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거래 하실 분만 청어람 청소년 3
이송현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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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중고 거래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되었다는 중고 물품 거래를 나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다.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며 원하는 것은 다 구할 수 있다는 중고 거래 앱을 청소년이 이렇게들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책 <쿨거래 하실 분만>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중고거래 앱을 소재로 한 청소년 앤솔러지다. 4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송현 작가의 쿨하지 못해 다행이야는 짝사랑했던 남자가 선물로 준 스케이트보드를 팔려고 했는데 구매자에게 갑분? 강습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이재문 작가의 오늘의 무료 나눔에서는 운동화 매니아인 해수가 인기 없는 템을 팔기 위해 만난 재이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소비 생활을 돌아본다. 송우들 작가의 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에서는 다주의 엄마가 책 위대한 개츠비를 팔아버렸다. 그런데 그 책에 다주의 흑역사라 할 부치지 못한 연애 편지가 들어있었다. 다주는 엄마가 팔아버린 책을 되찾으려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 권이나 사게 된다. 구소현 작가의 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는 주인공 두영의 집에 친구인 한경이 가사 알바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들 속 청소년들의 일상에서는 중고 거래가 자연스럽다. 주 소재를 중고 거래로 삼았으나 역시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적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 가족, 친구 관계, 취미 등이 모두 들어있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간접적으로나마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 시기에 하는 고민들은 어슷비슷하다. 내가 예전에 힘들어 했던 것들을 여전히 하고 있다니 인간사란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가도, 아직도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소재라서 놀라웠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내 막냇동생은 나이키 운동화를 샀다가 되파는데 오늘의 무료 나눔의 주인공 해수와 닮았다. 학생이 운동화에 욕심이 많고 샀다가 비싸게 되팔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어른들의 소비 행태를 배운 것 같아 좀 부끄러웠다. 해수는 요즘의 소비 세태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이재를 따라다니다가 서서히 바뀐다. 희귀템을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값진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 그러면 안 된다는 잔소리 듣는다고 변할까? 해수는 중고 거래에서 귀인을 만난 거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을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같이 읽으면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다. 자신들의 소비 태도와 소설 속 에피소드와 비교해 보고, 그러다가 실수했던 경험이나 치부까지 드러나면 민망해 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서로의 고민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관계가 돈독해지면 금상첨화! 청어람 주니어 출판사는 청어람 청소년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번 소설집은 세 번째 책인데 요즘 청소년들의 밀착 다큐 같은 이야기라 학생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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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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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내 엄마가 이제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


<노간주 나무>를 소개하는 이 문장이 시선을 확 끌었다. 친정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말은 살인 미수에 그쳤다는 뜻인데 그런 엄마와 계속 같이 살 수 있나? 아들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 딸이 오해한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았는데 책을 읽을수록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싱글맘으로 아등바등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주인공 영주의 일상이 너무 위태위태했다. 산부인과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영주는 계속 수면부족 상태다. 야간 근무 후에는 잠을 자야하는데 집에 오면 아들 선호를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호가 이상하다. 유치원에서 쫓겨나고 돌봐주던 아주머니도 아이가 이상하다며 관뒀다. 보건교사로 이직하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영주는 20년간 연을 끊었던 친정 엄마를 찾기에 이른다.


옛날에 영주네 가족이 살던 노간주 나무가 있던 집으로 다시 이사 갔다. 친정엄마와 영주, 선호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는 오랜만에 일상의 편안함을 느꼈다. 친정 엄마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집안일과 육아를 맡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불안했던 영주가 드디어 안정을 찾은 것 같아 안심이 되는 한편 이렇게 편하기만 할 리 없다는 의심이 슬금슬금 일었다. 영주는 육아와 가사를 엄마에게 맡겼으면서도 연신 엄마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때문에 독자에게도 그 감정이 전이되었다. 선호의 이상 행동으로 인해 엄마의 태도가 돌변하자 친절한 친정엄마 모드에서 예전에 자신을 계단에서 밀어 죽이려했던 엄마로 변해버렸고 영주의 불안감은 극으로 치닫는다. 아들을 지켜야 하니까.


사실 나는 아들 선호가 가장 꺼림칙했다. 쟤가 무슨 귀신에 씐 건가? 영주의 친아들이 아닌 것 같은데, 별별 가정을 하면서 선호를 뾰족한 눈으로 봤다. 좀 미안한 것이 아직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이잖아 싶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또 선호의 행동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선호와 친정 엄마의 이상한 행동들과 옛날에 노간주 나무와 연결되는 에피소드들은 그림 형제의 동명 잔혹 동화와 비슷해 섬칫했다. 끝날 때까지 이렇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소설은 오랜만에 만났다. 투 트랙으로 진행되던 서형사와 영주가 접점을 이루고, 영주와 친정엄마와의 비밀이 드러났지만 나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독한 현실이 소설 속에서도 펼쳐졌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노동력이 결국 친정 엄마이어야 하다니, 여성은 돌봄 노동을 천형처럼 타고 났단 말인가. 여성의 돌봄 노동은 여전히 폄하되고 폄훼되고 있다. 친정엄마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여자가 남자보다 집안일을 더 잘한다, 집에서 애 보는 게 뭐가 힘들다고 등등...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부모로서 분담해야할 양육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책임도 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자였다. ‘소설이니까 극적으로 표현했겠지.’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서 이보다 더한 사건들을 숱하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이 끔찍한 경험을 월등히 많이 겪는다. 엄마는 영주가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었다. 내내 수면 부족과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선잠을 자고 악몽을 꾸는 영주를 보며 안타까웠다. 엄마를 미워하고 부정했지만 영주는 엄마의 사랑이 고팠고 자신은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아 선호를 지키려고 발버둥 쳤던 것이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작가는 이 소설이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독자도 영주의 꿈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어떤 게 진실인지 헷갈렸고, 모성애는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말미에 선호의 입장을 서술한 부분을 읽으며 나는, 제발 선호만이라도 제대로 된 남자로 자라났으면 하고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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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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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왼쪽을 책임지던 누나 강메아리는 이제 없다. 메아리는 친구 두나와 워터파크에 놀러갔다가 워터 슬라이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산이는 제 왼쪽편에서 늘 잔소리 해대던 누나의 목소리가 벌써 그립다. 산이는 일곱 살 때 수심이 깊은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왼쪽 귀가 먹었다. ‘일측성 소아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산이는 엄마가 깨끗하게 닦아놓은 보청기를 끼고 혼자 등교해야 한다.


동화 <나비 도감>은 이렇게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어려움이 닥친다. 산이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아빠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죽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다. 엄마는 워터파크에서 1인 시위 하느라 바빠 이모가 한 번씩 산이네를 들여다보고 챙겨준다. 가족을 잃은 가정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나비 도감>은 제 25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으로 누나를 잃은 아이 강산이 그 상실의 터널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동화는 주인공 강산이 누나를 애도하는 과정을 독자가 찬찬히 따라가도록 한다. 누나의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는 산이가 슬픔을 견디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 견뎌내기 힘든 산이 곁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가 남겨둔 숙제를 하나하나 하는 동안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두나는 메아리 대신 산이를 챙겨주었다. 누나의 생일파티 준비는 서빈이 형과 산이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 반 친구들이 말해주는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나를 추억하는 한편, 누나는 죽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혼자 워터파크 놀러간다고 화만 냈던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잘못한 기억만 새록새록 날 뿐이지만 그것도 애도의 일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크기를 다른 사람이 가늠하기란 어렵겠지만 산이와 함께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누나를 애도하는 시간이 외롭지 않았다. 산이는 메아리나비라고 이름 붙인 연을 날리면서 슬픔도 함께 날려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가 쉬이 채워질 리 없다.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도 않는다. 상실을 겪은 이가 애도하고 싶은 만큼 하게 두어야 한다. 산이는 누나를 잃은 슬픔으로 힘든데 또 다른 고통까지 더해졌다. 누나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입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면수심의 말과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1인 시위를 하는 메아리 엄마의 모습에서 아직 진상규명이 다 되지 않은 저 참사의 가족들이 오버랩되었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시신을 수습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다 호랑이>를 봤다. 참사 11주기가 지났지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그저 눈물이 솟았다. 가족들은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그들의 애도는 다 끝났을까? 세월호 관련 기사나 이런 영화들에 그만 울궈먹으라고 하는 댓글이 여전히 달린다. 피해자 가족들은 양심 없는 자들의 목소리엔 귀를 막으면 좋겠다.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사랑하는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아프다.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괜찮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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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암실문고
김안나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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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혼혈이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SNS나 미디어에서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가십과 눈총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인종의 가마솥이라 불리는 나라지만 흑인 차별이 심하다. 소설 <어느 아이 이야기>에서 1950년대 초, 백인만 사는 마을에서 백인 여성이 흑인 혼혈아를 낳았다. 로자 파크스와 킹 목사가 버스 승차 거부 시위를 하기도 전이니 사람들의 시선이 어떠했을지 예상 가능하다. 게다가 아기 엄마 캐럴은 아빠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아이를 입양 보내겠다고 한다. 혼혈아를 낳은 여성 캐럴에 대한 주위의 평가가 어떨지, 그의 아들 대니얼이 무사히 입양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위는 한국계 오스트리아인 김안나 작가의 소설 <어느 아이 이야기>의 도입부다. 이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위 소개한 혼혈아에 대한 내용은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사건이라고 한다. 소설의 형식이지만 대니얼이 입양되는 과정은 사회복지국 직원의 일지로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작가 프란치스카가 대니얼의 아내 조앤을 만나 그 일지를 받아 읽어보게 된다. 사회복지국 직원 메를레네 빙클러가 대니얼의 입양을 돕기 위해, 엄마 캐럴에게서 친부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일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 일지 형식이 전체 분량에서 절반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직원이 너무 성실한데?’ ‘이렇게까지 인종적 특징을 찾아가며 친부를 찾아야 하나?’ 혹시 이 소설은 대니얼의 친부 찾기 미스터리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작가가 대니얼의 친부 정보를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알려줄 듯 말 듯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백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의 출산과 입양될 때까지의 일지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 자료를 접하게 된 소설가 프랜의 이야기와 중첩된다.


대니얼과 프랜은 혼혈이라는 말로 같은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짐작되는 대니얼의 친부를 외부(사회)에서 굳이 찾아주려고 했다. 대니얼은 신생아였으므로 선택권이 없었고 생모 캐럴은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당시 그린베이라는 소도시에는 혼혈 가정도 흑인 가정도 없었다. 대니얼은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양부모는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대니얼이 밝고 건강한 아이였다지만 그 지역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성장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소설 속 현재, 대니얼의 아내 조앤이 프랜에게 남편의 친부 찾기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프랜은 극구 잊으려, 지우려 애썼던 모계 쪽 뿌리에 가닿게 된다.


프랜은 엄마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은 외모를 무시한 채 자신의 정체성은 100% 오스트리아인이라고 장담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친할머니의 손에 키워졌으니 언어도 교육도 문화도 오스트리아인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남들에게 보이는 외모와 자신의 내면 정체성과의 괴리감을 모친을 부정하는 것으로 드러냈다. 엄마와 비교되고 동일시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혼혈 프랜이 한국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혼혈로 살아가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그런 식으로 엄마를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게 그 개인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혼혈일 때는 더하며 그럴 경우 뿌리라는 이름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기에 이른다. 프랜은 안개 낀 국도에서 가시성은 하나의 멍에라고 말한다. 안개의 본성과 목적이 보는 걸 방해하는 것이듯 관찰자의 눈을 멀게 만드는 게 가시성이라는 것이다. 모순적이지 않은가. 볼 수 있는 성질이 대상을 가로막는 역할까지 한다는 사실이.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느끼는 바이긴 하지만 혼혈로 살아보지 않고는 저 장면의 뉘앙스를 적확하게 알아챌 수는 없었다.


나는 프랜과 사회복지국 직원 메를레네의 딸 질비아와 나눈 대화가 더 공감이 되었다. 질비아의 놀고먹는 재주는 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어요.’라는 말이 프랜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서 무엇을 물려받았을지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규칙 속 예외이고 예외이자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부정해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도 외면하며 살았던 프랜은 대니얼을 통해 비로소 자신과 대면한다.


나는 엄마의 외모와 아주 많이 닮았다. 심지어 두상과 머리카락이 나는 방향, 잇몸의 생김새까지. 나는 위 장면에서 엄마를 생각했다. 나는 혼혈이 아니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떠나 살아본 적 없으며 나의 뿌리를 부모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혼혈이기 때문에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등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나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규칙과 예외가 한 문장 안에 있다고 한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저 말은 특수성만을 내포한 것 같았다. 그러나 유럽에 사는 한국계 여성과 1950년대 백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보편성을 지닌 말이다. 나 같은 한국 독자도 해당된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어느 나라 어느 인종이 읽더라도 자신에게 해당된다고 여길 만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유한 개인의 특수성도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며 읽는 독자가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서 왔는지 톺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자칫 교훈적으로 흐를 법한 소재를 이런 식으로 사유하도록 풀어낸 작가의 저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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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라운드 마음이 자라는 나무 45
설재인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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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꿈이 필요해요? 사실 전 그냥 하루하루 상처받지 않고 살고 싶어요. 그것도 엄청 힘들거든요."

   

 

어른들은 말한다. 꿈이 있어야 한다고, 일찌감치 꿈을 정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세워 한발한발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그런 말하는 어른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도달한건가? 아니오, 라고 답할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나 교사는 주구장창 말한다. 꿈을 가지라고!어른들은 실현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하라고 강요한다. 어른이 되어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못한다.

 

작가는 소설 <드림 라운드>에서 다르게 말한다. 미원복싱 김응민 관장의 딸 김온해를 통해서. 김응민 관장은 혼자 딸을 키웠다. 체육관에 딸을 두고 복싱을 했다. 온해가 복싱을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아침부터 조깅을 하고 복싱을 하고 체육관 청소도 했다. 온해에겐 대학 진학의 꿈이 없다. 그저 복싱이 전부다. ? 평생 해온 게 복싱이고 가장 재미있으니까. 고등학생이 된 온해는 이제 코치로서의 자질도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한다. 온해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아빠가 가스라이팅해서 정작 학생의 본분을 모른 채 복싱을 하고 있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대체 누가 누구를 재단하는가. '보통', '평범'이라는 범주 안에 드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린다. 온해는 자신의 삶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사람들의 비난에 놀라 가출을 했다. 가출해 숨은 곳이 같은 건물 교회였다. 거기서 목메 자살한 목사 문정호를 만난다. 그도 복싱매니아였다


둘의 기묘한 동거가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난 부분이다. 대형교회 목사 아버지를 둔 문정호는 자연스레 목회자가 되었다. 군대에서 발견한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인 복싱의 자도 꺼내지 못한 채 중년이 되었다. 온해는 그가 얼마나 복싱 덕후인지 알게 되고 목사의 코치가 되었다. , 여기서 이상하다 싶을 것이다. 문정호는 자살했다며? 그럼 시체와 동거를 했다는 거? 그것은 반전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 밝힐 수 없다.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온해의 친구라하기엔 뭣하지만 어쨌든 친구 오윤아도 소개해야 한다. 윤아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데 부모가 반대한다. 그걸로 성공할 수 없으며 밥벌이도 제대로 못할 거라는, 어른들이 맨날 말하는 그 이유로. 윤아의 부모는 몹시 강압적인데 그 나쁜 영향력을 온해에게도 제대로 펼친다. 온해가 아빠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낸 장본인이 윤아 부모다. 그들은 별일없이 잘 사는 온해 부녀를 왜 비난했을까? 온해는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사람들의 뒷담을 듣고 깨닫는다.

 

온해는 그렇게 사람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서서히 그 심리의 뿌리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배척, 그리고 배척은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온해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사람들이 김온해를 무서워했다는 사실이었다. 보편적인 공부란 걸 하지 않아도 잘 살 아이, 자신이 갈 수 없는 길을 걸어 보고자 하는 아이에 대해 사람들은 용기 있다며 치켜세우는 듯했지만, 막상 뒤에서는 공포 섞인 반감을 무럭무럭 키워 갔다. 그 길이 옳다고 판정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p.75 

남들 다 하는 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억지로 학원에 다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공감할 내용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하는 일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는 뜻이다. 나중에 뭐가 될지 누가 알겠나. 남들 하는 대로 해서 남과 똑같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삶이 즐거울까?

 

이 책은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한 아니, 뭘 할 때 자신이 가장 신명나는지를 모르는 이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제 백세시대라고들 한다. 학생들의 꿈이 여러 번 바뀌는 게 뭐 그리 문제일까. 수능 잘 쳐서 좋은 대학 가는 게 모두의 꿈이 될 필요는 없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도 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온해와 윤아 뿐 아니라 문정호를 등장시킨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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