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 독서 - 끌리는 대로 읽다 보니 나답게 사는 법을 알게 됐다
이태화 지음 / 카시오페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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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능. 독. 서.

제목에서 다~~ 말해주고 있다!

본능적으로!

끌리는대로!!

독서하라고~~

억지로,

권장도서라서,

숙제처럼,

읽으니까

재미도 없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이다.

독서 취약 공대생에서 북리뷰 600편을 쓴 파워블로거로,

이젠 스타트업 CEO가 된 이태화씨의 책

<본능독서>는

이처럼 책 읽기를 두려워하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모든 독서 초보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줄 책이다.

 

 

이 책은 총 5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Chapter 1.의 주 내용은

본능적 호기심으로 독서하라!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주위사람들을 관찰한 바를 정리해보니,

현재 자신이 가진 사소한 고민이나 욕구, 끌림을 무시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향후 커다란 열매를 맺을 씨앗일 수 있으니.

Chapter 2. 는 강박독서 내려놓기!!

독서가 중요한 거 잘 알지만,너무 과장되게 주 요우선 순위엔 두지말자고 한다. 심리적 부담감은 그것을 시작함에 주저하게 만들므로.그럼, 이제 편하게 해보자! 고 한다.

 

-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대로 읽자.

- 끝까지 다 안읽어도 괜찮아요~~

- 여러 권 동시에 읽어도 되고요~

- 시간이 없으면 안 읽어도 된답니다!

음... 뭐지?

책 읽으란건가? 말라는 건가??싶을 것이다.

시간이 없으면 못읽겠지만, 아다시피 우리에겐 독서에 시간 할애를 할 만큼의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 않은가. 고로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집어드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다. 또한 책에 노출을 많이 시키기 위해 도서관, 서점을 놀기 삼아 다니고, 출판기념회나 독서모임에도 참여해 보라고 권유한다.

Chapter 3. 에서는

독서 초보들에게 책고르는 법과읽는 법대해 코칭해 준다.

작가의 코칭대로 시작하되 잘 안된다고 조바심 치지말며 콩나물에 물주듯 해보자고 격려한다. 군생활 동안 했던 본인의 독서활동을 소개하며 주어진 환경내에서 작게나마 노력하라고 말한다.  

 

 

 

"온라인은 검색, 오프라인은 탐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경로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서로 보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점점 온라인에 치우쳐져 간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분명 정보는 넘쳐나지만 계속해서 같은 관점과 색깔의 정보만 취할 수 있거든요."

본능독서 p.112

 

 Chapter. 4. 는 마음껏 즐기기!

처음부터 강조한대로 자신이 끌리는 책을 골라들고, 맘에 드는 장소에 앉아서 읽기다~

차~~~암 쉽죠잉??

다 읽은 후 그냥 책을 덮지 말고 책에 대해 말하거나 글로 써보거나~~

한 줄이라도 괜찮다!!

 

"독서를 정보 습득의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먼좋겠습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빠르게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하고 암기하는 공부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머리로 분석하고 철저히 이해해야겠지만, 때로는 단 몇 글자를 읽더라도 그냥 느끼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머리 중심의 사회에서 때로는 책이 가슴을 울리는 작품, 몸에 휴식을 주는 여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능독서 p.209

 

Chapter. 5. 에는 정독의 방법을 제시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완성해보자!고 한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질문을 만들고,메모나 기록으로 남기라고 한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자기 삶에 적용하는 연습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만 독서가 아닙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도 독서는 지속됩니다. 독서의 완성은 결국 독자의 삶 속에 있습니다. 책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자기 삶에 하나라도 적용하세요."

본능독서 p.278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아마 자신에게 끌리는 책이 어디 있을지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향할 것이다.

위 멘트처럼 자기 삶에 적용하기 위해~~

책보다 이 리뷰를 먼저 읽은 이들도 행동으로 옮기길 기대해 본다!!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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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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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사에서 나온 책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일본 작가 '이시이 모모코'의 에세이다. 작가는 1907년에 태어나서 2008년에 타계했다. 동화작가로 번역가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하는 사람들도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한 작가라고 하면,

"오~~ 그럼 일본에서 유명 작가 맞나보네~"

할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가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을 사용한 듯하다.

이 책은 소개처럼 "허둥지둥 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따뜻한 감성 에세이"이다. 작가는 유년기의 추억, 고양이 개와 같이 사는 이야기, 정신없는 도쿄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며 느낀 단상들을 풀어냈다. 하지만 너무나 옛날 이야기라서 공감 못할 내용들이 꽤 있다. 한국 독자가 약 100여 년 전 일본 소녀의 이야기에 얼마나 감정이입이 되겠는가? 그나마 고양이 이야기엔 공감할 수 있고, 일본 문화인 "히나 마쓰리"와 인형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거나 자신의 인형놀이를 떠올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43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좀 이상하긴 해도 거짓 없는 진실이다. 원래 서툰 사람이 야무진 사람들을 쫓아가려면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끊어내고 아무 말이나 대충 입에 담으며 먼저 걸어가야 한다. 언제나 어중간하고 조잡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심하게 둔한 내가 내 방식의 여행을 떠나려면 혼자 가야 한다. 혼자 주변 사남들의 언동에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다니고, 어느 곳에 도착하면 친구 (수다스럽지않은)가 기다리는 여행이 나는 가장 좋다.

 

☞ 작가는 혼자 있는 시간에 마음의 평화를 찾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혼자 있다고 쓸쓸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으며, 여행을 할 때도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자연과 혹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어떤 대상과 정신적 교류를 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자매가 없어서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하는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쇼핑이건 식사건 영화보기건 혼자 하다보니 습관이 되어서인지 요즘은 음악회도 여행도 혼자 다닌다. 그러는 것이 편하고 감흥의 정리가 더 잘 된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 최근엔 여러가지 이유로 1인 가구가 많아져서 혼자 뭔가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난 조금 일찍 시작했을뿐...

 

p.80

 

나는 본래 속이 좁은 사람이고 청탁 병탄하지 못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곤란하다 싶은데, 아무튼 이런 사람이다

보니 나와 파장이 잘 맞는 친구, 파장이 잘 맞는 책을 발견할 때의 기쁨이 또 각별하다. 무작정 좋거나 마음이 맞는 것과 좀 다르게, 사람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인 법칙(체질이나 기질 같은) 으로 인해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나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를 두고 '파장이 맞는다'고 표현하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여기거나 재미있어 하는데, 아무튼 나는 자신의 파장을 다른 사람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 인생의 행복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래서 책을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읽고 버리는 버릇이 붙으면 파장이 맞는 책과 만나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버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 '파장이 맞는다'는 표현은 요새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코드가 맞는다'와 바꿔써도 무방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과 파장 or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 좋아한다. 작가에겐 이것이 행복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나이들수록 인간관계가 줄어듦을 느끼는데,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기존에 만나던 이와 점점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12년 넘게 만남을 유지하는 이가 있는데(코드가 맞아 시작된 관계), 몇 년 전부터 그 이의 말과 행동이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올 해초, 내가 언급한 어떤 작가에 대해 평가하는 발언을 했을 때 몹시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것 같지도 않은데 자기가 뭔데 평론가도 아니면서 그의 실력을 저평가한단 말인가?' 싶으면서 그 이후로 그이가 하는 말이 물 흐르듯 들리지 않고 자꾸만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나 혼자 불쾌해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이런 만남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처럼 책을 더 찾아 읽고 있다. 책의 작가나 소설 속 등장인물들 중에 나와 코드가 맞는 이가 있는지 찾는 것이다. 흠... 이러다 그나마 있던 인간관계가 다 끊기는 건 아닌지? 책하고만 사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아닌지??

 

작가가 스스로를 인정했듯 나도 내가 속좁은 인간임을 인정해야겠다! 내가 불편해하는 이는 어쩌면 변한게 없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속좁은 인간인 것이 발견된 것인지도.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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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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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벌써 2019년 1월호다.

이번 호 표지는 색동옷 느낌이 나는 조각보라 그런지 새해 기분이 나고, 내용을 읽어보니 2019년을 일찍 맞이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1년 정기구독 신청하면 여러 혜택이 있어서 이런 기회에 신청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번 호 "할머니의 부엌수업"은 울산 일산진 마을에 살고 있는 박명자 할머니를 찾아갔다. 추천 요리는 장어매운탕과 장어구이!! 장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먹지 않는데 할머니의 레시피를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가고 진한 국물 맛을 한 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가족과 이웃을 위해 넉넉하고 맛깔난 음식을 해온 할머니의 사연을 읽다보니 '음식끝에 정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도 크고 작은 계모임 18개에다 남편 모임까지 더하면 할머니는 거의 매일 손님상을 차리는 게 아닐까? 힘들 법도 한데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내 가진게 많이 없어가 크게 뚝 못 떼줘도 이케 쪼매라도 노나 먹고 내보다 못한 사람한테 베푸는 게 좋데이."

 

 

 

 

 특집 사연 '새해가 되면 생각나는 그 사람'과 행복일기도 좋았지만 이번 호에선 조금 특이한 정보를 알려주는 읽을거리가 맘에 들었다.

 

 

제주도에서 책방을 하는 가수 요조씨는 사람들에게 안쓰는 에코백을 기증받아서 책을 사가는 손님들에게 비닐봉지 대신 사용한다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고,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에코백을 이름에 걸맞는 용도로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요즘 아이돌 거의 몰르지만 그 유명한 '방탄소년단'은 안다. 그들과 그들의 팬클럽이 왜 그리 유명하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지에 대한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 소개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도를 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와닿은 페이지가 있어 소개한다.

 

 

 괴테라는 유명작가의 말 때문이 아니어도 우리는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잘 알고 있다. 친한 사이라도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고, 낯모르는 이에게도 조그만 배려의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샘터 덕분에 나부터 신경써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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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산 : 소보로별 이야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정옥 지음, 유영근 그림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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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딱 어울리는 동화책이 나왔네요.

 

'소보로별'이라는 쪼그만 별은 너무 작아서 산도, 숲도, 호수도 하나씩 뿐인데 겨울이 되면 하나 더 생기는 산이 있다지요. 그 산의 이름이 바로 '꽁꽁산'~~

 

 

 소보로별에 사는 주인공 보보는, 할머니 생신선물로 뭐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꽁꽁산 동굴속에 있는 무지개 고드름을 따러 가기로 결심해요. 한마디로 모험을 떠나는거죠~~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친구 코코아랑 같이 가기로 해요.

 

 

 

↑↑↑ 그림이 애니메이션 느낌이라 아이들이 만화보듯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중간중간은 만화컷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줄글로 된 동화책이지만 만화책 느낌도 줍니다. 7~8세 정도의 어린이에게는 글밥이 많을 수 있으니 줄글은 어른이 읽어주고 만화는 아이들이 읽거나 어른과 역할놀이 하듯 읽으면 좋겠습니다.

 

 

꽁꽁산 동굴로 간 아이들은 무지개 고드름을 땄을까요? 그것은 책으로 확인해주시고요~~

우주탐험가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여해 모두 모였군요!!

오늘도 어김없이 할머니의 모험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보로별에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지요. 할머니의 이야기는 늘 신기하고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할머니는 보보에게 멋진 선물 잘 받았다고 말합니다. 어떤 선물일까요~~

작가 정옥씨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친구는 '이야기'라고 썼습니다.

 

"이야기와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옛날 옛적에'라고 시작하면 내가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때로 훌쩍 넘어갈 수도 있고. '넓고 넓은 우주 한 귀퉁이에' 라고 시작하면 내가 결코 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

 

 작가의 말을 읽으며 유태인 수용소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수용소에서 어떠한 열악한 환경도 참을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못 듣는 것은 못견디겠더라는... 어느날, 그곳에 온 여배우가 자신이 했던 연극 오셀로를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사람들이 이제사 할 일을 깨달았죠. 하나하나 자신이 기억하는 이야기들을 연결해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를 완성했답니다. 밤을 세워 이야기를 했는데도 오히려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수용소 생활에 활력이 돌았다니 이야기야말로 인간에게 생명력을 샘솟게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각을 사로잡는 영상물에 우리 아이들이 중독되게 하지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겠어요! 이런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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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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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현실을 살았던 남자가 있다. 누군들 사는게 안 힘드냐며 타박하는 이도 있겠으나 현실속의 지독함이란 당사자에게는 큰 법이다. 예컨대 화물선에서 두어달 이상씩을 항해하는 이들의 일상을 며칠 겪어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맨날 멋진 구경 하면서 그냥 타고 있으면 되는 거였네. 이제 고생한다는 말 하지마."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배 타는 게 지루할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어. 이런 시간들을 그동안 어떻게 견뎠어?"
전자는 아내를 배에 태워본 주인공의 동료들의 증언이고,  후자는 주인공 아내가 남편의 배에 처음 타보고 한 말이었다. 그는 돈을 많이 벌려고 선장이 되었고 아내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몇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아내와 애틋함까지는 아니어도 그리움 비슷한 감정은 있었으며 평범하다고 생각한 아내에게 저런 말을 듣고는 몹시 낯설다 느꼈다. 그리고 딸의 결혼식 자리에서 아내가 너무나 예뻐보여 낯설다못해 당혹스러움까지 느낀다.

p.106 멀어진 사람은 근사해진다. 낯선 느낌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비로소 아내가 아닌 한 여인을 발견한 듯했던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알고 있는 것과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마저 새삼 들었다. 익숙한 존재속에 숨어있는 신비한 공간을 발견했다는 자각이랄까.

사실 이 부분을 읽고,
'음, 이것이 전조인가? 올 것이 오겠구나.'하며 지극히 진부하고 통속적인 상상을 했다.
'늘 같은 표정, 수수한 옷차림의 가구같던 아내를 재발견한 남편이 느끼는 이 이질적 감정이 뭐겠어. 당연한 수순을 밟겠군...'

작가를 잘못 봐도 단단히 잘못 봤다. 한창훈이라는 소설가와는 이 책으로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그의 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가늠해보지 못한 상태로 읽다가 어설픈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눈물이 차올랐다.

딸 결혼시키고 은퇴후 아내와의 생활을 꿈꿨으나 아내는 난소암으로 죽는다. 아내와 남편이라는 역할에만 충실했던 그들은 아내의 병실에서 처음으로 진심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된다. 둘의 결혼생활은 경제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지 몰라도 각자의 역할을 다하느라 마음이 얼마나 고됐는지는 서로가 몰랐다. 아내는 매일매일 퇴근시간이면 붐비는 주차장을 보며, 옆집 남편들이 퇴근하는 소리를 들으며, 외로웠다. 남편은 영원히 닿지 못할 곳을 평생 가야하는 절망감으로 수평선을 보며 선상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그 고백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침대위 모니터에 수평선을 긋고 떠나버린다.

이 소설의 한 축은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한 축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 같고 어린왕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동화같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80년 후 지구에 다시 돌아와 주인공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반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원작의 어린왕자를 이 소설에 잘 살렸다는 출판사의 리뷰나 바닷가를 일만번 걷다가 문득 다가온 그 '무엇'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 모두 인정한다.

허나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란 말처럼 나는, 동화같은 어린왕자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현실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다. 어린왕자 덕분에 바닷속 체험을 할 때 자신의 생에 주요 사건들이 하나씩 펼쳐졌고 아내와의 시간들 그중에서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보여진다. 생텍쥐페리가 말하던 어린왕자를 현대에 되살린 점도 중요하겠지만 어린왕자를 만난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정리해본 것에 더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자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니까...

수순대로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떠나고 혼자 남은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이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다에 떠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오랜 시간 배 위에서 지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수평선을 향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바다 위에 늘 있을 땐 절망이었던 수평선, 수평선을 그으며 떠나버린 아내. 이젠 그 수평선을 만나러 배를 타고 나가는 그는 아마도 매일 아내를 만나고 돌아오는 게 아닐까.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현실이 괴로울때 우리는 동화같은 세상을 꿈꾼다. 그곳에서는 고통도 없고 자신의 남루함도 씻겨질 것만 같으니까. 순수함을 찾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았으며 책을 읽으며 내가 겪지 못한 타인의 독특한 삶도 내것인양 느끼게 되다보니 이젠 동화같은 환타지가 그리 와닿질 않는다. 주인공이 짧은 순간 아내와 교감한 장면에서 가슴 찌르르했던 것은 부러워서인가, 내가 늙어서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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