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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이다. 각잡고 진지하게 애썼고, 노오력했지만, 그렇게 살았어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편안하지도 않았다. 애썼다면 그에 합당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그건 당위라고, 누가 세뇌시켰는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제목의 ‘애쓰지 않고’는 내가 생각한 ‘애씀’과는 달랐다. 나의 ‘애씀’은 앞에서 말한대로 개고생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라면, 책의 ‘애씀’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유사하지만 그리 부정적 뉘앙스는 아니다. ‘애쓰지 않고’ 뒤에 ‘편안하게’라는 말이 붙어있기 때문인 듯하다. '편안하게' 뒤에 연결될 서술어는 긍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보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도 됩니다!”라는 말을 줄였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술어는 독자가 마음대로 바꾸어도 된다. “살아도 됩디다”, “살면 행복합니다”, “사는 게 나답게 사는 것입니다” 등등.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문제들을 누구에겐가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너무도 다양해서 어디 가서 물어볼지 난감할 때, 한편 그 문제가 너무 사소해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다. 제목처럼 작가는 그리 애쓰는 것 같지 않게 편안하게 얘기해준다. 작가의 평소 말투도 그럴 것만 같다. 이 책은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사용해 가르치려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경험한 일상, 혹은 강연에서 만난 이들의 고민등을 사례로 풀어내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인용하기도 하고 법륜스님의 상담 사례를 가져오기도 한다.
책의 소개처럼 ‘나를 지키면서도 갈등은 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간관계 처방전’되겠다. 그런데 인생의 문제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고 그것만 해결하면 내 인생 아무 문제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그게 아니다. 실은 남과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 내가 나와 잘 지내지 못하는 문제인 것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나 처방을 읽으며 독자 본인에게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다 읽고나면 결국 독자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전보다 자신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책을 읽은 뿌듯함과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책으로 위로받는 느낌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제목아래에 소제목도 덧붙였다.
1장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
2장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나답게 산다는 것
3장 신경질 내지 않고 정중하게 :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
4장 쫄지 말고 씩씩하게 : 당당하게 산다는 것
5장 참지 말고 원활하게 : 마음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6장 냉담해지지 말고 다정하게 : 사랑을 배운다는 것
하나의 에피소드가 길지 않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입말체라서 술술 읽히고, 각 챕터에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등장해 한 호흡 가다듬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술술 읽힌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런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무 다양한 사례들과 그에 해당하는 조언을 고개 끄덕이며 읽었지만 그렇기에 남는 게 뭐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에 다 읽고 덮을 게 아니라 한 문장과 그림이 있는 페이지에서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생각정리를 한 번 해보면 좋겠다. 물론 포스트잇이나 책갈피로 표시해 두겠지만.
각 장에서 나에게 와닿은 내용들을 골라보았다.
p. 47 “신세도 좀 지고 삽시다”
어쩌면 당신도 오랜 시간을 낯선 섬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버텨왔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이제 신세 좀 지고 살자.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쁨을 누군가에겐 주자.
겁먹지 않고 주변에 손을 내밀고,
나 역시 상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하여.
우리에겐 도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p.89 “일상을 견딘다는 것”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들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지나온 모든 순간은 그대의 최선이자 성취다.
사느라 너무나도 애썼다.
그리고 잘 버텼다.
정말, 수고했다.

p.129 “둔감함이라는 위로”
우리는 나 혼자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며
자기 연민과 분노에 빠지지만,
우리가 받은 상처를 상대가 전부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도 몰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순간,
상대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해준다면
‘네가 나쁜 마음으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준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p.163 “나부터 신경을 끕시다”
애정 없는 이들의 SNS룰 염탐하지 말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근황도 업데이트하지 말고,
누군가 자꾸만 소식을 전해준다면 화제를 돌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지켜보며
불행을 고대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시간 낭비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고,
누군가가 우리의 불행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해도
그건 저열한 이들의 초라한 위안일 뿐이다.
그러니 나부터 신경을 끄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 삶에 집중하는 힘이다.

p.222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어요”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그런데 이 말은 변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자조적 체념이 아닌,
어느 누구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겸손의 깨달음이어야 했다.
사랑은 정교한 관계의 영역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내게 딱 맞는 완벽한 상대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었고,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아도 관계는 달라질 수 있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발견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을 멀리서 찾지 말자.
사랑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p.277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해요”
행복하고 싶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 자신과 내 결을 조건 없이 대하고, 다정하고 소중하게 여겨주며,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
감사하고 현재에 머무르며, 세상에 다정해야 한다.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은 결코 불행할 수 없으니
그대 부디, 사랑하며 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