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스텅 - 거짓을 이기는 말 큰곰자리 고학년 3
샘 톰슨 지음, 안나 트로모프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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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샘 톰슨<울프스텅>은 말을 더듬는 소심한 소년 사일러스가 늑대의 대변자(울프스텅)이 되기까지의 모험을 그린다. 이야기는 늑대의 앞발에 박힌 압정을 사일러스가 뽑아주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여우가 나타나 늑대를 찾고 있다며 사일러스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이 책의 세계관은 독특하다. 여우가 인간처럼 살고 싶어 인간의 말을 배우고 늑대를 노예로 부리며 도시를 건설하여 일종의 여우왕국을 만든다. 여우가 세상의 지배자가 되며 나아가 인간의 독재에 반기를 든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과 동물이 인간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한다. 인간이 세상의 지배자이지만 이 책에서 인간의 대표인 사일러스는 여러모로 허술한 소년인데 결정적으로 언어적 결함이 있다.


여우 레이어드가 세운 지하 도시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은유이자 아류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가 언어를 사용하고 만물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파한 레이어드는 똑같이 행동한다. 다른 동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각종 미사여구로 그들을 착취하여 지배하기에 이른다.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은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연상시키는데 역시 레이어드는 독재자가 된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으며 저항 세력은 처단하고 도망자는 끝까지 추격한다. 늑대 아이센그림과 그의 짝 허센트를 찾아다니는 이유다. 노예로 부리던 마지막 늑대이다.


아이센그림과 허센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레이어드의 언변에 홀랑 넘어가 허센트의 새끼 세 마리를 빼앗긴 사일러스는 이제 그들을 구출하러 가야만 한다. 여기서부터 인간 아이와 늑대의 모험이 시작된다. 아이센그림과 허센트, 사일러스를 주축으로 그들을 도와주는 다른 동물들까지 합세하여 레이어드의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허센트의 새끼를 숨겨놓은 곳까지 가는 동안 배신자 때문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레이어드의 휘하에서 나온 반동세력이 아이센그림을 도와주기도 한다.


마지막 관문은 레이어드와 사일러스가 원형무대 그레이트홀에서 펼치는 토론이다. 레이너드는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을 독재자로 규정하면서 단죄하겠다고 말하는데 자신도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레이어드는 인간을 단죄하기 위해 사일러스를 죽이겠다고 한다. 여기서 사일러스는 말을 더듬지 않으며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연설했다. 여우의 모순을 반박하며 언어로 대상을 규정할 수 없음을 설파한다. 늑대는 늑대만의 정체성이 있음을 정의한 것이다. 사일러스는 거짓을 이기는 말을 하게 되었다. 


울프스텅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인간 아이 사일러스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모험은 끝났고 책장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독자는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사일러스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더듬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사일러스는 자신의 경험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답답했다. 아이센그림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늑대는 그들의 세계로 같이 가자고 했지만 사일러스는 인간 세상을 선택한다. 인간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며.


사일러스가 늑대와 나눈 우정, 동물들과 함께하는 모험은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인간처럼 지배자가 되려는 여우의 행동을 보며 인간의 행동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대상에 규정하여 표현하는 말 속에 독재성이 들어있음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사일러스가 인간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무엇일지 상상해보면 어떨까. 작가가 모험에서 돌아온 사일러스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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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1등 임수찬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6
박서진 지음, 박종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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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1등 임수찬>의 주인공 임수찬은 1등을 좋아한다. 학교도 학원도 1등으로 도착! 발표도 1, 팀전도 1, 뭐든지 1등을 해야 성이 찬다. 어떤 것이든 잘 해내고 싶어서 부리는 욕심은 좋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다. 수찬이가 친구보다 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경쟁심이 편법을 유발했고 친구와의 관계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팀으로 하는 발표에서 너무 열심히 했더니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무 열심히 해서 숨 막혀.”

맞아, 감시당하는 거 같아. 숙제해 왔나 확인하고, 말도 못하게 하잖아.”

수찬이는 놀랐다. 숙제 잘해 오라고 하고 수업시간에 떠들지 말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지 모르겠고, 그저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가족과 외식 하러 가는 길, 수찬이는 1등을 외쳤다. 아빠 차가 다른 차보다 느린 건 못 참으니 어서 앞지르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아빠는 속도를 내지 않았다. 수찬이는 아빠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말 실수를 하고 만다.

그렇게 느리게 가니까 아빠가 승진을 못 하는 거지!”




이렇게 수찬이는 학교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1등을 해야 하는 아이다. 그런데 지성이는 수학을 잘 하고 이채는 그림을 잘 그린다. 자기보다 잘 하는 친구를 본 수찬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길~~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경쟁을 장려하고 1등을 강요한 어른들 때문에 1등 강박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보며 미안하고 안쓰러울 것이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경쟁도 필요하고 1등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생기는 부작용들을 어른들은 이미 다 알지 않나.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일이다. 힘들어도 저 좋아하는 일엔 몰두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자신이 잘 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친구를 이겼을 때보다 협동하여 이루어낸 결과가 더 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청어람 주니어의 블로그에서는 <슈퍼 1등 임수찬>의 독후활동지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에서 책을 같이 읽은 후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 활동지를 참고하면 된다. 저학년에게 꼭 필요한 어휘, 내용 확인 문제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 질문들이 들어있다.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에서는 어떤 인물에게 어떤 내용으로 쓰면 될지 팁도 나와 있어서 잘 활용하면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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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앙리
카트린 르파주 지음, 박유월 옮김 / 보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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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꽃병으로, 그 꽃병이 걱정을 많이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쨍한 색감으로 보여주는 예쁜 그림책입니다. 걱정을 넘치는 물로 표현한 것도 새롭습니다. 넘치는 물을 닦고 없애려고 하는 앙리의 노력은 해봐야 소용없는 걱정을 하는 우리 인간을 빗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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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앙리
카트린 르파주 지음, 박유월 옮김 / 보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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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는 꽃병입니다.

꽃병나라에 살지요.

꽃병들이 몸을 부르르 떨면 뿅!하고 꽃다발이 솟아나요.

아름다운 꽃다발을 피우려면 물이 필요해요.

적당한 물이요.

그런데 앙리는 꽃다발이 없어요.

다른 꽃병들은 도대체 어떻게 꽃다발을 피운 건지 고민합니다.

고민을 할수록 점점 걱정이 많아져요.

걱정을 많이 하면 물이 넘쳐요.

물이 넘치는 꽃병은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앙리는 넘쳐 생긴 물자국을 지우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더 흥건해지는군요.

 


이 책은 여러모로 신박합니다. 주인공을 꽃병으로 삼은 것도 그렇고 그 꽃병이 걱정을 많이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쨍한 색감으로 보여줍니다. 표지도 속지의 바탕색도 선명하고 꽃병이나 꽃은 형광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걱정을 넘치는 물로 표현한 것도 새롭습니다. 넘치는 물을 닦고 없애려고 하는 앙리의 노력은 해봐야 소용없는 걱정을 하는 우리 인간을 빗댄 것 같습니다.


흘러넘치는 걱정에 푹 빠졌더니 몸이 둥둥 떠오릅니다. 앙리는 깨달았어요. 오히려 재미있네요. 걱정을 잊고 나서야 앙리는 꽃다발을 피웁니다. 마지막에 줄이 꽃병 바깥으로 쏘옥 나와 있어요. 무슨 줄일까요? 뒤표지에 있네요. 물구멍 마개 줄이었어요. 앙리는 이제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꽃병 앙리가 다른 꽃병과 자신을 비교하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것처럼 친구에 비해 자신은 못한다고 걱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면 어떨까요. 걱정을 많이 하기보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재미있게 하면 좋겠지요. 스트레스 받거나 고민하고 있는 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다보면 그 무게가 가벼워짐을 느낄 겁니다. 이건 꼭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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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배냥
홍민정 지음, 하민석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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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홍민정 작가가 주니어 김영사에서 신간 <내가 할배냥>을 출간했다. 표지와 제목이 어린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주인공 아이가 안고 있는 고양이의 나이가 많아서 할배냥인걸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고양이의 시니컬한 표정은 삽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주인공 건우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다. 건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할아버지는 학교 체육대회에서 하는 손잡고 달리기에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체육대회를 하기 전에 할아버지는 급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다녀온 후 건우는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낯선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된다.


며칠 후 체육 대회 날 아침에 그 고양이는 떡 하니 건우네 집 거실에 나타나 자신이 할아버지라고 하는 게 아닌가. 믿기 힘들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양이가 토끼풀 목걸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묘갔던 날 건우가 만들었던 목걸이였다. 건우는 할아버지 아니 할배냥과 함께 학교로 갔다. 담임 선생님이 반려동물을 학교에 데리고 오면 안 된다고 했지만 말이다.


건우는 체육대회에서 할배냥과 손잡고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고양이와는 같이 달릴 수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고양이는 손이 없는데 한쪽 발을 잡고 달려야 하나?


손잡고 달리기 장면이 나오기 전, 아이들과 이 책을 같이 읽는 어른이 먼저 질문을 해보면 좋겠다. 손잡고 달리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본 뒤에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줄 것이다. 이 책은 내용도 쉽고 재미있지만 그림의 비중이 많아서 초등 학년이 읽기에 적당하다. 특히 할배냥의 뚱한 표정과 동글동글한 몸매, 건우의 다채로운 얼굴이 생동감을 살려준다.


어른도 가족의 죽음을 수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유아나 저학년 어린이는 더하다. 되살아났으면 좋겠고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산 사람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죽은 사람도 꼭 한 번은 다시 돌아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라고.


작가는 귀여운 할배냥을 등장시켜 건우와 할아버지가 같이 하고 싶었던 손잡고 달리기를 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건우가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였는데 할아버지를 고양이로 환생시키고 삽화도 재미있게 그려내어 아이들에게 유쾌한 책읽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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