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파링 파트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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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령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집 <나의 스파링 파트너>가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장편소설 <의자 뺏기>로 제 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로 제 10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주로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는데 이번 책 <나의 스파링 파트너>도 주인공들이 모두 청소년이다.

 

이 소설집에는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어른들 눈엔 청소년들이 뭔 걱정이 있겠나 싶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걱정과 고민이 많다. 어른도 분명 청소년이었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지금에 와 돌아보니 그 때의 고민은 별것도 아니었던 것만 같다. 하지만 인간이 어디 그런가? 자기 앞에 닥친 문제가 가장 커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고 청소년 시기에 하는 고민은 우주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작가가 소설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그들이 집과 학교에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어른이 보기엔)소소하지만 (그들에겐 몹시도)커다란 것들이다. 그러니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다. 자신과 유사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이고, 현재 괴로움이 있다면 그 크기가 한결 줄어들 것이며, 막막해 보였던 문제의 물꼬를 틀 힌트도 얻게 될 것이다. 청소년 소설이라 해서 꼭 청소년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학부모들이 읽는다면 자녀의 마음을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엿볼 수도 있겠고, 자녀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어보기에도 적당한 책이다.

 

섬세한 감성들을 드러내기엔 여학생이 적당했는지 주인공은 대부분 여학생이다. 표제작 나의 스파링 파트너의 주인공만 남학생이다. 범생이 스타일인 현민이 어느날 친구의 담배 하나를 몰래 가져와 으슥한 곳에서 피우려고 하다가 우연히 성추행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 자리를 피하다가 떨어트린 휴대폰을 3층에 사는 기주가 주웠다면서 가져다준다. 그 일로 기주는 교묘하게 현민이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듯 몰아세우며 협박하기에 이른다. 억울하지만 현민은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기주에게 끌려 다닌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등장인물들은 다 학생인데 어쩜 야비한 면모를 드러내는 아이들이 있는지 사실 놀랐다. 더 이상 학생들과 접하게 될 일이 없어져서 2000년 이후에 출생한 그 아이들과 나는 영 세대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또록또록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옹골찬 아이들을 보니 놀랍고 기특하단 생각이 드는 한편, 기주나 수아가 집으로 가는 시간의 수아같은 아이들을 보면서는 다른 이유로 또 놀라웠다. <90년생이 온다>는 책으로 90년생들의 의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알았듯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해볼 기회가 없으니 이번 책으로 그들의 생활이나 사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비록 소설이지만 말이다.

 

현민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목처럼 그 아이는 기주를 자신을 단련시킬 스파링 파트너로 여기기로 마음먹는다. 쓸데없이 겁먹고 막연한 두려움에 떨던 자신을 떨쳐버리려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현민은 아빠와의 관계가 서먹하다. 아빠의 강요 아닌 강요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캐나다에 홈스테이를 갔다가 집안 형편으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어서 4년 만에 돌아오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아빠와 헤어져 있었던 시간의 공백때문에 서먹한 것만은 아니다. 현민은 대놓고 아빠가 싫다!”고 말한다. 모든 일을 경제적 논리로만 귀결시켜며 18번 멘트는 쓸데없이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지시만 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옹호해보려 해도 자녀들에게 강요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현민아빠의 편을 들기는 좀 민망하다. 소설은 현민이 기주의 의뭉스런 태도에 대항하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끝이 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동생 현선과 함께 맨홀에 빠진 길고양이를 구하러 나가겠다는 행동에 쓸데없는 짓거리들 말고 들어가라고 윽박지르는 아빠에게 현민은 이렇게 말한다.

 

쓸데없고 있고 정도는 저도 판단할 줄 압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 아닙니다.”

 

현민이 기주를 스파링파트너로 삼겠다고 한 것과 억압적인 아빠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 것은 어른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마이 페이스의 주희가 내 페이스대로걷는 마지막 장면 역시 유사성을 띤다. 친구 하정의 말처럼 이렇게 사는 사람’, ‘저렇게 사는 사람을 긍정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부모가 제시하는 한 방향 말고.

 

그 외의 소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도 자신의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하려고 애쓴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시기, 그 어정쩡한 자리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한 주인공들의 무대에 독자도 같이 서 보게 하는 기회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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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 영리한 자기 영업의 기술
박창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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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능력이 얼마 정도 가격에 팔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 저요?

... 값을 매길 수가 없군요...

이것은 다분히 중의적인 표현이? 아니, 아니다!

질문부터가 잘못됐, 아니 번지수가 틀렸다.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나를 팔겠단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첫 문장은 나에게는 논외로 하고 리뷰를 써야겠다.

... 리뷰의 시작이 너무 비관적인가?

조금만 참아주시라~

 

독자의 상태는 참으로 거시기하지만, 이 책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의 저자 박창선씨는 쌈빡하다. 디자인 비전공자로서 디자인계에 몸담은지 6년째, 홀로 북치고 장구치는 1인 기업가요, 브런치 대상을 수상한 글빨되는 작가님이시다. 이 책도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라 한다. 제목으로 예상가능하듯 이 책은 영업책이다. 자신을 브랜딩하여 남에게 팔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하는 책이다.

 

아하! 그런 묘안이?

있다!

작가가 직접 맨땅에 헤딩하며 발로 뛰고 맨몸으로 구른 실전경험들을 풀어낸 책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나이도 능력도 애매한 사람들 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읽는다면 분명 도움 많이 받을 수 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작가처럼 디자인 쪽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실전에 바로 써먹을 만한 내용들도 수두룩하다.

여기까지 읽고 혹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밝힌다.(TMI일 수도 있겠지만~) , 당신에게 해당사항 없는 책은 왜 읽었고, 리뷰는 왜 쓰는 거요?” 라고 궁금해 할까봐...

 

이 책은 RHK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이다.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면 나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랑 별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했을테니까. 그런데 타의로 책을 받다보니 평소 관심 없거나 전혀 생소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된다. 이것은 장단점이 있다. 이번 책은 단점이 많을 거라 예상하고 읽었는데 장점이 많은 책이었다. 컴퓨터로 디자인 하는 것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뭐라고 평가를 할 수 있겠나? 게다가 똥손이라서 책 만들기 과정의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조작하지 못해 접은 주제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제목처럼 우리 자신을 상품화하여 시장에서 잘 팔아보자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례를 들 때 디자인관련 내용이 나오긴 해도 전반적으로는 자기계발서의 느낌에 가깝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자신을 영업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이 책의 독자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내용은 꽤 있었다. 원해서 잡은 책이 아니어도 책에서 영양가 있는 내용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 무엇보다 작가의 분류, 정리벽 덕에 책이 깔끔하다. 세 파트로 구성된 각 장에 소제목이 있고 그 아래 주제어를 둔 다음 본문 내용이 나온다. 본문에서도 주요 부분은 노랑 형광색으로 줄을 그어 주고 요약이 필요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딱딱 정리를 해준다. ‘영업을 완성하는 디자인이라는 회사의 모토가 이 책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part 1 능력 팔아 기회 얻기 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팔기 위해 스스로를 진단해보자고 한다. 장단점을 파악하고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하여 분명 숨어 있을 남과 다른 특별함을 끄집어 내보자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많이 벌면 금상첨화일 것인데 아다시피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 자신도 좋아하는 일을 능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현실적 합리화일 뿐이라고 하며 이렇게 하자고 권유한다.

 

p.71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현재 상품 가치가 없고 잘하는 것은 명확한 상품가치가 있습니다. 일단 있는 상품부터 팔아서 기회를 만드는 편이 더 좋습니다. 돈도 벌고 시간도 벌고 기회도 벌고 좋아하는 것도 지속할 수 있죠. 그러면서 남는 자원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발전시키며 팔아먹을 수 있는 능력인지 실험해 봅시다. 꼭 능력으로 전환이 안 되더라도 다양한 취미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좋은 경험과 추억 정도는 가져갈 수 있겠죠. 낙담하지 마세요.

제일 안 좋은 케이스는 할 수 있는 능력은 내팽개치고, 좋아하는 일만 쫓아다니면서 돈이 안 벌린다고 주저앉아 울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상품은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 자꾸 엉뚱한 곳에 한눈팔지 마세요. 손안에 있는 상품을 파는 게 우선입니다.

 

Part 2 생각 팔아 마음 사기 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끄집에 내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넓게 보면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영업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므로 어떻게 그들을 사로잡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표현력이다. 그런데 이 표현력이라는게 흔히들 책을 많이 읽으면 된다고들 하거나 연습,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이미지화해서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지, 그것을 고객에게 표현할 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팁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파트는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고 활용해볼 수 있다. 적당하고 즐거우며 이기는 대화의 팁을 살짝 엿보자.

 

- 꼰대짓을 너무 무서워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조언을 남발하면 오지랖이 됩니다.

- 대화의 기조는 상대를 인정해주는데서 시작합니다.

- 상대방이 끄덕이며 잘 들어준다고 해서 내 말에 모두 동의한다거나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먹히는 말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문을 열어둔 다음에 해야 합니다.

- 상대방을 공격할 생각이 아니라면 반드시 돌아올 대답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part 3 상품 팔아 돈 벌기 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십분 활용하여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내용이다.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이 파트의 마지막 즈음에는 일이 잘 안 풀려서, 즉 돈이 안 벌릴 때 자학하지 말고 이렇게 해보자고 한다.

 

모든 욕망을 충족시킬 순 없습니다 성장은 스스로 하는 겁니다. 돈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고요.

선량하게 목표를 달성해 봅시다 선량을 퍼준다는 마음 대신 선을 지키고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선의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호감과 구매의사는 다릅니다 선호도와 판매도는 필히 연관성을 갖지는 않습니다.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합니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게 많다면 소화기관과 허리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재무 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합시다 통장에 돈이 없다면 일단 재무 계획부터 다시 냉정하게 세워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대는 손대지 않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자신을 만들어 팔려고 노력하는 동안 너무나 열심히 일하느라 가까운 사람들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이 책은 끝이 난다.

 

"당신이 소비자나 클라이언트에게 탈탈 털리고 돌아왔을 때 기댈 곳은 그들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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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형태 - 여태현 산문집
여태현 지음 / 부크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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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형태라? 다정함에는 어떤 모양이 있다는 걸까? 여태현 작가의 산문집 <다정함의 형태>는 제목에 끌려 출판사 이벤트에 신청해서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나는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다. 호불호를 표현함에 있어 너무 명확해서 단호박이라 불리기도 한다. 좀 다정하게 표현, 말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는 다정함에 대해 알고 싶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분하고 있고 각각의 제목은 이러하다.

첫 번째 이야기. 다정함의 형태

두 번째 이야기. 나를 다정하게 만드는 것들

세 번째 이야기. 체온, 그 다정함

 

작가는 자신만의 섬세함으로 다정함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에세이이므로 당연히 문장마다 그의 취향이 뚝뚝 묻어난다. 활자만으로 느껴지는 작가의 감성은 아주 예민한 것 같다. 여기서 예민하다는 의미는 긍정이다. 사물 하나하나에도, 사람의 목소리와 말투와 손의 촉감 하나하나에도 자신만의 섬세함으로 느껴낸다. 그런 예민함이 있으니 이런 글들도 쓸 수 있는 것일 터이다.

 

작가를 다정하게 만드는 것들사전-사랑의 정의 편에서는 직접 사전을 찾아본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에서는 부산에 여행을 자주 간다고 하는데 보수동 헌책방에서 고른 사전을 열어 맨 처음 찾아본 단어는 사랑

1992년에 펴낸 사전에 정의된 사랑은 이렇다.

 

사랑 : 1) 하는 일 또는 그러한 마음. 연애. 2) 아끼고 위하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몹시 따르고 그리워 따듯한 인정을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3) <> 하느님이 사람을 불쌍히 여겨 행복을 베푸는 일. 4) 일정한 사물에 대하여 몹시 즐기거나 좋아하는 마음

 

이 사랑의 정의 부분을 사진찍어 SNS에 올렸더니 메시지가 왔는데 1987년에 편찬된 사전의 표지와 사랑의 정의였다고 한다. 그 메시지 내용은,

제가 가진 사전보다 작가님이 가진 사전의 정의가 더 아름답네요. 그 시절에 사전을 만든 이들의 정의. 낭만적이야.’ 라고.

작가는 그 메시지를 받고 모든 시대에 편찬된 사전을 뒤져 사랑의 정의를 모조리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전에 사랑의 정의를 적는 사람과 87년도에 정의된 사랑의 의미를 찍어 보내주는 사람 중 과연 누가 더 낭만적인가에 대한 생각도 한다.

 

둘 다 참으로 낭만적이구나 싶었고, 나도 집에 있는 사전 두 개를 꺼내 시옷부분을 펼쳐보았다. 87년도에 정의된 사랑은 우리집에 있는 <동아 참 국어사전> 2000년 판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는 금성출판사의 2004년 판 <훈민정음 국어사전>이다.

 

 ↑↑ 1번으로 나오는 정의에 굳이 "성적으로 이끌려"라고 한정한건지ㅠ

 

세 종류의 사전에서 찾은 사랑의 정의 중 작가가 보수동 책방에서 고른 사전의 정의가 가장 문학적인 느낌이다. 책을 읽다가 작가처럼 사전을 찾아본 나는, 낭만적인걸까? 그건 아닌 것 같고 그저 무언가를 읽고 확인해보길 좋아하는 성격일 뿐...

 

작가를 다정하게 만드는 것들 중 이상해씨 인형, 양말, 목폴라, 장갑은 모두 촉감과 관련있다. 따듯한(작가는 따뜻한보다 따듯한을 더 선호하는 듯~) 느낌을 주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중 양말을 표현한 부분은 유난히 그러했다.

 

p. 59

한겨울, 침대에 앉아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따듯한 양말을 신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그 보들보들한 감촉, 당신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손수 고른 양말을 세 켤레 정도 선물합니다. 사이즈도 크게 나뉘지 않고, 튀는 양말이 아니고서는 취향을 타는 법도 잘 없습니다. 게다가 따듯하기까지. 혹시 지금 누군가의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양말. 무조건 양말입니다.

 

작가의 취향이 드러나는 영화에 대한 부분에서는 십분 공감하며 읽었다.

 

p. 102~103

주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불을 끌어안고 보는 영화도 좋습니다. 혼자 영화를 봐서 좋은 점은 역시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 수 있고, 화내고 싶을 땐 화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세계에 온 힘껏 젖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 오랜 여운을 느끼는 편입니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영화의 여운을 느리게 소화시킵니다. 한 인간의 단편적인 생애를 이해하는 데에 영화나 소설을 탐닉하는 일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 …… )

잘 만든 영화는 모든 장면과 대사, 배경이 각각의 의미를 내포하기 마련입니다. 해석하는 것 역시 관객의 몫이라서 나는 종종 감독이 의도한 것 이상을 읽기도 합니다. 영화가 가진 오독의 묘미입니다.

 

정답 찾기 교육의 폐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는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찾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게 참 우스운 꼴이다. 내 이해가 맞는지 틀렸는지 감독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의도를 맞게 해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오독이라해도 뭐 어떤가. 영화를 보며 내 마음대로 해석한들 뭐 어떠랴 생각해봤다.

 

세 번째 이야기. 체온, 그 다정한 은 주로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선인장 화분에 물을 일주일에 두 스푼만 줘도 무리없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며 연인 J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J에겐 정량이 없다. 일주일에 두 스푼을 줘야 하는지, 다섯 스푼을 줘야 하는지, 아님 이주일에 한 스푼이면 족한 건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정해진 권장량이 없으니 조심해서 급수해야 한다. 다정함이 과하면 어딘가 잘못될 수도 있었다.’

 

또 자신을 무한히 다정하게 만들던 사람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한다.

죽을 만큼 사랑하면 정말 내 정신건강과 상관없이 늘상 다정할 수도 있을까. 오랜 시간 내 삶을 괴롭혀온 질문이었다. 시종일관 다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은 오히려 마음 어딘가가 병들어,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태일 거라고 제멋대로 짐작하기도 했다.’

 

작가에게는 다정함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던 때도 있었으며, 다정함은 더 큰 다정함으로 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고, 언젠가 연인이 심어둔 다정함이 지금 이렇게나 자랐다고, 그런 마음이 있단 거를 알려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누군가에게 영영 다정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동안엔 세상이 좀 더 살만하게 느껴지기도 할 거라고 다. 그리하여 작가는 온 힘을 다해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린 우리를 평화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다정한 표정을 갖게 될 거라고 했다.

 

작가는 다정함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책 한 권을 써냈다. 그런데 나는, 제목만 보고 다정함을 다정한 말투하나에 한정지었다. 이 상상력 부족 역시 정답 찾기 교육의 폐해인 것으로 합리화해야겠다. 작가는 다정함을 사랑과 연애를 넘어 이 세상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예민한 감성을 내 감성에 이식하고 싶지만, 뾰족뾰족해져서 그 틈이 너무 깊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그 크랙 사이를 조금은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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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문희정 지음, 문세웅 그림 / 문화다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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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는

누나 문희정씨가 글을 쓰고

남동생 문세웅씨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책 표지를 열면 처음 나오는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딸로 태어나,

딸을 낳아 엄마가 되었으니,

언젠간 친정엄마가, 

외할머니가 될테지요...

 

그 길을 먼저 걸어가시는 친정엄마의 뒤를 한발한발 따라 걷는 행운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문희정 작가의 따뜻한 이야기가 이 그림책에서 펼쳐집니다~~

혹여 엄마가 없었던 사람이라면,

딸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슬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작가는...

그래서 책의 마지막에 이런 멘트를 남깁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시절이거나, 이제는 받을 수 없는 보살핌이라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훗날 내가 줄 수 있는 그저 '사랑'에 대한 책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 이 그림책은 꼬옥 직접 사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손닿는 가까이에 두고 그림 한편한편을 감상하면 좋겠고,

친정엄마에게 선물해 드리거나 같이 펼쳐보며 옛이야기를 해도 좋겠고,

어리든 사춘기든 딸이 있다면 그 아이 낳을 때의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고,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면 형제자매와 이 책을 같이 보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려보면 좋겠어요.

이처럼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좋아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엄마는!!

그림책 리뷰를 쓸 때 그림 사진을 최대한 적게 올리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번엔 세컷만 골랐습니다.

이 책의 그림은 모두 흑백이지만 각 장면마다 다르게 채색이 됩니다.

 

누구나 이런 장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옛날 사진첩 열어보면 엄마와 뭔가를 하고 있는 사진 말이죠~~

저마다 색은 달라도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만은 같겠지요.

 

 

 

아래 그림속 텍스트는,

 

"엄마는 딸이 데려가는 모든 곳이 신기하고 좋았다."

 

입니다.

 

 

성인이 된 딸은 엄마를 친구처럼, 아이처럼 대했고 어디든 손잡고 걸었다고 합니다.

딸이랑 친구처럼 걸으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요, 엄마의 옆모습은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왜일까요?

텍스트와 느낌이 다른듯한 그림은, 글쓴이와 그린이가 달라서 일까요?

동생이 일부러 이렇게 그린 걸까요?

많은 사진들 중 생각에 잠긴 엄마의 옆모습을 찍어둔 것이 마음에 들어 골랐을까요?

제 눈에만 엄마가 쓸쓸해 보이는 걸까요?

저만의 해석을 해보자면,

엄마는 딸과 여러가지를 함께하니 참 좋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으려니 나이 많은건 소용이 없고, 도리어 아기가 된 기분이 든게 아닐까... 싶네요.

 

 

작가는 결혼하고 첫 생일상을 받은 후 며느리가 되어,

시댁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게 되었을 때!

작가는 엄마에게 미안했고,

그때부터 매년 자기 생일날 엄마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생일에 저 태어난 걸 축하받는 날이라고만 생각했지 낳아주신 엄마에게 감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중 자신의 생일에 엄마에게 꽃다발을 보내는 사람이 몇명쯤은 있을 것 같네요.

올해 생일에는 저도!!

친정엄마에게 처음으로 꽃선물을 보내려고요~~

안타깝게도 이 책처럼 부러운 모녀관계는 아닙니다. 엄마와 살뜰한 사이도 아니고요.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엄미는 늘 생존현장에 있었고, 남들 다 노는 공휴일에도 쉬지 못 하셨죠. 억척스럽게 일만 하느라 가족들과 뭔가를 같이 해본적이 없었어요. 경제적으로 빡빡했던 삶은, 맘의 여유를 허락할 틈도 내주지 못했던듯 합니다. 엄마와 손잡고 어디를 다녀본 기억이 없고 결혼후에는 내 가정 꾸리느라 또 정신없이 살았네요.

그간 무정한 딸이었는데 갑자기 다정한 딸로 변신할 순 없겠지요. 이 책 덕분에 꽃선물도 드리고 그림책도 같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의 그림들은 색이 없음에도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워낙 세밀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채색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채색의 시간은 추억어린 시간들을 소환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겠지요.

내용 역시 우리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있잖아요~~

엄마와의 좋은 기억이든 그렇지 않은 기억이 있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가슴 한구석에서 따듯한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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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10주년 기념 특별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0여 년 동안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꽤 읽어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2006년부터인 듯하다. 시작은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이었다. 당시 힘들었던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벗어나보려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동원했었다. 용하다는 철학관에 가서 사주팔자를 보기도 했고, 종교기관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지는 않았으나 심각하게 고려하기는 했었다. 결국에는 책을 선택했고 <사람풍경>에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책으로 마음공부를 하는 나만의 방식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계속 잡게 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책에서 만난 국내외의 정신과 의사, 상담사, 심리학자들은 나에게 자신의 상담 사례를 친절하게 들려주었다. 그 사례들 중 나와 유사한 것을 접목해 치료받는 다고 여겼고, <미움 받을 용기>를 통해서는 남과 나와의 거리두기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 (가족도 포함, 나를 제외한 모두)의 문제를 너무 내 문제로 삼는 것이 내 고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책 <프로이트의 의자>는 읽어야할 목록에 넣어두고서는 어쩐 일인지 계속 순위에서 밀려난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프로이트는 심리나 상담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학자다. 이 유명한 책을 그동안 왜 읽지 않았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앞서 밝힌 대로 심리관련 서적으로 처음 읽은 책 <사람풍경>에서 김형경 작가는 자신의 정신분석에 대해 밝혔고 프로이트의 방어기제와 관련한 내용 위주로 풀어나갔다. 프로이트의 저작을 직접 읽지 않았음에도 그 책이 프로이트에 대해 이해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그 후 많은 책들에서 기본적으로 인용되는 프로이트의 이론, 그리고 인간발달이론 공부를 하며 수박겉핥기 식으로 외웠던 자아, 초자아를 포함한 방어기제 등등...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프로이트에 대해 자세히 공부한 적 없으면서도 마치 다 아는듯한 착각 속에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프로이트의 핵심 이론을 잘 정리한 이 책을 뒤늦게 읽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의자>를 읽으며 어쭙잖게 알고 있던 프로이트 관련 지식들을 정리, 복습할 기회를 가졌다. 어쭙잖음에도 불구하고 복습이라 표현한 이유는 오랜 시간 이 책 저 책에서 만났던 프로이트 이론들이 영 사라진 게 아니라 머릿 속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잘 안다는 뜻은 또 아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과를 전공할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한다. 프로이트에 관심이 있거나 정신분석에 관해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다. 쉽게 쓰여 있다고 해서 내용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 정도언 박사의 말처럼 어려운 것을 더 어렵게 쓰는 게 오히려 쉽다. 프로이트 이론 설명이 그리 쉬울리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투는 친절하고 부드럽다. 서술어가 존댓말로 끝나기 때문에 마치 상담 선생님과 직접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이다. 프로이트 이론은 시중의 심리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꼭 만나게 된다. 그런 책들은 상담 사례별 내용이라 프로이트 이론을 자세히 언급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책으로 읽은 후 다른 심리서적을 읽는다면 훨씬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저자는 국제 정신분석학회 정회원으로 국내 최초의 정신분석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분석으로 최고 전문가라고 보면 되겠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1장 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기

2장 무의식의 상처 이해하기

3장 타인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무의식

4장 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

 

 

책 속 부록 정신분석가와의 대화는 저자와의 Q&A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또 다른 부록 마음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에서 더 많은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 별책부록 "정신분석가들의 말"에 수록된 52개의 문장과 설명도 유용하다.

 

각 장들의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무의식에 관한 내용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무의식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의식을 누르고 있는 방어기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나간다. 저자는 방어기제를 살펴봐야하는 이유로 이렇게 말한다.

 

p. 74

내 마음의 진실을 알려면 내가 무엇을 방어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내 행동, 태도, 성격에 묻어나오는 방어기제를 잘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 시간에 하는 일 중에 방어기제의 분석이 중요합니다.

 

1장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마음 관련 다양한 이론들과 그 학자들을 소개한다. 프로이트의 정신성 발달 이론(구강기, 항문기, 오이디푸스기, 잠복기, 성기기)는 이제 빛을 많이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에릭슨의 정신사회적 발달이론이 활용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그 외 애착 이론분리 개별화 이론’, ‘상호주관성 이론등을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싸움터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가지 색상에 비추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정신분석이 우리를 치유하는 방법입니다.”

 

2장과 3장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그중 chapter 11 시기심, 질투 부분을 관심 있게 읽었다. 부러움, 시기심, 질투, 이 모든 것들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자기애적 생각도 강하고, 자본주의와 결탁한 미디어가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아서 쉽게 비교하고 절망하고 나아가 시기 질투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시기심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 발전하려는 의지로 삼으라고 한다. 챕터 마지막에는 항상 타인과 비교하는 것에 집착한다면 정신분석을 받길 권유한다. 분석가가 시기 질투를 느끼는 이유와 그 의미를 정신역동적으로 알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표피적인 이야기를 옆집 사람이나 친구처럼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면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저자는 인생 상담과 정신분석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정신분석에 대한 의심과 비판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정신분석 상담을 사칭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 곳곳에서 정신분석에 대한 오해를 풀려는 노력이 보였다. 이번 챕터에서도 그러했다.

 

p.173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은 짐작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신분석은 내가 말한 것에 근거해서 나에게 되돌려주는 과학입니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치료자는 위험합니다. 그러니 혼자 있을 때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는 연습을 꾸준히 하십시오. 그러면 길이 보입니다
.

 

 

3장에서는 가장 달콤한 무의식 - 사랑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부분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고 고개 끄덕여졌다.

 

p. 209

모든 사랑은 과거로부터 온 것입니다. 모든 사랑의 근원은 첫사랑에 있습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옛사랑을 다시 찾는 일입니다. 사랑은 퇴행적입니다. 현재같이 보이지만 과거로 돌아간 것입니다. 정신분석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랑은 과거가 현재에 덧입혀지는 전이 현상입니다.

 

첫사랑이라고 하니 어떤 것을 첫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 잠시 갸웃했다. 중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생님?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아빠? 어릴 때 나는 아빠같은 남자랑 결혼할거라며 큰소리 쳤었다. 다정다감하고 집안 일도 곧잘 하시는 아빠는 어린 내게 이상적인 남편상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물론 아빠의 다정은 자식에게만 해당되고 남편감으로는 별로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위 내용을 읽다가 잠시 첫사랑이 떠올랐고 책에서 말하는 첫사랑이 내가 생각한 첫사랑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그렇다면 그에 해당하는 내 첫사랑은 누구지? 한참 생각했다.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위 두 사람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놓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해당하는 남자가 내 인생에 없었다는 결론에 미치니 한편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나이에 사랑은 무슨? 하고 다음으로 패쓰~~

 

p. 211

사랑은 자신이 잘 달래야 하는 감정입니다. 상대가 처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속으로는 자꾸 나와 같은 사람이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쉽게 속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지 마십시오. 사랑은 결국 자기를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위 내용에 공감했다. 사랑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물론 책이나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며 사랑도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예전 영화나 책에서는 무조건적 사랑이 많이 등장하는데 요즘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실제로는 더욱더 그러한 듯하다. 사랑의 완성을 결혼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가만보면 대부분 조건 있는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남은 사람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멘트를 봐도 알 수 있다.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먼저 가냐?“고 한탄하는데 이것 역시 죽은 사람때문이 아니라 남은 자신이 더 걱정되어 튀어나오는 말이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이성간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라 이런 좀 잔인한? 결론에 이르렀는데, 사랑의 대상이 어떤가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인류애는 또다른 차원일 듯하다.

 

4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 에서는 독자가 정신분석 상담을 직접 받는 것 같은 분위기로 쓰여 있어서 앞 장들의 이론적 내용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p. 267

이 책은 독자의 시각에서 쓴 책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는 바로 독자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쓴 나는 저자이자 독자입니다. 책을 통해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마음의 속도만큼 자기 마음의 넓이와 깊이만큼 사물을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내 마음의 관리자가 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은 누군가의 포획물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내 마음을 알게 되면 내 마음속에 나의 지원자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저자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사람풍경>을 읽을 당시 나도 정신분석을 받고 싶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스스로 나 자신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었다. 많은 책들의 힘을 빌렸고 역부족에 무릎이 꺾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제법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알게 되었다. 한참 철지났지만 저자의 격려로 어깨 으쓱 올라갔다.

 

지금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다면? 자신을 추스르기 너무 어렵다면? 당장 정신과를 찾기에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면? 프로이트의 카우치에 누워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져보자. 정도언 정신분석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직접적 해결은 아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질것이다. 그러고나서 부록의 다른 책들로 넘어간다면 스스로 자신의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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