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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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유학기제’ ‘고교 학점제’ ‘학종

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는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

들어는 봤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궁금하고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대상이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목에 가장 부합하는 독자 되겠다.

 

우리나라는 교육문제가 심각하다!’고들 하면서 정작 교육, 입시관련 제도나 법을 바꾸는데는 무관심하다. 그 이유는 교육문제가 전 국민에게 늘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문제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대입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는 몇 년간 바짝 관심을 기울이다 만다. 그러니 긴 호흡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입시관련 책도 자녀가 있고, 그 자녀가 중고등학생일 경우 사서 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읽어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책인데 그 이유는 저자 진동섭씨가 입시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위원 출신으로 현재 MBC관찰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서 패널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30여 년간의 교직생활과 입학 사정관을 지냈기에 교육실태 뿐 아니라 교육과정 및 입시의 역사에 대해서도 훤히 꿰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전공분야 정보들을 총망라하여 풀어놓았다. 평소 같았다면 신학기를 맞이하여 학교와 학원에서는 대입 및 학습 관련 설명회를 빈번하게 개최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미뤄진 상태라서 그런 정보를 얻지 못해 답답해 할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의 가장 귀중한 정보는 대입제도와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자녀가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학부모들이라면 필독해야할 내용들이다.

 

 

2장에서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2021부터 2028년까지의 로드맵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정보가 빠른 중학생 학부모라면 관심가지고 있을 내용인 대학을 수능으로 갈 것이냐? 학종으로 갈 것이냐?’ 에 대한 질문에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

 

정보가 방대하지만 조금만 엿보자. 올해 고2가 된 학생들부터는 학생부 기록이 이전과는 달라질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교과 활동에서 방과후 학교 기록이 기재되지 않는다.

- 학생부 교과에서 진로 선택 과목이 절대평가가 된다.

- 자율동아리 활동이 연간 한 개만 기록된다.

- 소논문은 이제부터 전혀 쓸 곳이 없다.

- 봉사활동 특기사항은 미기재한다.

- 진로희망분야는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다.

- 수상경력은 학기당 한 건만 대학에 제출할 수 있다.

- 독서활동은 여전히 유지된다.

- 자격증과 인증 취득 상황은 대입활용자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 자기소개서는 축소되고 추천서는 폐지된다.

 

2025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대입제도가 현재와는 많이 달라진다. 크게는 수능에 서술형 문항 도입 가능성과 수능 전면 절대평가로 제공될 예정인데 확정된 것은 아니다.

2021학년도 이후 대입 변화를 깔끔하게 표로 정리해두었다.

 

2025년에 고등학생이 되는 현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들은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이나 자신이 경험한 입시와 전면적으로 다른 교육과정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리뷰의 처음에 이 책의 독자는 초등고학년 학부모부터 적합하다고 밝힌 것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맞닥뜨려서 당황하지 않도록 이런 책으로 예방주사를 맞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방대한 교육정보들을 다 꿸 수는 없다. 한 번 읽는다고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책을 미리 읽고 감을 잡고 있어야 학교나 학원의 입시 설명회를 듣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쉬울 것이다책 뿐아니라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관련 정보에는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할 것이고 그래야 자녀의 대입 준비에 조언을 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교육과정의 변천사와 함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아래 표와 같다.

 

 

이를 토대로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스스로 계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이때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고 평소 교양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 교과목에 대한 이해, 성적 산출방식, 이를 토대로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요소와 항목까지 공개한다.

 

 

2장과 3장을 읽다보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허나 우리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보자.

'얘들이 이렇게 어려운 것들을, 참 많이도 하고 있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공부를 좀 더 쉽게 할 방법은 없을까?'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모든 부모들이 내 아이가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길 원하는데 그 좋은 대학에서 뽑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학생들 숫자보다 대학에서 모집하는 인원이 더 커진 시대지만 상위권 대학이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대입을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책을 사서 읽는 학부모라면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SKY대 합격을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대입까지 짧게는 1~2, 길게는 4~5년 정도 남았을 것이다. 부모로서 변화하는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 아이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 알고 맞춤하게 도움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의 관심과 적성은 무시하고 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강요하는 짓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아이를 다그치거나 종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않도록 부모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그것이 기본이다. 아이들도 대입이 궁극의 목표이지만 그 전에 깔아두어야 할 베이스가 있다. 이 책의 저자가 1장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크게 2가지로 요약하자면 평소에 숨 쉬듯 해야 할 일은 독서이고,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학습이다. 다른 학습관련 서적이나 부모 강좌에서도 들었던 내용일 것이다. 중복되는 말이라고, 다 아는 거라며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어디서나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기본이란 것임을 기억하자.

 

지금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같이 책을 읽도록 하자. 중학생 이상이라면 요즘같은 때에 학습의 기본을 닦을 수 있도록 개념학습을 철저히 하도록 하자. 학원은커녕 학교도 못가고 있는 이 때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각계의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서도 외부에 의존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능력이 장착되면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까마득한 옛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너무 장밋빛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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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주식투자 36계 - 알면 대박 모르면 쪽박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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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신규 개미투자자들이 많아졌다. 20~30대 젊은이들이 많고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있다고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3일까지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삼성전자 순매도액이 6조 7447억원(전체 17조 5084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같은 기간 이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은 한국의 개미투자자가 사들였다. 그 금액은 6조 5913억원 어치에 달한다. 증시가 곤두박질 쳐도 삼성전자 주가는 반드시 오를거라는 믿음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분위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공무원 연수생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니 가히 주식 투자(삼성전자 주식 매수)가 유행은 유행인가보다. 지인이 현재 공무원 연수를 받는 중인데 주식투자와 삼성전자 매수는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라고 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주식을 사본 적이 한번도 없다. 주식은 관심도 없었고, 투자라는 건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나라 이야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도 주식투자를 하려면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도 주가변동에 따른 주위 사람들의 투자결과를 보면 요 간사한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널을 뛰었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그저 부러워 하고, 이번처럼 주가 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내가 감히 주식투자관련 책 이벤트에 신청을 했다. 요즘 어쩌다보니 투자관련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는데 그 책들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은 주식투자였다. 그나마 경제공부도 하고 경제관련 팟캐스트도 듣다보니 대충은 알아들었지만 주식 부분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허영만의 주식투자 36계>는 허영만 화백이 썼으니 당연히 만화일거고 그럼 좀 쉽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마음으로 신청했고, 운좋게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그런데 이 책, 만화라서 술술 넘어가는 것도 맞고, 내용도 어렵지 않은 거 맞고, 36계가 뭔지는 알겠는데 나같은 쌩초보 아니지, 주식 1도 모르는 까막눈에게는 사실 아까운 책이었다. 바로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어머니는 2018년 출간된 <허영만의 3천만원>(전 4권)이다.

<허영만의 3천만원>은 왕초보가 3천만원으로 어떻게 주식투자에 성공했는지에 대한 전체 과정을 보여준 책이었다면, 이번 <허영만의 주식투자 36계>는 주식투자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주식투자 전략과 격언만 추려서 재편집한 책이다. 허영만 화백은 프롤로그에서 박영옥씨의 책 <돈, 일하게 하라>의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중 요행수를 바라면서 불평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의지를 가지고 방법을 찾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행동하지 않는 욕망은 허무하다. 건강한 몸을 원하면 보약을 먹고 운동을 한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돈 걱정에서 벗어나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올바른 주식투자이다.

허영만 화백은 위 인용문 뒤에,

“뒷짐지고 어물거리다가는 시간 금세 지난다. 지금 바로 행동하라”

고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엔 “주식투자 시작은 이렇게 하라”에서 5가지로 설명한다.

1. 증권 계좌는 어디서 어떻게 개설하나요?

2. 투자는 어떻게, 얼마 정도면 할 수 있나요?

3. 어떤 증권사가 좋은가요? 그리고 수수료와 세금이 발생한다는데 얼마나 되나요?

4.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입출금은 어떻게 하나요?

5. 온라인으로 직접투자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나같은 까막눈들에게 알려주는 기본 중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주식투자 1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의 36계를 읽는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직접 투자를 해보지 않는다면 감이 안 올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세상 수많은 것들을 직접 해볼 수 없으니 간접경험 해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니 주식투자를 몰라도 36계를 간접 경험해보고 이쪽 세계의 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보 투자자들의 경우는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처음 주식투자에 발을 들인 초보가 운이 좋아 이익을 꽤 냈다면 그 때부터가 위험한 거다. 그럴 때일수록 조심해야하는데 한껏 상승된 자신감에 눈이 멀면 조심해야할 기본들을 놓치게 되고 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초장 끝발 개끝발’은 도박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초보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된 건 아니므로 늘 경계하려면 36계는 필수다. 그럼 주식투자고수들까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겠지만 초심을 떠올리는 기본서로 스스로를 환기시키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주식투자자들이라면 누구나 옆에 두고 챙겨 읽기에 적당한 책이 되겠다. 병법의 36계가 있다면 주식투자계에는 이 책이 있다.

36가지 모두를 리뷰에서 다룰 수 없으므로 앞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면 꼭 염두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고른 부분을 정리하며 마친다.

2계. 주식투자에 기적은 없다.

 

 

 

 

7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11계. 값진 보석은 땅 깊숙한 곳에 있을수록 가치가 있다.

15계. 공격은 최대의 방어

 

20계. 두려움을 사라

                            

 

24계. 매수가는 잊어라

 

27계.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31계. 사슴을 쫓을 때 토끼는 보지마라

34계. 재료없는 시세가 큰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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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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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야.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

잘 기억해.

한번 빼앗기면 다시는 못 찾아.

네가 1등 하는 게 너만의 문제인 줄 알아? 아빠의 명예고 엄마의 체면이고 우리 가족의 자존심 같은 거야!"

 

 

저런 말을 하는 아빠가 있을까 싶지만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식을 패는 아빠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있다. 10여 년 전, 그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살 때였는데, 기역자로 꺽인 옆 동이었고, 우리 보다 한 층 아래 집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을 아빠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때리고 아이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대체 초등학생이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저럴까?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고 아빠가 아들을 때리는 건 처음 본 충격으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장면이 끝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리적 폭행만 폭행이 아니다. 위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말로 상처를 주는 것도 폭행과 마찬가지다. 직접적 폭행의 상흔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져 사라지지만 언어폭행으로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문장대로 실현이 되는 저주받을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던 <변신 인 서울>의 주인공 반희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1등에서 2등으로 삐끗하고 내려왔다가 5등으로까지 떨어지게 된 반희는 1등을 한 수지에게 위해를 가한다. 수지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짓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고, 수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아빠의 말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하는 친구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저지른 행동이다. 그러나 반희는 자신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런 짓까지 벌인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반희는 토끼가 되기로 한다. 토끼가 되면 학교에 안 가도 되고 시험도 안 쳐도 되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수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 반, 두려움도 반이다.

그런데! 시험날 아침 눈을 떠보니 토끼가 되어 있었다.

위 내용은 책의 줄거리라고 할 수 없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토끼로 변해버린 반희의 기억 일부는 소실되었기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친구의 문자나 전화 내용으로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유추해 본 것이다. 반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반희도 제 행동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토끼가 되고 싶어했는지 어쩐지도 모른다. 토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반희의 무의식이 저렇게 만들었을거라고 예상한 것일 뿐이다.

<변신 인 서울>은 제목만 봐도 예측 가능하지만, 저자 한정영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카프카의 변신을 패러디 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일어나보니 벌레가 되어 있었다. 벌레가 된 그가 환영받을 리가 없다. 회사 동료도, 가족도 모두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소설은 사람이 벌레로 변한 것에 대한 개연성을 따질 틈도 없이 그레고르의 가족들에게 분개하게 만든다. 단순히 벌레라는 흉측한 외양 때문에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돈을 벌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가족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아들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니까 사랑하는 아들이었던 것이다. 쓸모가 있을 때만 아들이고 오빠인데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으므로 가족들은 그를 방에 가둬둔채 즐거운 마음으로 피크닉을 떠났다.

<변신 인 서울>도 카프카의 <변신> 마지막과 같다. 반희네 가족들은 반희를 없는 존재 취급하며 소풍을 떠나고, 반희는 혼자 방에 남아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토끼로 변한 꿈일거라고 생각도 한다. 방에서 나가기 위해 자해를 하다가 들리지 않지만 꺼내달라고 외치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깨었지만 여전히 토끼였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단은 카프카의 <변신> 첫문단과 같으며 벌레가 토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카프카의 <변신>보다 훨씬 잔인하고 슬프다. 카프카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가치로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한정영 작가는 우리나라 10대의 존재가치는 단 하나, 성적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비판한다. 성적, 학교 등수로 존재 가치를 판별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살았고 그렇게 자란 10대가 어른이 되어도 이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이 시스템 안에서 고통당하도록 그대로 두는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이상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나서서 바꾸려하지 않으니 모두의 암묵적 지지하에 시스템이 유지되는 중이다. 아이들조차 성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지 인지하지 못한채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모든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반희가 저지른 행동과 마음은 정반대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기도 하지만 토끼가 되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반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고 학교도 가고 싶다. 십대의 특징인 흔들리는 감정과 유사하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하기 싫은 반면, 자신도 공부를 잘하고 싶고 1등을 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청소년 고민 상담의 1위가 이 내용이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성적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만든 것도 어른들 탓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너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 대입 정보를 얻으려고,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녔고, 아이의 자존감을 올리려면 어떻게 할지 전문가가 쓴 책에서 찾으려 했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그런 헛수고 대신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설 속 반희의 부모를 보며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부모의 체면과 자존심을 위해 자식이 1등하기를 강요하고, 공부를 못하면 투명인간 취급했던 자신의 모습을 책에서 확인하며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인간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존재임을 제발 깨닫길 바란다. 자식은 성적을 잘 받아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란 것도.

나는 반희 엄마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반희의 방에서 발견된 토끼가 반희일 거라고 짐작한 이후 그의 행동은 정말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엔 누나 반지가 반희의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이제 토끼 없다며, 제 집으로 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반지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뻔히 눈뜨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반희의 심정에 감정이입 되었다. 성적 하워권 아이들이 학교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아이에겐 다 너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공부에 목숨 거는 가식적 행동을 하는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아래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반희를 토끼로 만든 건 누구일까?"

 

 

그리고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토끼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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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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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학교현장에서 이미 검증해본 그림책이니 독자는 그대로 활용하면 되겠네요~^^ 출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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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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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신간 <왜 자꾸 나만 따라와>의 소개글에 10대와 반려동물이 다정과 온기를 나눈다 고 되어 있어서 기대했다. 개나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10대와 반려동물이니 발랄과 감동이 같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첫 번째 소설 “누덕누덕 유니콘”부터 묵직한 주제였다. 유전자 설계로 인간과 짝을 지어 태어나도록 하는 반려동물, 이른바 ‘공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공생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원치 않거나 뭔가 잘못되면 반납도 가능한 존재다. 거의 물건에 가깝게 거래가 되는데 그들은 원래 주문자의 수요에 맞춤한 설계로 탄생한 것이기에 배신하지 않는다.

이 소설과 유사한 소재는 마지막 소설 “돌아온 우리의 친구”이다. 개와 고양이를 유전자 변형 및 배합하여 '캐양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2044년이 배경인 이야기다. 도아네 집 주위에 비둘기와 쥐의 사체가 자꾸 발견되어 루이라는 도아의 캐양이가 범인 의심을 받지만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전 캐양이 위미의 짓이었다. 위미는 루이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등 거의 괴물이 된 상태로 도아네 집 주변을 배회한다는 이야기는 섬칫한 공포소설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 단편소설집의 시작과 끝은 근미래에 인간의 수요로 만들어진 반려동물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이 두 소설은 미래에 탄생가능한 반려동물에 대한 소재이지만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거리나 토론 논제를 찾아낼 수 있다. 고양이와 개를 유전자 변형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일은 토마토와 감자를 접붙이듯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의 부작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불안하다고들 하지 않나.

“돌아온 우리의 친구”라는 반가운 제목의 이 소설은 캐양이가 괴물이 되어 돌아왔을 때 몸서리치게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마치 창조주가 된 듯 오만한 태도로 자신들의 수요에 맞춤한 생명체를 만든다는 설정은, 나중에 닥칠 예측불가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무겁게 묻는다. 두 소설은, 고양이에게서 개의 충성심을 원하는 사람들, 개에게서 고양이의 도도한 애교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얼마나 인간중심적 사고인지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소설 “피라온”의 주인공 미르는 맞춤 아기다. 3D HB프린터로 만들어낸 기계인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미르가 버려진 개 송이를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떠올랐다. 부모님의 진짜 아이가 되고 싶어했던 두 아이 데이빗과 미르의 서사가 겹쳐지면서 심장이 따끔거려 혼났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주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책 소개를 보고 한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어쩜 이러한 내 생각부터가 반려동물을 얼마나 쉬운 서사로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싶어 뜨끔했다. 그들은 그저 우리 인간을 기쁘게 해주는 쓸모를 가진 존재라는 기본인식이 있기에 이런 묵직한 주제에 깊이 발을 들이니 불편함이 느껴진 게 아닌가. 아마 다른 독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십대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좀 더 가볍고 신나고 재미있는 소설이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허나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이니 책임감이니 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것보다 이런 상상력 가득한 소설을 읽고 토론해 보는 건 어떨까. 반려동물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해보면 의미있는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아이라면 깊이 공감할 것이고, 키우지 않는 아이라면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냄새로 만나”“시벨”은 각각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처한 좋지 않은 상황이 더 문제다. 가정에 문제가 많아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빠가 재혼하면서 저 혼자 나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속인 것이 들통나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중학생이 그들이다. 이 주인공들이 다른 소설에 나오는 사랑 듬뿍 주는 부모의 자녀였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밥 먹듯 가출을 일삼는 지인의 중학생 아들이 생각났다. 찾아서 데려오면 나가고, 또 찾아오면, 또 나가는 일을 계속 되풀이 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은 나가서 자꾸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친구의 아이폰을 뺏아 중고나라에 팔아먹고, 차에서 카드를 훔쳐 100만원 넘게 사용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학교에 꼬박꼬박 나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한탄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에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그 집도 재혼가정인데 그 아이의 행동은 불만을 표현하는 반항인걸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일까? 이 역시 알 수가 없다.

두 소설에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들에게 다가올 앞날도 현실적으로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희망의 씨앗은 준다. 바로 그들 옆에 개가,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아들도 마음을 나눌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물론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스위치, ON”“고양이를 찾”

이 두 소설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읽혔다. 물론 “스위치, ON”의 다온이는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고 아이스하키를 하다 부상을 입어 집에 지내고 있는 상황이니 그리 가볍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 앞발에 장애가 있는 새끼거북이를 데려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때까지 키우는 동안 부상도 회복하고 자존감도 회복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밝게 느껴졌다.

“고양이를 찾”은 얼떨결에 길냥이(아마도 가출한 품종묘)를 집에 들이고, 고양이라는 생명과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그 첫 경험을 1인칭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마지막엔 그 고양이가 가출해버려 휑해진 심정을 어찌할 바 몰라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도 내용이 그리 밝지는 않은데 1인칭 화자의 화법이 재미있다.

p.169~170

고양이가 다리를 뻗어서 제 몸에 안겼습니다. 살아 있는 뭔가가 뭉클거리면서 저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고양이 발톱이 제 옷에 박히는 느낌이 났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습니다. 어쩐지 고양이는 거품같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안고 있는 제 자세도 엉거주춤하고, 고양이도 뭔가 불편한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가 발톱을 더 내밀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꿈틀거림, 박동.

온기가 있으면서 꿈틀거리는 것.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엉덩이를 받쳤습니다.

고양이는 흘러내리는 동물이었습니다.


이 소설 덕분에 오늘 리뷰를 그나마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7편의 단편 소설을 쓴 작가들은 모두 국내 유수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길지 않는 분량의 소설 안에 묵직한 주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10대에게 무시로 벌어지는 가혹한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반려동물 관련 이야기를 잘 버무려 놓았다. 아직 개학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집에서 이런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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