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지음 / 꽃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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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3월의 에티오피아>는 아무 정보없이 제목과 노랑표지만 본다면 여행에세이로 착각하게 될 수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있었던 이야기지만 여행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이야기다. 이 책을 쓴 김대원씨는 코이카 해외 봉사단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한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종의 수기인 셈이다. 코이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책 마지막에 소개된 내용을 사진으로 첨부한다.

 

 


김대원씨는 사회복지사로 2004년 탄자니아에서 단기 선교활동을 했고 2016년에도 우간다에 사역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서 코이카를 접하게 되었다.(참고로 김대원씨는 여자다.)

농촌개발운동이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오랫동안 보아왔기에 코이카를 통해 농촌개발운동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코이카에 지원을 했다. 사회복지경력과 선교활동 경험 덕분에 합격했고, 에티오피아 동쪽의 작은 마을 '마이막덴'이라는 곳으로 배정받게 된다. 6명이 함께 교육받았는데 3명씩 나뉘어졌고 김대원씨는 팀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은 해외봉사단원의 활동 수기이므로 재미 위주이거나 문학성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해외봉사로 아프리카에 간다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나 만약 에티오피아에서 살게된다면 필요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이 팀은 주로 교육사업과 시민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역량강화사업을 맡았다.

마이막덴 마을에서 일년 남짓 사는 동안 가족처럼 몸으로 부대끼고, 오해를 풀어가고, 그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활동을 하고 보니 헤어질 때는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ODA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받은 것을 개도국에 되돌려주는 나라가 된 것으로 의미 깊은 사업이다. 방수천을 구할수 없어서 중단되었던 면생리대 사업이 처음 시행된 리턴프로젝트 사업으로 성공하길 기대한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에티오피아는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과 다른 달력을 쓰며 제목의 13월이 진짜로 있다는 것이다. 원래 살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외국인은 당연히 헛갈리는 달력이다. ‘에티오피아력'또는 ‘게즈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계산을 따르는데 1년이 13개월이다. 1월부터 12월까지는 한 달에 30일이고 마지막 13월은 5일(윤년은 6일)로 치는 것이다. 1년이 365일인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같다. 이는 1582년 전 세계의 다른 기독교 국가가 줄리안 달력 대신 그레고리안 달력을 받아들일 때 에디오피아는 오래된 그리스 정교회 달력을 고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까닭에 에티오피아의 크리스마스는 1월이며 하루 24시간의 시작은 오후 6시이다. 또 기독교 국가로 예수가 탄생한 해를 B.C 7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기연도보다 7년 8개월이 늦다.

두번째로는 저자의 한랭알러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니까 당연히 더울 줄 알았는데 저자가 추워서 전기장판을 썼다는 것이다. 아니 아프리카가 춥다니? 내 상식이 잘못된건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에티오피아도 우리나라처럼 온대기후인데 주로 봄가을에 해당하는 날씨이며 일교차가 크다는 것이다. 역시 인간의 편견이란! 아프리카하면 열대우림만 생각하다니... 그런데 조금 춥다고 알러지 반응이라니? 저자의 한랭 알러지는 일반인보다 추위, 추운 기운데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상을 보는 눈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만 작동한다더니 이런 책을 읽으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될 줄이야... 에티오피아는 커피로 유명한 나라 정도의 정보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독서는 예상 가능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는 양면의 즐거움을 준다.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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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 10년 동안 만난 100만 학부모의 한결같은 질문
유경준 지음 / 비엠케이(BMK)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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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부모라면 누구나 빠지는 딜레마, 자녀를 학원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대부분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민은 아이가 학원을 다니는데도 왜 성적은 제자리걸음인지, 대학을 갈 수나 있을 것인지 불안불안하다. 어떤 학원이 좋은지 정보를 수집하고 여차하면 과외라도 시켜야한다는 심정으로 좋은 과외선생님을 찾아다니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는 만큼 자녀와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건 정작 얼마나 될까? 공부를 해야 하는 장본인과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 즉 성적 향상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근본부터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그 점검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름은 밝히지 않고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회사에서 10년 째 근무하고 있다는 유경준씨가 쓴 책, <우리 아이는 왜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10년간 초등생, 중학생을 위한 학습 및 입시 관련 마케팅 업무를 해왔으며 100만명 이상의 학부모를 만나왔다. 그동안 학부모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이 바로 왜 우리 아이는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요?”였다고 한다. 그 답은 바로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유인데 이 답으로만 책을 낸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학원의 현실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해 썼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학원, 안 보낼 수 있을까?

2.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

3. 학원 다니며 성적 올리는 비법

마지막 이럴 땐 어떻게 하죠?”에서 엄마들의 질문을 Q&A로 다루었고 각 장의 중간중간에 학생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엄마도 모르는 아이 마음이라는 코너로 7가지 에피소드를 넣었다. 그리고 요점정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참고서처럼 간단 정리까지 해 두었다.

 

1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학원을 안 보내는 게 이상한 상황인 현실을 확인하면서 학원들의 공격적 마케팅을 밝힌다.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양분 삼아 다니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리 학원이 유혹하고 흔들어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자고 강조한다. 먼저 가정 경제를 흔들 정도로 사교육비의 비중을 키우지 말자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OECD국가 중 최고이며 이는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 국민에게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표적으로 강남쪽으로 이사하는 것을 꼽았다. 학군이 좋고 학원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아무리 맹모삼천지교라 해도 경제적 여건에 무리가 된다면 주객전도인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를 꼽는다. 친구들의 성적과 비교하고, 학원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부모 자녀사이의 관계만 나빠진다면, 아이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1장의 마지막에 선생님의 조언

 

 

효율적인 공부를 돕는 법”은 아래와 같다.

 

목표를 정해주세요.

놀게 좀 해주세요.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대화를 나누세요.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2장에서 저자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

잘못된 공부 습관 때문이다.

모든 과목의 기초인 국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선생님의 조언은 아래와 같다.

 

 

아이들이 이런 문제가 있다면 엄마들은 어떨까?

자신이 낳은 아이이니 제일 잘 안다고 하지만 실은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간섭과 잔소리로 아이를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저자는 아이의 문제를 다룬 부분보다 엄마들의 문제에 분량을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자녀의 성적 문제가 단순히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진짜 문제는 부모에게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3장은 학원 다니며 성적 올리는 비법으로 엄마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주라 고 말한다.

공부의 기초공사가 될 수 있는 6가지 힘을 키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책을 고른 학부모는 어쩌면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이의 성향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나?’

아이의 관심사를 가지고 얼마나 대화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학원정보를 알아보려 애쓰는 만큼 아이를 알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더 이상 쓰면 리뷰 쓰는 주제에 잔소리라고 할까봐 저자의 에필로그로 마무리한다.

 

공부는 본인 스스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공부를 하는 주체는 분명 아이입니다. 다만 그 공부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는 분명히 엄마의 책임도 뒤따릅니다. 엄마의 선택으로 인해 본인과 맞지 않는 학원을 다니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주변에 분명 많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도를 해야 합니다. 아이가 본인과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부모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또록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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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위한 인문학 -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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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즈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EBS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건축탐구-집”이었다. 지리산에서 혼자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집을 소개하고 있었고 그 집을 방문한 이들은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였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지은 사람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방문자 둘은 부부사이였다. 그러다 출판사 연재 이벤트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책을 낸 것이었다. 제목은 <집을 위한 인문학>

EBS 프로그램도 흥미롭게 보고 있고, 집 짓기에 관심이 많아서 신청해서 받게 되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미 책을 많이 낸 사람들이었다. 이번 책에서는 제목처럼 집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부제는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이다.

집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집이라는 거주 공간의 대표 어휘 대신, 우리는 보통 집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집, 즉 아파트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본다. 내가 산 아파트 가격상승에 따라 재테크를 잘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다. 집은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정의가 우선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2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라 하겠다.

이 부부 건축가는 책에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해 나간다. 그동안 그들이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4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각각 가족, 사람, 자연, 이야기를 품은 집으로 구분해 두었다. 그러나 구분의 의미가 무색하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그것이 읽기에 거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부부 중 누구의 과거사에 대한 기술인지를 밝히지 않아 알 수가 없지만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의 것이므로 따지는 것도 그리 의미없어 보인다.

 

 

자신들이 지은 집이나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집 위주로 소개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의외로 문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왔다. 시와 시인, 소설과 소설가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것을 또 건축이야기로 끌어간다. 그래서 제목을 '집을 위한 인문학'으로 지은 모양이다.

고등학교때 개선문을 1년동안 읽었고, 박완서 작가를 좋아해서 그 분의 책을 많이 읽었으며 앙드레 지드, 카프카, 사르트르까지 읽었다는 내용을 보며 '건축가는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저자는 그들의 소설을 읽으며 ‘뭔지 모를 삶의 실체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를 보라'는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속에 들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넓은 소설을 좋아했다고 한다.

 

p. 227~229

인간이 곧 이야기이며 그 안에서 사는 삶이 다시 이야기가 된다. 다만 시, 음악, 미술 심지어 건축 역시 삶을 이야기하는 데 추상화하고 상징화해서 표현하는 데 반해, 소설은 삶을 더욱 구체화해서 자근자근 펴서 보여준다. 해석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소설이 갖고 있는 구체성 혹은 사실성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건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건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에 구체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삶의 모습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개념이라는 분칠을 하지 않고 조형적 아름다움이라고 우기지 않는 진정한 삶을 담은 건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을 위해 낮은 곳으로 펼쳐지는 건축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가 쓴 소설 <내 마음의 집>에서 이런 문장을 찾아낸다.

“나를 품어주었던 집, 내가 자라났던 집은 그 후 내 속에 있고 나와 더불어 세월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 이 말과 함께 저자는 집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 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이며 그 자체로 이야기를 하는 소설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2주 전 tvN 프로그램 “shift”에서는, 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김정운씨가

"공간은 나다!"

 

라고 정의내렸다.

그가 말한 공간은 집이라 할 수 있다. 집, 즉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이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는 그 정의와 저자의 말이 곧 같은 의미로 보인다. 한 개인의 우주를 나타내는 공간이 집인데 우리는 아파트라는 똑같이 생긴 네모난 공간 속에 살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정도로 개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운씨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개성이나 우주는 그런 것이 아닐터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라고 표현되는 집이라는 것은 주거하는 건물 뿐아니라 마당과 울타리까지 포함되며 그 전체가 집 주인을 표현하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살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방송에서 개인 주택을 짓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고, 프로그램을 만들만큼 그 대상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끈 장수프로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산골에서 집짓고 두문불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직접 건축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사례들도 그러하다. 기억에 남는 집은, 남편과 아내가 원하는 공간을 명확하게 요청했다는데 남편이 원한 것은 수영장이었다. 평창동 언덕배기에 지은 집에 떡하니 수영장이 있는 걸 보니 그 집 남편은 소원성취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저 수영장 청소는 어떻게 하나?하는 오지랖 넘치는 걱정이 들었다.

 

포항의 어느 신혼부부는 부모님이 쓰던 창고를 개조해서 주택으로 만들었다. 그 돈이면 아파트를 사겠다는 주위의 퉁박에 그들은 “그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shift” 공간편에서도 유사한 신혼부부가 있었다. 남해 어딘가의 시골집을 구해 둘이서 열심히 고치고 다듬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참으로 신통방통한 젊은이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고가구를 고쳐서 세상에 하나뿐인 싱크대를 아내에게 만들어주고 그 싱크대에서 음식을 만드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아내는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도시에서는 꿈도 못꿀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살아야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은 남들과 똑같아서는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건축한 사례 외에 한옥과 고택, 궁궐을 많이 다루었다. 학창시절 하릴없이 동네를 걷다 당시에는 꽤 한적했던 궁궐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많아서인 듯하다. 한옥에 대한 애정과 그 공간에서 한국적인 것, 정체성등을 생각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외국 사례로 해비타트 운동과 칠레 도시재건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p.255

현실이 녹록했던 적은 세상이 만들어진 후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인간이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희망이라는 고갈되지 않는 막대한 에너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우리를 웃게 만들고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인생도 건축도 우리의 모든 생활은 희망을 통해 영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그 이야기를 담는 공간들이 자라나고 있다.

저자는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요?” 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좋은 집은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라고.

이 대답은 부제에서 했던 질문의 답과도 같은 것이다. 집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있는 공간이면서 가족들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사고의 틀을 바꿔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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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선추 외 지음 / 담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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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SNS에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을 관종이라는 부정적 단어로 부르기도 하지만 강원국 작가도 본인은 관종이라고 스스럼 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글을 써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자아계발이라 부르든 관종이라 부르든 요즘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활발한 SNS 활동 탓인지 예전보다 책을 낼 수 있는 문턱이 낮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이 된 건 사실이다.

 

여기 일반인 네 명 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최선경씨가 쓴 글들로 한 권의 책을 냈다. 이미 자신의 저서를 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의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윤슬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기 다르게 살아온 네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경험에서 끝내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갈 것이다.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다짐을 읽으면서 자신과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친절함과 함께 타인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고 약속하는 그들의 목소리엔 희망이 숨어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것이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이고,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내 인생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이 던진 질문으로 고민에 빠지거나 불안해하기보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들의 에세이를 읽으니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면서도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 사람,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만족하는 사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강한 효녀까지... 그들의 일기 같은 글들은 유명 작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보다 쉽게 공감이 되었다. 작가라기보다 친구나 인생 선후배 같다고 여겨져 거리감이 좁혀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의 상황과 내 상황을 비교해보기도 했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읽는 사람이 이러했는데, 직접 글을 쓰고 몇 번이고 퇴고를 한 그들은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시간이되었을 것 같다. 처음보다 향상된 글쓰기 실력은 덤으로 받았으리라. 책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들고 그들은 한걸음 성장한 자신을 뿌듯해했을 것이고, 그들은 보는 나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박선추씨의 엄마와 여행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는 부끄러웠다. 미혼인 그와 나를 단순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친정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작년 여름 동생의 경찰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부모님 모시고 동생과 제주도 여행을 가본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것은 가족여행이었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아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엄마와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보고 있다. 핑계인 것이다. 이건 거의 자기합리화의 달인 수준이다. 나는 엄마생각을 하면 속좁은 딸이 되고 만다. 이것 역시 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 자동반사처럼 일어나는 현상인데 엄마와 그리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이번엔 변명이다.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순수하게 일어나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서도 나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거지? 라며 억울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감정들을 친정의 시시콜콜한 대소사를  챙기면서 늘 느낀다. 신경쓰고 챙겨드리는 일을 기분 좋게 하든, 나몰라라 외면하든 하나만 하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마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그럴 것 같은 예감이다.

 

 

조수연씨 글에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살아생전에 당신의 일생을 책으로 써드리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부분에서는 시어머니 생애사를 쓰기로 하고서는 중단한 채 미루기만 하고 있는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 일을 해보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다. 나는 아주 핑계만 대는 인간이다.

 

두 번째 저자 박성식씨는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가 주식투자를 실패한 경험을 겪은 후 이제 그런 쪽으로는 관심을 내려놓았다고 하면서,

"돈이 더 많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따라가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고 썼다.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독서와 글쓰기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독서를 하면서 행복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우친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또 자아비판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깨닫고 행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이러나 싶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은 얼마나 변했나? 본격적으로 열독한 것은 10년이 넘고 매일 블로그 글쓰기 한 것은 700일이 넘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책 리뷰 위주로 써서 그런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인가?

책 리뷰를 쓰면서 내 생각을 분명 덧붙이는데 글에도 사고에도 발전적 변화가 없는 것같아서 좀 답답한 상황이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에세이, 즉 오롯이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을 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일부러 피하려고 책 리뷰만 쓰는 것인가?

에세이에서 자신을 까발리는 게 두려운 것인가?

뭐가 부끄러운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무래도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는 것으로 자평한다.

 

 

마지막 저자 최선경씨는 이미 책을 여러 권 냈으며 활발하게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교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자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육아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는 기록과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분은 며칠 전 북토크에서 만난 문희정 작가가 했던 말과 일치한다.

 

앞에 쓴 내용들이 자학하는 것뿐이라 이제는 자위해야겠다. 2년여간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쓴 리뷰들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결과물로서 기록했고 그것을 읽은 사람이 몇 명 되지는 않는다. 최선경씨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 몇몇이 있으니 공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역시 자기합리화의 달인인가...

 

책의 부제이자 최선경씨 마지막 글의 제목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이다. 최선경씨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사람, 영감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아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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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 - 한국의 대표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심리 특강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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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화를 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줘요.”

아이를 보면 자꾸만 조급해져요.”

훨훨 날고 싶은데, 아이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초라한 내 모습에 눈물이 나요.”

 

이 땅의 엄마들 중에 아이 키우며 위와 같은 유사한 생각들을 해본 사람 많을 것이다.

저런 생각들이 불끈 솟아올라 울먹거리다가도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한숨과 눈물짓게 되는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애꿏은 화풀이나 하고... 나는 무자격 엄마인가봐...’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도 다음 날은 또 아이에게 화를 내는, 무슨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나왔다.

 

치유심리학자이자 독서치유 상담사인 김영아씨의 신간, <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와 첫아이 육아의 경험을 털어놓고 시작한다. 내 고통이 제일 크게 느껴져서 그 누구의 사연도 나를 넘어서지는 못할거라는 높은 벽을 쌓고 책을 펼쳤더라도 저자의 고백아닌 고백에 바로 그 벽은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일찍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시부모님 모시며 남편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정신없이 달렸던 사연들을 고백한다. 급기야 첫째 딸에게 자신을 투영해 괴롭히는 꼴이 되어 아이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다. 저자는 심리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과 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과 상담사례를 가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에게 그림책으로 위로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1부는 아이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 2부는 엄마 마음 위로하기로 구분했다.

 

 

상담이 많은 사례들을 골라 그러한 마음을 분석하고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의 끝에는 마음 성장노트라는 코너를 두어 독자가 직접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출판사 리뷰에서도 이 부분을 꼭 챙기라고 아래와 같이 당부하고 있다.

 

마음 성장 노트를 그냥 지나치지 말기 바란다. 마음 성장 노트에는 상담실에서 상담가가 내담자에게 던지는 발문과도 같은 질문이 3개씩 나온다. 이 질문은 미처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느끼는 여러 감정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최적의 발문을 뽑아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독자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자신과 깊숙이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나를 안다는 것은 곧 내 감정의 실체를 아는 것이다. 이것이 심리치유의 시작이다. ‘마음 성장 노트를 작성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 책은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도 되지만 목차의 제목을 보고 독자가 현재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집에서 읽지 말고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내용을 읽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그림책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 있는 부분을 그림책을 보며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25권을 집에 구비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최근 그림책테라피, 그림책치유라는 이름으로 그림책 소개를 하는 책들은 그림책의 그림을 그 책에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온전히 텍스트로만 소개하고 그림책의 그림 컷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사실 그림 몇 컷을 소개한다고 해서 더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에서 읽다보면 소개하는 그림책이 궁금해서 도서관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니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 앉아서 읽다가 확인해 보고싶은 그림책을 바로바로 찾아서 읽으면 이 책에서 받은 위로가 감동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면 그림책을 구매하하는 것도 좋겠다.

 

1부에서 내가 고른 그림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는 부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이다. 아이의 순간적 감정표출을 엄마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이보다 더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면 아이가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사소한 문제를 엄마가 오히려 큰 불안과 공포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림책에 나오는 찰스와 스머지는 자신의 엄마 아빠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아이 둘이 공원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냄으로써 아이들에겐 변화가 생기고 그림에서도 표현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또 엄마 아빠의 시선아래에 지내게 될 것이다. 그림책 속 찰스 엄마 모습이 자신인 것 같아 뜨끔해 하는 엄마들 꽤 될 것이다. 저런 모습의 엄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아이가 찰스처럼 주눅들고 어두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이미 도움을 받은 셈이다.

 

☞ 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다 알고 있다고 장담했는데 이 책을 처음 소개 받으며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해!!라며 겸손모드로 스위치를 살짝 옮겼다. 이 책 등장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로 그려진다. 역시 앤서니브라운은 고릴라를 너무 좋아한다. 찰스가 얼마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인지 안타까웠는데 스머지랑 공원에서 한바탕 뛰어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 작은 희망을 눈치챘다.

 

스머지가 아빠와 공원으로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다. 여기서는 조금 큰 희망을 보았다. 스머지가 찰스랑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가는 기분 좋은 길이기도 하지만, 공원에서 신문 구직란을 보던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희망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의 그림들은 숨은 그림찾기 하듯 재미있게 찾아보고 비교할 수 있어서 아이와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 고른 그림책은 낸시 틸먼의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심리치유상담을 했던 사례와 연결된 책이다.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사연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고 엄마에게 폭행하는 것도 지켜봐야 했고 엄마에게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쌓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칭얼거릴 때마다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이다. 손이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고 당혹감과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가지 이론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리뷰에서 모두 담을 수는 없으므로 결론만 말하자면,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 내 아이와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므로 내 아이를 어린 시절의 나라고 바꾸어 생각하고 그 시절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준다면 나에게 끔찍했던 기억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한 그림책이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이 책은 영유아 베스트셀러이지만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당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당신 또한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한 존재라고. 만일 지금껏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태어난 날, 나 또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마음껏 축복받고, 또 사랑받자.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 이 책을 어젯밤에 읽었고 오늘은 그림책 북토크에 갔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내용을 만나게 되었다. 문희정 작가는 자신의 책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를 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일에 친정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보낸다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날 자신도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축복하자는 저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누구나 축복받을 존재이며 낳아준 엄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그림책에서, 아주 다른 이야기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때야말로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책은 현재 육아로 고충을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주며 그림책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힘든 시기는 지나갔으니 안 읽어도 괜찮다고 여기지는 말자. 그림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을 주니 말이다. 나 역시 양육의 시기는 끝났음에도 자신을 알아가는 길은 끝없는 여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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