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
김성수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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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명상이 어떻게 결합이 될까? <글쓰기 명상>이라는 제목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저자 김성수씨는 글쓰기와 명상을 응용한 ‘글쓰기명상’을 창안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상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글쓰기명상의 대원칙을 ‘자신이 쓴 글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궁금했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씨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종이며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데 오픈하지 않는 글쓰기라면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일까?

저자 김성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솔직해지기 위해서, 둘째 반성과 성찰의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 자신이 쓴 글을 굳이 타인과 나누지 않는 이유라고.

그럼 글을 쓰는 게 어떻게 명상이 된다는 걸까? 저자는 명상에 대한 편견 때문에 ‘글쓰기명상’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상하면 사람들은 긴 시간 눈을 감고 척추를 펴고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을 떠올리는데 글쓰기로도 명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명상에서 중요한 ‘알아차림’을 글쓰기로 할 수 있다고. 즉 내면의 역동을 문자로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명상이라는 것이다.



3장 글쓰기 명상의 실제는 3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으로 글쓰기를 처음 해보려는 독자라면 순서대로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써보면 한 달 넘게 글쓰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글 좀 써 본 사람이라면 34개의 주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써보고 싶은 주제로 시작해보면 되겠다. 34가지 중에서 몇 개를 골라 소개한다.

No.16 내 안의 천사 만나기




그런데 아무리 해도 내면의 선한 의지를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나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 도울 일은 없을 것만 같다. 잘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소중한 존재다. 친족과 이웃 속에서 그저 마른 나무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No.17 내 안의 악마 드러내기



No.21 그 일이 화나는 20가지 이유

이 주제에 대한 설명은 반전이 있었다. 저자가 사례로 든 것이 시댁 문제로 남편에게 화가난 상황으로 써보는 것이었는데 예상외로 20가지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막상 분노덩어리를 수제비 반죽 떼어내듯 해보면 무게감이 점점 떨어진다고 했다. 마치 정육점에서 꽤 묵직한 고깃덩이를 사다가 썰어놓으니 접시 바닥에 겨우 깔리는 형국이라고. 이 설명은 글쓰기명상의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냥 화가 난다.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식식거리는 것보다 그것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화나는 이유가 20가지는 될 것 같았는데 써보니 10개도 못채우게 된다는 것. 그리고 쓰다보니 화가 점점 가라앉는다는 사실! 나도 예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 꽤 효과가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내가 했던 것이 글쓰기명상이었던 셈이다.

No.23 보내지 않을 손 편지 쓰기

저자는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면 좋은 점이 세 가지라고 한다.

1. 자기 내면을 맑은 물속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2. 생각이나 기억이나 감정을 자기 중심으로 마음껏 전개할 수 있다는 점

3. 수취인이 자신이므로 그에 대한 자기 마음을 스스로 투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

편지를 받는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몸 속의 특정 기관, 언젠가 앓았던 질병이나 과거의 자신도 괜찮다.

명절을 맞아 가족에게 써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부치지 않을 것이니 괜찮다. 명절 후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뉴스만 봐도 가족 간 갈등은 풀기 어려운 문제다. 가족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고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안다고들 하지만 기실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상처가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에도 풀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얼기설기 봉합해서 마음 밑바닥에 깔아두고 겉으로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읽은 책 <호수의 일>의 주인공 호정에게 한 번 권유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고 첫사랑이 소재이기도 하지만 호정이 가장 힘들어한 것이 바로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받은 때문이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할머니집에 맡겨진 게 일곱 살 어린 나이지만 버려졌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은 출생에서부터 부정당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호정의 부모는 태권도 국대 선수였는데 혼전 임신으로 선수촌에서 나오게 되어 태권도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짐(일곱살 때 혼자 부모님 만두가게에 찾아갔다가 혼났던 일 포함)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열 살 때 부모와 함께 살게 되어 열일곱이 될 때까지 부모와 그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은 소설이라서 과장된걸까? 아니다. 소설보다 훨씬 소설 같은 현실이 허다하다. 부모나 가족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관계가 껄끄러운 이들에게 이 방법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 전체가 도움이 될 것이다. 직접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상대방이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에는 대화로 푸는 것이 어렵다. 그러니 혼자라도 써보는 것이다. 할 말 안 할말, 심지어 증오나 욕설의 언어라도 편지(글)로 풀어낸다면, 완전히 해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해봤기 때문에 장담한다. 그 대상을 리뷰에서 밝히진 못하지만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쓰는 동안 몇 번이나 볼펜을 놓아야 했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면서 울다 쓰다 코풀다 쓰다 했다. 일종의 정화작용과 같았다. 명상을 하며 운적은 없다. 요가 시간에 강사가 생각을 비우라고 말한다. 좌정하고 앉아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한다. 그것 역시 괜찮다며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구나 하면서 알아차리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쓰기명상은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더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을 글로 분출했다. 뿌연 마음의 창을 깨끗하게 청소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3장의 다른 주제 쓰기도 이어서 해볼 생각이다.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블로그에 안 올려도 된다는 것!

욕포함 그 어떤 걸 써도 된다는 것!

✔ 예뻐보이려고 분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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