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독서법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교육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애들 독후감 쓰게 하려고 고군분투했던 엄마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책이 나왔다.

독서교육전문가 김소영씨의 <말하기 독서법>이라는 책이다. 책 내용대로 전문가의 코칭에 따라 자녀와 함께 실천해 보면 책 뒷표지의 홍보문구처럼 될 것이다.

 

"독후감 쓰기보단 말하게 하세요!"

"책 읽기가 즐거워지면 읽기 능력이 생기고, 읽기 능력이 생기면 저절로 공부머리가 트이기 시작한다!"

 

~ 구미가 확 당기지 않는가?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책의 방법대로 하나하나 실천한 후(못해도 2주정도?) 그 결과를 비교하며 리뷰를 쓰면 좋을텐데, 집엔 고양이 세 마리 밖에 없으므로 읽자마자 리뷰를 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

 

 

이제 책의 순서대로 확인해보자.

PART 1 ‘말하기’가 독후감 쓰기보다 먼저인 이유 에서는 7개의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글쓰기에 앞서 말하기를 시켰을 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

좋은 이유는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서두르지 마시라!

장의 마지막에 “말하기 독서, 어떻게 지도해야하나요?”라는 코너에 친절하게 정리해 두었다. 저자가 수업한 사례 위주라서 현장감이 있고 그대로 따라해 보기에 좋다.

[주의사항] 저자가 한대로 동일한 질문을 던졌어도 내 아이가 책에 나온 학생들처럼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또 내 아이, 쥐잡듯이 잡지는 말자! 그러려고 시작한 게 아니지 않은가? 책 한권 읽고 겨우 한 번 따라해보고 천지개벽할 변화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는 법! 자자! 릴렉스한 후 다시 해보는 거다.

PART 2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갈래별 말하기 독서법 은 총 4장으로 나누었다. 그림책, 동시, 동화, 지식책을 어떻게 읽고 무엇을 말하게 할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1장 그림책을 읽고 나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해 보면 좋은 것들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그림책을 읽힐 것인가에 대한 내용과 연결되므로 읽기와 활동하기가 섞여도 무방하다.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거나 어휘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단어 수집가>라는 책으로 수업 사례를 들었다. 주인공 제롬은 말을 수집해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즉 시를 쓴다. 그 단어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후, 교사와 학생이 책 속의 단어들 중 마음에 드는 단어를 각각 골라본다. 그리고 교사가 단어 교환을 요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이루어지는 활동이 말하기 활동이 되는 것이다. 처음 보는 낱말의 뜻도 배우고, 교환하기 이유에 대해 적절한 근거를 대도록 하는 것이다.

[추가사항] 그림책 부분에서는 저학년에 초점을 맞춘 활동 사례를 보여주었다. 우리 애들은 이미 고학년인데, 중학생인데!라며 걱정하진 마시라. 그림책은 고학년도, 심지어 어른도 독후활동을 할 여지가 충분한 매체이다. 그러므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학년 자녀와 말하기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질문의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다.

2장 동시를 읽고 하는 독후 활동은 감상하기, 분석하기, 직접 써보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갑자기 뒷목 잡는 사람 몇몇 있을 줄 안다.

‘아니 분석이라니? 수능국어 시 파트에서 감상하고 분석하는 문제를 제일 못 맞혔는데... 그거 때매 내가 국어 망친 사람인데!’

하며 악몽이 되살아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해보자! 아이와 동시를 읽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해보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도 잊고 아이에게 시 감상이 재미있다는 기억을 심어주자. 내 아이마저 수능국어를 망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아,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가 수능 안 치고 대학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시 분석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1. 시어, 시에 쓰인 말과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보는 것이다. 함축적 의미로 쓰이는 시어의 상징을 찾을 수 있게 되면 추상적 사고력도 좋아지게 된다.

2. 이미지, 시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오감을 살린 어휘, 흉내내는 말 등을 확인하며 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법도 배운다.

3. 정서, 시의 분위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를 읽은 후 독자의 느낌과 시의 분위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시의 분위기는 어디서 드러나는가? 바로 시적 화자의 태도나 정서에서 드러난다. 그 정서는 그럼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시어와 이미지에 단서가 들어있다. 즉 1,2,3은 연동되어 있으며 동시를 읽고 지도할 때 어른이 주의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이다. 국어과 교사나 독서지도 교사라면 덜하겠지만 이런 책 한권을 읽고 학부모가 지도할 때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시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시는 독후활동을 하지 말란 말인가?

[꼭 조심해야할 사항] 부모가 자녀와 동시를 읽고 활동할 때 시를 분석하거나 지도하려고 하지 말자.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저학년이라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하게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게만 해도 충분하다. 재미있는, 생동감 있는 어휘가 사용된 동시를 소리내어 읽게 하거나 암송하게 한다면 더 좋다. 고학년이라면 위의 분석방법 중 시의 정서 위주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학부모가 하기 어렵다면 지도법 관련 책을 읽어 보며 준비거나 같이 읽을 동시를 먼저 읽어본 후에 자녀와 같이 해보는 것이다. 너무 힘들것 같은가? 그렇다면 독서지도 교사에게 아이를 보내면 된다.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3장 동화 말하기로 생각을 키우게 할 수 있다. 2장 동시 파트에서 힘들었는데 왠지 동화는 좀 쉽게 느껴질 것이다. 함축적 어휘를 사용하는 짧은 글보다는 긴 문장으로 된 동화가 지도하기에 쉬워 보인다. 그러나 해야 할 것이 만만치는 않다. 저자는 줄거리 확인, 인물과 배경으로 이야기 나누기, 마지막으로 비판적 시각으로 말하기로 구분해 놓았다. 줄거리를 정리하고 인물의 특성과 비판적 시각을 덧붙인다? 그렇다 딱 독후감이다. 저렇게 구분해서 말하게 한 후에 말한 것을 그대로 쓰라고 하면 독후감이 되는 것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양질의 답이 나올 수 있으니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기본적인 독후감 쓰기에서 질문의 사례를 아래와 같아 제시해주고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4장 지식책 말하기 활동으로는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과 자신이 생각한 것, 그 지식과 나와의 연관관계에 대해 말하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읽을 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학생이 관심있는 분야의 지식책을 읽어야 하고, 작가소개와 목차를 꼭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읽어야 한다. 예컨대 목차를 보며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거나 정리해야할 부분은 밑줄긋거나 요약하며 읽는다. 그러면 말하기가 쉬워진다.

[참고 사항] 아무래도 이런 활동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좋다. 성인들이 지식정보책을 읽고 리뷰를 쓰거나 할 때도 위 내용을 참고해도 좋다.

PART 3 글쓰기 힘을 키워주는 말하기 에서는 어휘력과 문장력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제시하고 있다. 장의 마지막에 글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라는 꼭지에서는 그동안 말하기 위주로 설명한 내용을 어떻게 쓰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팁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녀지도에 활용해도 좋고 부모 본인의 글쓰기에도 꽤 도움이 될 내용이다.

[활용사항] 초등학생 자녀와 어휘만들기, 초성퀴즈 등은 바로 활용하기에 좋다. 문장만들기에서 글쓰기 공책 장만하기는 성인독자 스스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리뷰 쓰기가 부담스러워 읽기만 한 성인이 이 방법으로 시작한다면 좋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읽고 쓰기 다 하고 있더라도 조금은 수고로운 아날로그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자.

1. 글쓰기 노트와 펜을 장만한다.

2. 글쓰기 노트 앞장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본다. 아, 물론 좋아하지 않는 거 안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써보자! 내가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잘 쓴다며 뇌피셜로 막막 그려보는 거다.

☞ 이것이 글쓰기의 시작이 된다면 앞으로 글 잘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3. 읽은 책에 대해 이 책에서 배운대로 말하기를 해보고 그것을 글쓰기 노트에 기록하자.

PART 4 어린이 유형별 독서 지도법 에서는 MBTI 기준으로 아이의 성향을 구분하여 지도하는 법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책에 소개된 책 목록이 나와 있어서 어떤 책으로 해볼까하는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준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무슨 책으로 시작해 볼까?하면서 고민중이라는 둥 차일피일 미루는 행동은 비겁한 변명이 되겠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바로 시작해 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 책, <말하기 독서법>의 주 독자층은 초등학생 학부모들, 독후활동으로 글쓰기를 시키다가 진빠진 자녀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들, 독서지도교사나 국어교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만 이 책을 읽기엔 아쉽다. 앞에서 여러 번 밝혔듯 책을 읽고 말하든 글쓰든 뭔가 활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고하기에 좋다. 기존 성인을 위한 글쓰기나 독서법 관련 책들을 읽었지만 따라 하기 버겁다고 느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유용할 수 있다.

이 책의 방법들을 내 아이와 해보았을 때 책과 동일하게 성공하지만 않을 수 있다. 책에는 성공사례만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인가? 하고 실망할 수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책 속에 실패사례를 넣으면 저자의 실력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고 독자들의 의욕도 떨어질 수 있으니 감안해 주어야 한다.

이런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글쓰기에서 이미 다 하고 있는 방법들을 “말하기 독서법”이란 이름으로 마치 새로운 것 인양 독자들 낚는 것 아니냐고? 이것 역시 그럴 수 있다. 글쓰기나 독서지도 관련 책을 꾸준히 사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감안하고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비슷한 내용이겠지만 신간이므로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참고하고, 수업에 사용한 책 목록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그러나 초보 엄마라면, 독서지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부모라면 꽤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그렇듯 또 그러했다.

그림 잘 그리는 것도, 그림과 에세이가 어울리는 것도, 진솔한 글도,

아내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남편도, 시시콜콜 사소한 대화도~~

어쩜 하나같이 부럽다!

이거, 아주 병이다!!

남이 잘 하는 것, 잘 되는 것만 보면 부러워한다.

알고는 있다.

드러내놓지 않은 어려움이 더 많다는 걸...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거다!!

예전엔 그랬다. 부러우면 배아프고 자책하고...

그런들 뭐 바뀌는 건 하나 없이 삐뚤빼뚤한 심보가 세모 눈을 만들뿐이란 걸 이젠 안다.

그래서~~

심재원씨네 가족이 예쁘다.

아이 낳아 키우며 어른이 되고 사랑을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니 그저 이쁘다.

심재원씨는 14년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휴직을 냈다. 그 때부터 SNS에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할 땐 보이지 않던 것들, 가까이서 여유롭게 보이는 것들을 보석처럼 느끼고 기록하는 것 같다. 글과 그림을 본 독자들도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1장 "아내의 마음을 읽다"는 집에서 유심히 보게된 아내의 순간을 포착한 그림과 글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에 바쁜 아내가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와 연신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며, 뻔하지만 기분좋은 말을 해주는 남편! 다정함과 관심이야말로 부부생활을 매끄럽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유와 같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가 대부분 아이것이고 아내것은 많이 단출해졌더라는 내용이다. 저런 사소한 지점을 캐치해 내니까 이런 글도 쓰는 모양이다. 여자는 엄마가 되면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자신을 챙기는 것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것이 물질이든 시간이든.

2장의 제목은 "사랑받던 기억은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한다"이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힘든 일은 그전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때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며 쓴 맛과 함께 오는 달큰함을 행복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에게서 받았던 무한 사랑이 몸속 어딘가 심어져 있다 피어난 것임을 아이의 얼굴을 보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표현은, 잡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별과 같아서 그렇다는 표현에 공감했다. 별처럼 반짝였던 순간들이 얼마나 찰나적이었는지 지나고나서야 깨달았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짧은지 알지 못한다. 나만 그런가? 나는 그랬다. 지나고보니 아쉽고 애틋한데 이 가족은 순간을 조금 더 길게 지속시키는 법을 아는 것 같다.

3장은 "가족안에서 논다"

 

 

 

가족은 서로가 닮아가고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가는 이름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는 당연한 명제에서 찾아낸 진실 하나! 실은 아빠를 아빠로, 엄마를 엄마로 키우는 것이 자식이고 가족이란 이름이라는 것!! 늘 사랑을 준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은 아이에게 사랑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육아로 지치고 정신줄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를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못올 아름다운 시간이란 말에 무슨 어불성설이냐며 격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짜 그러하다.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펴보길 바란다. 혹 글자 읽을 힘도 없다면 한장한장 넘기며 그림이라도 보면 좋다. 얼굴형태만 있고 표정이 없는 가족 그림을 보며 본인의 얼굴을 대입시키게 될 것이다. 밝고 편안한 본인의 표정을 그려넣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며 읽으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이묵돌 지음 / 부크럼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일 년의 단위를 1월부터 12월이라 하고,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부른다. 작가 이묵돌은 계절을 24절기로 나누었다. 그러니 입춘부터 시작해서 대한에서 끝난다. 다시 입춘에서 시작이다. 20대의 작가가 계절을 24절기로 나눈다는 게 참신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는 작가 자신의 사랑이야기다. 24절기라고 해서 꼭 시간 순서대로 1년동안 있었던 일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 연이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같이 살면서 티격태격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지난 사랑이야기도 있고, 그리 친하지 않는 엄마이야기도 있다. 에세이인만큼 솔직하지만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진실인지 아닌지 독자는 모른다. 그렇다면 남의 일기 같은 에세이를 왜 읽을까?

 

이묵돌은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페북에서 활동한 유명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 책으로 처음 만났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 본 문구에 이끌렸다.

 "한 때는 콱 죽어버리고 싶었지만 요새는 영원히 살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어떤 연유로 삶에 의지를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이처럼 에세이는 타인의 일상을 통해 그의 삶의 태도를 보며 공감하기도,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표지에 쓰여 있는 부제는 ‘언젠가 끝나게 될 사랑에 온전한 나를 바치기로 했다’ 이다.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면서, 사랑이란 끝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작가는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영원히 살고 싶다는 다짐이 된 모양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1년 24절기 모두 사랑하기 좋은 계절인 거다.

좀 간지럽긴 했지만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공감가는 문장들을 골라봤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마저 어린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 있었다.

p.50

우리의 사랑은 작은 돛단배 같다. 오래되고 낡은 나무를 써서 만든 배 말이다. 옅은 비바람에도 쉽게 구멍이 나고 물이 샌다. 파도가 조금 너울거리지만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언제부터 표류했는지 방향도 목적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갖은 고생을 해가며 구멍을 메우고, 낡아빠진 곳을 다듬어 광을 낸다. 제아무리 힘들다고 한들 다른 배로 갈아탈 생각은 없다. 세상에 완벽한 배란 없고,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매일같이 고치고 메꾸는 방법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의 목적지란 비바람 한 점 없는 어느 고요한 바다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배를 고쳐줄 사람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삐걱거릴 때,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 이 문장을 읽어보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간다는 것의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어 부부사이에도 해당되는 문장이다.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글을 썼고, 스무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스카웃도 돼봤고, IT회사 창업했다 쫄딱 망하기도 했고, 리뷰왕으로 이름도 날렸고, 지금은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눈을 키웠고 그것이 글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제주도 여행에서 여자친구 연이의 진심이 담긴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작가는 이렇게 썼다.

p.80

어떤 기억들은 내게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된 시기를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곤 한다. 또 떠올릴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그런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것으로도 ‘내 인생은 꽤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나는 감사히 지나 보내며 생각했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다.

 

작가가 살고 싶게 만든 이유는 결국 사랑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봄이 지나간 뒤에야 두 번 다시 봄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계절들을 혼자 – 또는 혼자보다 못한 우리 – 로서 지나쳐 보낸다.”

그리고 또 말한다.

"어느 해 어떤 날에 비로소 영원한 봄날이 와서. 또 영원히 지지 않을 벚꽃이 피리라고 생각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오직 이 순간,

이 마음에 내 전부를 쏟아 붓기로 했다."

 

지나간 계절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다가오는 계절을 흘려보내느니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겠다던 작가의 다짐은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자에게 말하는 듯 하다. 끝이 언제일지 몰라도 지금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하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어렵다” 아니면 “고리타분하다” 아니면 “철학 몰라도 잘만 산다”등등의

부정적 어휘들이 많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정도는 나의 예측이었지만 실제 답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몇몇 단톡방에 철학에 대한 느낌을 물어봤더니 대체로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철학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기에 각잡고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들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이 내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교양서적을 찾아 읽어보는 것일 터이다.

 

그러기에 맞춤한 책이 나왔다. ‘토마스 아키나리’라는 일본 작가의 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이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19개의 서양철학 사상에 대해 간락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만 제목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사상의 요약 정리본을 읽고 그 사상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철학을 한 권에 정리한 책이므로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 바로바로 찾아보기에는 좋다. 이를테면 ‘경험론을 주장한 사람이 누구였지? 어떤 내용이었더라?’ 하면, chapter 7의 경험론을 읽어보면 된다.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싶다면 로크의 정치사상서적을 찾아 읽어보면 된다. 철학을 그저 어렵게만 여기는 게 아니라 나의 관심영역으로 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철학서적을 읽는 일반 독서인의 길로 나아감에 있어 이 책이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을 3장으로 나누었다. 1장은 고대와 중세사상, 2장은 근대 사상, 3장은 현대사상이다. 소제목들을 보면 서양철학의 관심사가 세상과 신에서 서서히 지식과 인간, 개인에 대한 고찰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꼭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밝힌대로 철학사상이나 철학자를 보고 관심있는 것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각 장의 마지막엔 철학사의 흐름을 도표로 정리해 두었다.

 

 

 

 작가도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

고민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능동적으로 해소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깊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잘 살필 수 있는 거울, 해결할 수 있는 도구 같은 철학을 당신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독자가 필요할 때 이 책을 도구로 사용하면 된다.

 

내가 읽고 관심이 생긴 몇 가지 발췌해 보았다.

“타인을 대하는 한없이 착한 마음”

무슨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요즘 착한 사람은 구경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 한없이 착한 마음이라니?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 예수그리스도와 바울에 대한 내용이다.

앗, 종교 얘기 딱 질색이라며 스킵하지 마시길... 종교보다는 역사이야기이다. 성서는 구약성서과 신약성서로 나뉘는데 그 이유는, 원래 유대교 성서,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스라엘인이었던 예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교가 되면서 신약성서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나 유대교, 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트 이렇게 성서에서 뻗어나와 서양종교사가 된다. 이 챕터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박해와 이스라엘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성경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실제 우리 생활과도 연결되는 생각의 전환이 되는 부분이라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성경 내용중,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대부분은 공짜로 주어진 것이므로 세상 감사해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있다. 우리가 노동해서 돈벌어 사는 것인데 이 세상이 뭐가 공짜냐 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몸과 주위의 환경 모두 거저 받은 것임에도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다. 유대교의 권위를 위협한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당했고 바울은 예수탄압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바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속죄’라는 의미로 설명하며 이것을 최고의 희생이라 칭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 그리스도를 전도하러 다녔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어 보니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 기독교의 역사와 주요 교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사람이 문제다. 시작은 사랑과 희생이었는데 그것을 전파한답시고 인간들이 변질시킨 것이다. 원리주의에 함몰되는 것도 문제지만 초심을 흩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신은 죽었다, 초인을 소망하라“

아, 이제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구나 할 것이다. 그 유명한 니체의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에 대한 내용이다.

니체의 주장에 의하면 플라톤주의도 그리스도교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허구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므로 무無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이 바로 니힐리즘이다. ‘신은 죽었다’ , 이 말을 통해 니체는 서양 역사를 지탱해 온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붕괴시키고 형이상학 시대의 종언과 니힐리즘의 도래를 알렸다.

어느 날 혹은 어느 날 밤, 악마가 당신의 가장 쓸쓸한 고독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어와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너는, 네가 실제로 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나아가서는 무한정 여러 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한다”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영겁회귀사상이다. 이 책을 쓴 니체도 과연 그의 생을 다시 한번, 아니 영원히 그대로 그 삶을 살아야한다면,

“예!”라고 대답했을까?

결코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는데...

"괴로운 것도 인생이니 받아들이자!"

아니, "다시 한 번 더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지

지금 내 인생의 괴로움도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생이 영원히 무한 반복된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이 책을 그저 짧게 정리된 서양 철학책이라 생각했다. 읽고 보니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책의 일부분이 내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9.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2019년 10월호 샘터에는 가을에 딱 어울리는 시조와 시가 수록되어 있다. 위 시들이 다른 사연들보다 더 눈에 들어와서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며칠전 밤에 우리 동네에서 채집한 풀벌레 소리가 이번 달 시조 <가을밤>에 딱 맞아떨어져서 사진에 그 소리를 입혀 영상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낑낑거리다 결국 실패했다...  

 

 

 

이달에 만난 사람에서는 '최수원'씨를 만났다. 우리나라에 51명밖에 없는 직업, 프로야구심판이다. 어떤 판정을 내리든 모두를 만족시킬순 없다. 판정에 불만을 가지는 선수도, 심판도, 팬들까지도 악당이라며 비난하면 심판은 외롭고 쓸쓸한 섬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그라운드의 중재자라는 자긍심 하나로 이 일을 하고 있는 최수원씨는 고 최동원 투수의 동생이다. 생각처럼 쉽지 않을거라는 형의 걱정을 뒤로하고 26년째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그는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9월 14일이 최동원 선수의 8주기였는데 동생의 기사를 읽으며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월 특집사연의 주제는 "나이 차를 극복한 우정"이다. 읽어보니 나이도 성별도 구분없이 우정을 나눈 사연들이었다.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며 한탄하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샘터 사연을 읽다보면 우리 주위에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흐뭇해진다.

이번 호 '파랑새의 희망수기'와 '내 인생의 한 사람'꼭지의 주인공은 모두 엄마다. 노년이 된 엄마들의 삶은 고단함과 연민이 공존한다. 엄마들은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싶다.

 

 

유기견 스잔이의 하루를 기록하는 잉꼬부부 사연과 동물관련 전시회 정보는 둘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인 인간이 동물들을 덜 괴롭히려면?? 전시회라도 가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의 무인서점에 대한 기사인데 처음 알게 되었다. 주인은 없고 책만 있는 서점에 손님이 와서 책을 읽다가 간다? 문화행사를 열어 지역 문화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참신한 발상이다. "책 읽는 사람의 양심"으로 운영되는 무인서점이 민들레 홀씨처럼 전국의 길모퉁이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는기사의 마무리 문장처럼 우리 동네에서도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