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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문은강 작가의 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표지 그림엔 고양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책에 고양이가 나올거라고 단정했나?? 그 이윤 모르겠다! 나도 설명할 길이 없지만 고복희와 고양이는 분명 무슨 관계가 있을거라고 단정했다. 다행이도 책을 읽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건 잠시 까먹었다. 우리의 고복희씨가 은근 매력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은 매력있다. 작가가 아낀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인공을 삼았을리도 없고 우리의 고복희씨 이름을 제목에 뙇 박아두었을리도 없다!
우리의 고복희씨는 올해 나이 50세, 그야말로 FM인생이다. 원더랜드 호텔의 사장님인 우리의 고복희씨는 자신이 정해놓은 루틴대로 움직여야 맘이 편한 사람이다. 바지런하고 깔끔하고 절대 실없는 소리같은 건 하지 않는다. 매일 자신이 해야할 일을 빠트리지 않고 하는 사장님이다. 그런데 요리 실력은, 글쎄올시다다. 동일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다. 깐깐하고 융통성 없고 재미없다. 사실만을 말하는 감정 없는 말투에 사람이 곁에 붙을래야 붙을 수가 없다! 물론 요리실력도 젬병이다!
우리의 50세, 고복희씨의 과거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작가는 92년생이다. 깜짝 놀랐다. 문은강 작가는 엄마뻘 되는 그녀가 살았던 시대묘사를 잘 했다. 감각적이고 젊은 문체인데 70년대~90년대를 실감나게 표현하기에 감각이 살아있는 70년대생인줄 알았다. 92년생이라니!! 역시~~ 94년생 린과 박지우의 상황과 심리묘사도 잘 했다. 자기 세대 이야기니까!
백수 지우가 얼떨결에 프놈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겠다며 여행와서 묵은 곳이 우리의 고복희씨가 운영하는 원더랜드~ 지우가 낚이도록 홍보했던 사람은 동갑내기 캄보디아인 원더랜드에 남은 하나뿐인 직원, 린! 그 둘을 지금 이 곳, 지구에 사는 미래가 막막한 청춘들이다. 그러나 린은 거의 자기계발서식의 삶을 열심히 살고있고, 지우는 죽도록 노력하다보면 성공하는게 아니라 죽는다며! 남이 보기에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이는 청춘이다. 아니, 대충 사는거, 맞다!
작가는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에서, 뭔가 신비감 풍기는 앙코르와트 근처(프놈펜이 사실 앙코르와트랑 먼데 지우가 그것도 모르고 원더랜드에 숙박한 거다)를 배경으로 90년대생 여성 두명과 70년생 여성 한명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섞일것 같지 않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 여성의 이야기가 제각각의 사연으로 나열되는듯 하지만 그들이 한 장소에 있으므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작은 연대의 기운이 솔솔 피어오른다. 그것은 원더랜드니까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호텔 이름대로 그곳에 묵는 여행객에겐 신비한 일이 생길것만 같다. 당장은 전혀 아닐 것 같아도!
이 소설이 구질구질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하다 끝냈다면 언짢을뻔 했다. 90년대생 두 명은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늘 동일한 루틴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고복희씨는 오늘도 제 시간에 원더랜드의 대문을 활짝 연다.
사랑했던 남편 장영수씨가 했던 말을 지키고 싶어서 25년간 몸담았던 교직과 연금을 버리고 원더랜드를 오픈한 우리의 고복희씨!! 어떤 회유와 압박이 들어와도 원더랜드는 꼭 지켜낼 것이다. 그 옛날 남자선배에게, 지금의 김인석에게 휘둘렀던 그녀의 폭력을 책 속에선,
"나는 지금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우린 이제 안다! FM인생 고복희씨가 하는 행동은 옳지않을 리가 없다는 걸~~
이제 원더랜드에서, 우리의 고복희씨와 장영수씨는 매일밤 꿈같은 춤을 출 것이다.
원더랜드에 춤추는 밤은 매일 이어질 것이고 아침이면 빼곡한 흔적의 자국들을 보며 우리의 고복희씨가 원더랜드의 문을 열 것이다!!
아예 관용어구로 그녀를 언급할 때마다 "우리의 고복희씨"라고 쓴 이유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왠지 나랑 비슷한 면이 많은듯...ㅎㅎ 냉정하게 보이는 똑부러지는 성격때문에 평판점수가 깎이는 걸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그녀가 넘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언뜻 무매력일것 같은 사람을 작가는 왜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의문이 일었지만 장영수씨 때문에 알게 됐다. 그는 우리의 고복희씨, 그녀만의 매력을 알아본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제 없지만 린과 지우 거기에 안대용과 고양이까지 있다.
아하핫!!
나왔다! 나왔어, 고양이!!
고양이가 나온게 무슨 대수냐?
새끼고양이를 안대용이 주워와 결국 우리의 고복희씨가 키우지 않냔 말이다! 내, 고양이가 나올 줄 알았다니까~~ 우리의 고복희씨가 왜 김복희도, 이복희도 아니고 고복희였겠냐고??
작가의 말을 보면 더 확실하다.
작가가 교수님에게서 들은 말!
"너는 새끼 고양이야."
프놈펜에서 여덟달 살며 아깽이가 어엿한 성묘가 되어 책 한 권을 탈고해냈다. 이것만봐도 내가 제목에서 받은 첫인상이 맞았다게 증명된 거임~~
뭐 이런 택도 아닌 우기기가 다 있냐고?? 싸다구 한 대 날리고 싶어도 어쩔수 음씀!! (뜬끔포 음씀체 쏘리~~ 우기다보니 좀 미안하지만 계속 철판까는 전략으로 반쯤 반말체 전략 구사해본거임~~ㅎㅎ)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영수와 고복희의 사랑을 확인할수 있는 장영수의 대사~
p.205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홀로 남아 원더랜드를 지키고 있는 고복희는 장영수의 걱정과 달리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