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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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어두운 숲속이라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하지만 미약한 초승달 빛에 반사되어 눈동자가 은은한 인광을 뿜어내고 있다그런데 인광의 눈빛이 소의 주검이 아니라 헛간을 뚫어지게 노려본다나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다은은한 빛을 발하며 헛간을 노려보던 인광이 천천히 돌아가 소의 주검을 바라본다그리고 다시 헛간을 바라본다소의 주검과 헛간을 번갈아 보며 망설이고 있다그럴 만도 한 게 헛간 속의 내가 만약 포수였다면 저 호랑이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저 삭아빠진 나무 울타리 하나뿐이다.

 

위 서술을 읽어보라.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지 않은가한밤중호랑이와 인간이 대치중이다헛간 속에 숨어 카메라를 켠 채 호랑이를 찍고 있는 인간그리고 낮에 인가 목장의 소를 습격했다가 다시 그 소를 먹으러 온 호랑이다호랑이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인간과 금속성 냄새에 신경이 몹시 쓰여 조심스럽다인간도 숨을 죽인채 뷰파인더를 통해 호랑이를 응시하고 있다.

 

p.51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과 등줄기를 예리하고 타고 오르다 정수리로 빠져나가는 서늘한 기운으로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그것은 육체의 긴장만이 아니라 영혼의 교류 같았다렌즈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응시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고정체는 알 수 없지만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어렴풋이 서로를 느꼈다그 느낌을 통해 위험한 기운이 전해졌는지 몸을 고정한 채 헛간을 바라보던 호랑이가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은은하게 발산되던 인광이 꺼지고 구불거리는 어둠 덩어리가 멀어지더니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 호랑이의 이름은 책 제목의 그 <꼬리>인간과 호랑이 사이는 얼마나 멀까저 장면에서 지극히 가까운 물리적 거리에 비해 두 종간에 지켜야할 심리적 거리는 멀다그 거리를 유지하길 바라는 둘은 서로를 바라보지만 아는 체하지 않는다그러나 저자는 호랑이에게 꼬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이름 짓는다는 것은 이미 의미 부여가 된 것인데 그가 몰랐을 리 없다그에게글을 읽는 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를...

 

시베리아호랑이를 너무도 사랑한 박수용씨는 199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처음으로 시베리아호랑이를 관찰한 후 아예 시베리아호랑이보호협회(STPS)’를 설립했다그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세계 유수의 상을 받았고 그 후 수많은 작품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하고 2011년에 NGO 단체를 설립해 시베리아호랑이를 보호연구하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BS 다큐멘터리 <시베리아 호랑이-3의 죽음>을 2011년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이후 이번 <꼬리>는 그의 두 번째 책이다작가의 말에서 연해주 원시림 속에서 일어나는 야생호랑이들의 애환과 인간과의 갈등그 현실들을 다큐로 보다는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자신의 글을 논픽션 자연문학이라고 불렀다이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다큐가 논픽션인데 논픽션과 문학이 어떻게 하나의 묶음이 되는지 의아할만 하다.

 

그러나 리뷰 앞부분에 인용한 두 문단을 읽으면 한 장면이 눈앞에 고스란히 떠오를 것이다글자로도 패닝(수평이동), 틸업과 틸다운(상하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책을 읽어본다면 글자에서 오감을 감각하게 될 것이다물론 저자가 다큐멘터리 PD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이겠지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은 그 어떤 소설(문학)보다 강렬하다아무리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을 글로 쓴다 해도 누구나 저자처럼 쓰지는 못한다읽는 내내 우리나라에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p.65

 

수곰이 지나간 다음 날 꼬리가 왔다밝은 곳에선 처음 보는 꼬리의 모습이었다첫인상이 멀리서 보기에도 중장비 덩어리처럼 장대했고숲이 자신의 것인 양 편안해 보였다늙은 호박만 한 머리를 성성한 갈기가 둘러쌌고 우람한 어깨뼈는 불쑥 솟아올라 바위처럼 널찍한 등판으로 흘러내렸다그 뒤로 길게 내려뜨린 꼬리는 끝만 살짝 치켜세운 채 터벅터벅 걸어왔다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발걸음은 크고 묵직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좌우로 슬쩍슬쩍 흔들리는 얼굴과 그 속의 커다란 눈동자는 무심한 듯 깊었다꼬리의 풍모에는 깊이가 있었고 걸음에는 무게가 있었다.


 

이 책은 시베리아호랑이 '꼬리'의 일생과 연해주 '라조자연보호구'의 사계를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그려냈다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글로 표현한 것이 이토록 생생하고 경이로울 수 있다니 놀라웠고대자연 속에 살아도 돈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부끄러웠다이 모든 것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서술하는 저자의 눈길은 왕대호랑이 꼬리에게만큼은 깊이 감정이입한다.

 

살아 있는 생명은 누구나 불완전합니다사람도 호랑이도그래서 연민을 느낍니다연민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까닭 없는 아픔이며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한 번 나면 죽어야 하는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막막한 슬픔입니다태어나 먹고살다 사라지는 것들이기만 하면아득히 다가오는 사랑입니다.”

 

그렇다그의 행동은 감정이입을 너머 사랑이었다영하 30도의 추위에도 비트 속에서 잠복하고눈밭에 찍힌 꼬리의 발자국을 뒤따르고그의 변을 뒤적여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한다그리고 인간들 손에 죽게 된 꼬리를 살리려고 발을 동동 굴렸다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모든 걸 꽁꽁 얼리는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서 호랑이의 사냥거리는 없다인가와의 거리를 유지하다가도 지독한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마을로 내려와 개나 소를 잡아먹는다호랑이가 인간을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하지만 인간의 섣부른 총질로 호랑이를 단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도리어 공격당하게 되고 인육을 맛본 호랑이는 재차 인간을 공격하게 된다그런 무참한 상황이 어떤 마을 양봉장에서 벌어졌고 그 호랑이는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꼬리가 다른 마을에서 건초창고에 갇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마을 주민들은 인가에 들어온 호랑이를 사살하려 했고 저자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설득을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그러다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양봉장 습격한 호랑이가 꼬리가 아니냐며 당장 죽이겠다고 난리를 쳤다잘 안 되는 러시아어로 계속 설득하던 저자는 번뜩하고 시간을 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꼬리가 양봉장을 습격한 그 호랑이라면 분명 총상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마취를 시킨 후 확인하기로 했다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과 의사, 전문가, 사냥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저자에게 돈을 요구했다그가 꼬리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어떻게든 살리려고 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잡은 것이다.

 

나는 그들의 뻔뻔함을 예상했다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많이 보상받고 싶었을 것이다이 내용이 나오는 책의 후반부에 이르자 난 이미 저자의 마음과 거의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나도 어떻게든 꼬리를 살리고 싶었다저자는 꼬리가 인간의 손이 아닌자연에서 살다가 죽기를 바랐다그래서 얼마가 들더라도 값을 치르고 꼬리를 자연으로 보내주고 싶었다마취해 줄 사람이 오기 전까지 저자는 다시 꼬리와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p.219

 

꼬리는 눈을 천천히 내리깔며 살기를 누그러뜨리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둥근 빛무리가 떠 있는 눈빛 속에 마을 사람들을 노려볼 때의 거친 증오는 걷히고 없었다우리 둘은 적의도 의존도 없이 한동안 서로를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알 수 없는 뭔가를 갈망하듯 종이 다른 서로를 바라보았다꼬리가 눈을 부드럽게 껌뻑거리더니 작고 둥근 귀를 움찔거렸다뭉툭한 주둥이를 살짝 들어 작은 콧숨을 두어 번 들이켜 나의 냄새를 맡았다안개 낀 목장에서억새밭 산막 앞에서 나의 냄새를 맡았듯이 이 건초창고에서 나의 냄새를 맡았다그리고 꼬리를 좌우로 슬쩍 뒤척였다꼬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마취 후 저자는 꼬리의 몸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었다눈을 마주한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이렇게 꼬리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지게 될 줄은 몰랐다송곳니보다 어금니가 먼저 썩었으니 아직 사냥하는 데는 무리가 없겠고혓바닥이 젊은 호랑이처럼 연분홍색은 아니었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했다울퉁불퉁한 갈비뼈를 쓰다듬으며 옆구리에 난 20센티미터 가량의 흉터도 발견했지만 총상 자국은 없었다꼬리의 결백이 증명된 후 지프에 태워 용의 등뼈 북부로 올라가서 마취를 푸는 주사를 놓았다. 3월의 함박눈이 내린 숲속에서 꼬리는 깨어났다.

 

p.235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주변을 힘없이 둘러보다 고개를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눈송이가 쌓여가는 털북숭이 얼굴의 아련한 눈빛이 안간힘을 다해 나에게 어떻게 된 거지?내가 어디 있는 거야?’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야봄도 머지않았어이제 더 이상의 갈림길은 없을 거야그랬으면 좋겠어.’ 애써 무심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순간 나는 그가 미소를 흘렸다고 생각했다흔들리며 살다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그 순간을 흘낏 보고 안도하는다 안다는 듯한 미소 말이다.

(……)

나를 바라보던 꼬리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앞발 하나를 들어 힘없이 휘젓다가 천천히 앞으로 내려놓았다한 발 한 발 흔들리며 내딛는 꼬리의 몸짓에서 늙어버린 육신이 주는 거북함이 느껴졌다그는 용의 등뼈로 향했다.

 


 

그 후로 꼬리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다가 14개월 후 어떤 산지기가 용의 등뼈를 오르다 호랑이 주검을 발견했다. 호랑이의 두개골 아래 목뼈에 와이어로 된 올가미가 감겨있었다숲으로 걸어들어가는 꼬리의 뒷모습을 보며 부디 자연의 품에서 생을 마감하게 해달라고 빌었건만 결국 인간의 손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자신이 태어난 바위굴에서 생을 마감한 호랑이가 꼬리였는지 저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본 리뷰를 읽고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영상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겪는 삶과 죽음의 애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혹시 저자가 설립한 단체에 기부하기를 원한다면 책 구매를 하길 권한다작년에 '월말김어준'에 출연한 저자가 개인 기부는 받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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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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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란 무엇인가?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고기 섭취가 필수라는 말을 불문율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식물에서도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굳이 동물의 시체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주 옛날 인류가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 고기는 어쩌다 사냥에 성공하면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업형 축산방식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상황은 인간이 지구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고 있으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 지구 온난화의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수치로 나타내자면 과학자들은 소 한 마리가 연간 100킬로그램의 메탄을 배출한다고 했는데 이는 차 한 대가 가솔린을 870리터 이상 연소할 때 발생하는 양이다. 기업형 농장 운영의 가성비도 좋지가 않다. 소고기 약 450그램을 생산하려면 사료 2.7킬로그램이 필요하고, 돼지고기 500그램 생산에는 약 1.6킬로그램, 닭고기 500그램에는 약 900그램의 사료가 필요하다.(20쪽 내용 인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고기를 끊지 못하겠다는 육식주의자들, 종교적 이유나 양심의 가책으로 도살한 고기를 섭취하기 꺼리는 이들에게 세포배양육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죽음없는 육식의 탄생>은 세포배양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과학자, 목축업자, 식품업계 기업가, 투자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저스트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집중하는데 창업자 조시 테트릭을 팔로잉하고 있다. 저자 체이스 퍼디는 미국의 식품 농업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세포배양육에 대해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다룬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세포배양육에 대한 지식을 너머 고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그런데 세포배양육이라는 단어에서 거부감이 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 그렇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액에 담근 다음 세포를 증식시켜 고기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종류, 고농축 배양액을 만드는 방법, 고기의 육질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한 단백질과 지방 함량의 조절 등등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가 발로 뛰어 조사했고 직접 시식도 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책에 관심이 많다.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과 과학기술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며,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 산업에 대한 비전이 어떠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에 출간된 <클린 미트>도 읽어보았는데 몇 년이 지났으니 새로운 기술이 나왔는지, 클린 미트의 가격이 저렴해졌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클린 미트>처럼 세포배양육을 만드는 이들의 행보를 직접 따라간 것도 있지만 저자는 이것의 향후 사업화 방향뿐 아니라 고기섭취에 대한 딜레마적 사고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의 고민이 보이는 대목을 인용한다.


p.215

그동안 줄곧 세포배양육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한편, 동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잔혹한 근본 원인을 없앨 식품 시스템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기대가 커진다. 매년 동물 700억 마리 이상이 잡식성인 인간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 고통 속에 죽어가기 때문이다. 만년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가운데,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인간에게 훨씬 더 이로운 식품 시스템으로 이동할 기회를 이성적으로 외면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면, 푸드테크 회사들이 약속하는 해결책을 온전히 믿어도 될까? 이 식품 기술은 영리한 해결책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에서 파생할, 즉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해악을 야기하는 시도는 아닐까?


얼마 전 미국 내과의 존 맥두걸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읽으면서 원체 고기를 먹지 않는 나로선 그의 주장에 고개 끄덕였다. 자연 식물식은 따라하고 있지만 가공식품은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채식주의자나 나처럼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세포배양육이 시장에 저렴하게 나온다 해도 사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죽이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기존의 고기와 같은 식감이라면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먹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식주의자든 채식주의자든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우리의 먹거리와 그 산업에 관련된 현재를 읽고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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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
김성수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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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명상이 어떻게 결합이 될까? <글쓰기 명상>이라는 제목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저자 김성수씨는 글쓰기와 명상을 응용한 ‘글쓰기명상’을 창안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상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글쓰기명상의 대원칙을 ‘자신이 쓴 글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궁금했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씨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종이며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데 오픈하지 않는 글쓰기라면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일까?

저자 김성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솔직해지기 위해서, 둘째 반성과 성찰의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 자신이 쓴 글을 굳이 타인과 나누지 않는 이유라고.

그럼 글을 쓰는 게 어떻게 명상이 된다는 걸까? 저자는 명상에 대한 편견 때문에 ‘글쓰기명상’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상하면 사람들은 긴 시간 눈을 감고 척추를 펴고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을 떠올리는데 글쓰기로도 명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명상에서 중요한 ‘알아차림’을 글쓰기로 할 수 있다고. 즉 내면의 역동을 문자로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명상이라는 것이다.



3장 글쓰기 명상의 실제는 3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으로 글쓰기를 처음 해보려는 독자라면 순서대로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써보면 한 달 넘게 글쓰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글 좀 써 본 사람이라면 34개의 주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써보고 싶은 주제로 시작해보면 되겠다. 34가지 중에서 몇 개를 골라 소개한다.

No.16 내 안의 천사 만나기




그런데 아무리 해도 내면의 선한 의지를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나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 도울 일은 없을 것만 같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소중한 존재다. 친족과 이웃 속에서 그저 마른 나무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No.17 내 안의 악마 드러내기



No.21 그 일이 화나는 20가지 이유

이 주제에 대한 설명은 반전이 있었다. 저자가 사례로 든 것이 시댁 문제로 남편에게 화가난 상황으로 써보는 것이었는데 예상외로 20가지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막상 분노덩어리를 수제비 반죽 떼어내듯 해보면 무게감이 점점 떨어진다고 했다. 마치 정육점에서 꽤 묵직한 고깃덩이를 사다가 썰어놓으니 접시 바닥에 겨우 깔리는 형국이라고. 이 설명은 글쓰기명상의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냥 화가 난다.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식식거리는 것보다 그것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화나는 이유가 20가지는 될 것 같았는데 써보니 10개도 못채우게 된다는 것. 그리고 쓰다보니 화가 점점 가라앉는다는 사실! 나도 예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 꽤 효과가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내가 했던 것이 글쓰기명상이었던 셈이다.

No.23 보내지 않을 손 편지 쓰기

저자는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면 좋은 점이 세 가지라고 한다.

1. 자기 내면을 맑은 물속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2. 생각이나 기억이나 감정을 자기 중심으로 마음껏 전개할 수 있다는 점

3. 수취인이 자신이므로 그에 대한 자기 마음을 스스로 투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

편지를 받는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몸 속의 특정 기관, 언젠가 앓았던 질병이나 과거의 자신도 괜찮다.

명절을 맞아 가족에게 써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부치지 않을 것이니 괜찮다. 명절 후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뉴스만 봐도 가족 간 갈등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가족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고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안다고들 하지만 기실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상처가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에도 풀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얼기설기 봉합해서 마음 밑바닥에 깔아두고 겉으로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읽은 책 <호수의 일>의 주인공 호정에게 한 번 권유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고 첫사랑이 소재이기도 하지만 호정이 가장 힘들어한 것이 바로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받은 때문이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할머니집에 맡겨진 게 일곱 살 어린 나이지만 버려졌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은 출생에서부터 부정당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호정의 부모는 태권도 국대 선수였는데 혼전 임신으로 선수촌에서 나오게 되어 태권도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짐(일곱살 때 혼자 부모님 만두가게에 찾아갔다가 혼났던 일 포함)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열 살 때 부모와 함께 살게 되어 열일곱이 될 때까지 부모와 그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은 소설이라서 과장된걸까? 아니다.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은 현실이 허다하다. 부모나 가족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관계가 껄끄러운 이들에게 이 방법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 전체가 도움이 될 것이다. 직접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상대방이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에는 대화로 푸는 것이 어렵다. 그러니 혼자라도 써보는 것이다. 할 말 안 할말, 심지어 증오나 욕설의 언어라도 편지(글)로 풀어낸다면, 완전히 해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해봤기 때문에 장담한다. 그 대상을 리뷰에서 밝히진 못하지만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쓰는 동안 몇 번이나 볼펜을 놓아야 했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면서 울다 쓰다 코풀다 쓰다 했다. 일종의 정화작용과 같았다. 명상을 하며 운적은 없다. 요가 시간에 강사가 생각을 비우라고 말한다. 좌정하고 앉아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한다. 그것 역시 괜찮다며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구나 하면서 알아차리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쓰기명상은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더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을 글로 분출했다. 뿌연 마음의 창을 깨끗하게 청소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3장의 다른 주제 쓰기도 이어서 해볼 생각이다.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블로그에 안 올려도 된다는 것!

욕포함 그 어떤 걸 써도 된다는 것!

✔ 예뻐보이려고 분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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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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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생존에 내몰린 어른들이, 자신을 찾는 것이 생존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나는 악어야.”처럼 “나는 OOO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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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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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악어>는 글라인, 이화진의 글과 루리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스토리를 맡은 글라인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부부의 세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등을 집필한 단체이고 이화진 작가는 JTBC에 방영예정인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쓴 작가입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글라인의 자기소개대로 도시 악어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고 빈 공간도 있습니다.

텍스트 행간의 빈 자리를 독자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장점보다 구멍 있는 이야기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의 빈틈을 루리 작가는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이미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긴긴밤>을 통해 글과 그림의 앙상블을 연주해 낸 루리 작가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도시 악어>의 이야기는 어쩌면 간단해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악어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 도시에 오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토마토와 아이들과 햇볕을 좋아하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노오력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악어를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악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악어는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까요?

이러한 이야기에 루리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감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독자들은 악어에 감정이입하게 되며 나아가 악어는 더 이상 악어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악어가 곧 나 인 듯합니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1.7%라고 합니다. 서울, 대전 같은 도시는 그 비율이 35%가 넘습니다. 이처럼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는 바쁘고 외롭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외딴 섬 같은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기분일 때도 있지요. 내가 뭐 하러 이곳에 왔던가? 아니, 나는 왜 태어난거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자문해봐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선, 나를 찾으려면,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 걸까요? 도시 악어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이므로 그림을 많이 공개할 수 없지만 그림 없이 리뷰를 쓰기도 힘든 일이므로 최소한으로 인용합니다.



⬆️ 그림책의 표지에는 도시 악어의 얼굴만 보입니다. 그러나 세로로 펼치면 몸은 물 속에 들어있고 얼굴은 내놓은 악어였습니다.

표지를 열면 면지 우측 하단에 이렇게 옷을 입는 악어가 있습니다.




언급한 대로 악어는 원해서 온건 아니지만 도시에 살고 있어요.



흔한 도시의 아침 풍경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어느 정도는 적응해 사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아요. 악어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보다 자책합니다.




어느날, 강가에 앉아 있던 악어는 게를 피하다가 강물에 빠집니다. 악어는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깨닫습니다!

"나는 악어야"​


⬆️ 그림책 전체에서 이 그림이 가장 의미심장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심의 불빛은 수면을 붉게 물들이고 그에 대비되는 물 속은 진한 청록입니다. 옷을 벗어버린 악어는 당당한 본연의 모습으로 물과 아주 어울리지요. 꼬리를 맘껏 흔들며 유영하는 악어에게 자유로움이 첨벙거립니다. 그리고 벗어진 인간의 옷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 속에서 자연스레 벗어졌을 수도 있고 악어가 정체성을 찾으며 벗어던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의냐 자의냐, 보는 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악어가 물 속에 빠진 뒤에 ‘나는 악어’라고 깨닫게 되었고 옷 없이 수영하게 된 것을 타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아무리 옆에서 누가 말해줘도, 도움을 주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나를 찾고 싶어하는 외로운 도시인들의 모습을 악어에 빗대어 표현한 루리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도시 1인 가구뿐 아니라,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라 여기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그림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나 정체성을 찾는 거지 어른이 무슨 자신을 찾느냐는 지청구를 들으며 사는 어른들이 도시 악어에게 뭉클한 동질감을 느낄 것입니다. 네, 이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생존에 내몰린 어른들이, 자신을 찾는 것이 생존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나는 악어야.”처럼 “나는 OOO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요! 

덧!!

마지막 면지에는 앞면지와 수미상관을 이루는 악어 그림이 있습니다. 악어의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세요~~ 

루리 작가가 건네준 보너스같은 이 그림이, 저는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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