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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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란 무엇인가?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고기 섭취가 필수라는 말을 불문율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식물에서도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굳이 동물의 시체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주 옛날 인류가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 고기는 어쩌다 사냥에 성공하면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업형 축산방식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상황은 인간이 지구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고 있으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 지구 온난화의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수치로 나타내자면 과학자들은 소 한 마리가 연간 100킬로그램의 메탄을 배출한다고 했는데 이는 차 한 대가 가솔린을 870리터 이상 연소할 때 발생하는 양이다. 기업형 농장 운영의 가성비도 좋지가 않다. 소고기 약 450그램을 생산하려면 사료 2.7킬로그램이 필요하고, 돼지고기 500그램 생산에는 약 1.6킬로그램, 닭고기 500그램에는 약 900그램의 사료가 필요하다.(20쪽 내용 인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고기를 끊지 못하겠다는 육식주의자들, 종교적 이유나 양심의 가책으로 도살한 고기를 섭취하기 꺼리는 이들에게 세포배양육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죽음없는 육식의 탄생>은 세포배양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과학자, 목축업자, 식품업계 기업가, 투자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저스트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집중하는데 창업자 조시 테트릭을 팔로잉하고 있다. 저자 체이스 퍼디는 미국의 식품 농업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세포배양육에 대해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다룬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세포배양육에 대한 지식을 너머 고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그런데 세포배양육이라는 단어에서 거부감이 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 그렇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액에 담근 다음 세포를 증식시켜 고기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종류, 고농축 배양액을 만드는 방법, 고기의 육질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한 단백질과 지방 함량의 조절 등등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가 발로 뛰어 조사했고 직접 시식도 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책에 관심이 많다.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과 과학기술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며,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 산업에 대한 비전이 어떠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에 출간된 <클린 미트>도 읽어보았는데 몇 년이 지났으니 새로운 기술이 나왔는지, 클린 미트의 가격이 저렴해졌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클린 미트>처럼 세포배양육을 만드는 이들의 행보를 직접 따라간 것도 있지만 저자는 이것의 향후 사업화 방향뿐 아니라 고기섭취에 대한 딜레마적 사고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의 고민이 보이는 대목을 인용한다.


p.215

그동안 줄곧 세포배양육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한편, 동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잔혹한 근본 원인을 없앨 식품 시스템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기대가 커진다. 매년 동물 700억 마리 이상이 잡식성인 인간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 고통 속에 죽어가기 때문이다. 만년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가운데,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인간에게 훨씬 더 이로운 식품 시스템으로 이동할 기회를 이성적으로 외면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면, 푸드테크 회사들이 약속하는 해결책을 온전히 믿어도 될까? 이 식품 기술은 영리한 해결책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에서 파생할, 즉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해악을 야기하는 시도는 아닐까?


얼마 전 미국 내과의 존 맥두걸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읽으면서 원체 고기를 먹지 않는 나로선 그의 주장에 고개 끄덕였다. 자연 식물식은 따라하고 있지만 가공식품은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채식주의자나 나처럼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세포배양육이 시장에 저렴하게 나온다 해도 사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죽이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기존의 고기와 같은 식감이라면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먹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식주의자든 채식주의자든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우리의 먹거리와 그 산업에 관련된 현재를 읽고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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