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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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매3책 이벤트의 세번째 책 <나의 할머니에게>를 받고 표지를 보니 전형적인 구부정한 할머니의 뒷모습이었다. 초록무성한 나무를 좇아 표지 위쪽으로 올라가보니 작가 6명의 이름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본 작가, 책을 읽어본 작가, 이름 첨 본 작가까지. 이런 단편집의 경우 골라 읽는 맛이 있다. 누구의 소설을 먼저 읽을까 머리를 굴리며 표지를 넘기고 속지를 한장 넘기니 작가들의 싸인이 있다. 예상치 못한 이런!!

선물받은 기분이라 어깨가 으쓱해졌다. 싸인을 이쁘게 한 손보미 작가의 소설을 먼저 읽어야지~ 하면서 <위대한 유산>을 골랐다.

그런데...

아, 이건 뭔가?

스릴러? 아니 공포물에 가까운데...

할머니 소재의 소설집인데, 분명 할머니가 등장하는데, 왜 따뜻한 정과 사랑이 넘치지 않는거지?

분명 이 소설집, 다산북스 직원이 재미있게 읽었다며 강추했는데...

결말도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맛 모르는 아이스크림 골랐다가 실패한 기분이었다.

(이 소설이 나쁘단 뜻이 아니다. 그저 예상과 달라 놀랐단 뜻이다.)

설마 다른 소설도 이렇진 않겠지? 다음으로 는 제목이 맘에 드는 걸로 고르자!

강화길작가의 <선베드>를 두번째로 읽었다.

아! 이번에도...

할머니는 등장하지만 주인공이 아녔다.

할머니의 손녀인 주인공'나'는 어떤 사안이 거슬리면 앞뒤 안가리고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내용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해있는 할머니에게 방문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거기서도 급흥분했다가 후회를 하게 되고 유방암 걸린 친구 명주가 같이 간 덕분에 컨트롤 할 수있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의 상념을 보면, 결국 사랑하는 그녀들(할머니와 명주)이 떠날까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모두 내 탓이라고 느끼리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리라는 것.

할머니, 이런 게 살아 있다는 거야?

두 사람의 어깨에 머물러 있던 햇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허리가 아팠다."

p.101

↑↑ 각 단편 안엔 화가 조이스 진의 그림이 들어있다.

 

 

겨우 두 편 읽고 실망하긴 이르다!

<아몬드>를 재미있게 읽었으니 손원평 작가의 <아리아드네 정원>을 읽어보자! 제목도 이쁘니까 내용도 그럴거야~

그것은, 또! 나의 오산이었다!!

이 소설에도 인자한 할머닌 나오지 않는다. 넘쳐나는 노인들을 등급 매겨 관리하는 사회,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노인들은 잉여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였고 그들의 2세가 사회의 젊은 층이 되었지만 양극화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그들에게 젊음이란 축복이 아니었다. 오래 사는 것이 결코 좋은것만은 아니며, 계급및 계층 갈등을 다루는 이 내용들은 비단 근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이다. 앞으로 더 심화 고착화될 사회 문제, 내게도 닥칠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세번째 소설까지 실망아닌 실망을 하다보니 그냥 읽자! 싶었다. 최은미 작가의 <11월행>은 친정엄마와 나, 그리고 딸이 함께한 템플스테이를 소재로 했고, 윤성희 작가의 <어제 꾼 꿈>은 할머니가 되지 못한 주인공이 여동생의 손주들과 놀아주는 이야기다. 이 두 소설은 내게 그리 감흥을 주지 못했다.

6편의 소설을 골라읽는 재미는 이제 한 편을 남겨두었고 기대없이 백수린 작가의 <흑설탕 캔디>를 펼쳤다. 어쩌다보니 마지막에 읽게 된 소설이었는데, 아~~~ 이러려고!! 이 소설에서 감동받으라고~ 이게 딱 네 취향이지? 하고 숨겨두었던 맛을 마지막에 뙇! 내놓은 듯했다.

<흑설탕 캔디>의 주인공 할머니는 권나실 여사! 할머니의 유품에서 일기장을 꺼내 읽어본 손녀가 그 일기 내용을 토대로 상상해보는 내용이었다. 권나실 여사는 며느리가 교통사고로 죽어서 손주들 챙겨주러 아들네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고, 그 아들이 프랑스 파리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같이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약 1년 간 프랑스 할아버지 브뤼니에씨와 시간을 가지게 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굳이 '데이트'라고 명명하지 않는 이유는, 권나실 여사가 남편이 죽은 후 오롯이 여자로서 남자와 함께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남자와 피아노를 매개로 가까워지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각설탕 탑을 쌓으며 아이처럼 좋아라하는 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을 보며, 삶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차오르는, 그 감정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깨닫는 권나실 여사.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굳는 속도에 따라 욕망이나 갈망도 퇴화하는,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인간이 평생 지은 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흑설탕 캔디> p.67

 

 

노인들이 흔히 "마음만은 이팔 청춘"이라고 말하듯 몸은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없어도 마음은 젊음 그대로라고!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가 내려 메말라버린 줄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나지만 그것은 늙은이에게 형벌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늙었으니 어쩔 수 없지, 현실을 직시해야지! 라며 몹시도 현실주의자인양 말하는 젊은이는 자신에게만은 청춘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곧 <아리아드네 정원>속 미래처럼 F유닛에 내던져질지도 모르는데...

 

이 소설집을 읽다보니 그동안 나는 할머니라하면 무조건 희생하고 가족들에게 무한 애정을 베푸는 존재로만 그려질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말도 안되는 고정관념이다. 인간은 제각각 다르며 개성적 사고를 하며 살아간다고 여겼으면서 왜 할머니를 천편일률적인 존재로 규정했는지... 나는 내가 규정한 할머니가 될까? 아닐 것같다. <아리아드네 정원>의 지윤을 보며 저렇게 되는 건 아닐지 섬칫해놓고선 말이다.

예상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둘은 이별하게 되었고, 브뤼니에씨에게서 받은 작별의 말은 대멍사 두 개와 동사 한 개라고 일기에 적혀 있었다. 손녀는 그 세 단어를 상상해본다. 나도 상상해봤다. 이 소설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카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적어놓았던 것보다 자세하지 않아서 좋았다. 할머니의 일기를 토대로 손녀가 예상하는 내용이지만 독자에게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볼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작가노트에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작가는 슈만의 "크라이슬레이나" 16번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미츠코 우치다의 연주를 찾아들었다.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사랑이 격정적으로 때론 서정적으로 우치다의 섬세한 손길로 그려졌다. 이런 곡을 들으며 썼으니 사랑스런 나실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겠다.

백수린 작가의 희망사항이 잘 전달되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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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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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이미 2010년에 작고했고, 이 책은 1986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인데 이제야 한국에 번역되었다. 역자 이지수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34년이나 지난 책을 번역하는 것은 퍽 쓸쓸한 일이라고 밝혔다. 사노 요코가 행간마다 숨겨놓은 마음들이 얼마나 뜨겁고 또 차가웠을지 짐작만 하며 번역했다고 한다. 작가가 살아있었다면 짐작하지 않고 직접 메일을 보내 물어볼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86년에 나온 책이기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아주 옛날 일들이다. 작가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신혼초, 아들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 지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등등. 그래서 오늘날 우리의 사고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고개를 갸웃하게 할 내용도 있고, 작가의 엉뚱하고 쿨한 성격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정서들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어떤 것들은 직접 겪었다기보다는 한 편의 콩트같이 황당하고 웃긴 내용들도 있었다.

 

깊은 내막을 설명하지 않는 이야기들은 그 사이에 숨은 사연들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역자처럼 독자들도 짐작할 수밖에 없고, 작가의 못 다한 이야기들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제각기 다른 전개로 펼쳐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내용들은 극적이거나 감동을 쥐어짜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담담한 어조가 편안하게 읽기 좋았다. 그동안 사노 요코의 에세이가 여러 권 나왔지만 이번 책은 오래 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내용 중 재미있게 읽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람을 죽이면 안 돼” - p.117

전철에서 술 취한 야쿠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무서운 마음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어 그 남자에게 대답을 해준다. “누님, 사람을 죽이면 안 돼.”라며 자신은 그랬고 이젠 조직을 떠났다고 했다. 얼굴에 난 종기 때문에 곧 죽을거라는 그 남자에게 작가는 부스럼이라며 별거 아니니 병원에 가보라고 알려준다. 그들의 대화는 그 남자가 내릴 때까지 이어졌고 작가는 그가 내릴 곳을 알려주며 병원에 꼭 가보라고 당부하며 끝이 났다. 취객과 얽히고 싶지 않아 승객 모두 외면하는 전철안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작가의 일행조차 잡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작가는 다가와 옆에 앉은 남자와 말을 섞었다.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낯선 남자에 대한 경계심을 누른 것이다.

 

미소라 히바리를 위해서입니다” - p.83

작가는 친구와 같이 땅을 샀는데 사기를 당해 일억엔(30년도 더 전에 일억엔이라니!!)을 날렸고 그로 인해 이혼이 더 빨리 이루어졌다는 내용이다. 사실 땅을 소개하던 부동산 업자는 사기꾼 같은 구석이 분명 있었음에도 작가는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를 친구에게조차 부끄러워 말하지 않았지만 이 글의 마지막에 밝힌다.

그 사기꾼 같은 부동산 업자의 미소라 히바리(일본의 유명한 가수 겸 배우)에 대한 때문이었다고. "그 불그죽죽한 얼굴의 탁한 목소리 모두가 거짓이었다 해도, 어쩌면 그의 만은 진짜였을지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작가는 부동산 업자가 히바리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는 말을 들으며, 열일곱 살의 그가 열다섯 살의 히바리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결정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기 당하고 돈 날리고 이혼까지 하게 되었지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다니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쿨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대단하다! 싶다.

 

아까운 짓을 했구먼” p.168

작가는 열두살 때 막내 여동생이 태어났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더 있었지만 그 늦둥이를 유독 좋아했고 잘 챙겼다고 한다. 기저귀 빨고 엎어 키우고 학교까지 빼먹고 동생 유치원 앞에서 기다리면서 거의 키우다시피 했건만, 그 여동생은 아버지부터 가족들이 모두 자신을 구박했다고 기억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큰언니인 작가도 무서워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언니도 되게 심술궂었어. 난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언니 얼굴이 자잘한 알갱이 같은 점이 되어서 공중에 떠 있었어. 그게 엄청 무서운 표정이었거든. , 어릴 때 형제 노이로제에 걸려 있었던 것 같아.”

 

어이쿠야! 등에 붙이고 다닐 정도로 엎어키웠더니 어찌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지... 아들 둘을 연달아 잃고 마지막으로 딸을 낳았다니까 동네 아저씨가 작가의 아버지에게 아까운 짓을 했구먼.”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작가는 아버지가 동생을 귀여워하지 않을까봐 더 동생을 챙겼는데, 동생은 사랑받은 건 다 까먹고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으니 참 어이없었을 것 같다. 그러니 이 글의 제목은 아마도 중의적인게 아닐까? 남존여비 사상이 심했던 시대에 저 대사와 기껏 사랑줬더니 돌아온 동생의 대꾸에 대한 기막힘, 두 가지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병든 지인에 대한 글이다.

 

고생이든 가난이든 겪으면 된다. 하지만 있어줬으면 한다.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살아올 수 있었다. 가장 곤란할 때 나를 구해준 것은 저축이 아니었다. “괜찮아라는, 그 집 마루에서 당신이 해준 말이었다. 미치코에게도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눈부신 인생의 사건은 없었을지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만 겪으며 살아왔다. “괜찮아가 일천만, 일억의 저금보다 우리를 살려왔다.

 

우리의 인생에 뭐 그리 눈부신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그런 날들로 세월의 더께가 쌓여간다. 한 번씩 닥쳐오는 인생의 큰 파도는 겪어내면 된다. 그리고 괜찮아라는 한마디면 살아갈 수 있다. 누구는 돈이 최고라 하고, 누구는 건물을 가져야 최고라고들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있어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한다.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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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시작詩作 - 인생은 바라보는 대로 간다, A=B 이렇게 시작詩作 콘서트 1
김기진 외 지음 / 흔들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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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만 시를 쓰는 건 아니다.

직장인도 시를 쓸 수 있다.

그것도 매일매일 100일간.

그들은 시를 쓰면서,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깜짝깜짝 놀랐고,

다른 이의 시선을 엿보게 되었고,

자신의 관점이 변하는 것도 느꼈다.

 

 

 

 

12명의 직장인은 100일동안 ‘A=B’형식의 시를 쓰면서 변화된 자신을 발견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매일 시를 썼다는,

흔들의자 출판사의 책 <하루하루 詩作> 이벤트 문구를 보고 급 관심이 일었다. 나도 매일 글을 쓰지만 시는 아니다. 시 쓰기가 산문보다 어렵다. 그래서 시는 읽기만 하지 창작해본 적은 없다. 직장인은 회사생활이 바쁠텐데 매일 시를 썼다하니 궁금했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착한 책에는 12명 중 한 명의 싸인이 들어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의 소감 먼저 읽어 보았다.

 

"표현력?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노력이 있었고,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하루 일과 후 생각나는 대화 중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이렇게 詩作 시즌2, 또다시 도전이다. 지금은 아침을 알리는 詩作이 없으니, 허전하다."

 

오~ 홍기화씨, 매일 아침의 시작을 詩作 으로 한 모양이다. 100일씩이나 했으면 습관이 될 법도 하다. 시즌2에도 기꺼이 참여하려는 가보다. 싸인에서 나더러 매일 시를 써보라 했는데 결국 나는 한 편도 쓰질 못했다. 1일 1책, 1글쓰기를 해내려면 하루가 너무 빠듯했다. 어쩌면 시 쓰기의 어려움이 더 큰 이유라면 이유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회사생활을 하며 시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뿌듯함이 있었을 것 같다. 인간에겐 잠재된 창작욕이 있으니까... 나는 시쓰기를 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시를 하루 몇 편씩 읽어보며 내 생각과 견주어 보았다. A=B라는 동일한 유형에 같은 주제어라 하더라도 직업이나 직책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흥미로웠다.

'A=B'가 은유로, 지시어로, 설명으로 다양하게 표현된 시를 읽으며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 하는 야들야들한 맘이 살풋 들었다. 어느 순간 어디선가 끄적이고 있을진 모르겠고 이 책에서 마음에 든 시 몇 편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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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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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

나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현아라는 젊디 젊은 선생님이 어쩜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일선 초등학교 교사의 그림책 수업이야기라는 이 책의 소개를 보고 강승숙 선생님을 떠올렸다. 10여 년 전인가,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에서 강승숙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그림책을 읽었는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책을 읽으며 학교 현장에 이런 선생님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더랬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 둘, 초등학교 생활 동안 만난 12명의 선생님 중 그런 선생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단 한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 일기에 신경을 많이 썼고, 학년말에 아이들 일기와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어 주었다. 진짜 12명의 교사 중 한 명만 그랬다. 물론 그림책 수업을 한 선생님은 없었고. 그림책 수업을 하지 않은 선생님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이 얼마나 바쁘고 교사의 잡무가 너무 많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창의적 수업을 하려고 애쓰는 교사들은 분명 있다.

 

이 리뷰 첫 문장에서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현아 선생님의 활동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강승숙 선생님의 책 이후 10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0년만에 이현아 선생님은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그야말로 그림책 수업에서 일취월장한 것이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같이 읽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어엿한 독립출판사 도서출판 통로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한 권의 힘>에는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방법과 그림책을 직접 만든 사례들, 출판까지 직접 한 경험, 나아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가서 재능기부를 한 사례까지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활약의 끝은 어디인가 계속 놀라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은 다른 선생님들도 시도해 보도록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교사직무연수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보는 인기수업이라고 한다. 현재는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결성해 전국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이현아 선생님은 ‘educate(교육)’의 어원을 충실히 이행하는 교사임에 틀림없다. 그림책 창작활동을 통해 아이들 내면에 잠재된 어떤 것을 밖으로 인도해 냈으니 말이다. 교육, 교육자라는 원뜻에 부합하는 교사를 직접 보는 것은 정말이지 드문 일이다. 나는 사실 이런 사례 위주의 책은 시니컬하게 읽는 편이다. 저자가 겪은 사례들 중 좋은 것만 추려서 상품화를 위해 예쁘게 포장 한 것이라고 일단 전제하고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미화, 강승숙 선생님처럼 그림책으로 현장에서 수업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왔고, 그림책 심리, 그림책 활용등, 그림책 관련 책을 몇 년 사이에 꽤 읽어왔기에, ‘이 책은 또 그림책으로 어떤 수업을 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놀라웠다. 그림책이 왜 좋은지, 왜 그림책으로 수업해야하는지 같은 밑밥 깔기는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쌓여진 좋은 수업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뱉은 날 것 그대로의 문장에서 전해오는 시적 감각으로 시작한다.

눈물을 매일 먹어봐서 아는데 눈물은 로션 맛이라는 아이의 사연이 가늠이 되는가.

 

아빠가 돌아가셨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에 오니, 엄마가

라면을 끓여 주셨다.

라면이 짜다.

 

라는 시를 쓴 아이의 은유가 놀랍지 않은가. 이 사례들은 겨우 시작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랑질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 같은 저자도 있지만 이현아 선생님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본인의 역할이 분명 컸음에도 불구하고, 책속에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으며 아이들의 눈부신 변화, 결과물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것은 분명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이 훌륭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쓰기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또 있다. 다양한 관심 분야와 폭넓은 배경지식이 그림책 얘기에 더해져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림책 이론서나 세계 유수의 그림책을 끌어오는 거야 이 책의 주제가 그림책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명화,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끌어와 절묘하게 그 챕터의 소주제와 연결해냈다. 그는 자신에게 있는 구슬들을 절묘하게 꿸 줄 아는 사람이고 이런 완성도 높은 글을 읽으면 독자는 즐겁다.

 

이 책은 일선 선생님들이 읽고 직접 현장에서 활용해보면 좋겠다. 적극적인 선생님이라면 좋그연에 동참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학부모들에게는 많은 그림책을 소개해 준다. 것도 검증된 그림책으로. 교사처럼 수업을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순 없겠지만, 좋은 그림책을 소개받고 아이와 같이 읽으며 서로 대화해 볼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다. 누가 또 아는가. 이 책에 동기부여 받아서 엄마와 아이가 같이 그림책 만들었다는 책이 나올지...

 

오늘 리뷰는 내가 느낀 감탄 위주로 썼다. 단점이 있는데 숨겼단 뜻이 아니다. 오랜만에 그저 다 좋기만 한 책을 만났다. 그러니 좋은 점만 썼다.

 

아래는 이 책에 소개된 어린이 창작 그림책 중 몇 권이다. 책에 이미 훌륭한 이유가 있으니 내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QR코드 확인하면 무료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게 만들어 두었다.

 

아래는 <파란 파도>라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인데 어쩜 이렇게 개성적인 표현들을 하는지 대단했다

  

 

 

 

그동안 그림책 관련된 첵 제법 읽어왔기에 이 책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다 알거라고 예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판형이나 책장 넘기는 방향이 독특한 아래 그림책 중 아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부록조차 이렇게 알찬 책, 또 처음이다. 그림책 제작방법과 그림책 리스트에 그림책 창작 수업 20차시 프로그램까지!

 

 

학교 현장에 이현아 선생님같은 교사만 있다면 무슨 걱정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제 공교육에 거는 기대는 없다고들 한다. 스승님이라고 부를 교사가 없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만난 선생님을 떠올려 봐도 이현아 선생님같은 열정적인 교사는 없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밭에 버려진 썩은 호박도 한 줌의 흙과 햇빛이 있으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자신은 한 줌의 흙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발 아래 흩어진 파편들을 묵묵히 줍는 선생님들은 분명 있으며 그들을 만나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교실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이 피어날 수 있으며 아이들이 피워낸 이 작은 그림책을 통해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 이 책을 통해 그 알토란같은 열매들을 보며 희망도 같이 보았습니다. 그림책의 마법 같은 힘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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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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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 기업가, 베스트셀러 작가,

아프리카 후원 활동가, 동성애자

위는 모두 한 명의 커리어다!

믿기 어렵지 않나?

더 믿기 어려운 건 나이다!

위 주인공은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 1992년생이고 이름은 '코너 프란타'이다!

어떻게 그 나이에 저 많은 걸 해냈단 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의 두 번째 책 <note to self :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니다!

알기 어렵다...

이번 책은 자신의 일기장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하면 돼요~

같은 자기계발서도 아니요!

조직 경영 노하우나 스타트업 성공담 같은,

기업경영서적도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쓴 내용들이 많은데 그때 나이, 스물다섯! 여러가지 일에 성공했지만 어떤 날은 만족스럽고, 애인과 헤어진 날은 한없이 슬프고, 자기 나이 두 배는 될법한 인터뷰어에게 '나이든 현자'같단 말에 놀라는, 그런 청년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저자가 하는 일을 봐도 그렇고 감각이 남달라서인지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예쁘다. 색감도 좋고 스토리도 숨어 있다. 아마 아이폰으로 찍었겠지? 인스타 업로드용 사진으로 딱이다!

혹시 에세이 별로 안좋아하는데~

동성애자 일기장까진 볼 필요 없는데...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시만 봐도 된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다른 글에도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될 것이고, 사진은 그저 보고 있기만해도 기분 좋아질 것이다.

탐욕과 욕망

우리가

받을 줄만 알아서

세상이 주는 건데

우리의 바랑과 욕구로

일구었다 생각하고

믿는

우리는

얼마나 순진한지

아, 얼마나 가여운지

p. 71

 

그는 열세살때부터 부모님께 용돈받지 않고 자신이 벌어서 사고 싶은 물건 샀다며, 자기가 번 돈으로 사야 진정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하니 어릴 때부터 독립심이 강했던 모양이다.

"되고 싶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나 자신에게 몇 가지 귀띔하고 싶다. 자기 자신과 지금 하는 일을 믿고 계속 나아가라. 그리고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으리라고 믿어라.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만 한다면 방향은 몰라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명령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그걸 생각하고, 그걸 소유하고, 그것이 되자."

 

 

한마디로 자수성가한 청년의 글을 읽다보니 기특하고 대단하다 싶었다. 나 어릴 땐 어땠나? 생각해봤다. 남에게 뒤쳐지는게 아닌가 싶어 늘 두리번거렸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단 걱정으로 불안해했다. 돌아보면 늘 선택의 책임은 내 몫이었기에 그 선택에 후회없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다고 후회가 없진 않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며 자위해본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저자의 글을 읽으면 혼자가 아닌 시간이라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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