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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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는 신부출신이었고 수녀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서 맥주를 만들어 팔았다는 사실!

-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미국 최고의 연필 제조업으로 명성을 누렸다는 사실!

- 한국사회에 유교가 도입된 배경과 정착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고증한 책 <한국의 유교화 과정>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스위스인이라는 사실!

- 14살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로 시집오면서 치른 영접행사장의 벽장식 그림이 불행한 결혼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본 젊은이가 괴테였다는 사실!

- 익산의 백제 유적 발굴장이 식량창고인 줄 알았는데 거기서 나온 나무 막대의 용도가 대변 후 뒤처리용(용도를 자세히 설명하기엔 쫌...)이었으며 사실 그곳은 창고가 아니라 화장실이었다는!

- 찰스 다윈은 이미 19세기에 <종의 기원>에서 조류독감 발생 문제를 거론했었다!

- 크리스마스를 1225일로 정하고 풍습(카드보내기, 캐럴부르기 같은)들을 만들어 지킨 것은 빅토리아 시대부터 시작이었다고!

- 촉야, 벽치, 추후자, 대관랑, 구칠타, 찬리채는 모두 닭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거!

- 밀웜(새나 고슴도치의 사료로 사육되는 애벌레)은 폴리스티렌(플라스틱)을 먹고도 멀쩡하게 성충으로 자라난다고!

 

이 리뷰를 읽고 있는 당신은, 위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었는가?

흠... 그렇다면! 당신은 열독가!!^^

나는 모두 생전 처음 안 내용이다. 박균호 작가의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를 읽고!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봄부터 집콕하면서 사람들은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하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한 것을 SNS에 올려 자랑하고, 그걸 본 사람들은 따라하면서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손에 쥐가 나도록 수 천 번 저어서 만들어 먹는 달고나 커피부터 어깨에 뽕 이빠이로 넣고 비의 깡춤을 따라하기도 한다. 집콕 생활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저마다의 취향대로 하면 되겠지만, 나는 독서로 집콕생활을 보냈다. 한 달에 20~25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고 했더니 지인은 나더러 못말리는 활자중독자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책 좋아하는 사람들 중 아마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박균호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일거라고 확신한다. 작가는 정말 다독가요 책사랑꾼이다. 매달 책구입 비용으로 40만원이나 지출하고 본인 돈으로 질러놓고 책 택배가 도착할 땐 또 그렇게 선물을 받는 것처럼 행복하다니 못말리는 독서가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는 28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깜놀하고 말았다. 진짜 단 한권도 읽은 책이 없는게 아닌가. 보통은 이렇게 책 소개 하는 책을 받아서 목차를 촤르륵 훑으며,

, 내가 읽어본 책이 많네! 이 작가는 어떻게 소개할까?’

혹은

제목은 들어 본 책이 꽤 있네!’

하면서 책 좀 읽어봤다는 티를 내곤 했다.(물론 맘 속으로)

그런데 단 하나도 없다니 책 많이 읽은 척은 절대 하면 안 되겠다...

 

이 책은 갈매나무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다. 작가의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기대하며 읽었다. !!!! 예상만큼 웃기지 않았다. 초큼 아쉬웠지만 이번 책은 다른 만족감을 주었다. 고맙게도 아주아주 어려워 보이는 책을 짧게 요약해주니 거저 읽은 셈이었다. 책 한 권 소개에 10쪽 정도밖에 안된다. 약간의 시간 투자로 두꺼운 책 한 권을 읽는 효과를 얻으니 이 얼마나 슬기로운 독서생활인가!

 

이 책의 쓰임새는 또 있다.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다시피, 이 책은 이렇게 활용하면 된다

사실 말이야, 이건 이래서 그렇게 된 것이라네

, 글쎄,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군!”

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잘난 척하기 좋다는 뜻이다. 작가는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저렇게 자랑하라고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수다!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 붙잡고 말 붙이기 참 거시기하고, 코로나시대가 아니었대도 도를 아십니까?류의 인간으로 취급받기 딱 좋다. 그러니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갑분싸 분위기를 잠재우고 싶을 때나 자녀가 있다면 애들 앞에서, 작가처럼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라며 이야기 물꼬를 트기에 딱 좋다.

 

 

리뷰를 써야 해서 한 번에 다 읽었지만 이 책은 목차에서 끌리는 책제목부터 골라 심심할 때 하나씩 읽어보면 재미나게 집콕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책 소개책은 읽은 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본 책을 찾아서 다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고 싶은 책이 몇 권 없었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안 궁금해서?가 아니다. 워낙 요약 정리가 깔끔해서 더 자세히 안 읽어봐도 충분할 정도였고, 어디 가서 써먹기 좋을 정도의 내용들이라 발췌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소개된 책 중에서 더 골라 읽어보고 싶은 책, 두 권을 골랐다. <불량직업 잔혹사><물명고>. <불량직업 잔혹사>는 영국에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최악의 직업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예전부터 있어온 3D 직업에 대한 책인데 지금은 없어진 직업도 있지만 오늘날까지 유사하게 이어져오는 것도 있다. 확인해보니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절판이라 도서관에서 빌려보아야겠다. <물명고>는 상,하 두 권짜리고 책값도 꽤 비싸니 도서관에서 빌리는 거로~~ 단어의 어원은 알면 알수록 신기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 무슨 내용일지 가늠이 안되니 서점의 책소개를 그대로 옮겨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희가 지은 백과사전. 저자인 유희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음운학자이다. 일생을 통해 천문,지리,의약,복서,종수,농정,풍수,충어,조류 등을 연구하여 총서인 <문통>에 수록하였으며, <물명고>는 전하는 것 중 하나이다. 국어 어휘연구와 조선 후기 풍속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서 감정이 있는 종류라는 의미로 동물에 해당하는 유정류와 식물에 해당하는 무정류, 움직이지 않는 종류라는 의미의 부동류와 안정되지 못한 종류라는 의미의 부정류로 분류하여 싣고 있다.

 

책은 아니지만 요즘 내게 화두인 '죽음', '웰다잉'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만든 꼭지는 2부의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방법"이다. 호스피스 운동보다는 '죽음학'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캐나다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968년에 '죽음학'을 대학 정규과목으로 편성했다고 한다. 죽음학이 단지 잘 죽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것!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다.

 

 

, 마지막으로! 목차를 보고 첨 보는 책 제목에 깜짝 놀라 안 읽어도 되겠다고 지레 겁먹지 마시라! 각 책을 소개하면서 작가의 사생활(흑역사 비슷한)과 엮어서 풀어내기 때문에 전혀 지겹지 않다. 딸 바보에 경처가로서의 활약은 감탄스럽고, 자기 한 몸 희생해 슬랩스틱 같은 장면을 시전해 주시니 눈물겹지만 웃긴다. 또 어찌나 요약이 잘 되어 있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교사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신 듯~~

 

요 며칠 사이에 책에서 소개 받은 책이 너무 많다. 리뷰 써야할 책이 줄 서서 대기 중인데 도서관에 가서 빌려 올 책 목록을 작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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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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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을 창비의 블라인드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게 되었다.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작가 비공개라고 해서 누굴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리뷰를 쓰려고 책 검색을 해보니 곽재식 작가로 나왔다. 아, 이미 유명한 분이었다.

곽재식 작가의 저서를 살펴보니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이 있긴한데 <신라 공주 해적전>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출판사 책 소개와 제목에서 흥미를 끌었다. 작가의 말에서, 일본 기록에 의하면 장보고의 전성기가 끝날 무렵 신라에서 온 해적들 때문에 일본인들이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것에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발휘한 듯하다.

장보고 사후 15년(서기 861년) 한주 지방(현 서울, 경기도, 충청도 일부)으로 도망쳐 온 장희가 주인공이다.제목에선 신라 공주가 해적질을 한다는 것 같은데 백제 지역이 공간적 배경이다? 그럼 신라에서 온 공주가 장희? 아니면 신라 공주를 사칭한 백제 사람이 따로 있을까? 궁금함을 뒤로하고 책장을 넘겼다.

190여쪽의 짧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짧아서 그렇다기보다 영화보듯 휘리릭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연상되었다. 이 소설도 영화화된다면 흥미진진 액션 어드밴처로 탄생가능할 것 같다.

주인공 장희는 장보고 무리에서 심부름을 하며 부지런히 일해 모은 돈을 다 까먹은 상태, 또 밥벌이는 해야하니 사람들 많이 모이고 배가 드나드는 강가로 나가 “행해만사(行解萬事)”라고 쓴 깃발을 내걸었다. 무슨 문제든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이었다. 심부름 열심히 하던 실력을 발휘해 요즘으로 치자면 심부름센터, 흥신소 같은 것을 차린 것이다. 하루를 공치고 자리를 접으려던 차에 한수생이라는 허여멀건한 남자가 다급하게 자신을 도망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장희는 속으로 백면서생같은 이 남자의 재물을 털어먹으면 딱이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들의 첫만남이었고 그 후 둘은 온갖 일들을 함께 겪으며 겨우겨우 생명을 부지해서 나중엔 잘 먹고 잘 살았더라~~는 옛날 이야기처럼 끝이 난다. 서술어가 입말체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많고 사극에서 쓰는 옛말투, '~하오'체라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텍스트로 읽는 기분이다.

몇 번이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그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예상되다시피 장희다. 장희는 입담 걸한 스토리 텔러에다가 순간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꾀순이다. 반면 한수생은 할 줄 아는게 거의 없다. 장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고 우직하고 순정적인 면이 있다. 이쯤되면 둘이 맺어지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그렇게 될지, 과연 어떤 모험담들이 펼쳐질지 직접 책으로 확인해보길 권한다. 가벼운 스포일러라면, 우여곡절끄테 보물지도 득템해서 숨겨진 보물 찾기 정도~~

책의 시간적 배경이 천년도 더 전이지만 사람사는 세상인지라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된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 사기꾼이나 우매한 민중, 위정자뿐 아니라 권력자의 폭압, 계급제도, 세제 문제등도 건드린다. 영화화 된다면 고통당하는 민초들의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배에서 벌이는 활극을 역동적으로 그리면 재미있게 만들어질 것 같다. 벌써 나혼자 주인공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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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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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기억 저편의 빛바랜 사진첩을 열어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은밀하고 아름답다. 당시로는 더없는 어둠이었어도 돌아보면 그것이 바로 우리 청춘의 가장 꽃다운 시절처럼 여겨지는 한 장 한 장 추억의 물증과도 같은 사진이 내게도 여러 장 있다.

 

 

위 문단은 주인공이 첫사랑을 회상하는 장면의 도입부다. 이런 내용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책의 중반부가 되어야 첫사랑 이야기가 나오다니. 내가 작가의 첫사랑에 너무 꽂혀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기대했는데 내용은 70년대 후반 정치사회적 상황 속의 대학생 개인과 그 개인의 집안이야기가 더 많았다. , 그제서야 내 맘대로 책 소개를 읽었다는 걸 알았다.

 

이순원 작가의 신작 <춘천은 가을도 봄>의 책 소개는 1970년대 후반 춘천에서 청춘을 보냈던 한 소설가의 회고담 이라고 되어 있다. 청춘 회고담인데 왜 첫사랑으로 읽었는지 모를 일이다... 작가의 <19>라는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19>13살에서 19살까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였다면 <춘천은 가을도 봄>은 그 후 20대 초반의 이야기인 것 같아 궁금증이 일었다. 읽어보니 <19>와 이 책의 내용이 연결되는 건 아니었다. 각각의 개별적인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동일할 리 없는데 참 내 멋대로 생각했구나 싶다.

 

<춘천은 가을도 봄>의 주인공 김진호는 명진이라는 강원도 어느 가상도시의 술도가의 차남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시위 선언문을 다듬은 죄로 처벌받고 학교에서도 제적된다. 통일주체국민회의 의원이고 지방 유지였던 부친의 뒷배로 감옥에 가는 것만은 면하게 되는데 이 일이 주인공 의식에 부채감으로 자리 잡는다. 김진호는 서울 생활을 접고 춘천에서 두 번째 대학 생활을 한다. 1학년 1학기에 그는 동기들과 어울리지 않고 공부에만 몰입하는 요즘 말로 아싸로 살아간다.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고 2학기에는 학보사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사회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2학년 입학식에서 채주희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주 시간적 배경은 주인공이 춘천에서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한 1977년부터 79년까지이며, 공간적 배경은 춘천이다. 작가와 연배가 비슷한 독자는 정말 청춘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시기를 국사시간에 한국현대사로 배운 독자라면 거의 역사책 읽는 것 같을 수도 있겠다. 사복경찰이 대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을 감시하고 독립운동하듯 그들을 피해 모여야 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젊은 독자들은 외계이야기만큽 생소할 것이다. 그 시기를 소설 한 권에 담아내는 작가가 있으니 독자로서 고마운 일이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녔거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당시 춘천과 대학가 근처의 분위기를 옛날 흑백필름을 보는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비록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지만 김진호에게 친일가문의 자손이라는 원죄와 유신체제라는 시대적 억압은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나타난다. 4.19때 다리를 다친 당숙에게서 문학적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소설을 필사하고 있다는 진호에게 당숙은 이런 조언을 했다.

 

"서두르지는 마라. 그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아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에 하나둘 이슬처럼 맺혀 오는 거니까." 

 

진호는 그 말이 좋았고, 세상의 밝은 기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의 유신체제는 진호를 계속 절망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통일주체 국민회의 선거 두 번째 출마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첫사랑 채주희와 이루어졌을까? 채주희는 양공주의 딸, 혼혈아였다. 70년대에 혼혈아였다면 얼마나 심각한 차별을 받았을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동시에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둘은 손붙잡고 학교 행사에 같이 갈 수 없었고, 혼혈아를 아르바이트로 써주는 곳도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음악다방 DJ였는데 외국인인척 하는 것이었다. 외국 사람이 한국말도 잘 한다고 여기도록 내버려두었고 그녀는 외모 덕분에 인기 DJ가 되었다. 요즘은 혼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 때는 엄청난 걸림돌이었다. 주희는 20년만에 찾게 된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떠나고 진호는 입대를 하게 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진호는 부대에서 주희의 마지막 편지를 받는다.

 

생각하면 자꾸 슬픈 마음이 들어. 진호 씨처럼 돌을 던지며 사랑할 진정한 조국을 갖지 못했다는 게, 엄마 때부터 숙명처럼 겪어온 모멸감이. 어쩌면 그것이 이 땅에 던져진 나의 원죄가 아닐까 싶어. 그냥 떠나기엔 내 가슴이 너무 작아. 사랑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진호 씨를 참 많이 사랑했어.

 

진호와 주희가 가진 원죄는 달랐지만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그 근원이 가족에서 온다는 것은 유사하나 집안의 재력은 정반대였다. 진호는 주희에게서 아웃사이더로의 동질성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랑하게 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슬프지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들 말한다. 에필로그의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도 이렇게 표현된다.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보았던 유난히 푸르고 슬프게 빛나던 별 하나 지금도 내 가슴 한가운데 떠 있다.”

 

이 소설의 첫 문단에서 작가는, 차라리 얼룩이라고 불러도 좋을 나 자신의 이십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고 했다. 청춘은 돌아오지 못할 시절이기에 미화한다. 그러나 작가는 얼룩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로 표현했다. 작가가 말한 얼룩은 더러운 자국이라기보다 상처가 남긴 흔적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는 긍정성을 담고 있다. 유안진 시인의 시를 제목으로 뽑은 것은 그 긍정의 의미를 완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春川이라는 단어는 언제든 봄이니까.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를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참 이쁜 시라서 옮겨 써본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 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春川이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

녹다만 눈 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잇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잇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 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 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春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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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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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는 세계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되었다. 세계 30개 도시의 역사를 이토록 초간단하게 섭렵할 수 있도록 만들다니! 누구나 다 아는 이름 파리, 로마부터 옛도시, 생소한 도시까지 목차를 보고 궁금한 곳 먼저 읽으면 된다. 요즘처럼 여행은 언감생심일땐 이런 책으로 대신하는 수밖에 없다.

 

 

 

한 꼭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페이지에 간단 요약, 현재 도시가 위치한 국가와 인구규모로 소개한다.

각 도시는 5장 안팎의 설명이라 한도시 읽기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역사에 대해 배경지식이 많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금방 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롭게 느껴질 내용이라 공부하는 기분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여행도 못가는데 좀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언젠간 가게 될 그 곳(나만의 위너비)에 대해 알아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지도와 유명 장소 사진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 텍스트만 있으면 진짜 세계사 공부느낌이었을 것이다.

 

↑↑ 바빌론보다 먼저 세워진 도시국가 우르크에 대한 설명이다.

마지막엔 깨알?추가?상식도 소개하는데 모두 다 하는 건 아니다.

 

30개 도시를 모두 리뷰할 순 없으므로 몇 개만~~

학창시절 나는 지리과목을 좋아했는데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 로망이 되었던 도시들이 있다. 그 도시들을 소개해 본다.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334년, 마케도니아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통솔하여 동방원정을 시작한다. 원정길 도중,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의 도시를 곳곳에 건설했는데 정작 첫 번째 알렉산드리아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기원전 323년에 사망했따. 이후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산하였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이집트에서 프톨레마이오스왕조를 열고 정비된 알렉산드리아를 수도로 삼았다. 알렉산드리아는 수백년에 걸쳐 학술도시로 유명했다. 최전성기 때의 인구는 약 30만~100만 명에 이르렀으며 대부분 그리스에서 온 이주민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이집트에서는 고고학 연구의 진행과 함께 사라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부흥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마침내 2000년, 이집트 정부와 유네스코에 의해 '비블리오테카 알렉산드리아나(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가 건립되었다. 알렉산드리아 시내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8만 제곱미터가 넘는 부지 면적에 수만 권의 서적과 영상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또 천체투영관, 고고학 박물관, 과학박물관도 갖추고 있다.

☞ 전 셰계에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의 도시가 70군데나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원조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다. 이집트 여행을 간다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꼭 가보고 싶다. 아랍어로 쓰인 책들이니 읽을 순 없겠지만 내외부 볼거리로 충분할 듯하다. 아랍국가에 그리스식이 가득한 건축물이라니 궁금하다. 외벽 공간에 세계의 문자들을 음각으로 새겨놓았다는데 한글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듯~

[콘스탄티노플]

 

터키의 도시 이스탄불의 옛 이름은 콘스탄티노플, 콘스탄티노플의 옛이 름은 비잔티움이었다. 한 때 이곳은 '노바 로마(신로마)'로도 불렸다.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는 로마의 경제 중심이 동쪽으로 옮아간 상황에서 이곳, 노바 로마를 자신의 이름을 따 '콘스탄티노폴리스(라틴어)'로 바꿨다.(AD 330년)

로마제국에서부터 오스만제국까지 각 시대의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진 이스탄불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통상의 중요 요충지이다.

 

 

 

360년에 '아야소피아(성스러운 지혜)성당'이 창건되었는데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재건되었다. 하지만 6세기에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다시 파괴되었다. 537년, 두 번째 재건 때 아야소피아는 직경 22미터의 거대 돔을 갖춘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규모나 형상에서 이전까지 로마제국에서 전례가 없던 모습이었다. 건물 본체는 벽돌로, 내부 벽은 모두 대리석으로 장식되었다.

 

 

통상적으로 모스크에는 건물을 둘러싼 첨탑을 네 개까지 만든다. 그런데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에는 여섯 개를 세웠는데 이스탄불이 이슬람 세계의 중심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성지 메카에 있는 모스크보다 더 많은 첨탑을 세운 것이다.

☞ 이슬람 문명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고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는 곳, 지리 수업 시간에 배운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이 도시의 이름이었다. 이유는 모른다. 콘스탄티노플~ 이라고 소리내어 불러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자동으로 따라왔다. 소녀는 '콘스탄티노플'을 발화하며 언젠가 어른이 되면 갈 거라고 다짐했다. 이스탄불 말고 꼬옥 콘스탄티노플에!

이유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그곳의 80년대 풍경을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 <동양방랑>에서 보고는 흠칫 놀랐다. 어둡고 더럽고 비린내나는 도시 이스탄불의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묘사했으며 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욱한 연기와 술냄새 가득한 술집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터키 여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그는 이렇게 썼다.

"술집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보스포루스의 희미한 바다 냄새"

그의 시선으로 본 이스탄불은 내 머릿속 콘스탄티노플이 아니어서 놀랐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의 그곳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1700여년 전 콘스탄티노플의 흔적은 찾을 수 있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표트르대제는 유럽의 선진 공업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처럼 유럽으로 통하는 연안부에 무역항을 가진 도시를 만들어 수도로 삼고자 했다. 구태의연한 모스크바를 대신할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려했다.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1703년, 네바강 하구에 이치한 자야치섬에 요새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작이다. 페테르는 표트르대제가 수호성인으로 삼았던 그리스도교의 성 베드로를 가리킨다.

1914년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에 대한 적대감이 퍼져 도시의 이름을 러시아식은 '페트로그라드'로 바꾸었다. 1924년 러시아혁명을 이끈 레닌이 사망하자 도시의 이름을 또 바꾸어 '레닌그라드'로 부르게 되었다.

1991년 소련 공산당 정권이 해체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현재 모스크바는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현대적인 상업도시가 되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19세기의 풍경과 정취가 감도는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 겨울궁전을 시작으로 6개의 건물이 연결된 예르미타주 박물관엔 꼭 가보고 싶다. 유럽 미술사 대표 작품들 포함 300만점 이상의 소장품을 감상하려면 5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한다. 1분씩만 감상한다고 해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그 이름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표트르대제의 원대한 포부가 담긴 계획도시라는 의미보다 이름 자체로 마음에 든다는 이런 무논리성이 얼토당토않지만 어쩔 수 없다. 제정러시아의 분위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건물들도 많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마린스키 극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다. 발레와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직접 맛보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할까?

5년전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바이칼호수까지만 다녀왔다.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중간 지점이라할 수 있는 이르쿠츠크에서 내려 알혼섬으로 들어갔다. 돌아오면서 다음에는 모스크바 찍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다녀오리라 맘먹었는데 그 다음이 언제일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는 한 도시의 건설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한번에 한 도시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세계사하면 연대기적 흐름으로 배우거나 지역이나 국가별로 공부하는데 이렇게 유명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몇 페이지 안되는 길이로 훑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본인이 관심있는 도시부터 펼쳐서 읽어보면 된다. 그런데 세계의 30개 도시안에 우리나라 도시는 없다. 일본의 교토를 넣었듯 우리나라도 경주나 서울을 포함시켰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저자가 일본사람이라 일부러 뺐을까?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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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할 수 있지만 전부 할 순 없어 -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덜어내기 기술
요스미 다이스케 지음, 유태선 옮김 / 플로베르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뭐든 할 수 있지만 전부 할 순 없어>의 저자 '요스미 다이스케'는 1970년생으로 뉴질랜드 원시림에 둘러싸인 호숫가에서 반자급자족 삶을 살고 있다. 뉴질랜드 이주를 위해 15년간 준비했다. 소니에서 레코드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밀리언셀러도 10번이나 만들어냈다.

 

현재 저자의 삶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하다. 자신이 원하던 삶을 이루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시절 성공도 분명 부럽다.

보통 이런 성공기에는 나 진짜 개고생해쒀!!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자랑할텐데, 요스미씨가 살아온 시간의 결은 좀 다르다. 너무 열심히 안해도 된다며, 꿈? 없어도 괜찮다고 한다. 제목처럼 뭐든 할 수 있어도 전부 다 할 순없으니까.

무엇무엇!은 꼭 해야 된다!!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덜어내기 기술이라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무엇무엇!은 꼭 해야 된다!!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덜어내기 기술이라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게 하는 말인줄...

난 늘 급했고, 바빴고, 많이 서둘렀다. 그래가꼬 뭐 크나큰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닌데...

저자는 100세 시대인 현대에는 긴 산행길, 인생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천천히 꾸준히 걸으라고~

 

짐은 가능한 가볍게, 속도는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좁은 보폭으로 당신의 목표를 향해 꼭 오늘부터 그 첫발을 내딛기를 바란다.

 

으흠... 이 말을 나같은 사람에게도 해당될까? 직딩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니고 나이는 많고... 100세 시대니까 적용될까? 이젠 책을 읽으며 자꾸 내 나이를 생각하게 되는 게 좀 서글프다.

p. 91

모처럼 세상에 태어났으니 누구나 눈동자를 빛내며 사는 아티스트가 되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인생을 걸고 해내고 싶은 일이다. 모두가 아티스트이자 누군가의 프로듀서다.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당신도 꼭 함께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신입사원이 되어 포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사람이나 영혼을 갈아넣어도 왜 떡 벌어지게 되는건 없는지 한탄중인 직딩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금지어의 속박에서 벗어나 맘의 여유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아티스트가 될 출발점을 만들어 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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