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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ㅣ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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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을 창비의 블라인드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게 되었다.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작가 비공개라고 해서 누굴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리뷰를 쓰려고 책 검색을 해보니 곽재식 작가로 나왔다. 아, 이미 유명한 분이었다.
곽재식 작가의 저서를 살펴보니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이 있긴한데 <신라 공주 해적전>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출판사 책 소개와 제목에서 흥미를 끌었다. 작가의 말에서, 일본 기록에 의하면 장보고의 전성기가 끝날 무렵 신라에서 온 해적들 때문에 일본인들이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것에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발휘한 듯하다.
장보고 사후 15년(서기 861년) 한주 지방(현 서울, 경기도, 충청도 일부)으로 도망쳐 온 장희가 주인공이다.제목에선 신라 공주가 해적질을 한다는 것 같은데 백제 지역이 공간적 배경이다? 그럼 신라에서 온 공주가 장희? 아니면 신라 공주를 사칭한 백제 사람이 따로 있을까? 궁금함을 뒤로하고 책장을 넘겼다.
190여쪽의 짧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짧아서 그렇다기보다 영화보듯 휘리릭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연상되었다. 이 소설도 영화화된다면 흥미진진 액션 어드밴처로 탄생가능할 것 같다.
주인공 장희는 장보고 무리에서 심부름을 하며 부지런히 일해 모은 돈을 다 까먹은 상태, 또 밥벌이는 해야하니 사람들 많이 모이고 배가 드나드는 강가로 나가 “행해만사(行解萬事)”라고 쓴 깃발을 내걸었다. 무슨 문제든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이었다. 심부름 열심히 하던 실력을 발휘해 요즘으로 치자면 심부름센터, 흥신소 같은 것을 차린 것이다. 하루를 공치고 자리를 접으려던 차에 한수생이라는 허여멀건한 남자가 다급하게 자신을 도망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장희는 속으로 백면서생같은 이 남자의 재물을 털어먹으면 딱이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들의 첫만남이었고 그 후 둘은 온갖 일들을 함께 겪으며 겨우겨우 생명을 부지해서 나중엔 잘 먹고 잘 살았더라~~는 옛날 이야기처럼 끝이 난다. 서술어가 입말체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많고 사극에서 쓰는 옛말투, '~하오'체라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텍스트로 읽는 기분이다.
몇 번이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그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예상되다시피 장희다. 장희는 입담 걸한 스토리 텔러에다가 순간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꾀순이다. 반면 한수생은 할 줄 아는게 거의 없다. 장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고 우직하고 순정적인 면이 있다. 이쯤되면 둘이 맺어지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그렇게 될지, 과연 어떤 모험담들이 펼쳐질지 직접 책으로 확인해보길 권한다. 가벼운 스포일러라면, 우여곡절끄테 보물지도 득템해서 숨겨진 보물 찾기 정도~~
책의 시간적 배경이 천년도 더 전이지만 사람사는 세상인지라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된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 사기꾼이나 우매한 민중, 위정자뿐 아니라 권력자의 폭압, 계급제도, 세제 문제등도 건드린다. 영화화 된다면 고통당하는 민초들의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배에서 벌이는 활극을 역동적으로 그리면 재미있게 만들어질 것 같다. 벌써 나혼자 주인공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