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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을 봐선 어떤 내용일지 감이 안 잡힐 소설,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의 소개 문구, ‘한국형 SF 누아르’라는 말에 급 관심이 솟았다. 서평단에 당첨되었는데 받자마자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스무 살 청년 장진, 어릴 때부터 앓고 있는 기면증 때문에 학교는 일치감치 때려치고 캐딜락 전당사 성사장 밑에서 일당백을 해내는 총각이다. 다른 전당포 사장들이 모두 탐내는 프로일잘러라는 거~ 웬 전당포 동네? 그렇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정선,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루저다. 전당포에 명품시계며, 자동차, 심지어 휴대폰까지 저당잡히러 온다.
이런 루저들 사이에 독보적 존재 역시 장진이다. 눈치 빠르고 셈 잘하고 비상사태 따윈 가뿐하게 처리하며, 그 비상을 미리 대비할 줄 아는 직원인데 젊기까지! 다 갖춘 것 같은데 뭐 더 있을라구? 싶지만 작가는 장진을 원탑으로 뽑아서 아예 몰빵을 했다. 일반인 누구든 해낼 수 있는 그런 능력 말고 장진에겐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 여기서 SF의 시작이다.
장진은 자신에게 있는 기면증이 혹시 무병이 아닐까 의심하지만 실은 초능력이 봉인되어 있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그 에너지가 봉인의 파워를 능가해버리게 된 것이다. ‘텔레포트’라는 능력인데 포트라는 문을 통해 공간을 열고 순간 이동할 수 있다. 장진과 같은 능력을 가진 떨거지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카지노였다. 전성기땐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퇴물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카지노에서 하루 종일 게기거나 칩 하나 슬쩍해서 한 끼 해결하는 퇴물 게이트들이다. 그런 이들과 장진이 무슨 상관? 특별한 상관은 없지만 장진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이쯤되면 조직이니 수장도 있을 테고 뭔가 추구하는 바가 있을 터!
장진의 능력을 발현시키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캐딜락의 성사장이다. 피한방울 안 섞인 남인데 아버지보다 새엄마보다 더 살뜰하게 챙겨주고 이제 봉인에서 풀린 장진의 능력을 쓰는 법까지 가르친다. 아, 성사장도 게이트?? 는 아니다. 퇴물들을 모아 장진을 교육시키도록 한다. 그럼 여기서 또 궁금! 장진은 왜 능력을 펼쳐야 하나? 무엇을 위해?
열 두살 때 장진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 새엄마 정희, 아들의 심장이식 수술 실패로 아들과 아내를 다 읽은 심경장,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 걸고 비밀을 지키는 배준, 그리고 VIP한사장까지! 이 주요 등장인물들과 장진이 한판을 벌이게 되는데 그 놀음이 마치 무협영화 한편이 재생되는 듯했다. 비슷비슷한 능력자들이다보니 막상막하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순간적으로 틈을 보이면 밀리게 된다. 포트를 열려고 하는 자와 닫으려는 자, 한 끝 차로 손가락이나 손목이 잘릴 수도 있는데 서로 견제하는 액션씬이 텍스트임에도 박진감 넘친다.
SF라고 했으니 현실성은 떨어진다. 현실에 그런 공간이동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 그럼 뭣 때문에 무술대회 같은 한판을 펼치는가? 지금 다 공개하면 재미없으니까 심장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렇다! 장진의 강한 심장을 노리는 자가 있다. 단지 젊어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게이트들에게는 없는 또 다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숨기면? 또 재미없으니까~ 공개하는 걸로~ 장진은 시간이동도 가능하다!! 그 능력 때문에 상황상황이 촘촘하게 조금씩 뒤틀리게 된다. 요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는 걸로~~
누아르는 그럼 어딨나? 캐딜락의 성사장은 소위 FM이다. 불법행위는 않지만 그 동네가 워낙 범죄에 노출된 곳인데다 싸나이들의 우정과 츤데레까지 더해져서 예전 홍콩영화 느낌도 난다. 특히 성사장의 사연과 장진과의 인연,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살짝 감성과잉이었다. 내 기준에서...
특이한 소재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게이트들을 움직이는 그 조직의 당위성에 설득되지 못했다. 장진의 사연과 능력을 보여주는 게 큰 줄기이다보니 조직의 시작은 다루지 않았고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까닭도 잘 설명해주지 못했다. 영화화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조직에 대한 부분에 살을 더 붙인다면 재미있게 만들어질 것 같다.
아, 그래서 누가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단 말인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 보시길! 힌트는 성사장이 운영하던 전당포 이름이 캐딜락이라는 거~~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