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샘터사에서 나온 책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일본 작가 '이시이 모모코'의 에세이다. 작가는 1907년에 태어나서 2008년에 타계했다. 동화작가로 번역가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하는 사람들도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한 작가라고 하면,

"오~~ 그럼 일본에서 유명 작가 맞나보네~"

할 것이다. 그래서 출판사가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을 사용한 듯하다.

이 책은 소개처럼 "허둥지둥 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따뜻한 감성 에세이"이다. 작가는 유년기의 추억, 고양이 개와 같이 사는 이야기, 정신없는 도쿄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며 느낀 단상들을 풀어냈다. 하지만 너무나 옛날 이야기라서 공감 못할 내용들이 꽤 있다. 한국 독자가 약 100여 년 전 일본 소녀의 이야기에 얼마나 감정이입이 되겠는가? 그나마 고양이 이야기엔 공감할 수 있고, 일본 문화인 "히나 마쓰리"와 인형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거나 자신의 인형놀이를 떠올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43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좀 이상하긴 해도 거짓 없는 진실이다. 원래 서툰 사람이 야무진 사람들을 쫓아가려면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끊어내고 아무 말이나 대충 입에 담으며 먼저 걸어가야 한다. 언제나 어중간하고 조잡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심하게 둔한 내가 내 방식의 여행을 떠나려면 혼자 가야 한다. 혼자 주변 사남들의 언동에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다니고, 어느 곳에 도착하면 친구 (수다스럽지않은)가 기다리는 여행이 나는 가장 좋다.

 

☞ 작가는 혼자 있는 시간에 마음의 평화를 찾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혼자 있다고 쓸쓸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으며, 여행을 할 때도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자연과 혹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어떤 대상과 정신적 교류를 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자매가 없어서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하는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쇼핑이건 식사건 영화보기건 혼자 하다보니 습관이 되어서인지 요즘은 음악회도 여행도 혼자 다닌다. 그러는 것이 편하고 감흥의 정리가 더 잘 된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 최근엔 여러가지 이유로 1인 가구가 많아져서 혼자 뭔가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난 조금 일찍 시작했을뿐...

 

p.80

 

나는 본래 속이 좁은 사람이고 청탁 병탄하지 못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곤란하다 싶은데, 아무튼 이런 사람이다

보니 나와 파장이 잘 맞는 친구, 파장이 잘 맞는 책을 발견할 때의 기쁨이 또 각별하다. 무작정 좋거나 마음이 맞는 것과 좀 다르게, 사람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인 법칙(체질이나 기질 같은) 으로 인해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나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를 두고 '파장이 맞는다'고 표현하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여기거나 재미있어 하는데, 아무튼 나는 자신의 파장을 다른 사람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 인생의 행복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래서 책을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읽고 버리는 버릇이 붙으면 파장이 맞는 책과 만나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버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 '파장이 맞는다'는 표현은 요새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코드가 맞는다'와 바꿔써도 무방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과 파장 or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 좋아한다. 작가에겐 이것이 행복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나이들수록 인간관계가 줄어듦을 느끼는데,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기존에 만나던 이와 점점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12년 넘게 만남을 유지하는 이가 있는데(코드가 맞아 시작된 관계), 몇 년 전부터 그 이의 말과 행동이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올 해초, 내가 언급한 어떤 작가에 대해 평가하는 발언을 했을 때 몹시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것 같지도 않은데 자기가 뭔데 평론가도 아니면서 그의 실력을 저평가한단 말인가?' 싶으면서 그 이후로 그이가 하는 말이 물 흐르듯 들리지 않고 자꾸만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나 혼자 불쾌해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이런 만남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처럼 책을 더 찾아 읽고 있다. 책의 작가나 소설 속 등장인물들 중에 나와 코드가 맞는 이가 있는지 찾는 것이다. 흠... 이러다 그나마 있던 인간관계가 다 끊기는 건 아닌지? 책하고만 사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아닌지??

 

작가가 스스로를 인정했듯 나도 내가 속좁은 인간임을 인정해야겠다! 내가 불편해하는 이는 어쩌면 변한게 없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속좁은 인간인 것이 발견된 것인지도.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