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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아이작 유 지음 / 다연 / 2019년 10월
평점 :

1.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한 삶을 사는 용기가 필요했다.
2. 그렇게 너무 열심히 살 필요는 없었다.
3.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4. 친구들봐 좀 더 자주 만났어야 했다.
5. 내 자신이 좀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위 내용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마지막 말 중 공통된 것들이다. ‘브로니 웨어’라는 호주 여성이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환자들과 보낸 시간들을 기록한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 나오는 내용이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건 조금은 여유롭게 산다는 뜻일 듯하다. 다섯 가지 내용들을 보니, 내가 지금 임종을 앞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감되었고 그중에서 2번은 꼭 내 얘기같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갇혀 있었다. 너무 빡시게 살지 말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된다. 개인을 채찍질하는 사회분위기 안에서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려야했지만 성격 탓도 크다. 느긋하게 살아보자고, 그동안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데만 치중했다고, 생각하며 그만하자고 다짐했다. 연초에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하고 치료하면서 했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하는 꼴을 보면 원상복귀됐다. 지인들은 나를 이상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젠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냐?” “
“너무 부지런하다.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지 모르겠다.”
“무슨 강박증 있나?”
뭐 하러 이렇게 경쟁하듯이 책을 읽는지 나도 모르겠다. 작년초,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그냥 그동안 읽기만 하고 쓰기를 안했으니 이젠 좀 써보자~ 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책 리뷰 위주로 글을 쓰다 보니 매일 한 권씩 읽고 쓰려는 강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또 앞만 보고 질주하고 있으니 이건 성격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다시 워~~워~~ 고삐를 느슨하게 풀어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작가 ‘아이작 유’의 책 <걱정마,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내용을 읽고 요즘의 나에 대해, 내 행동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재직중이고, 이 책 앞에 이미 <질문 지능> <노트 지능> <당신의 열정을 퍼블리쉬하라>등 세 권의 책을 냈다.
이 책의 제목 <걱정마,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는 시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감성 에세이 느낌이 난다. 하지만 작가는 공학자 출신답게 시간을 1초 단위부터 쪼개서 단위화 시킨다. 초, 분, 시간, 일, 년의 순서로 나눈다. 그 시간의 단위 하나하나를 붙잡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초에서 평생이 되기까지 다양한 길이와 주기를 가진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삶을 짧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며, 언제나 조급해하지 않으며 여유롭고도 통찰력 있게 인생을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작가가 다룬 시간의 단위중에서 공감한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3초]
하나, 둘, 셋! 이 짧은 3초의 시간에 우리 뇌 깊숙한 곳, 뇌간과 소뇌에선 한순간 상대방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이 사람이 호감이 있는지, 매력이 있는지, 좋은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상대방이 좋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말과 몸짓,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3초라는 짧은 시간에 결정되는 인상, 하지만 인상이란 사람의 평생에 걸쳐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중략) 순간순간의 좋은 마음들, 좋은 생각들, 좋은 말들, 좋은 몸짓들이 모여 당신의 빛나는 얼굴을 드러낸다.
3초안에 결정된다는 그 첫인상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그 3초가, 사실은 그 사람이 누적해온 것들의 결과라는 것이란 말은 신선했다.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맘 먹고 포장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 내가 얼마나 무표정한지 확인했는데 단톡방에 올라온 내가 찍힌 사진들 때문이었다. 어떤 모임에서든 요즘은 다 인증샷이라며 사진을 찍는다. 대놓고 하나둘셋!하며 찍는 이를 바라볼 때의 내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렇지 않고 뭔가 다른 짓을 하고 있거나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을 때 찍힌 나의 표정은 뚱하고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스마일 표정으로 입꼬리를 귀밑까지 끌어올리고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평소 내 표정들이 누적되어 상대에게는 비호감을 주는 첫인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하려고 애쓴다. 뭘 하고 있든 평소 표정을 예쁘게, 웃는 얼굴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꼭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무심코 찍힌 사진 속 내 표정이 나도 싫었기 때문이다.
[한 달]
맷 커츠는 ‘30일간의 도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 일상에는 기억에 남을 소중한 순간들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둘째, 해보지 않은 그 어떠한 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음을 배웠다. 셋째, 간절히 원한다면 무엇이든 30일 만에 해낼 수 있음을 배웠다. 넷째, 꾸준히 실천하고 이를 통해 작은 변화들을 축적시키면 더 쉽고 효과적으로 습관을 만들 수 있음을 배웠다.
작가도 30일간 도전할 일을 찾다가 딱 한 달안에 책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한 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했을까? 물론 성공했으니 이 책에서 밝혔을 것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영어 공부법’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로 했고 회사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도 결과물이 나오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해서 강연이나 북토크도 찾아다니는 편이다. 매일글쓰기도 꾸준히 600일째 하고 있다. 뭐든지 꾸준히, 성실하게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들 한다. 나는 지금 뭘 이뤘나? 생각해보니 너무 취향위주로만 경험하는 것 같아서 안 해본 분야에 도전해 봐야겠다.
2061년에 헬리혜성이 지구 가까이로 올 것이라고 한다. 예부터 사람들은 혜성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의미부여를 했다. 이에 작가는 묻는다.
"2061년이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몇 살이며, 그 때 당신은 헬리혜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로 찾아오길 희망하는가? 그것은 바로 당신의 지금 마음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2061년에 내가 살아있다면 거의 백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순간 바로 떠오르는 내 모습은 손주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책과 가까이 하고 있을 것은 분명할 것 같다. 그 나이 되도록 죽지 않고 살아있고 손주에게 책을 읽어줄 정도라면 만족할 만하다. 번지르르한 성공이란 걸 하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 성공이 아니고 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