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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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에세이인가, 회고록인가, 자기계발서인가?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는 온라인 서점 카테고리에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자신의 일상을 자유롭게 기술한 글이므로 크게 보면 에세이라 하겠다. 회고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어떻게 공부하여 현재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시간 순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계발서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다. 조부모의 재력과 부모의 직업 등 출생 환경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오롯이 개인의 노력으로 자신이 꿈꾸던 바를 이루어낸 이야기이니 자기계발서라 부를 만하다. 출판사에서 뽑은 부제,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도그런 느낌이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취준생은 물론 꿈을 이룬 사람의 스토리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사실 책 소개를 보고 한민용씨가 JTBC 앵커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최근에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공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고 배울 점이 있어서 한 번씩 손에 잡아 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큰 사고가 세 건 있었고 대통령 두 명을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렸다. 그 현장 속에 한민용 기자가, 앵커가 있었다.


한민용 앵커는 포레스트 검프가 부러웠다고 했다. 검프처럼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기자가 된 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큰 사고가 터질 때면, “저도 취재하고 싶습니다!”라며 욕심냈고 역사의 장면들 속에 있게 되었다. 중학교 때 9.11테러 뉴스를 보다가 가진 특파원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이 역사적 장면 안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리하여 최연소,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 글의 모두에서 이 책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나는 취준생이 아니라서 자기계발서로 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없지는 않았다. 고등학생이 혼자 중국으로 유학을 갔고,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을 탓하지 않고 유학자금을 벌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기 앞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맡은 자리를 아름답게 가꾸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눈 팔지 않고 뚜벅뚜벅 걷는 그 발걸음에 박수쳐주고 싶다. 아직 삼십대라 회고록이라는 단어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저자가 70대에 쓸 회고록의 앞부분이 될 내용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한민용 앵커가 무사히 출산과 육아 후 복귀하여 또 다시 역사의 현장에서 앵커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때 책을 낸다면 독자로서 꼭 읽어보겠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꼭지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니나 내나 정신을 소개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고 유명한 사람을 실제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저자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특히 유명 인사나 권력자들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자신보다 잘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돈이 많은 사람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며, 돈과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재벌 회장의 비위는 그가 부리던 사람에 의해 까발려졌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며 니나 내나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만 세 명의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았으니.


이 꼭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맺었다.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부터 쭈욱 만나고 나니, 이 세상 우리 모두는 비슷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겠다. 나보다 월등히 잘난 인간도, 못난 인간도 없다. 그러니 나는 모두에게 친절하되, 누구에게도 움츠러들지 않으려 한다."


나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기쉽지 않다.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내가 잘 안 되는 것이 존중이구나 싶어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사고 습관이라는 것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김교수는 내가 힘든 만큼 타인도 힘들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한다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도 만났던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알기에 만나지 않았을지라도 모두에게 친절하겠다고 한 것일 테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높아도 당당하겠다는 태도도 저자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으므로 책으로나마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니나 내나'를 갱상도 사투리로 변환해봤다. '사람 마 다 거서 거다!' (인토네이션이 중요한데...ㅎㅎㅎ)


나는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소개하는 책은 꼭 찾아본다. 이번 책에서도 몰랐던 작가를 소개받아서 뿌듯했고 바로 찾아봤다. ‘카를로 로벨리라는 이탈리아 물리학자이다. 나는 학창시절 물리를 제일 못했다보니 과학 서적 중에는 뇌과학과 생물 분야 책만 읽는 편이다. 당연히 이 물리학자의 책은 처음이었다. 저자가 점심시간에 책을 들고 나가 도시락을 먹고 책을 읽는다며 소개한 도서는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양자역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읽는다는 부분에서, ‘! 내가 싫어하는...’ 이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 저자가 유일하게 이해한 부분이라며 설명한 내용을 읽으니 , 도전해 봐도 될까?’싶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확인해봐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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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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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아이와 여름 방학 동안 함께 보내야 한다. 무사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임지형 작가의 동화 <여름을 달리다:푸하하 달리기 클럽>의 주인공 재민과 태우의 이야기다. 달리기 잘 하는 재민에게 태우가 달리기를 배우고 싶다고 다가왔다. 재민은 영 미심쩍다. 지난번 탕후루 떨어뜨린 사건 때 돈으로 물어내라며 괴롭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서다.


옥탑방에 사는 짝짝이 형님과 재민은 푸하하 달리기 클럽을 함께 하고 있는데 태우가 회원으로 들어왔다. 또 태우는 재민 이모가 하는 식당에 와서 넉살좋게 밥을 얻어먹었다. 이모는 깨작거리며 밥을 먹는 재민에 비해 태우가 복스럽게 먹는다며 칭찬한다. 재민은 태우의 행동이 하나같이 탐탁지 않았다. 특히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그런 태우와 여름방학을 함께 지내야 하다니 재민은 절망적이다.


태우네 엄마와 아빠는 일 때문에 바빠서 잘 챙겨주지 못하니 태우가 카드를 맘껏 쓰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두 분 다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야한다. 태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자랑을 해서 태우 엄마가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재민 할머니와 태우 엄마가 예전에 알던 사이였다. 그래서 방학 동안 태우는 재민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이라면 모를까 싫어하는데 함께 밥을 먹고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면 충돌할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태우는 과연 재민이와 한 집에서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아이를 한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부모님이 없지만 잘 돌봐주는 할머니와 이모가 있는 재민이와 부자지만 부모님이 너무 바빠 늘 혼자인 태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누구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될까.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한다면 어른들은 더욱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다 오거나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가 없다. 재민과 태우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면서 가까워진다.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친구의 고충을 알게 되니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자신의 잘못을 알아도 선뜻 사과하지 못하는 어른도 많지만 재민은 태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재민은 태우를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이 바뀐 것에 좀 어리둥절해졌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짝짝이 형님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글을 써 봐야 하는 거야.”


재민이 글을 쓰며 제 마음을 알고 싶어 한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도 따라해 보면 좋겠다. 화나고 억울했던 일, 슬프고 힘든 일을 글로 쓰면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짝짝이 형님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듯 글쓰기든 달리기든 일단 해야 한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이 했던 것처럼 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어떨지 느껴보고 싶은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엄마가 못하게 할 것 같으면 짝짝이 형님 말을 읽으며 용기 내보자.


누가 봐도 미친 것같이 보이는 일이 해 보면 무지하게 재미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다른 사람 눈치만 보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 봐. 그럼 인생이 달라질 거야.”


여름은 두 주인공을 건강하게 성장시켰다. 가을이 되면 둘의 우정이 깊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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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햇빛 이야기숲 3
조은비 지음, 국민지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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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사랑은 믿어주는 걸까? 걱정하는 걸까?"

 

조은비 작가의 신작 동화 <우리 사이 햇빛>의 주인공 혜준은 엄마가 언니 혜나만 사랑하고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늘 서운하다. 우연히 이모와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혜준이는 뭐든 알아서 척척 잘하니 하나도 걱정이 안 되는데 혜나는 생각하면 걱정뿐이라서 혜나가 혜준이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 내용은 거의 책 후반부에 나온다. 혜나와 엄마가 외할머니댁에서 같이 누워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야 엄마는 혜나의 마음을 풀어준다. 마음을 잘 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어려서부터 무던하고 순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시작부터 어느 정도 진행이 될 때까지도 혜준의 마음이 답답하니 덩달아 독자도 그렇다. 저 장면 이후로 혜준의 마음이 풀리고 집에 돌아와서 변화된 모습도 보인다. 걱정쟁이 엄마가 혼자 사시는 외할머니가 걱정된다며 혜준에게 가보라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엄마, 이모는 바쁘고 혜나도 수학 캠프에 가야한다. 오늘도 혜준 당첨! 늘 이런 식이다.

 

할머니댁에 도착한 혜준. 그런데 할머닌 너무나 멀쩡하고 시쳇말로 쏘쿨하다. 엄마가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 할머니는 교습소를 하며 왕성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이젠 은퇴하여 농사 지으며 혼자 지낸다.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이기만 하니 혜준은 의문이다. 엄만 대체 뭐가 걱정이지?

 

어릴 때 같이 놀았던 동갑내기 은채가 할머니댁과 같은 아파트에 산다. 당황스런 일이 생겼을 때 은채의 도움을 몇 번 받고 혜준은 은채와 다시 가까워졌다. 은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혜준은 엄마를 포함한 가족들과 나누지 못한 교감을 했다. 가족관계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해와 공감이 친구관계로 자연스레 옮겨간 것이다. 6학년이니 관계의 중요도 순위가 바뀔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가족과 단절은 아니다. 혜준은 할머니와 지내면서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배달 음식을 시켜주는 할머니가 매끼 밥을 해서 차려주는 할머니보다 손녀를 덜 사랑하는 게 아니고, 엄마가 자식을 챙기는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무관심한 게 아님을. 구름 뒤에 해가 있듯 가족 사이에도 (간혹 안 느껴질 때도 있지만) 늘 햇빛같은 사랑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 동화에서 말하고 있다. 구름 끼고 비바람 치는 날도 있지만 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가족 관계에서도 따뜻한 햇빛을 서로에게 비추어주자는 것이다.

 

마지막 식탁 장면에서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첫 장면과는 다르게 모두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는데, 혜준이가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과 혜나의 효도는 셀프라는 말 때문이었다. 엄마의 할머니 걱정은 계속 이어질테지만 가족들의 대응이 바뀌면서 엄마의 걱정도 서서히 잦아들 것이다.

 

이 동화는 가족 때문에 화나고 부모님을 이해 못하겠다는 어린이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내 심정 같은 상황에 반갑고 가족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와 같이 읽고 억울했던 마음을 풀거나 진심을 털어놓을 기회를 가지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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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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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영희 선생님의 책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09년 세상을 떠난 뒤에 나온 이 마지막 산문집이 유고집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문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나는 선생님의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낯설어서 책장을 뒤져보니 없었다. 그래서 샘터사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당첨되어 감사히 받아 읽었다.


요즘 자극적인 소설을 많이 읽다가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의 글은 산소 같았고, 제목처럼 나슬나슬 나리는 꽃비를 기분 좋게 맞았다. 역시 좋은 글은 시간이 지나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 교수로 당신이 겪은 경험과 영문학자로 유명 작품이나 문장을 연결한 짧은 글 한편 한편은 매일 아침 명상하듯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머리와 마음을 정화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언제든 어느 쪽을 펼치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지금의 나, 우리, 세계로 생각이 뻗어나갔다. 작금의 전쟁이나 정치 상황에 대입해도, 최근 내가 읽은 소설 속 인물이나 내 마음에 대입해도 어쩜 그리 똑 맞아 떨어지는지 놀라웠다. 책 속 문장을 다 인용하고 싶을 정도였으나 내 생각의 가지가 우불구불 뻗어나가게 한 문장들 위주로 소개한다.


1장영희가 사랑한 사람과 풍경에서는 사랑과 미움 고리를 이루며를 골랐다. 선생님은, 우리 삶의 모든 일은 결국 사랑과 미움의 관계로 귀착된다고, 살면서 만나는 보통 세 부류의 사람들을 이렇게 분류했다.


첫째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로 다섯 걸음쯤 떨어져 있어서 서로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사랑하는 이들은 한 걸음쯤 떨어져 있는데 내가 넘어질 때 기꺼이 손 내밀거나 함께 넘어지고 서로 부축해 함께 일어난다. 셋째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인데 등을 맞대고 밀착되어 있다

- p.45


, 이 부분에서 놀랐다. 미워하는 이들과 밀착되어 있다? 어째서! 설명은 이러하다.

숨소리 하나까지 나의 움직임에 민감하며 여차하면 나를 밀어버리기 위해 꼭 붙어 있다고. 이렇게 등 맞대고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물론 글은 아름답게 마무리 된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어, 너무 멀리 서 있다면 조금 더 가까이, 등 맞대고 서있으면 조금 멀리, 함께 넘어지고 일어나며 운명을 같이하는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이 세상에 저런 몹쓸 전쟁 따위는 없을 텐데...


나는 내 주위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살고 있을까. 다섯 걸음, 한 걸음인 사람과 등 맞대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지나갔다. 선생님 말대로 나를 밀어버리려고 꼭 붙어 있는 사람과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해야겠지. 그런데 요즘 너무 책 속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쁜 나머지 실제 사람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이건 좋은 건지, 나쁜 건지...ㅎㅎ


소설 속 인간 관계의 문제를 보면 대부분 가족 때문에 갈등이 많이 벌어진다. 가족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행동은 등 맞대고 있는 이들처럼 군다. 최근 읽은 소설들에서 가족 내 관계들을 보면, 과도한 믿음은 반드시 큰 실망과 상처가 되었다. 엄마가 자녀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과하게 믿은 것이고, 신적인 존재였던 엄마의 실체를 알게 되는 자녀에게는 엄마의 언행은 폭력이었다. 물론 전쟁 같이 휘몰아치던 갈등은 소설가에 의해 해소되고 어떻게든 결말에 도달한다. 장영희 선생님 말대로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그럼 소설이 너무 밍숭맹숭해지려나?


2장영희가 사랑한 영미문학에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만약 내가에 붙인 글을 골랐다.


불가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합니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 p.201


에밀리 디킨슨이나 선생님처럼 살지 못하는 우리는 그저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집필한 영어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 선생님께 직접 배운 대학생들, 수많은 번역 문장들과 우리말 문장들을 만난 독자들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미쳤는데요! 선생님처럼 헛되지 않게 사신 분이 이렇게 생각하셨다니 윤동주의 서시가 떠오릅니다! (, 급 존댓말 모드로 변환~)


욕망과 허세에 찌든 시대에 선생님의 깨끗하고 산뜻한 문장들이 우리를 정화시켜 주시니, 헛되이 살지 않으신 게 맞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헛되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입니다.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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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 나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26
지윤경 지음, 오이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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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 나는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렸다. 표제작 <숭숭이와 나>의 주인공 진원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의 결핍을 애착인형 숭숭이로 채우고 있다. 모자며 옷이며 신발까지 온통 검정인 진원이 분홍색 원숭이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은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6학년 남학생이 분홍색 애착인형이 뭐냐고 친구 태윤이가 놀렸다. 둘이 티격태격하던 끝에 결국 숭숭이의 팔이 떨어지고 말았다.


진원은 숭숭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곳은 인형을 고쳐주는 곳이다. 숭숭이가 무사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진원은 시연에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시연이 아끼던 햄스터 인형을 보고 징그럽다고 말했고 그 후로 사이가 서먹해졌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왔던 말이 시연에게 상처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태윤의 말에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40쪽이 되지 않는 이 짧은 동화는 독자에게 여러 생각을 품게 만든다. 어린이라면 하나쯤 가졌을 법한 애착인형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저 좋아하는 물건 하나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내 눈에 하찮아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세상 가장 소중한 것임을, 그러므로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어린이 독자들은 이 동화를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인형을 고치는 곳을 마치 생명을 다루는 병원처럼 표현했다. 숭숭이는 진원에게 엄마처럼 포근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병원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형들이 치료를 받으러 와있었다. 누구에게나 숭숭이 같은 존재는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결핍은 어른의 그것보다 크게 느껴진다. 빈 공간을 채워줄 무엇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동화는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친구의 상처나 결핍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또한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진원의 행동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미안했다는 한 마디 하기가 쉬워보여도 꽤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진원은 시연의 햄스터 인형이 숭숭이의 존재와 같다는 것을 깨닫자 시연에게 사과를 했고 둘은 다시 친해졌다. 인형 병원에서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의 인형 사연도 알게 되고 선생님에게 위로도 받는다. 진원은 이제 알게 되었다.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에게도 큰 상처나 결핍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머지 두 편의 동화 <한 여름의 냉장고><짜릿한 카메라>도 그리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한 여름의 냉장고>는 새롭게 형성된 가정에서 삐거덕거리는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가정이든 구성원들이 서로 맞춰나가야 하지만 주인공 여름이는 더 힘들다. 새아빠의 집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도 낯설기만 한데 남남과 다를 바 없는 할머니가 사사건건 퉁박을 주니 새아빠집도 새할머니도 다 싫다. 여름은 계속 엇나가는 행동만 하는데, 과연 새아빠집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짜릿한 카메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보면 좋을 내용이다. 재미나 장난으로 찍어서 함부로 업로드할 경우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동화다. 하진은 마구마구 찍다가 우연히 친구 현준의 고통을 알게 되었고, 현준의 오해 때문이었지만 실험카메라를 찍던 하진과 민준은 이제 그만 두기로 한다. 누구나 영상을 찍고 아무나 볼 수 있게 노출 가능한 세상이다. 재미 삼아 하는 일이 누군가를 고통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찍는 대상에게 예의를 갖추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동화집에 실린 세 편의 동화는 초등 고학년에게 적합하다. 짧은 내용이지만 깊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같이 읽는 어른들이 어린이 독자의 사고의 폭을 넓혀줄 질문들을 해보면 어떨까. 주인공과 유사한 경험에서 시작해 자신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 특히 <짜릿한 카메라>에서는 영상 업로드 시 윤리적 문제로까지 확장시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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