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하기 독서법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교육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애들 독후감 쓰게 하려고 고군분투했던 엄마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책이 나왔다.
독서교육전문가 김소영씨의 <말하기 독서법>이라는 책이다. 책 내용대로 전문가의 코칭에 따라 자녀와 함께 실천해 보면 책 뒷표지의 홍보문구처럼 될 것이다.
"독후감 쓰기보단 말하게 하세요!"
"책 읽기가 즐거워지면 읽기 능력이 생기고, 읽기 능력이 생기면 저절로 공부머리가 트이기 시작한다!"
오~ 구미가 확 당기지 않는가?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책의 방법대로 하나하나 실천한 후(못해도 2주정도?) 그 결과를 비교하며 리뷰를 쓰면 좋을텐데, 집엔 고양이 세 마리 밖에 없으므로 읽자마자 리뷰를 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
이제 책의 순서대로 확인해보자.
PART 1 ‘말하기’가 독후감 쓰기보다 먼저인 이유 에서는 7개의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글쓰기에 앞서 말하기를 시켰을 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
좋은 이유는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서두르지 마시라!
장의 마지막에 “말하기 독서, 어떻게 지도해야하나요?”라는 코너에 친절하게 정리해 두었다. 저자가 수업한 사례 위주라서 현장감이 있고 그대로 따라해 보기에 좋다.
[주의사항] 저자가 한대로 동일한 질문을 던졌어도 내 아이가 책에 나온 학생들처럼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또 내 아이, 쥐잡듯이 잡지는 말자! 그러려고 시작한 게 아니지 않은가? 책 한권 읽고 겨우 한 번 따라해보고 천지개벽할 변화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는 법! 자자! 릴렉스한 후 다시 해보는 거다.
PART 2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갈래별 말하기 독서법 은 총 4장으로 나누었다. 그림책, 동시, 동화, 지식책을 어떻게 읽고 무엇을 말하게 할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1장 그림책을 읽고 나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해 보면 좋은 것들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그림책을 읽힐 것인가에 대한 내용과 연결되므로 읽기와 활동하기가 섞여도 무방하다.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거나 어휘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단어 수집가>라는 책으로 수업 사례를 들었다. 주인공 제롬은 말을 수집해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즉 시를 쓴다. 그 단어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후, 교사와 학생이 책 속의 단어들 중 마음에 드는 단어를 각각 골라본다. 그리고 교사가 단어 교환을 요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이루어지는 활동이 말하기 활동이 되는 것이다. 처음 보는 낱말의 뜻도 배우고, 교환하기 이유에 대해 적절한 근거를 대도록 하는 것이다.
[추가사항] 그림책 부분에서는 저학년에 초점을 맞춘 활동 사례를 보여주었다. 우리 애들은 이미 고학년인데, 중학생인데!라며 걱정하진 마시라. 그림책은 고학년도, 심지어 어른도 독후활동을 할 여지가 충분한 매체이다. 그러므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학년 자녀와 말하기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질문의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다.
2장 동시를 읽고 하는 독후 활동은 감상하기, 분석하기, 직접 써보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갑자기 뒷목 잡는 사람 몇몇 있을 줄 안다.
‘아니 분석이라니? 수능국어 시 파트에서 감상하고 분석하는 문제를 제일 못 맞혔는데... 그거 때매 내가 국어 망친 사람인데!’
하며 악몽이 되살아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해보자! 아이와 동시를 읽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해보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도 잊고 아이에게 시 감상이 재미있다는 기억을 심어주자. 내 아이마저 수능국어를 망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아,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가 수능 안 치고 대학에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시 분석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1. 시어, 시에 쓰인 말과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보는 것이다. 함축적 의미로 쓰이는 시어의 상징을 찾을 수 있게 되면 추상적 사고력도 좋아지게 된다.
2. 이미지, 시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다. 오감을 살린 어휘, 흉내내는 말 등을 확인하며 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법도 배운다.
3. 정서, 시의 분위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를 읽은 후 독자의 느낌과 시의 분위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시의 분위기는 어디서 드러나는가? 바로 시적 화자의 태도나 정서에서 드러난다. 그 정서는 그럼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시어와 이미지에 단서가 들어있다. 즉 1,2,3은 연동되어 있으며 동시를 읽고 지도할 때 어른이 주의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이다. 국어과 교사나 독서지도 교사라면 덜하겠지만 이런 책 한권을 읽고 학부모가 지도할 때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시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시는 독후활동을 하지 말란 말인가?
[꼭 조심해야할 사항] 부모가 자녀와 동시를 읽고 활동할 때 시를 분석하거나 지도하려고 하지 말자.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저학년이라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하게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게만 해도 충분하다. 재미있는, 생동감 있는 어휘가 사용된 동시를 소리내어 읽게 하거나 암송하게 한다면 더 좋다. 고학년이라면 위의 분석방법 중 시의 정서 위주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학부모가 하기 어렵다면 지도법 관련 책을 읽어 보며 준비거나 같이 읽을 동시를 먼저 읽어본 후에 자녀와 같이 해보는 것이다. 너무 힘들것 같은가? 그렇다면 독서지도 교사에게 아이를 보내면 된다.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3장 동화 말하기로 생각을 키우게 할 수 있다. 2장 동시 파트에서 힘들었는데 왠지 동화는 좀 쉽게 느껴질 것이다. 함축적 어휘를 사용하는 짧은 글보다는 긴 문장으로 된 동화가 지도하기에 쉬워 보인다. 그러나 해야 할 것이 만만치는 않다. 저자는 줄거리 확인, 인물과 배경으로 이야기 나누기, 마지막으로 비판적 시각으로 말하기로 구분해 놓았다. 줄거리를 정리하고 인물의 특성과 비판적 시각을 덧붙인다? 그렇다 딱 독후감이다. 저렇게 구분해서 말하게 한 후에 말한 것을 그대로 쓰라고 하면 독후감이 되는 것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양질의 답이 나올 수 있으니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기본적인 독후감 쓰기에서 질문의 사례를 아래와 같아 제시해주고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4장 지식책 말하기 활동으로는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과 자신이 생각한 것, 그 지식과 나와의 연관관계에 대해 말하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읽을 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학생이 관심있는 분야의 지식책을 읽어야 하고, 작가소개와 목차를 꼭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읽어야 한다. 예컨대 목차를 보며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거나 정리해야할 부분은 밑줄긋거나 요약하며 읽는다. 그러면 말하기가 쉬워진다.
[참고 사항] 아무래도 이런 활동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좋다. 성인들이 지식정보책을 읽고 리뷰를 쓰거나 할 때도 위 내용을 참고해도 좋다.
PART 3 글쓰기 힘을 키워주는 말하기 에서는 어휘력과 문장력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제시하고 있다. 장의 마지막에 글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라는 꼭지에서는 그동안 말하기 위주로 설명한 내용을 어떻게 쓰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팁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녀지도에 활용해도 좋고 부모 본인의 글쓰기에도 꽤 도움이 될 내용이다.
[활용사항] 초등학생 자녀와 어휘만들기, 초성퀴즈 등은 바로 활용하기에 좋다. 문장만들기에서 글쓰기 공책 장만하기는 성인독자 스스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리뷰 쓰기가 부담스러워 읽기만 한 성인이 이 방법으로 시작한다면 좋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읽고 쓰기 다 하고 있더라도 조금은 수고로운 아날로그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자.
1. 글쓰기 노트와 펜을 장만한다.
2. 글쓰기 노트 앞장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본다. 아, 물론 좋아하지 않는 거 안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써보자! 내가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잘 쓴다며 뇌피셜로 막막 그려보는 거다.
☞ 이것이 글쓰기의 시작이 된다면 앞으로 글 잘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3. 읽은 책에 대해 이 책에서 배운대로 말하기를 해보고 그것을 글쓰기 노트에 기록하자.
PART 4 어린이 유형별 독서 지도법 에서는 MBTI 기준으로 아이의 성향을 구분하여 지도하는 법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책에 소개된 책 목록이 나와 있어서 어떤 책으로 해볼까하는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준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무슨 책으로 시작해 볼까?하면서 고민중이라는 둥 차일피일 미루는 행동은 비겁한 변명이 되겠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바로 시작해 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 책, <말하기 독서법>의 주 독자층은 초등학생 학부모들, 독후활동으로 글쓰기를 시키다가 진빠진 자녀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들, 독서지도교사나 국어교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만 이 책을 읽기엔 아쉽다. 앞에서 여러 번 밝혔듯 책을 읽고 말하든 글쓰든 뭔가 활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고하기에 좋다. 기존 성인을 위한 글쓰기나 독서법 관련 책들을 읽었지만 따라 하기 버겁다고 느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유용할 수 있다.
이 책의 방법들을 내 아이와 해보았을 때 책과 동일하게 성공하지만 않을 수 있다. 책에는 성공사례만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인가? 하고 실망할 수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책 속에 실패사례를 넣으면 저자의 실력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고 독자들의 의욕도 떨어질 수 있으니 감안해 주어야 한다.
이런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글쓰기에서 이미 다 하고 있는 방법들을 “말하기 독서법”이란 이름으로 마치 새로운 것 인양 독자들 낚는 것 아니냐고? 이것 역시 그럴 수 있다. 글쓰기나 독서지도 관련 책을 꾸준히 사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감안하고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비슷한 내용이겠지만 신간이므로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참고하고, 수업에 사용한 책 목록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그러나 초보 엄마라면, 독서지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부모라면 꽤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