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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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한 번 보세요! 오세요, 요세요!

제가 책 한 권 소개하려고요.

 

김연수, 정세랑, 백수린, 최은영!

다들 아시죠!

~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가들의 소설 읽어봤을 겁니다.

신형철, 이석원, 요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분들 누군지 알고 책도 읽어봤으리라 짐작됩니다.


책 소개 받고 싶으신가요? “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가 엮은 책 <같이 읽자는 고백>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사면 위에 언급한 7명에 30명을 더해 37명의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편지 좋아하는 사람, 글 읽기 좋아하는 사람, 유명 작가의 책 추천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패하지 않을 책입니다.

 

~ 저 지금 이 책의 컨셉 흉내 한 번 내봤습니다.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씨가 이 달의 큐레이터서비스를 만들어 유명 작가와 명사에게 책을 추천받고 편지까지 받았는데요, 책 추천의 조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1. 베스트셀러 추천이 엄격히 금지되고 

2. 자신의 저서나 관계자로서 관여한 책, 이른바 인맥 추천도 안 되며 

3. 이미 추천사를 쓰거나 거듭 자신의 채널에서 소개한 책도 제외해야 하고 

4. 책을 추천한 다음에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 통의 편지를 써야 한다.


저처럼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이 책으로 한 방에 37명의 편지와 책 추천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분명 여러분도 그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 소개가 어쭙잖아도 이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책을 소개하는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지 발송인들이 추천하는 책들 중에 여러분이 이미 읽은 책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편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성격 때문에 마치 나에게만 당도한 글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책 욕심 많은 저는 책 추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책에서 추천된 책들 중에 처음 만나는 책은 다 찾아봤습니다. 도서관에 있으면 빌리고 이용 중인 책구독 사이트에 있는 건 바로 서재에 담았지요. , 물론 현재 읽고 있는 책 수두룩하고 내서재도 책이 그득하지만 일단 담습니다. 일단 챙기고 봐야 뿌듯하니까요!ㅎㅎㅎ


그런데 더 뿌듯한 건요, 최근에 읽으려고 챙겨두었던 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을 소개했는데, 제가 얼마 전에 읽은 김선정 작가의 <멧돼지가 살던 별>에서 주인공이 읽은 책이었거든요.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서 저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추천받으면 찌찌뽕 하고 싶거든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아내가 <사랑의 역사>를 쓴 니콜 크라우스라는 정보까지! 이 책은 제 책장에 있는데 아직 못 읽은...


이렇게 책장에 있는데 못 읽은 책 중에 백수린 작가의 추천 책 <>도 있어요. 몇 년 전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된 진한 핑크빛 표지의 책인데 책장에 다소곳이 꽂혀 있어서 좀 민망했네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쓴 사람도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백수린 작가는 킴 투이작가의 빛나는 재능에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좋아하지 말아야지 했다가 다 읽은 후에 못된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저렇게 말한 거랍니다. 어떤가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의 매력이 소설이 지닌 톤과 소설이 가리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했어요. 저는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을 얼른 보고 싶은데 챙긴 책들이 너무 많네요. 읽지 않아도 벌써 배부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온라인 서재에 담은 책들이 있는데 제 책장에서 <사랑의 역사>, <두부>도 꺼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두부>는 박상영 작가가 추천한 책입니다. 조금 의외라서 궁금했는데 추천 제목에 내 삶의 각도를 조금 변하게 해준 한 사람에 대하여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죠? 그의 인생책이라고 하네요. 저는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전작주의자라고 할 순 없지만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김윤식 평론가님과의 인연에 대한 부분을 알고 싶어 <내가 읽은 박완서>를 사놓고 완독하진 못했습니다


<두부>에는 박 작가님이 평론가님과 외국에 문학탐방을 함께 했던 일화가 나옵니다. 박 작가님은 역사인물 중 고산자 김정호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느낌과 비슷하게 김윤식 선생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일에 사로잡힌 영혼에게 느끼는 외경과 연민이라고요.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윤식 선생은 <내가 읽은 박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소년처럼 무안하고 부끄러워 몇 번이고 숨고 싶은 심사였고. 모르긴 해도 고산자께선 모종의 사명감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치닫게 했지 않았을까. 참으로 딱하게도, 감히 고산자에 비견될 처지는 못 되지만 내겐 어떤 사명감도 없었음이외다. 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을 뿐이외다."


김윤식 선생은 둘 사이를 길동무라고 표현했는데 박작가님이 언급한 인간적인 약점이나 고뇌,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속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글을 인정하고 비평하며 길동무처럼 살아오셨다니 참말 아름다운 관계지요.


, <같이 읽자는 고백> 소개를 하다 말고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구요? 멀리 갔지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37통의 편지들에서 각각 한 권의 책만을 추천받는 것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하나의 책에서 뻗어나가는 길은 수십 갈래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편지를 먼저 읽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다면 37권을 읽겠지요. 그러나 앞서 신형철 평론가의 편지에서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뿐 아니라 니콜 크라우스까지 소개받았으니 두 부부의 책을 다 읽으려면 더 쌓일 거예요.


저처럼 책장에 모셔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낼 수도 있고, 추천 책과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어볼 수도 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책에 파묻히게 될 것이고, 분명 여러분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사은품 책갈피를 꺼내는 순간 감탄의 비명이 나올 겁니다. 저는 혼자만 들고 있기 아쉬워 지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좋은 책은 많이많이 전파해야잖아요~~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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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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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에는 단편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집의 느낌은 밝지 않으며 뿌옇고 모호하다. 등장인물들은 불안해 보이고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밝고 행복한 등장인물이 해피엔딩을 맞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였다면 뒷맛이 씁쓸할 수 있다. 우리 삶이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 즐겁고 행복한 소설을 읽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읽어야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사실 알고 있지 않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성공은커녕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고, 가족만큼 내 맘대로 안 되는 사람도 없으며, 그들이 가장 내 발목을 잡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을 보며 답답하고 한숨 나지만 나의 어떤 부분과 닮은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의무감이나 죄책감에 짓눌린 등장인물의 손등을 토닥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 자신을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여덟 편의 소설 중에서 나는 <미래의 끝>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동방생명 아줌마는 요즘 말로 하자면 보험 설계사다.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한 나절동안 아줌마와 같이 다니며 그녀가 하는 일을 보게 된다. 부모는 일상에 치여 바빠 아이는 혼자 있는 때가 많았다. 동방생명 아줌마는 아이에게 다정했고 고객들에게는 늘 예의를 지켰다. 제 엄마의 삶만 팍팍한 줄 알았던 아이는 아줌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 역시 만만치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에게 큰 일이 생겨 결국 엄마는 보험을 해약했다. 아줌마와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던 아줌마의 말을 떠올리며 어떤 더한 일이 생겨야 엄마가 아줌마를 찾을지 궁금했고 더 이상 아무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랐다.


아이는 보호자인 제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좋다. 그러면 아줌마를 볼 일이 없으니 아쉽다. 아줌마에게 연락할 일이 생겨 다시 만나면 좋지만 그것은 부모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사소한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게 만든 엄마의 가시 같은 말은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검열하게 했다. 아이의 죄책감은 아줌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차단한 것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시련이 닥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다. 도움이 필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서 말이다.’라는 문장은 뼈아팠다. 닥친 위기를 맨몸으로 쳐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굴 찾을 만한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이지 맞다. 시간이 없으니 주위를 살필 여력이 없다. 시야가 좁아진다. 가난한 이들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나 또한 어린 시절 내 부모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을 읽으며 마음이 편지만은 않았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힘겨워 소파에 드러눕거나 우두망찰 서있고, 조용히 입을 닫더라도 이후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가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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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거래 하실 분만 청어람 청소년 3
이송현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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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중고 거래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되었다는 중고 물품 거래를 나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다.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며 원하는 것은 다 구할 수 있다는 중고 거래 앱을 청소년이 이렇게들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책 <쿨거래 하실 분만>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중고거래 앱을 소재로 한 청소년 앤솔러지다. 4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송현 작가의 쿨하지 못해 다행이야는 짝사랑했던 남자가 선물로 준 스케이트보드를 팔려고 했는데 구매자에게 갑분? 강습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이재문 작가의 오늘의 무료 나눔에서는 운동화 매니아인 해수가 인기 없는 템을 팔기 위해 만난 재이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소비 생활을 돌아본다. 송우들 작가의 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에서는 다주의 엄마가 책 위대한 개츠비를 팔아버렸다. 그런데 그 책에 다주의 흑역사라 할 부치지 못한 연애 편지가 들어있었다. 다주는 엄마가 팔아버린 책을 되찾으려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 권이나 사게 된다. 구소현 작가의 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는 주인공 두영의 집에 친구인 한경이 가사 알바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들 속 청소년들의 일상에서는 중고 거래가 자연스럽다. 주 소재를 중고 거래로 삼았으나 역시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적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 가족, 친구 관계, 취미 등이 모두 들어있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간접적으로나마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 시기에 하는 고민들은 어슷비슷하다. 내가 예전에 힘들어 했던 것들을 여전히 하고 있다니 인간사란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가도, 아직도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소재라서 놀라웠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내 막냇동생은 나이키 운동화를 샀다가 되파는데 오늘의 무료 나눔의 주인공 해수와 닮았다. 학생이 운동화에 욕심이 많고 샀다가 비싸게 되팔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어른들의 소비 행태를 배운 것 같아 좀 부끄러웠다. 해수는 요즘의 소비 세태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이재를 따라다니다가 서서히 바뀐다. 희귀템을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값진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 그러면 안 된다는 잔소리 듣는다고 변할까? 해수는 중고 거래에서 귀인을 만난 거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을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같이 읽으면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다. 자신들의 소비 태도와 소설 속 에피소드와 비교해 보고, 그러다가 실수했던 경험이나 치부까지 드러나면 민망해 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서로의 고민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관계가 돈독해지면 금상첨화! 청어람 주니어 출판사는 청어람 청소년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번 소설집은 세 번째 책인데 요즘 청소년들의 밀착 다큐 같은 이야기라 학생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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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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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내 엄마가 이제 내 아들을 죽이려 한다.”


<노간주 나무>를 소개하는 이 문장이 시선을 확 끌었다. 친정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말은 살인 미수에 그쳤다는 뜻인데 그런 엄마와 계속 같이 살 수 있나? 아들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 딸이 오해한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보았는데 책을 읽을수록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싱글맘으로 아등바등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주인공 영주의 일상이 너무 위태위태했다. 산부인과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영주는 계속 수면부족 상태다. 야간 근무 후에는 잠을 자야하는데 집에 오면 아들 선호를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호가 이상하다. 유치원에서 쫓겨나고 돌봐주던 아주머니도 아이가 이상하다며 관뒀다. 보건교사로 이직하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영주는 20년간 연을 끊었던 친정 엄마를 찾기에 이른다.


옛날에 영주네 가족이 살던 노간주 나무가 있던 집으로 다시 이사 갔다. 친정엄마와 영주, 선호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는 오랜만에 일상의 편안함을 느꼈다. 친정 엄마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집안일과 육아를 맡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불안했던 영주가 드디어 안정을 찾은 것 같아 안심이 되는 한편 이렇게 편하기만 할 리 없다는 의심이 슬금슬금 일었다. 영주는 육아와 가사를 엄마에게 맡겼으면서도 연신 엄마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때문에 독자에게도 그 감정이 전이되었다. 선호의 이상 행동으로 인해 엄마의 태도가 돌변하자 친절한 친정엄마 모드에서 예전에 자신을 계단에서 밀어 죽이려했던 엄마로 변해버렸고 영주의 불안감은 극으로 치닫는다. 아들을 지켜야 하니까.


사실 나는 아들 선호가 가장 꺼림칙했다. 쟤가 무슨 귀신에 씐 건가? 영주의 친아들이 아닌 것 같은데, 별별 가정을 하면서 선호를 뾰족한 눈으로 봤다. 좀 미안한 것이 아직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이잖아 싶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또 선호의 행동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선호와 친정 엄마의 이상한 행동들과 옛날에 노간주 나무와 연결되는 에피소드들은 그림 형제의 동명 잔혹 동화와 비슷해 섬칫했다. 끝날 때까지 이렇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소설은 오랜만에 만났다. 투 트랙으로 진행되던 서형사와 영주가 접점을 이루고, 영주와 친정엄마와의 비밀이 드러났지만 나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독한 현실이 소설 속에서도 펼쳐졌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노동력이 결국 친정 엄마이어야 하다니, 여성은 돌봄 노동을 천형처럼 타고 났단 말인가. 여성의 돌봄 노동은 여전히 폄하되고 폄훼되고 있다. 친정엄마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여자가 남자보다 집안일을 더 잘한다, 집에서 애 보는 게 뭐가 힘들다고 등등...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부모로서 분담해야할 양육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책임도 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자였다. ‘소설이니까 극적으로 표현했겠지.’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서 이보다 더한 사건들을 숱하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 남성에 비해 여성이 끔찍한 경험을 월등히 많이 겪는다. 엄마는 영주가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었다. 내내 수면 부족과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선잠을 자고 악몽을 꾸는 영주를 보며 안타까웠다. 엄마를 미워하고 부정했지만 영주는 엄마의 사랑이 고팠고 자신은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아 선호를 지키려고 발버둥 쳤던 것이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작가는 이 소설이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독자도 영주의 꿈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어떤 게 진실인지 헷갈렸고, 모성애는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말미에 선호의 입장을 서술한 부분을 읽으며 나는, 제발 선호만이라도 제대로 된 남자로 자라났으면 하고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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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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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왼쪽을 책임지던 누나 강메아리는 이제 없다. 메아리는 친구 두나와 워터파크에 놀러갔다가 워터 슬라이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산이는 제 왼쪽편에서 늘 잔소리 해대던 누나의 목소리가 벌써 그립다. 산이는 일곱 살 때 수심이 깊은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왼쪽 귀가 먹었다. ‘일측성 소아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산이는 엄마가 깨끗하게 닦아놓은 보청기를 끼고 혼자 등교해야 한다.


동화 <나비 도감>은 이렇게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어려움이 닥친다. 산이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아빠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죽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다. 엄마는 워터파크에서 1인 시위 하느라 바빠 이모가 한 번씩 산이네를 들여다보고 챙겨준다. 가족을 잃은 가정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나비 도감>은 제 25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으로 누나를 잃은 아이 강산이 그 상실의 터널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동화는 주인공 강산이 누나를 애도하는 과정을 독자가 찬찬히 따라가도록 한다. 누나의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는 산이가 슬픔을 견디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 견뎌내기 힘든 산이 곁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가 남겨둔 숙제를 하나하나 하는 동안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두나는 메아리 대신 산이를 챙겨주었다. 누나의 생일파티 준비는 서빈이 형과 산이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 반 친구들이 말해주는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나를 추억하는 한편, 누나는 죽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혼자 워터파크 놀러간다고 화만 냈던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잘못한 기억만 새록새록 날 뿐이지만 그것도 애도의 일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크기를 다른 사람이 가늠하기란 어렵겠지만 산이와 함께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누나를 애도하는 시간이 외롭지 않았다. 산이는 메아리나비라고 이름 붙인 연을 날리면서 슬픔도 함께 날려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가 쉬이 채워질 리 없다.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도 않는다. 상실을 겪은 이가 애도하고 싶은 만큼 하게 두어야 한다. 산이는 누나를 잃은 슬픔으로 힘든데 또 다른 고통까지 더해졌다. 누나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입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면수심의 말과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1인 시위를 하는 메아리 엄마의 모습에서 아직 진상규명이 다 되지 않은 저 참사의 가족들이 오버랩되었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시신을 수습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다 호랑이>를 봤다. 참사 11주기가 지났지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그저 눈물이 솟았다. 가족들은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그들의 애도는 다 끝났을까? 세월호 관련 기사나 이런 영화들에 그만 울궈먹으라고 하는 댓글이 여전히 달린다. 피해자 가족들은 양심 없는 자들의 목소리엔 귀를 막으면 좋겠다.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사랑하는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아프다.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괜찮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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