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고민이 있어요 - 흔들리는 10대를 위한 마흔일곱 가지 질문과 해답
마쓰다 미히로 지음 / 크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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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고민이 있어요>는 일본의 질문가이자 라이프 트래블러 ‘마쓰다 미히로’가 쓴 책이다. 저자의 직업은 질문가라고 했다. 질문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청소년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즐거운 일상을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한 이유는 요즘 만나는 중학생들과 소통이 너무 어려워서이다. 학생들과 책으로 만나기 때문에 책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쉬운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공감 포인트를 찾기 어렵고 무엇보다 질문에 답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럼 질문을 해보라고 하면 그 역시 힘들어 한다.


작년에 만났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은 처음 보는 경우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 학생은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일대일 수업 45분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첫 시간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학생 엄마에게 확인해보니 다른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 혼자 떠드는 수업이었고 왜 대답을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고민을 말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소통이 되는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책에 실린 마흔일곱 가지 고민거리는 실제로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던 내용이다. 이러한 고민에 저자는 ‘질문’ 형식으로 답한 후 그 질문에 대한 해설과 조언까지 담았다. 고민이 있어 이 책을 든 청소년 독자에게 저자는 이렇게 읽기를 당부했다.


질문의 답은 모두 정답이다. 무조건 옳거나, 반드시 틀린 답은 없다.

힘들면 무리하게 생각하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해당하는 곳만 골라 읽어도 상관없다.


당장에 답을 내릴 수 없더라도 계속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서 답을 찾는 스위치가 켜질 것이라고 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원하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 문득 답이 떠오를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마흔일곱 가지 질문을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했고, 각 내용은 이렇게 구성된다. 학생의 질문을 제목으로 내세운 후 저자의 생각하는 질문이 이어지고 조언과 함께 저자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 마지막 ‘생각 힌트’에서는 처음 학생의 질문에 반대되는, 그러니까 역발상을 할 수 있는 질문으로 마무리되는데 각 내용은 두 페이지다. 그래서 이 책은 130여 쪽밖에 안 되지만 하나하나의 질문은 생각을 오래하도록 돕는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학생의 질문과 저자의 질문을 요약 형식으로 한 ‘정리’파트를 두었다.


각 장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을 하나씩 골라 소개한다.


1장 친구 관계

학생 질문 : 저를 놀리는 친구가 있는데 정말 싫어요. 어떻게 하면 그만두게 할 수 있을까요?

저자 질문 : 어떤 내가 되고 싶은가요?

저자 조언 : 상대를 바꾸는 일은 어려우니 ‘나를 바꾸는’ 방법을 제안한다.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상처받지 않는 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바꾸는 방법’은 나를 응원하는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쁜지 생각해본 후 그 말을 노트에 스무개 정도 써보자. 이렇게 ‘나를 응원하는 비밀 노트’로 만들어 매일 나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러면 놀리는 친구의 말에 더는 상처받지 않게 될 것이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쁜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된다.

생각 힌트 : 나는 어떤 말을 들으면 기쁜가?

내 생각 : 남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은 역시 진리!


2장 나

학생 질문 : 키가 작은 게 싫어요.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저자 질문 : 싫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되고 싶은가요? 지금 이대로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저자 조언 : 나에게 없는 건 가지고 싶어지기 마련이지만 그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걸까? 지금 나에게 없는 것에 얽매여 계속해서 그것만 바라면 결국 나 자신이 괴로워진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자.

생각 힌트 : 내가 정말 바라는 건 무엇일까?

내 생각 : 부수적인 것에 신경 쓰느라 나에게 정작 필요한 걸 놓치고 사는구나...


3장 장래 희망과 진로

학생 질문 :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는데 그에 대비하려면 어떤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가요?

저자 질문 :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다른 사람들이 계속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자 조언 :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어떤 일을 함께 할 때는 능력이나 기술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대방이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업무를 맡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능력이나 기술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할 테니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간성’이 아닐까.

생각 힌트 : 능력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내 생각 : 협업하고 싶은 사람은 능력을 갖춘 인간성이 좋은 사람! 아이비리그나 유수 대기업의 인재 발탁 조건도 바로 이것!


4장 동아리 활동과 학업

학생 질문 : 공부하려고 해도 의욕이 안 생겨요. 어떻게 하면 의욕이 생길까요?

저자 질문 : 공부를 왜 하려고 하나요? 어떻게 하면 기운이 날 것 같나요?

저자 조언 : 공부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 동기가 있어야 의욕도 생긴다. 내 의욕의 근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보통은 ‘미래로 이어지는 의욕’이 바람직하지만, 모든 사람이 현재 이런 의욕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보상 의욕’으로 행동을 촉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생각 힌트 : 내 ‘의욕의 근원’은 무엇인가?

내 생각 : 나는 무엇에 가슴 떨리는가?


5장 이성 친구와 연애

학생 질문 :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자 질문 :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 예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 조언 : 인기를 얻고 싶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변 사람 중 인기가 많은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말투, 행동 등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가능하면 여러 명을 관찰하는 편이 좋다.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은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사람과 친한 사이라면 인기 있는 비결을 직접 물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각 힌트 : 인기가 많은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내 생각 : 나도 OOO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6장 가족 관계

학생 질문 : 부모님이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셔서 짜증나요.

저자 질문 : 부모님이 어떻게 대해 주시기를 바라나요? 나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고 싶나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은가요?

저자 조언 : 부모님의 잔소리는 나에 대한 걱정에서 온다. 부모님의 말씀 가운데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은 모두 흘려보내고 대신 ‘걱정하고 계시는구나’하고 마음만 받아들이자.

생각 힌트 : 부모님 말씀은 흘려보내고 마음만 받아들이면 어떨까?

내 생각 : 내 자식들이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분명 청소년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했는데 저자의 역 질문을 읽다보면 다 자란 어른도 여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책이다. 내 몸은 노화로 이곳저곳 삐거덕거리는데 아직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마음이 있었다니... 인간은 자신을 다 알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는 학생들의 고민과 마음을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청소년들에게 권하기 전에 꼬옥 어른이 먼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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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인가요? - 전지적 컬러테라피 시점
김규리.서보영 지음 / 이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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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몇 개의 범주로 분류하여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적게는 혈액형 4개로 성격유형 16개로, 또는 애니어그램이나 별자리로 나누어 평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유형에 해당해도 100퍼센트 부합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범주화 하길 좋아하는 이유는 나는 물론 타인을 잘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색깔로 분류하는 것은 어떤가?


<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인가요?>는 컬러테라피를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책에는 컬러테라피의 역사와 현재 우리 생활 곳곳에서마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지 소개하고, 연애 상담에서의 컬러테라피 적용 사례들을 9개의 색(레드, 핑크, 오렌지, 옐로, 그린, 블루, 로열블루, 바이올렛, 마젠타)으로 구분해 놓았다. 상담 사례를 보면 각 색깔의 성격 특성이 여실히 나타난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대입해서 읽다보면 꽤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색의 맨 처음에는 그 색의 특징과 강점 및 약점을 정리한 후 상담 사례를 세 가지씩 소개한다. 상담별로 진단과 처방도 알려준다.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두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맨 처음 색깔인 레드를 한번 살펴보자. 레드의 강점은 적극성과 추진력, 행동력인데 성취욕구가 강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끝까지 해내며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리더십이 있다. 반면 약점으로는 성급하고 과한 욕심이 있어 사랑 표현을 일방적으로 많이 하게 되면 집착으로 바뀔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첫 번째 상담사례에서, 희수는 남자 친구 정환이 여사친을 만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은 스스로 잘 컨트롤할 수 있으니 남사친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진단은 이러하다. 희수는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런 성향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환이 여사친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싫다는 표현도 거침없이 한다. 이런 레드의 성향은 상대방이 점점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처방은 다음과 같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있으며 지금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만 집착하기보다 혼자서도 있어보거나 친구와 약속을 잡아보는 것이 좋다. 남자친구는 소유물이 아니며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주변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이다라고 되뇌며 만족감과 행복감을 키워보자.






사실 이 책의 연애 처방이 내게는 활용도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남의 연애담을 읽는 재미는 쏠쏠했고, 색깔 특징별 사람의 유형을 아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새로운 상식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중세시대에는 그린이 죽음을 부르는 색이었고, 영국의 블루스타킹 활동이 페미니즘을 발전시키는 의미있는 역할을 했으며. 마젠타라는 색깔 이름의 유래와 구글의 마젠타 프로젝트 팀까지. 색깔 상식 박사가 된 기분이다.


부록2 설문지와 해설지에서 자신의 색을 확인(가장 많이 체크 된 항목)하면 얼추 자신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색을 활용한 심리 상담서이지만 자신의 성향을 알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도움 받을 수 있다. 컬러테러피에 대해 알고 관심이 생겼다면 컬러테라피스트가 되는 법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책의 표지도 예쁘지만 각각의 색깔별로 페이지마다 테두리를 두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을 때 각 색깔 속에 오롯이 빠져 읽을 수 있다. 덮었을 땐 책머리와 책배, 책밑까지 색깔이 구분되기 때문에 얼핏 무지개색 같다. 책의 만듬새도 컬러테라피답게 꾸민 정성이 엿보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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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가 좋아!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1
사이먼 몰 지음, 샘 어셔 그림,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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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시리즈샘 어셔가 그린 <내 자전거가 좋아>는 두발 자전거를 배우는 딸과 아빠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처음 도전하는 두발 자전거 타기!

세발 자전거를 타다가 두발 자전거를 탈 때는 두려움이 있지요. 어릴 때 두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쉽지는 않아요.


아빠가 뒤에서 꼭 잡아주면서 계속 이야기해줍니다.

조심스럽게 페달에 발을 올려봅니다.

이내 기우뚱!

아빠의 응원이 이어지지요.

다시 페달을 밟아봅니다.

힘껏!

그래, 바로 그거야.”




계속 페달을 밟고,

체인을 돌리고,

바퀴를 돌립니다.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아빠의 손이 떨어져도 제 힘으로 달립니다.

짜릿한 이 느낌.

난 내 자전거가 정말 좋아요.

난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달리는 딸의 뒤를 휘청휘청 따라가는 아빠의 얼굴에 힘겨운 미소가 번집니다.




이 그림책은 처음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는 아이의 벅차오름과 아빠의 뿌듯함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서 따로 또 같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아직 두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해보지 않은 경우에는 이 책을 먼저 읽고 두려움 뒤에 찾아올 성공의 기쁨을 맛보면 좋을 것입니다. 이미 탈 줄 안다면 같이 읽으면서 아이의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습니다.


뭐든 처음은 어렵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맞는 성공 열매의 달콤함은 오래 기억되지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의 성공 경험을 맛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이 때 부모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아이가 앞으로 만날 무수한 도전들을 거침없이 헤쳐나갈 큰 자산이 됩니다. 또한 어떤 시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어른에게도 응원이 될 그림책입니다. 비록 뒤에서 격려하고 밀어주는 누군가가 없어도 망설이고 웅크리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이 그림책의 힘입니다.


샘 어셔 작가의 그림은 두 페이지의 평면이라는 한정적 공간을 절묘하게 살려냅니다. 2차원 안에서도 언덕을 오르는 힘겨움과 시원하게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지요. 적절한 흉내내는 말과 대화체를 사용한 사이먼 몰의 글은 소리내어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글자 크기의 차이에 따라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여 읽어준다면 이 책을 더욱 역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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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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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의 유쾌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어찌나 킥킥거렸는지 옆에 있던 남편이 궁금해하기에 읽어주었더니 한참을 같이 낄낄거렸다. 얼마 전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일본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산문판 느낌이다. 76세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고개 끄덕이게 하는지, 이런 실력을 그간 어떻게 숨기고 사셨을까. 그런데 어르신이라 하면 너무 늙은 것 같으니 작가님이라 해야겠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와 이연실 편집자의 꼬드김에 못이겨 책을 내겠다고 수락했지만 쓰다 보니 자신이 할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글이 술술 나왔다니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공력을 이번 기회에 십분 발휘하신 것 같다.


출판사에선 새로운 이야기꾼을 발굴해낸 것이겠지만 나처럼 독자 입장에선 이모 같이 편하게 수다 떨 글친구를 만난 느낌이라 반가웠다. 76세임에도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세상에 당당하며 하고 싶은 말에 거리낌이 없다. 분명 다져온 지난 시간의 힘 덕분이겠지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태도와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였기에 가능한 것일 테다. 80을 바라보는 나이라면 신문물에는 관심이 없고 라떼 시리즈만 시전하여 뒷방 늙은이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요양병원 신세를 지거나 집에 있더라도 매일같이 병원 출근 도장을 찍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분위기가 좀 우울하다. 내 주위의 어른들이 대부분 이러하기 때문에 이옥선 작가님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어른은 사실 처음이다.


딸 김하나 작가의 책을 읽어보았고 북토크에서 직접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참 밝고 유쾌했었다. 어머니의 영향이 어찌 없을까. 딸이 엄마의 재능을 알아보고 70대에 작가로 데뷔시키다니 누구나 부러워할 모녀지간이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교사 출신이라서 늘 책과 함께 살았고, 육아일기를 책으로 낼 수 있을 정도의 필력이었으니 김하나 작가도 모친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고하신 남편분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혼자가 되니 더 자유로워졌다고 하신 것처럼 여유롭게 글쓰기에 매진해서 이번 책이 나온 것일 거다. 나도 남편이 없는 지난 주말 이틀 간 리뷰를 다섯 편이나 썼는데, 이번 주에는 한 편도 못쓰고 결국 남편이 자러 들어간 이후에야 이 글을 쓰고 있는 형편이니...


살아오신 인생 굽이굽이를 회상하는 내용에선, ‘, 왜 나 이 일들 다 알지, 왜 이렇게 비슷한 경험인가...’했다. 비슷한 점 또한 많았다. 요가 수련한지 20년 째(물론 띄엄띄엄 한 적도 있고 머리서기 됐다 안 됐다 하고), 점 보는 거 안 좋아하고, 뭐든 아껴 쓰는 게 체질화 되어 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책으로 배우고 등등. 이러니 친한 이모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더 깜짝 놀란 건 이 부분에서였다.


제사 지내지 말고 그날은 시간 나면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 먹어라.”

내가 우리 애들 중학교 때부터 해오던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랑 이렇게 사고방식이 비슷한 다른 사람과 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게다가 가까운 부산 해운대에 사시다니~~


나는 목욕탕에 자주 가지 않지만 목욕탕에서 만나고 싶은 어른이다. 바쁘기도 하거니와 목욕탕에 간다 한들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며 옷 벗고 남들과 무람없이 얘기하기에 몹시 껄끄럽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님의 목욕탕 찬가를 읽으며 나도 나이 들면 달목욕 끊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하나 부정적인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여형제가 없다보니 남들과 오래 수다 떠는 걸 못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남 참견하는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데 작가님 목욕탕 수다는 생생 정보통 역할뿐 아니라 농수산품 공동구매장이며 에너지 충전소였다.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듯 목욕탕 수다에서 즐거울 일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조금 언짢은 일쯤이야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것도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게다.


읽은 책을 언급하거나 인용한 것 중에 내가 읽어본 책도 꽤 있고 모르는 책을 소개받기도 했다. 아래는 키케로가 쓴 <카토 노년론>을 인용한 부분인데 노인이 그저 나이가 많다는 것을 벼슬처럼 구는 게 아니라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기에 용기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육지를 바라보며,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항구에 들어가는구나 생각한다네. 하지만 노년의 마지막 날이 정해진 바가 없는 고로, 의무의 과업을 돌보고 수행하며, 그러면서도 죽음을 가볍게 여겨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삶을 이어가는 것이 노년의 올바른 삶이네. 그렇게 노년이 청년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는 것이지.


나는 사십대 때부터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고 여겼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연년생 아들 둘을 낳았고, 열심히 키워 스무 살에 각각 독립시켰다. 친구들보다 육아에서 빨리 졸업해서 그런지 아이 키우느라 끙끙대는 이들을 보며 금방 지나간다, 품을 수 있을 때 더 품어줘라.’ 말했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더니 웬만한 일들엔 시큰둥해져서 그러려니 했다. 일을 쉰 건 코로나 팬데믹 즈음 3년 정도뿐 성격상 무언가를 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그럼에도 무언가 뚜렷하고 번드르르한 결과를 손에 쥐지 못한 열패감이 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라는 책을 읽었을 땐 아, 난 쫌 힘들겠다 싶었는데, 이옥선 작가님처럼 유쾌하고 건강한 할머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패턴도 비슷하고(달목욕 빼고ㅋ) 사고방식까지 유사하니 말이다. 우겨볼란다. 그럼 나도 칠십대엔 책을 낼 수 있을까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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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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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 온새미로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최적인 마을, 이 곳에 8살 때 이사 온 주인공 파랑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꿈이 탐정인 파랑이는 갑자기 사라진 친구 우령이를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다가 온새미로의 실체에 다가가는데...


<비밀노트>, <소녀A, 중도 하차합니다>, <종말주의자 고희망>을 출간한 김지숙 작가의 신간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의 가제본을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작가는 혜은이의 노래 파란 나라에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파란 하늘 꿈을 꾸고 파랑이라는 태명을 지은 파랑이의 부모님은 온새미로를 선택했다. 파란나라의 길은 반듯하고, 눈을 감고 걸어도 안전하고, 어느 곳이나 정돈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모든 게 갖춰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부모가 아이들을 설정하고 모든 것이 계획 하에 이루어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그들의 것이 맞는가?


이 책은 호기심 많은 파랑이가 베일에 싸인 온새미로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이야기다. 위원회 회의에서, 로봇을 키우는 게 아니라며 우리 아이들은 다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부모 자격이 박탈되게 된 우주 아빠가 교장선생님의 딸이 가짜가 아니냐며 따지는 장면이 있다. 그걸 지켜보던 우주와 파랑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우주가 삭제된다는 말의 의미를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그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 여기까지! 가제본 서평단이라서 후반부 3분의 1정도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중학생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작가가 묻는 것 같다. 부모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를. 교장선생님과 부모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들에서 생명 윤리 논란 중 하나인 맞춤 아기와 영화 트루먼쇼가 떠올랐다. 맞춤 아기는 특정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 배아를 골라 탄생시킨 아기다. 사람을 어떤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인간을 도구로 보는 것이다. 작가가 던져놓은 단서로 봤을 때 문제적 요소를 제거한 아이를 만들어낸 것 같다. 삭제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불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삭제 가능한 게 자식인가?


또한 온새미로의 아이들은 거대한 극장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 배우보다는 마리오네트가 더 맞겠다. 배우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자신의 의지나 신념을 연기 안에 녹여낼 수 있지만 마리오네트는 실을 조종하는 이에 의해 움직일 따름이다. 온새미로의 아이들은 몰랐다. 자신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에 사는 마리오네트인 줄은.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지구를 망가트리는 일을 스스럼없이 행한다. 마치 최종 포식자에게는 그런 권한이 있는 것처럼. 인간 세계에서 보자면 부모 자리에 있는 이들은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 책은 과학기술과 부모의 만용이 결합하면 어떻게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근미래에 벌어질 일을 경계하는 것이지만 현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우려는 마음은 욕심이 아니지만 부모의 의도대로 맞춤한 아이를 만들어 계획한 대로 키워내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파랑이와 우주가 온새미로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각기 다른 곳을 경험한 뒤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다. <멋진 신세계>의 존이 외친 불행해질 권리가 사뭇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이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일들이 과연 그 마음만인지 깊이 들여다보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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