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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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슬픈 호랑이>를 읽으면서 막막했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쓰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찔한 순간이 닥쳐 여러 번 책장을 덮어야 했다.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리뷰를 쓰기도 힘들었다. 이 책은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딸의 회고록 형식이다. 그러나 순차적이지 않으며 에세이와 소설, 비평을 넘나든다. 작가는 쓰기 싫은데도 책을 쓰는 이유를 내내 자문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라면, 이 책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독자인 나는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


작가는 어릴 때 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학대를 당했는데 성인이 되어서야 주위에 알렸고 그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처벌은 가벼웠으며 형 집행 후 그의 삶은 놀라우리만치 평화롭고 생산적이었다.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작가나 유사한 소재로 다루어진 문학을 비교했고, 다큐나 실제 상담 뿐 아니라 프랑스 유명인 가족의 사례까지 소환한다. 이것은 아동 성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반해 묻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처벌도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또 묻는다. 이러한 것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나 책의 방향성과 그것을 보거나 읽는 이의 초점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이 그러한 소비에 부응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구원받길 바라는 것인지, 계속 묻는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질문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이 책을 선택한 자신은 무얼 기대한 거지? 책을 읽다가 스스로를 검열한다. 관음증이 있었던가? 죄의식도 생겨난다. 피해자의 고통에 얼마만큼 공감이 되는가...


나는 작가의 고통에 힘겨워 여러 번 책을 덮었다 폈다 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글이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세상이 아름답고 평온해 보여도 악한 인간은 위장한 채 숨어 있고, 법은 여전히 소아성범죄에 관대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힘들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어서 답답하다. 책에서 다룬 것들을 하나하나 인용할 수도 없고 격렬한 공감을 하기엔 과도해 보일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가족, 계부 이야기를 자세히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나 같은 독자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드러내야만 했던 더 큰 이유는 자신의 딸 때문이었다. 작가 뿐 아니라 여러 사례를 보면 소아성범죄 피해자는 주위에 알리지 못한다. 끝끝내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삶이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로 성인이 되었을 때 암으로 발현되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과 닮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딸을 보며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가는 가해자에게 영향을 받은 자신이 그와 같은 인간종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괴물과 자신을 구분하고자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한 질문 중에서 아래 문장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p.333


내가 과거의 처지를 잊고 나보다 작은 존재를 억누를 위험은 없을까? 나보다 강한 어떤 힘에 맞서 일어서면서도 다른 힘을 억압하는 쪽으로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악을 초월하면서도 새로운 악을 향하지 않고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선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까?


소아성범죄는 섹스보다는 권력으로 휘두른 폭력에 더 무게를 둔다. 가해가 멈추거나 가해자가 사라진다 해도 한 인격이 당한 피해는 성인이 되어서도 육체와 정신을 황폐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묻는 것이지만 모두에게 경고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도 섞여있고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하다고. 저도 모르게 악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경계하자고. 경계에 서 있으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말자고 한다. 비틀거릴지언정 그 속에 떨어지지 말자고!


책의 주제와 조금 어긋나긴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실적이고 진실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작가는 글쓰기가 치료법이 된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정석처럼 알고 있던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글을 쓰다보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된다.’는 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다. 나는 항상 내 이야기를 쓰면서 호주머니 뒤집듯 다 꺼내놓지 못했다. 거짓을 쓰는 건 아닌데 늘 찜찜함이 있었다. 그럼 아예 소설을 쓰면 되겠다 싶었지만 그건 또 깜냥 부족이다. 진실과 진솔 사이를 헤매다 사실에라도 근접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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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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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내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온다? 간혹 빙의라는 이름으로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무속 신앙에서나 벌어질법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처럼 드문 일이 반대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거의 모두에게 다른 영혼(사람일 수도 있지만 식물, 동물일 수도 있음)이 깃들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하며 그런 이들은 소수이기에 차별받는다면? 이런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 남유하 작가의 신작 <부디 안녕하기를>이다. 이 책을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아 읽었다.


<부디 안녕하기를>의 배경은 먼 미래, 태양계가 아닌 다른 은하계의 어떤 행성이다. 주인공 소로는 열일곱이고 이제 곧 영혼이 깃들 예정이다. SF와 무속 신앙, 오컬트적 요소가 결합된 소설이라 난해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행동이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이 묘사되어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독자마다 공감할 지점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의 설정에 대해 오래 생각하다 상상의 나래를 폈다.


내 평생 소울 메이트는 없다는 자조가 일 때면 참 가엾은 인생이구나 싶다가도, 어차피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라는 자위로 이어지곤 했다. 이제는 거의 체념의 상태로 내 팔 내가 흔들면서 잘 살지 않냐며 자위하는데 이 쯤 되면 인간승리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내게 만약 다른 영혼이 깃든다면? 지난 일 년 간 이어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면 좋겠다. 내가 당한 일을 평가, 비난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일들에 대한 예상이나 조언도 하지 않고... 요즘 수시로 튀어나오는 욕 때문에 자꾸 주위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열일곱 살 소로에게 깃든 영혼은 70대 여성 조영인이다. 화성으로 가던 우주여객선이 소행성과 충돌하여 전복되었고, 조영인은 아주 오랜 시간 우주를 떠돌다 소로에게 깃들었다. 아직 20년도 살지 않은 소로와 할머니의 만남은 꽤 안정적이다. 소로는 조영인의 기억 속 지구와 태양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소로가 신성한 아이(스포라서 추가 설명 못함)라는 비밀이 밝혀지고 조영인이 무당의 딸이었다는 것도 드러나는데, 이것은 두 영혼의 만남이 필연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영인의 어린 시절과 소로의 현 상황이 대비되면서도 묘하게 닮아 있다.


다른 듯 닮은 소로와 조영인의 영혼이 공존하며 서로를 지켜낸다. 다른 영혼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풀 생각 먼저 한 자신이 좀 부끄럽긴 한데... 그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본다. 내게 다른 영혼이 깃들 리는 없다. 내 안에 깃드는 것은 지나온 시간이 누적된 것들인데 최근 일 년 간(어떠한 이유로든) 나는 나쁜 것들을 깃들게 한 게 아닌가 싶다. 늘 그래왔듯 스스로를 책망했다 위로하며 살아가겠지만, 자신을 도닥여주고 싶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책 제목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어렴풋이 다가온다. 당신은 안녕한가? 안녕하기를 바란다고... 지난 일 년 간 분노와 책망만 쌓아왔다. 내 안에 부정적인 것들만 깃들게 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런 것을 내 영혼에게 쏟아 부은 것이다. 거울을 본다. 어두운 표정을 한 추레하고 늙은 여자가 있다. 입 꼬리를 추어올려본다. 밝고 맑은 영혼이 깃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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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와 고양이 음악단
최은영 지음, 서은영 그림 / 꼬마이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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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앰버와 고양이 음악단>은 표지부터 심쿵합니다. 악기와 고양이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요! 하기야 고양이 이즈 뭔들~~ 고양이가 음악단을 한다니, 브레멘 음악대가 떠오르네요. 브레멘 음악대에는 주인에게 쫓겨나거나 도망친 동물 네 마리가 힘을 합쳐 도둑을 물리치는데, 그 중에 고양이도 있지요. 고양이는 언제 어디서나 빠질 수 없나 봐요.


<앰버와 고양이 음악단>의 단원은 고양이가 여섯이에요. 앰버는 피아노 앞에 선 고양이죠. 그런데 귀 끝도 잘려 있고 눈도 한 쪽이 없네요. 앰버의 삶이 꽤 고단했을 거라고 짐작이 가는군요. , 가만 보니 나머지 고양이들도 귀 끝이 잘려 있어요. 모두 길냥이인 모양이에요. 참고로 귀 끝이 잘렸다는 건 TNR(Trap포획해서 Neuter중성화한 후에 Return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냄)된 고양이라는 뜻이에요.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으로 개체 수 조절과 갈등 예방이 목적입니다.



악기 창고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모두 이름이 있답니다. 앰버, 레오, 토티, 심바, 설기, 칼리까지 하나같이 귀여워서 어떤 녀석을 좋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표지에서 악기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고양이들이 어떻게 연주할지 기대가 되었지요. 아하, 앰버는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고 싫어했군요. 그런데 설기가 제대로 연주하면 소음이 아니라 음악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앰버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자세히 관찰했어요. 밤마다 오케스트라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꿈을 꾸었고 열심히 연습도 합니다. 어린이들은 고양이들이 각자 맡은 악기를 연습하는 과정을 보며 아름다운 음악은 관심과 연습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실수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빚어낸 화음은 모두에게 충만감을 주지요.




드디어 음악단 결성! 그리고 숲속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다섯 고양이의 연주와 설기의 노래! 어떤 멜로디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설기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맞춰 흥얼거려봅니다. 고양이 음악단도 감상하고 있는 동물 친구들도 모두 행복해 보여요. 마지막 생쥐의 초대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차가운 길 위에서 사는 쓸쓸하고 외로운 모든 생명들을 초대합니다.”


길 위의 생명을 사랑하는 최은영 작가님의 마음이 담뿍 담겨 있지요? 서은영 작가님은 각자의 귀여움을 제대로 발사하는 여섯 고양이를 그려내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 음악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거예요. 아이들과 같이 읽고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골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리거나 고양이가 연주한 악기 소리를 들어보게 합니다. 만약 책에 나오는 악기가 있다면 직접 연주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악기 소개가 있으니 참고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을 관찰해 보는 겁니다. TNR을 알았으니 우리 동네 고양이들의 귀 모양은 어떤지 살펴보고 내가 사는 곳의 지자체가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3학년 사회에서는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해 배우니 연계한 활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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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IB 이렇게 시작합니다 - 사교육 없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초등 IB 가이드
김한옥.이현민 지음 / 경향BP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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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아이가 있는 학부모라면 교육 정보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누구네는 무슨 무슨 학원을 보낸다더라, 이제 AI시대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대체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때다. IB교육, 이건 또 처음 듣는 건데? 또 무슨 새로운 게 나왔나, 나만 모르는 거 아닌가 싶어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초등 IB 이렇게 시작합니다>를 추천한다. 부제 사교육 없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초등 IB 가이드만 봐도 조금 안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0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김한옥 선생님과 IB교육 기반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며 저학년 교실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현민 선생님의 공동 저서다. 이들은 머리말에서, IB교육이 특별한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모든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깨우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꼭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책에 나온 모든 활동은 일반 학급과 가정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질문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보자 .


책에서 말하는 IB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re)라는 뜻으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함께 이해를 만들어가는 배움의 태도이다. 1장에서는 왜 1학년에서부터 IB교육인지에 대해 말하고, 2장은 1학년 아이들과 1년 동안 교육한 실제 사례별로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4단계로 나누어 보여준다. 3장에서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 교사와 양육자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먼저 IB가 어떤 교육인지부터 살펴보자. IB교육은 우리 나라 교육과정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학습자상(Lerner Profile)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10가지 자질이 우리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단순히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꼭 갖춰야 할 핵심 역량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 지식습득을 넘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며 변화할 수 있는 진짜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1장은 왜 1학년에서 IB교육을 시작해야 하는지, 공교육에서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1학년 교실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아이들은 작은 탐구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작은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배워가며 IB가 말하는 탐구하는 평생학습자의 기초를 완성한다. IB를 몰라도 가정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 가정 활용 TIP”에 나와 있다. 예컨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IB식 질문은 이렇다



2장은 IB학급의 1학년 1년간의 교육 활동을 볼 수 있어서 교사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내용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학부모들도 이번 장에서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가정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한글교육 팁이 나와 있어 실천해보기 좋고, 초등학교 적응 단계인 1학년들이 학교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활용할 팁도 있다


글자색을 달리한 부분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중 교사 성찰은 교단일기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히려 배워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독자도 느낄 수 있었다. IB활용팁 외에도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다른 글자색으로 두었다. 학부모들에게 수업한 내용을 알려주는 알림장 같으면서도 교사의 진심어린 노력이 보였다.


교육이기 때문에 교사가 주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IB는 자기주도가 기본이며 결과보다 과정에 중심을 둔다. 학교에 적응하고 탐구하는 단계를 넘어서면 3단계부터는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키운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질문할 때, 무엇을 배웠는지 묻기보다는 오늘 배운 것 중에서 우리 생활에서도 써 볼 수 있는 게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좋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오늘 배운 작은 지식이 내일 더 넓은 세상에서 쓰일 수 있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응원이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앞서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3장 내용은 짧은데 대부분 부모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 발맞춰 부모도 성장할 수 있으며 마음가짐의 변화도 필요함을 말한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다그쳐서 결과에 목맬게 아니라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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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싱어송라이터
이미경 지음 / 북극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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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단어는 오래 되었다, 어렵다는 어감이 있다. 여기에 시가라는 낱말까지 붙으면 진짜 어렵겠다, 국어시간에 배운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 같은 생각이 든다. 다가가기 어렵기만 한 이 고전시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다. 38년간 파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고전시가 멀미증을 치유해온 이미경씨의 <조선의 싱어송라이터>이다.


고전시가는 원래 악보가 있는 노래였는데 일제강점기에 시()는 문학으로, ()는 음악으로 강제로 분리되었다. 노래에서 멜로디를 빼앗긴 탓에 악보를 잃은 반쪽짜리 옛 노래를 만나고 있다.”(머리말에서 발췌)는 건 몰랐다. 고전시가를 고전문학으로만 배워 어렵고 재미없게 느낀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전시가와 현대가요를 연결해 사람들이 고전시가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마음 아주 잘 느껴졌다. 덕분에 몇 백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작가는 16개의 챕터에서 고전시가와 가요를 각각 한 곡씩 묶어 총 32개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유사한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는 두 곡을 기가 막히게 연결했고, 시대적 배경과 역사는 물론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 수 있게 했다. 대표곡을 뽑아 챕터의 부제에 넣긴 했으나 각 예술가의 생애가 서술되기에 여러 곡이 등장하고 비슷한 심상을 노래한 다른 작품도 곁들여 더욱 풍성하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고전문학 시간이 마냥 지루한 고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성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이 책이 흥미로웠고 작가의 서술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1부에서 눈에 들어온 챕터는 추사 김정희의 <도망시>. 얼마 전 어떤 드라마에서 언급된 적이 있어서 처음 알게 된 시다. 언뜻 어디론가 도망친다는 뜻인가 싶었는데 한자로 도망(悼亡)은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슬퍼한다는 뜻이다. 김정희 하면, 추사체를 만들었다는 것과 제주도에 유배 가서 그린 세한도정도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되었다. 유배 생활을 하며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은 애정 표현과 투정이 난무한다. 허허, 조선시대에 양반이 이런 표현을? 싶었고 절절함이 훅 다가왔다.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놓았소.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 내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 아래 거름되라고 묻어주었소.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


귀양살이를 뒷바라지하던 아내의 지병이 위중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김정희는 걱정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아내는 그것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편지를 보내고 한 달쯤 뒤에야 아내의 부고를 받은 김정희는 거처에 위패를 만들어 모시고 추모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아내를 간병하지도 못하고 직접 배웅하지도 못한 비통함을 담아 도망시를 썼다.


뉘라서 월하노인께 명부의 일을 아뢰어

다음 생에는 금슬의 연분 서로 바꾸리오.

천 리 먼 곳에 나 먼저 가고 그대 홀로 남아

비로소 이 애끊는 심사를 그대 알련만.


김정희는 아내 사후 6년 뒤 제주도 귀양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절망의 시간을 담금질하여 완성한 것이 추사체이다.


도망시의 가요 버전은 임재범의 내가 견뎌온 날들이다. 임재범의 아내는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다가 마흔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모든 대외 활동을 멈추고 아내를 애도했다.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은 역시 노래와 무대였다. 7년의 공백 끝에 낸 정규 7집 앨범 <SEVEN,>의 수록곡 <내가 견뎌온 날들>에서 임재범은 아내가 슬퍼하지 않게 잘 견디겠다고 약속한다.


이 두 곡을 나란히 놓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p.122


김정희는 9년의 유배 끝에 돌아왔다. 집으로, 하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임재범은 7년의 침묵 끝에 돌아왔다. 노래로,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애절한 도망시는 남았다. 견딜 수 없었던 날들을 견디며 쓴 기록. 우리는 그 기록을 읽고 들으며, 슬퍼하고 위로받는다. 시대는 달라도, 사랑이 예술을 만든다는 진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예술은 결국, 남겨진 자의 언어다.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노래로, 사랑의 잔향을 기록한다. 김정희의 붓끝이 남긴 한시와 임재범의 목소리가 남긴 울음은 모두 한 인간의 간절한 사랑의 형상이다. 그들의 작품은, 결국 잃음의 자리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울림을 준다. 그래서 두 남자의 작품은 사랑하고, 잃고, 견뎌낸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술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렇게 각 챕터마다 대구를 이루는 두 곡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했다. 이 책을 선택했다면 고전시가를 잘 몰라도 좋아하는 곡이나 가수가 보이면 그 챕터부터 먼저 읽어보자. 자연스레 고전시가의 음률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2부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챕터는 허난설헌과 김광석이다. 그들의 접점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허난설헌의 문학적 재능은 빼어났다. 허난설헌 사후에야 조선의 선비와 문인들은 그녀를 칭송했으면서도 그 천재적 능력을 폄하했다. 동생 허균이 극히 일부 작품만 옮겨놓았다는 <난설헌집>에는 한시 210여 수와 산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시대는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했으며 기어이 살해하고 말았다.


허난설헌의 오언고시 곡자에는 어린 남매를 잃은 어미의 처절한 슬픔으로 가득하다. 남매를 잃은 후 시댁의 구박이 심해졌고 뱃속 아이마저 잃고 만다. 작가는 곡자에서 또 다른 슬픔을 감지했다. ‘곡자가 아이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자 세상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유언장으로 읽었다.


지난해에 애오라지 딸아이를 잃더니

올해에는 사무치는 아들마저 잃었네.

아아, 서럽도다 광릉의 푸른 언덕이여.

나란한 두 봉분이 쓸쓸히 마주 섰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스산한 바람 울고

소나무 가래나무엔 인혼 불빛 어른거리네.

지전을 사르며 너희 넋을 부르고

너희 무덤에 검은 술 올리어 제하노라.

응당 알리라, 너희 오누이 혼백이

밤이면 밤마다 서로 의지해 노니는 것을.

설령 태중에 아이 깃들었다 한들

어찌 온전히 자라기를 바라리오.

부질없이 황대의 비가를 읊조리니

피눈물로 통곡하며 그 소리마저 삼키네.


작가는 허난설헌의 곡자와 김광석의 일어나를 나란히 놓은 챕터의 제목을 내 작품의 제단에 나를 바치다라고 이름 붙였다. 다른 시대, 다른 성별의 두 아티스트는 모두 자신이 낳은 작품에 희생 제의로 바쳐졌다고 했다. 그들의 슬픔은 개인의 울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었고, 다음 세대에 공감의 씨앗을 뿌린 행위였다고 썼다.


이 챕터에서는 두 아티스트의 여러 작품을 언급하며 그들의 생애를 망라하여 설명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김광석의 일어나는 삶의 허무함과 답답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러기에 더더욱 봄의 새싹들처럼얼음장을 뚫고 일어서자는 활기차고 힘찬 노래라고 했다. 작가는 그들의 접점을 같은 방향성에서 찾았다.


p.219

사람이 슬픔을 견디는 방식, 상실을 기록하는 방식, 그리고 절망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마지막 몸부림까지.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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