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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8월
평점 :

싫어하는 아이와 여름 방학 동안 함께 보내야 한다. 무사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임지형 작가의 동화 <여름을 달리다:푸하하 달리기 클럽>의 주인공 재민과 태우의 이야기다. 달리기 잘 하는 재민에게 태우가 달리기를 배우고 싶다고 다가왔다. 재민은 영 미심쩍다. 지난번 탕후루 떨어뜨린 사건 때 돈으로 물어내라며 괴롭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서다.
옥탑방에 사는 짝짝이 형님과 재민은 푸하하 달리기 클럽을 함께 하고 있는데 태우가 회원으로 들어왔다. 또 태우는 재민 이모가 하는 식당에 와서 넉살좋게 밥을 얻어먹었다. 이모는 깨작거리며 밥을 먹는 재민에 비해 태우가 복스럽게 먹는다며 칭찬한다. 재민은 태우의 행동이 하나같이 탐탁지 않았다. 특히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그런 태우와 여름방학을 함께 지내야 하다니 재민은 절망적이다.
태우네 엄마와 아빠는 일 때문에 바빠서 잘 챙겨주지 못하니 태우가 카드를 맘껏 쓰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두 분 다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야한다. 태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자랑을 해서 태우 엄마가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재민 할머니와 태우 엄마가 예전에 알던 사이였다. 그래서 방학 동안 태우는 재민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이라면 모를까 싫어하는데 함께 밥을 먹고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면 충돌할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태우는 과연 재민이와 한 집에서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아이를 한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부모님이 없지만 잘 돌봐주는 할머니와 이모가 있는 재민이와 부자지만 부모님이 너무 바빠 늘 혼자인 태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누구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될까. 싫어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한다면 어른들은 더욱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다 오거나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가 없다. 재민과 태우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면서 가까워진다.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친구의 고충을 알게 되니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자신의 잘못을 알아도 선뜻 사과하지 못하는 어른도 많지만 재민은 태우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재민은 태우를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이 바뀐 것에 좀 어리둥절해졌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짝짝이 형님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글을 써 봐야 하는 거야.”
재민이 글을 쓰며 제 마음을 알고 싶어 한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도 따라해 보면 좋겠다. 화나고 억울했던 일, 슬프고 힘든 일을 글로 쓰면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짝짝이 형님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듯 글쓰기든 달리기든 일단 해야 한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이 했던 것처럼 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어떨지 느껴보고 싶은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엄마가 못하게 할 것 같으면 짝짝이 형님 말을 읽으며 용기 내보자.
“누가 봐도 미친 것같이 보이는 일이 해 보면 무지하게 재미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다른 사람 눈치만 보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 봐. 그럼 인생이 달라질 거야.”
여름은 두 주인공을 건강하게 성장시켰다. 가을이 되면 둘의 우정이 깊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