸 때 내 생각이 들어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내 신상도 드러내야 할 때가 있다. 내 정보 못지않게 생각을 드러낼 땐 나도 모르게 자가검열에 들어간다. 마음의 자가 스스로 그어둔 선 아래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눈치를 본다. 작가들은 정말 솔직하게 쓰는 걸까 궁금했다. 이은정 작가의 생각은 이렇다.

작가라는 신분에 솔직함이 제약이 된다는 말은 내가 겨우 쌓아가고 있는 내 인생에 대한 모독처럼 들렸다. 나는 솔직하지 못한 작가는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픽션이 됐든 논픽션이 됐든 글에는 반드시 글쓴이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의 글에서만 빛을 발하는 감동과 공감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p.220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고개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사연에선 같이 눈물 흘렸고, 감사의 인사를 90도로 같이 했으며, 뜨거운 군고구마에 입맛 다셨다. 가난한 독거중년이 더 가난한 독거노인이 될지라도 계속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인용하며 이은정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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