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는 소설 - 개와 고양이와 새와 그리고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금희 외 지음,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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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춘다함은 뭔가가 통했다는 뜻이다. 눈을 맞추려면 일단,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마주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눈을 맞추었다는 것은 눈빛이 교환되었으므로 어떤 감정적 교류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저 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출까? 길을 걸으며, 지하철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통은 눈을 마주치기 꺼려하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물론 사랑하는 이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동물과는 어떨까? 자신의 반려동물이라면 눈을 맞추겠지만 그 외의 동물과는? 아마 무관심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게 되면서 다른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유기동물 단체에 봉사나 기부를 하고, 동물권과 채식주의로 관심의 폭을 넓혀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대체로 동물에 별 관심이 없으며 눈 맞추지 않는다. 동물이 등장하는 단편집 <눈 맞추는 소설>은 비인간 동물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소설이다.


7편의 단편에는 개, 고양이뿐 아니라 소, , 낙타, 외계생명체까지 등장한다. 인간이 얼마나 다른 생명을 자본과 효용의 논리로만 보고 있는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떠한지 묻고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눈을 맞추는 독자라면 적극 공감할 내용이며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해도 다른 생명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파수꾼><묘씨생>이 인상 깊었다. <파수꾼>은 생에 별 미련이 남지 않은 철도건널목 관리인 강씨와 길고양이의 이야기다. 그는 귀에 물이 차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먹이를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파양되어 돌아왔는데 근무 마지막날 강씨는 고양이를 안고 건널목에 서서 마지막 기차를 기다렸다. 꽉 껴안았지만 고양이는 품을 빠져나갔고 강씨는 선로 바깥으로 넘어졌다. 강씨의 귀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와 함께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씨의 생명을 지켜준 것은 길고양였다.


<묘씨생>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인간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같은 인간으로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적나라했다. 고양이는 아홉 번의 생을 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처럼 태어날 때마다 그토록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다면 여러 번 태어나는 게 형벌이 아닌가. 인간의 실수로, 화풀이나 돈벌이 대상밖에 되지 못한 수많은 고양이들에게 속죄하는 글로 읽혔다. 길고양이와 눈 맞춘다면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p.220


나는 또 한 번의 일생을 두려워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그들의 손에 달렸으니 목숨조차도 내 것 같지 않은 이런 세상은 두 번도 성가시다. 일생일사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다른 짐승들과는 다르게 눈물 흘린다. 다시 일생이 어떨 것인가 내일이라도 이 장막 안에 나타날 인간은 또 어떨 것인가 생각하며 어디까지나 비천하게 걱정하고 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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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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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3명,

윤동주, 백석, 이상의 산문을 만나다!

 

<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 필사집 이다.

 

이 책은 그동안 시어로만 만났던 세 시인의 산문을 만날 수 있다.

왼쪽 면은 시인의 산문이 오른쪽 면에는 필사할 수 있게 줄지로 되어 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다가 필사 추천 문장을 베껴 써보면 좋다.


​사철 누드 제본이라 쓰기에 편하다.

 

 



🔖이 밤도 달이 뜨고, 바람이 불고, 인간인 까닭에 가을이란 흙냄새도 안다.- 윤동주의 "달을 쏘다" 중에서...

👉 시의 감성이 산문에서도 느껴졌다. "별헤는 밤"이 떠오른다...

 



🔖 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혼은 복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실로 인생을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어떻게 슬프고 시름 차지 아니하겠습니까. 시인은 슬픈 사람입니다. 세상의 온갖 슬프지 않은 것에 슬퍼할 줄 아는 혼입니다

- 백석의 "슬픔과 진실" 중에서...

 👉 '김려수'라는 시인의 시집 <여수시초>를 읽고 쓴 독후감, 같은 시인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다.

 

 


 

🔖 행복의 절정을 그냥 육안으로 넘긴다는 것이 내게는 공포였다. - 이상의 "행복" 중에서...

 👉 자살을 기도한 연인과의 극적인 밤을 배경으로 환상 내면극이 전개되는 글이다.

 


"시의 자리"에는 세 시인의 시도 있다.

 

윤동주의 '사랑스런 추억'은 첨 보는 시다.


 

 

백석의 '국수'는 슴슴하다는 말을 처음 만났던 시다.

 


  

이상의 시는 대부분 첨 만남~~

'회한의 장'은 무력한 사내가 된 걸 즐기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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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대 -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박노자 지음, 원영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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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오슬로 국립대 교수의 새 책 <붉은 시대>가 출간되었다. 그는 1919년에서 1930년대 후반까지를 붉은 시대라 명명했다. 항일투쟁의 역사에서 공산당 활동에 참여한 이들의 길을 샅샅이 훑어 그들의 활동이 식민지 조선에 미친 영향과 오늘날에까지 이른 면면을 짚는다. 광복 80주년,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5년을 기념할 의미 있는 책이다.


먼저 그는 1919년을 전지구적 반란의 해라고 불렀다. 1919년에는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있었다. 러시아,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의 봉기가 이어졌다. 그해 조선에서 일어난 범민족적 시위 군중은 여성, 청소년, 천민계급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었고, 대중정치의 핵심 주체 인민이 탄생하여 근대사회가 명확한 골격을 이루었다.


붉은 시대의 사회주의적 급진주의는 조선의 근대문화에서 새로운 기여를 했다. 1부는 조선 공산주의운동 주체들의 조직, 분파투쟁과 공산주의 강령을, 2새로운 지식에서는 붉은 시대에 활동한 주요 인물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이 책으로 알게 된 놀라운 점은 그 시대에 요구했던 것들이 오늘날 인권, 노동권과 복지국가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철주가 지도하는 전북 공산주의자 그룹의 강령 내용은 이렇다. 모든 시민의 무상의료, 무상의무교육, 국영 노인요양원과 국영 고아원 운영, 공창제 폐지와 사적 토지 몰수, 석방된 정치범의 생계 보장이다. 노동부문에서는 야간조 노동에 특별 임금, 청소년의 야간 노동 금지, 미성년자(16세 이하)와 연장자(45세 이상)의 노동 폐지 등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이루어진 것도 있고 여전히 요원한 것도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연구했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덕분에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지식인, 농민, 노동자 구분 없이 그들이 추구했던 근대화의 열망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가히 뜨거웠다.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고 한국전쟁 전후 공산주의자들은 일제 강점기 보다 더한 탄압으로 숙청당했고 독재자 박정희로 이어졌다.


저자는 결론에서 ‘1945년 이후 북조선과 남한의 궤적은 식민지 조선의 불꽃같았던 붉은 20년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해방 이전 조선의 지적 세계에 동시대와 그 이 후에 깊은 흔적을 남긴 전통이 존재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저자가 증명하는 붉은 시대의 모습과 인물들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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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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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차 트렁크에 갇힌 채 납치가 되었다. 어디론가 달렸던 차가 멈추었고 낯선 곳에서 풀려났다. 24시간이 지나 있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인양 취급하고 그 자리에서 신고하지 않았음을 탓하는 투다.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왜냐하면 똥을 쌌기 때문에 씻는 것이 급선무였다.


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말뚝들>의 도입부다. 평범한 직장인 에게 느닷없이 닥친 불행에 왜라는 물음표와 함께 이야기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그에게 불행은 썰물 없는 파도처럼 계속 밀려왔다. 장은 파혼했고 신혼집으로 장만했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15층까지 계속 걸어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대출 심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 납치를 당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사를 받게 되었으며 그의 동료는 자신과 장이 바람을 피웠다고(물론 아니다) 남편에게 말해 졸지에 불륜남이 되었다.


이토록 다양하게? 억울하고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대체 주인공은 이 불운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이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을 불행의 늪 속에 빠트려 놓고 시작한다. 나는 장의 불행 늪 탈출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뚝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장의 불행과 이 말뚝들 간에 분명 상관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장을 납치한 자는 대체 누구이며 말뚝들을 보고 우는 이유를 빨리 알고 싶었다. 후반부 즈음에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았다.


p.11


불행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장은 생각한 일이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행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조차 끊임없이 불행하지만은 않으므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 이 정도 불행이면 모두가 함께 나눠야 공평하지 않은가? 비록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나눠 가진 적이 없더라도 말이야. 그의 불행은 온전히 그의 것이기만 했다.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지?



1호 말뚝이 장에게 준 명함, 그것은 아주 오래전 장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었던 자신의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외국인 노동자의 이름은 테믈렌, 동료의 장례식 비용을 빌릴 데가 없어 쩔쩔매던 테믈렌에게 장은 50만원을 빌려주고 명함에 계좌번호를 적어 주었지만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장은 그 일을 까맣게 잊었고 테믈렌은 말뚝이 되어 나타났다.


어처구니 없는 시작으로 궁금하고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작가가 얽어놓은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면서, ‘이런 존맛탱!’이 연신 터져나왔다.(이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못 찾아서리...) 말뚝들이 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연유를 찾으려하지 않고 정부는 말뚝을 치우기 급급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나타나는 말뚝들과 몰려드는 시민들을 어쩌지 못해 계엄을 선포한다. 작년 12월의 사태와 숱한 사고들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이들이 삼킨 눈물이 오버랩되는 것은 몹시도 자연스럽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이 얼마나 기막혔을까. 죽은 이는 말을 할 수 없었고 가족들과 시민들은 애도를 제한 당했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혹은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서 불행과 눈물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내어 독자들이 애도에 당도하도록 이끌었다. 잊힐 수 없는 죽음이 말뚝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누군가의 가슴에 말뚝으로 박힌 죽음을 애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가나 권력이 억압해선 안 된다. 내가 큰 행운을 얻은 게 아닐지라도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빚지고 있다는 것! 그 빚에 감사해야 하고 빚을 갚으려면 연대해야 한다는 것도!


지금 이 사회의 모습과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말뚝들>을 한겨레 문학상 서른 번째 수상작으로 뽑은 이유를 책 마지막 추천의 말에서 선배 작가들이 하고 있다. 그 중 한창훈 작가의 말에 고개 끄덕이며 일부를 인용한다.


"역대 구라발 계보를 잇는 해학성, 도도하게 밀어붙이는 힘, 공중 3회전 초식을 시전해놓고 낯선 골목을 응시하는 의뭉(이 부분은 동시에 쓸쓸함도 풍긴다). 하지만 나는 심사 끝까지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드는 생각. 이 작가는 또 한 번 진화 중인 것인가."


일반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덜 투덜대기로 했다.(“안 투덜대겠다!”고 다짐해도 못 지킬 걸 아니까)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내겐 왜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지 같은 푸념들 말이다. 불평들이 부글부글 올라올 때 말뚝들을 생각하자. 조금만 궁시렁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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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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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어린이라는 두 낱말을 나란히 놓았을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방정환이다. 17세기부터 어리니라는 말이 있었으나 방정환이 어린이로 널리 불리게 했으며 동명의 잡지도 창간했고 어린이 날도 제정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어린이들>이라는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자연스레 방정환이 소환되었고, 어린이들의 글에 그의 활약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 어린이들이 쓴 글 모음이라고 하니 당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거라 기대되었고 실력도 보고 싶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자료 조사에 혀를 내둘렀고, 이토록 소중한 저작을 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자가 당시 어린이의 글로만 구성했다면 이 책은 평범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해제 같은 설명은 일제 강점기 어린이 글로 읽는 미시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저자 이영은은 일본 니혼대학에서 예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일제 강점기 여배우 역사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수업료라는 아동 영화의 원작 작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한국에 소개된 적 없는 일제 강점기 어린이들의 작문을 소개하며 그 시대를 더욱 선명하게 되살리려 노력했다. 일제가 조선을 통치하는 과정을 사건별로 배웠던 역사 과목을 떠올리면 그저 정보 입력과 시험을 위한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하는 어린이 글과 설명을 읽으면 시대의 모습이 훅 다가오면서 일제가 그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게 된다.


목차를 크게 비전쟁전쟁으로 나누었고, ‘비전쟁안에 글의 소재를 자연, 가족, 동물, 놀이, 일상, 학교 이렇게 구분했다. 조선 어린이뿐 아니라 일본 어린이의 글을 같이 실었기 때문에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저자가 짚어주는 부분도 있어서 유념하며 읽으면 좋다. 예컨대 동물을 소재로 한 글을 보면 일본 어린이는 애완동물로, 조선 어린이는 길러서 상품화할 대상으로 썼다는 차이다.





이 책에 실린 조선 어린이의 글을 통해 일본인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신문이나 대회에 입선한 글을 쓴 조선 어린이들 역시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 집의 아이들이었다. 물론 조손 가정이거나 가난한 집 아이가 쓴 글도 있지만 학교 문턱에 닿지도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글을 배우지 못하고 제도 교육에 있지 않다면 작문을 할 수가 없지 않나. 또 일본어를 국어로 지정한 후 모국어로 글을 쓴 일본 어린이와 외국어를 국어로 배운 조선 어린이의 작문 실력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맨 앞에 조선어 작문이라고 표기한 두 글 외에는 모두 일본어로 쓴 글이다.


목차의 소제목(소재별)에 해당하는 글들 앞에 저자의 설명을 배치하여 당시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을 먼저 쌓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저자의 연구 성과와 출판사의 편집 방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제국의 어린이들>은 전공이나 나이에 구분 없이 추천하고 싶다. 살아있는 문장을 통해 일제 강점기 어린이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역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화 되었고 극찬을 받았다는 글 수업료도 좋지만 나는 부산의 5학년 박수진이 쓴 추운 날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들 딸 모두 집안 일손을 도운 내용의 글이 많았지만, 이 글에는 한겨울에 자매가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쌀을 씻은 후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엄마가 시키니 툴툴대면서도 곧잘 하는 태도와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글이었다11살 어린 막냇동생을 돌봐야해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 하러 못가 심통부리던 내 어릴 적이 오버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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