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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늘 그렇듯 또 그러했다.
그림 잘 그리는 것도, 그림과 에세이가 어울리는 것도, 진솔한 글도,
아내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남편도, 시시콜콜 사소한 대화도~~
어쩜 하나같이 부럽다!
이거, 아주 병이다!!
남이 잘 하는 것, 잘 되는 것만 보면 부러워한다.
알고는 있다.
드러내놓지 않은 어려움이 더 많다는 걸...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거다!!
예전엔 그랬다. 부러우면 배아프고 자책하고...
그런들 뭐 바뀌는 건 하나 없이 삐뚤빼뚤한 심보가 세모 눈을 만들뿐이란 걸 이젠 안다.
그래서~~
심재원씨네 가족이 예쁘다.
아이 낳아 키우며 어른이 되고 사랑을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니 그저 이쁘다.
심재원씨는 14년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휴직을 냈다. 그 때부터 SNS에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할 땐 보이지 않던 것들, 가까이서 여유롭게 보이는 것들을 보석처럼 느끼고 기록하는 것 같다. 글과 그림을 본 독자들도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1장 "아내의 마음을 읽다"는 집에서 유심히 보게된 아내의 순간을 포착한 그림과 글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에 바쁜 아내가 오랜만에 미용실에 다녀와 연신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며, 뻔하지만 기분좋은 말을 해주는 남편! 다정함과 관심이야말로 부부생활을 매끄럽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유와 같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가 대부분 아이것이고 아내것은 많이 단출해졌더라는 내용이다. 저런 사소한 지점을 캐치해 내니까 이런 글도 쓰는 모양이다. 여자는 엄마가 되면 아이 위주의 생활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자신을 챙기는 것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것이 물질이든 시간이든.
2장의 제목은 "사랑받던 기억은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한다"이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힘든 일은 그전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때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며 쓴 맛과 함께 오는 달큰함을 행복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에게서 받았던 무한 사랑이 몸속 어딘가 심어져 있다 피어난 것임을 아이의 얼굴을 보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표현은, 잡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별과 같아서 그렇다는 표현에 공감했다. 별처럼 반짝였던 순간들이 얼마나 찰나적이었는지 지나고나서야 깨달았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짧은지 알지 못한다. 나만 그런가? 나는 그랬다. 지나고보니 아쉽고 애틋한데 이 가족은 순간을 조금 더 길게 지속시키는 법을 아는 것 같다.
3장은 "가족안에서 논다"
가족은 서로가 닮아가고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가는 이름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는 당연한 명제에서 찾아낸 진실 하나! 실은 아빠를 아빠로, 엄마를 엄마로 키우는 것이 자식이고 가족이란 이름이라는 것!! 늘 사랑을 준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은 아이에게 사랑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육아로 지치고 정신줄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를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못올 아름다운 시간이란 말에 무슨 어불성설이냐며 격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짜 그러하다.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펴보길 바란다. 혹 글자 읽을 힘도 없다면 한장한장 넘기며 그림이라도 보면 좋다. 얼굴형태만 있고 표정이 없는 가족 그림을 보며 본인의 얼굴을 대입시키게 될 것이다. 밝고 편안한 본인의 표정을 그려넣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며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