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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강산의 왼쪽을 책임지던 누나 강메아리는 이제 없다. 메아리는 친구 두나와 워터파크에 놀러갔다가 워터 슬라이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산이는 제 왼쪽편에서 늘 잔소리 해대던 누나의 목소리가 벌써 그립다. 산이는 일곱 살 때 수심이 깊은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왼쪽 귀가 먹었다. ‘일측성 소아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산이는 엄마가 깨끗하게 닦아놓은 보청기를 끼고 혼자 등교해야 한다.
동화 <나비 도감>은 이렇게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어려움이 닥친다. 산이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아빠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누나가 죽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다. 엄마는 워터파크에서 1인 시위 하느라 바빠 이모가 한 번씩 산이네를 들여다보고 챙겨준다. 가족을 잃은 가정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나비 도감>은 제 25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으로 누나를 잃은 아이 강산이 그 상실의 터널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동화는 주인공 강산이 누나를 애도하는 과정을 독자가 찬찬히 따라가도록 한다. 누나의 카우보이 모자를 쓰자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는 산이가 슬픔을 견디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 견뎌내기 힘든 산이 곁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가 남겨둔 숙제를 하나하나 하는 동안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두나는 메아리 대신 산이를 챙겨주었다. 누나의 생일파티 준비는 서빈이 형과 산이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산이는 누나 반 친구들이 말해주는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나를 추억하는 한편, 누나는 죽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혼자 워터파크 놀러간다고 화만 냈던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잘못한 기억만 새록새록 날 뿐이지만 그것도 애도의 일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크기를 다른 사람이 가늠하기란 어렵겠지만 산이와 함께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누나를 애도하는 시간이 외롭지 않았다. 산이는 ‘메아리나비’라고 이름 붙인 연을 날리면서 슬픔도 함께 날려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가 쉬이 채워질 리 없다.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도 않는다. 상실을 겪은 이가 애도하고 싶은 만큼 하게 두어야 한다. 산이는 누나를 잃은 슬픔으로 힘든데 또 다른 고통까지 더해졌다. 누나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입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면수심의 말과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1인 시위를 하는 메아리 엄마의 모습에서 아직 진상규명이 다 되지 않은 저 참사의 가족들이 오버랩되었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숨 걸고 시신을 수습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다 호랑이>를 봤다. 참사 11주기가 지났지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그저 눈물이 솟았다. 가족들은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그들의 애도는 다 끝났을까? 세월호 관련 기사나 이런 영화들에 그만 울궈먹으라고 하는 댓글이 여전히 달린다. 피해자 가족들은 양심 없는 자들의 목소리엔 귀를 막으면 좋겠다.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사랑하는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아프다.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괜찮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