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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평점 :

몇 년 째 서평단 활동을 하는 내게 어느 날 지인이 물었다. 그 일을 왜 하느냐고? 나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책 리뷰를 써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인플루언서 타이틀을 따기 위해 딱히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자문해보았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신간을 가지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다, 모두 욕심이 아닌가. 결국 내가 내놓은 답은, ‘책이 좋으니까!’였다.
10여 년 전 나도 책방을 열고 싶어 서울에 있는 독립 서점 혹은 작은 책방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동네 책방 관련 서적들도 섭렵했다. 물론 책방을 내지 못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여럿이었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절실함도 부족했겠지. 아니면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거나.
그런데 나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쓴 김승복씨다. 그 유명한 도쿄의 진보초에 최초로 한국어 책방 ‘책거리’를 낸 이다. 정세랑 작가는 그를 ‘토네이도’라고 했는데 나도 절대 공감한다. 일본에 유학 갔다가 한국문학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한국문학 전문출판사를 차리고 박경리,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했다. <토지> 전권을 완역 출간한 뒤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 책만으로 도서전을 열었다. 이 거침없는 행보, 토네이도답지 않은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탄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승복하고 말았다. 책방 한번 열어볼까 했던 얄팍한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제목대로 그는 결국 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한국 문학을 일본에 알리겠다는 첫 마음의 심지가 얼마나 깊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도 책을 읽는 게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족쇄를 걸고 싶어 서평단을 이용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저 책이 좋아서 한다.
그런데 김승복씨가 좋아서 하는 거라는 말은 나와 차원이 달랐다. 그가 해온 활동들을 보며 ‘소명의식’이 떠올랐다. 일본에 한국 문학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의 시작이 이토록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 말이다. 한국 문학과 일본 문학 사이의 가교가 되어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K-문학 전도사가 되었다. 그러니 다 좋아서 하는 거라는 말은 지극히 겸손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뤄낸 일들 모두 존경스럽지만 책방 주인으로 겪은 상황들도 인상적이었다. 김원영 작가의 책을 읽은 후 번역서를 내어 북토크 자리를 만들었다. 자신의 책방이 3층이라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올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러워했고 휠체어 탄 이들도 접근이 편한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결심한다. ‘역시 좋은 책은 여러 방면으로 행동하게 한다.’면서.
2015년 가을, 어떤 손님이 ‘요조’의 책을 찾고 있다고 했을 때 책방지기는 ‘요조’가 누군지 몰랐다. 그러자 손님이 가수 요조의 영상을 보여주었고 그가 원하는 책을 주문해주었는데 한글을 모르는 거였다. 늘 그랬듯 요조의 책을 번역했고 순서대로 북토크를 열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이라 서울에서 줌으로 진행했고 유튜브로 송출했다.
책방주인은 책을 많이 사주는 손님이 제일 좋다. 그런데 책방에서 읽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 일본인 손님이 있었다. 어찌어찌 그 손님이 책을 사게 만들긴 했는데 알고 보니 병이 있었다. 소통되지 않는 말들을 몹시 시끄럽게 하여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펜과 종이를 주어 말하는 대신 쓰도록 권유했다. 그렇게 그는 글쓰는 손님 하야미씨가 되었고 늘 자기가 쓰고 싶은 말을 써서 책방지기에게 주었는데 스태프들은 그것을 연애편지라고 불렀다. 코로나 때 책방 영업을 중단했을 때도 와서 문밖에서 쓴 것을 주고 갔다. 영업 재개 후 내부 구조 변경으로 하야미씨가 글을 쓸 공간이 없다며 절규하자 책방 아래층 카페에서 쓰도록 했다. 오늘도 책방지기는 하야미씨의 러브레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김승복씨의 책방 ‘책거리’의 역사와 책만 보고 달려온 그의 삶의 결이 오롯이 담겨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책이고 읽다보면 연신 엄지척 자세가 나올 터다. 또한 일본에 여행가면 꼭 들러볼 곳으로 ‘책거리’를 꼽을 것이 분명하다. 나도 세계 유명 서점 책을 보며 진보초에도 가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아직 못 가봤다. 꼭 ‘책거리’에 가보고 싶다. 아, 마지막으로 소소한 정보 한 가지! 책방지기님은 여자다. 나는 이름만 보고 남잔줄...ㅎㅎ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