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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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 온새미로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최적인 마을, 이 곳에 8살 때 이사 온 주인공 파랑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꿈이 탐정인 파랑이는 갑자기 사라진 친구 우령이를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다가 온새미로의 실체에 다가가는데...


<비밀노트>, <소녀A, 중도 하차합니다>, <종말주의자 고희망>을 출간한 김지숙 작가의 신간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의 가제본을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었다. 작가는 혜은이의 노래 파란 나라에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파란 하늘 꿈을 꾸고 파랑이라는 태명을 지은 파랑이의 부모님은 온새미로를 선택했다. 파란나라의 길은 반듯하고, 눈을 감고 걸어도 안전하고, 어느 곳이나 정돈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모든 게 갖춰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부모가 아이들을 설정하고 모든 것이 계획 하에 이루어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그들의 것이 맞는가?


이 책은 호기심 많은 파랑이가 베일에 싸인 온새미로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이야기다. 위원회 회의에서, 로봇을 키우는 게 아니라며 우리 아이들은 다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부모 자격이 박탈되게 된 우주 아빠가 교장선생님의 딸이 가짜가 아니냐며 따지는 장면이 있다. 그걸 지켜보던 우주와 파랑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우주가 삭제된다는 말의 의미를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그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 여기까지! 가제본 서평단이라서 후반부 3분의 1정도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중학생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작가가 묻는 것 같다. 부모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를. 교장선생님과 부모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들에서 생명 윤리 논란 중 하나인 맞춤 아기와 영화 트루먼쇼가 떠올랐다. 맞춤 아기는 특정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 배아를 골라 탄생시킨 아기다. 사람을 어떤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인간을 도구로 보는 것이다. 작가가 던져놓은 단서로 봤을 때 문제적 요소를 제거한 아이를 만들어낸 것 같다. 삭제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불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삭제 가능한 게 자식인가?


또한 온새미로의 아이들은 거대한 극장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 배우보다는 마리오네트가 더 맞겠다. 배우는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자신의 의지나 신념을 연기 안에 녹여낼 수 있지만 마리오네트는 실을 조종하는 이에 의해 움직일 따름이다. 온새미로의 아이들은 몰랐다. 자신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에 사는 마리오네트인 줄은.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지구를 망가트리는 일을 스스럼없이 행한다. 마치 최종 포식자에게는 그런 권한이 있는 것처럼. 인간 세계에서 보자면 부모 자리에 있는 이들은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 책은 과학기술과 부모의 만용이 결합하면 어떻게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근미래에 벌어질 일을 경계하는 것이지만 현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우려는 마음은 욕심이 아니지만 부모의 의도대로 맞춤한 아이를 만들어 계획한 대로 키워내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파랑이와 우주가 온새미로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각기 다른 곳을 경험한 뒤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다. <멋진 신세계>의 존이 외친 불행해질 권리가 사뭇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이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일들이 과연 그 마음만인지 깊이 들여다보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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