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이것은 에세이인가, 회고록인가, 자기계발서인가?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는 온라인 서점 카테고리에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자신의 일상을 자유롭게 기술한 글이므로 크게 보면 에세이라 하겠다. 회고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어떻게 공부하여 현재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시간 순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계발서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다. 조부모의 재력과 부모의 직업 등 출생 환경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오롯이 개인의 노력으로 자신이 꿈꾸던 바를 이루어낸 이야기이니 자기계발서라 부를 만하다. 출판사에서 뽑은 부제,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도그런 느낌이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취준생은 물론 꿈을 이룬 사람의 스토리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사실 책 소개를 보고 한민용씨가 JTBC 앵커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최근에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공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고 배울 점이 있어서 한 번씩 손에 잡아 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큰 사고가 세 건 있었고 대통령 두 명을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렸다. 그 현장 속에 한민용 기자가, 앵커가 있었다.
한민용 앵커는 포레스트 검프가 부러웠다고 했다. 검프처럼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기자가 된 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큰 사고가 터질 때면, “저도 취재하고 싶습니다!”라며 욕심냈고 역사의 장면들 속에 있게 되었다. 중학교 때 9.11테러 뉴스를 보다가 가진 특파원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이 역사적 장면 안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리하여 최연소,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 글의 모두에서 이 책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나는 취준생이 아니라서 자기계발서로 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없지는 않았다. 고등학생이 혼자 중국으로 유학을 갔고,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을 탓하지 않고 유학자금을 벌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기 앞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맡은 자리를 아름답게 가꾸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눈 팔지 않고 뚜벅뚜벅 걷는 그 발걸음에 박수쳐주고 싶다. 아직 삼십대라 회고록이라는 단어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저자가 70대에 쓸 회고록의 앞부분이 될 내용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한민용 앵커가 무사히 출산과 육아 후 복귀하여 또 다시 역사의 현장에서 앵커링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때 책을 낸다면 독자로서 꼭 읽어보겠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꼭지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니나 내나 정신’을 소개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지 않고 유명한 사람을 실제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저자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특히 유명 인사나 권력자들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자신보다 잘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돈이 많은 사람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며, 돈과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재벌 회장의 비위는 그가 부리던 사람에 의해 까발려졌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며 ‘니나 내나’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만 세 명의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았으니.
이 꼭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맺었다.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부터 쭈욱 만나고 나니, 이 세상 우리 모두는 비슷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겠다. 나보다 월등히 잘난 인간도, 못난 인간도 없다. 그러니 나는 모두에게 친절하되, 누구에게도 움츠러들지 않으려 한다."
나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기’ 쉽지 않다.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내가 잘 안 되는 것이 ‘존중’이구나 싶어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사고 습관이라는 것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김교수는 내가 힘든 만큼 타인도 힘들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한다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도 만났던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알기에 만나지 않았을지라도 모두에게 친절하겠다고 한 것일 테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높아도 당당하겠다는 태도도 저자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으므로 책으로나마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니나 내나'를 갱상도 사투리로 변환해봤다. '사람 마 다 거서 거다!' (인토네이션이 중요한데...ㅎㅎㅎ)
나는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소개하는 책은 꼭 찾아본다. 이번 책에서도 몰랐던 작가를 소개받아서 뿌듯했고 바로 찾아봤다. ‘카를로 로벨리’라는 이탈리아 물리학자이다. 나는 학창시절 물리를 제일 못했다보니 과학 서적 중에는 뇌과학과 생물 분야 책만 읽는 편이다. 당연히 이 물리학자의 책은 처음이었다. 저자가 점심시간에 책을 들고 나가 도시락을 먹고 책을 읽는다며 소개한 도서는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양자역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읽는다는 부분에서, ‘앗! 내가 싫어하는...’ 이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 저자가 유일하게 이해한 부분이라며 설명한 내용을 읽으니 ‘흠, 도전해 봐도 될까?’싶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확인해봐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