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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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후로 줄곧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세븐틴,세븐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영의 악의 기원> <3차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그리고 이번 <번외>까지 7편을 6여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써냈다.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더이상 읽을 수가 없다. 그는 2016년 9월에 유명을 달리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출간된 작품 <번외>를 읽었다. 책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159쪽에 불과하다. 작가가 장편소설로 쓰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망했는데 출판사에서 정리하며 작가의 의도대로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둔 것일까? 궁금하지만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짧은 분량인데 장편소설이라고 한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명고라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이다. 사고 1주년 추도식후 하룻동안에 일어난 주인공의 일상이 줄거리다. 주인공은 제목처럼 1년 동안 '번외'의 삶을 살았다. 누구나 알아봐주고 뭘해도 열외로 취급하고, 있으나 없는듯 혹은 특별취급을 받았으니, 당사자는 자신이 번외라고 여겼다.

그는 계속 궁금해 한다. 있으나 마나 한 인생도 살 가치가 있는건지? 똥 치는 문제 때문에 염소이길 바라는 할아버지를 보며 '고귀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지? 정말 자신은 죽은 이들을 대신해 덤으로 사는 것인지? 못생긴 벌레가 너무나 살고 싶어하는게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절했을 때 누군가 구조해 준다면 보게 될 자신의 신분증에 써놓은 당부글을 보며 '되게 살고 싶어한다니까'라며 자조한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할법한 실존에 대한 질문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의 고뇌는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건(우리나라에서 총기 사건)의 생존자라서 결이 다르다. 범인의 살인 의도는 전혀 서술되지 않고, 주인공은 형식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정보밖에 없기에 1년간 그가 겪은 고통이 어떠할지 독자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친구는 죽고 구조되어 살아난 아이들의 고통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짐작 정도를 할 수있을 뿐이다. 허나 이 소설은 그 사건전에 쓰여진 것이라 하니 인간실존을 다룰 소재로 이런 사건을 생각해 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맨홀> 마지막에서도 그랬듯 주인공은 굴러가던 공을 따라가다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 두 주인공 모두 갈 길을 잃어버린 청소년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책의 마지막, 신기루 같은 모래가 아른거리는 길위에 선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차도 한복판에서 배구공이 유혹하고 있다. "이리 오라"고... 독자에 따라 다른 결말을 그릴듯 하다. 충격적 사건이 있은 후 1년이 지나도록 괴로워하던 소년이 취할 행동은 공을 따라 차도로 들어설 수도 있고 공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도 있다.
나는 상상해본다. 그 배구공이 오라며 유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첫 책 <합★체>에서 아버지가 말하던 그 탄성있는 공이라면 어떨까? 통통 튀어올라 주인공의 품으로 쏙 안기면 좋겠다. 그 공을 안고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돌아간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를 번외자로 취급하지 말아주길...

어차피 인생은 혼자이고 괴로운 것이라 하지만 엄청난 사건을 겪은 열여덟 소년에게는 좀 너그러우면 안되나. 아무에게도 진심을, 그 절절한 고통을, 말하지 못했다. 가족에게조차.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일뿐... 공중전화에 대고 낯선 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면서 조금은 풀렸길 바라본다. 그리고 살아있어주길 바란다. 주인공에게 바라는 이 마음이 이젠 이곳에 없는 작가를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부질없지만...

작가의 마지막 질문인 듯 하다. 주인공도 삶에 묻는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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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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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인도출신의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선택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라고 불리는 쉬나 아이엔가의 책이다. 작가는 인도계 이민자 부모님 밑에서 유년기에는 시크교도의 삶을 따랐다. 14세때 부친이 급사했고 고등학교 입학 즈음에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법한 상황에서 작가는 모태종교에 따라 사는 익숙한 관점을 거부하고 선택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을 택했다. 그 선택은 그녀를 희망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작가는 경제학, 생물학, 철학, 문화연구, 공공정책, 의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선택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 선택이 미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으므로, 독자들은 내 의견과 결론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이런 질문들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부터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 모든 선택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든 선택은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체 내용에서 빈번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이 선택을 할 때 인종과 문화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가 직접 한 실험부터 고전적이고 유명한 실험 사례들로 논증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아시아계(주로 일본, 작가가 일본에서 유학/인도계)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앵글로계는 개인의 취향이 좌우한다. 개인의 이러한 선택 성향은 처음에는 가족과 문화를 통해 학습되고 살아가는 동안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선택 시의 환경이나 선택지를 공급하는 이에 따라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선택의 결과에 어떤 심리를 가지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본 리뷰에서는 그것들을 일일이 정리하기보다는 인상깊게 읽었던 것만 남기고자 한다. 재미있었던 것과 딜레마 상황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5장의 챕터 코카콜라는 자유의 맛이 난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선택함에 있어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여기는 것이 코카콜라의 상술에 세뇌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2004년 휴스턴에서 실시되었던 단순한 조사이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두가지의 상표를 말해주지 않고 마시게 한 후 어떤 것이 더 좋았는지 물었을 때 답변은 반반이었다. 미각테스트에서 상표가 표시 안된 음료를 마셨을 때 펩시가 더 좋았다고 하면서도 평소에는 코카콜라를 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절반은 마시기 전에 코카콜라 캔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나머지 절반에는 색깔있는 조명을 보여주며 음료에 관한 표시는 아니라고 했다. 결과는 75%의 사람들이 불빛을 비춰주었을 때보다 코카콜라의 사진을 보여주고 마시게 했을 때 그 맛이 더 좋다고 했다. 사실 코카콜라이외의 콜라는 한번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상표의 맛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광고가 있다. 바로 산타클로스로 하는 코카콜라 광고이다. 넓은 벨트를 매고 멋진 검은 부츠를 신은, 키카 크고 뚱뚱하고 늘 행복한 남자의 산타는 코카콜라의 광고 이후로 굳혀진 산타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 광고 이전 산타의 모습은 다양했었다고 한다. 산타의 옷과 코카콜라 상표의 빨간색은 같은 색깔이다. 코카콜라 회사는 그 색깔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그 뿐아니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축제의 한복판에서 코카콜라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자유와 승리에 환호하던 순간 모두가 들고 마시던 코카콜라는 자유와 미국적 이상들과 연결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코카콜라는 왜 산타클로스를 광고모델로 썼을까?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 자본과 미디어에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각하고 살았지만 말이다. 한편으론 재밌기도 한편으론 내가 하는 선택은 세뇌에 의한 선택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두 번째는 7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에서 제시된 딜레마 상황이다. 이제 막 출산한 아이가 산소결핍으로 두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으로 남아있게 될 거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이 아이에게 달린 인공호흡기를 떼면 아이는 사망할 것이라며, 이 모든 사실을 말한 의사는 그 어떤 제안도 하지 않고 부모가 선택하기를 기다린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아이에게 하는 부모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택인 셈이다. 나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이것이 꿈이기만을 기도하며... 위 상황은 미국의 의사의 태도이고 오롯이 선택권은 그 부모에게 있었으며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을 선택한다. 그 후. 그들은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자신이 마치 사행집행에 가담한 것 같은 고통을 느꼈고 의료진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고문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결정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프랑스 부부들도 동일한 선택을 했으나 그 후의 삶은 미국인 부부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들은 결과가 불가피했다고 믿었으며 후회에 덜 집중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프랑스 의사들은 자신들이 먼저 결정을 내린 후 부모와 그 결정을 상의했다.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태도가 엄청난 차이를 낳은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를 받았으나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프랑스 부모)이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미국 부모)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표현했다. 자신이 결과를 가져온 주체라는 지각, 아이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장본인이라는 지각에 많이 좌우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만족하기도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선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선택은 그것이 삶을 바꾸는 중대사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불안감과 후회를 안겨줄 잠재력을 가진다고. 우리는 절대 선택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으며 바로 거기에 선택의 힘과 신비, 그리고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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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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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이제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월간 샘터 12월호를 받아드니 더 실감이 난다. 계절과 따뜻함을 느낄 수있는 표지 그림은 이미경 작가의 작품으로 제목이 <나어릴적에>이다. 신기하게도 겨울은 추운데 저렇게 따뜻함을 주는 그림으로 계절을 표현한다. 어릴 때 어느 집에나 있던 솜이불과 베개가 정겨움을 준다.

이번 12월호에서 만난 인상적인 두 인물은 가수 타이거JK와 롱보더 이주애씨다.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사기사건 얘기를 들려주었을 때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았고 무슨 현자인줄 알았다. '이 달에 만난 사람'에 실린 기사를 보니 역시 그 사건이 나온다. 아주 간략하게 줄여놓았지만 그가 쌩고생한게 너무 축약된게 아닌가 싶었다. 사기쳐서 자신의 돈을 다 빼돌린 그들을 용서하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것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어떻게해서든 그 돈을 찾으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을테지만 그는 다 털고 묵묵히 노래를 만들었다. 진정 달관의 자세다! 10월에 정식앨범을 냈다는데 잘 되길 바라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여자가 사는 법'에 소개된 이주애씨는 롱보드를 타는 자유인이다. 초등학교 방과후 미술교사로 근무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보드타기가 이젠 직업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 여러가지 힘든 일을 겪었는데 보드를 타면서 이겨냈다. 모험삼아 시작했는데 연습모습을 찍은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어 모델료를 받는 일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닥친 힘든 상황에 무릎 꿇는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련을 견뎌냈고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송년호라서 그런지 이 사연들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12월 특집 주제는 '추위를 잊게하는 내 마음 속 난로'이다. 7편의 사연들 모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위로가 자신의 마음속의 난로가 되어 마음의 추위를 물리친다는 사연들이었다. 평소 특집주제가 왠지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인생의 보릿고개를 넘기며 힘겨워할 때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받은 사연은 가슴 뭉클했다. 병마의 고통속을 헤맬때 만난 이웃의 고운마음씨가 특효약이었는지 기력을 회복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맛있는 트럭'에 소개된 김남은씨는 20대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하고있는 용감한 청년이다. 푸드트럭에서 만두를 팔다니 그것도 용기있는 선택이다. 이름도 예쁜 '장미만두'다. 사진을 보니 침이 절로 고였다. 반포에서 하고 있다해서 한 번 가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오르는데 기사 말미에 보니 가도 먹을 수가 없겠다. 잠시 휴식을 가진다고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쩝, 더 먹고싶어지는~~

12월호는 최근 몇 달 간 읽은 중 가장 알찼던 것 같다. 편집장의 글을 보니 고생해서 출제한 십자말풀이를 풀어주는게 예의일 것 같아 풀었다. 그동안 한번도 안해봤는데 재미있었다. 앞으론 출제자의 성의를 생각해서 꼭꼭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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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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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줄 알았을까? 내게 일어날 일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화도 찾아오지 않고 창창한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김없이 머리카락도 세고 눈도 침침해지고 질병도 찾아온다. 작가는 말한다. 질병도 장애도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을거라고. 모두가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닐지라도 노화는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이니 그로 인한 질병은 장애일 수밖에 없다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는 샘터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서른두번째 책이다. 이 책은 장애, 장애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아 키우여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류승연씨는 이 책을 통해 이젠 더이상 구분짓지 말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한 폭의 그림으로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한다.

가까운 주위에 장애인이 없어서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그들을 보는 시선을 교정해 준다.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10살짜리 아들과 비장애인 쌍둥이 딸 둘을 학교에 보내면서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바를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다.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모두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방식은 없다. 졸업후에도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은 요원할 뿐이고. 서두에서 밝혔듯 주위에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정부 정책과 우리들의 시선때문이다.
나도 시댁의 조카가 발달장애인인데 서른이 넘도록 집에서 케어하고 있지 취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그나마 오후까지는 무슨 기관에 다니고 있어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작가는 그들과 우리 모두가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한폭으로 어우러지는 사회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한다. 알고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세상에 노출되어 수많은 반복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발달장애인이 사회를, 사회의 규범을, 사회 속에서의 관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선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노력이냐고요? 잠시 시선을 거둬주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오히려 관심을 보여주는 작은 배려, 사소한 실수는 너그럽게 눈감아주며 세상을 배울 수 있게 응원해주는 작은 여유, 그런 것들이 필요하답니다."

  미디어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큐속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은 '고난'에 초점이 맞춰 편집되어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만 부각시켜 고정관념과 편견에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작가는 몇번의 방송국 섭외가 들어와도 거절했다. 하나의 방향으로만 고정된, 의도된 방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방향이 아닌 경우는, 너무 인간승리의 드라마만 보여준다. 작가는 미디어에 요구한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한 올바른 장애 인식 교육이 미디어에서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을 장애가 있을 뿐인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3장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경제가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효율의 문제만 따지지말고 조금 느리더라도 그들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보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그들만을 위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수자의 문제이며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0여년간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지 책 내용에는 아마 10퍼센트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조근조근 우리에게 알려주는 현실과 당부를 잊지않고 실천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우리는 예비장애인이며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해야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말뿐이었지 행동은 또 쉽지 않았다. 이제 헛구호는 그만 외치자! 각자의 붓을 들고 캔버스에 직접 터치를 할 때, 그 하나하나의 붓터치로 한폭의 그림이 완성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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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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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는 일본에서 대인관계치료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는 "미즈시마 히로코"의 책이다. 제목과 표지그림이 남 눈치보며 사는 이들에게 어떤 대안을 줄지 기대하게 해준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수업'이라는 부제도 달고 있다. 

 

 '나는 평소 남의 눈치를 보고 사나?' 생각해 봤다. 그리 눈치보지 않고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아무래도 인생 꽤 살았기 때문에 뻔뻔해져서 그런것 같고 어렸을 땐 나도 남 눈치보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슬그머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나이에 굳이 이런 류의 책을 읽어야 하나? 요즘 자신을 사랑하자는 힐링에세이가 유행이던데 그런 책 아닐까?'

 

 앗,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라 만족스러웠다. 어찌보면 이 책은, 자신을 예민 혹은 섬세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대상으로 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평가는 생활화되어 있다. 학교에서 치는 모든 시험이 평가이고, 집에서는 그 성적으로 비교당하며 산다.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지는 건 없다. 미디어를 내몸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받는 평가도 전방위적이며 사회생활, 가정생활속 인간관계에서도 공기처럼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이런 상황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1장에서 6장까지는 왜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사는지, 자신감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그 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자고 조언한다. 7,8장은 상담사례별 조언을 디테일하게보여준다. 9장의 소제목은 '남의 시선에 신경쓰는 마음에서 벗어나 인생을 펼쳐라'이다.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말고 자신의 인생을 살자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5장의 내용이다. 타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평가체질에 대한 것이었다. 평가라는 것 자체가 몹시 주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그것을 객관적 사실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실은 평가하는 이 각자의 뉘앙스가 다른 주관적인것을 객관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절대적 진실이 될 수없다. 왜냐하면 평가하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의 시선에 자꾸 신경을 쓰는 마음에는 '나만 잘하면 상대는 칭찬해줄거야'라는 인식도 깔려있다고 했다. 이것은 칭찬받아야 '착한 아이'라고 세뇌되어 있는 우리의 내면속 아이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늘 긍정적 피드백에 목말라하는 것이다.

 

 며칠 전 생각했던 화두가 이 책에서 딱 언급되어 놀라고 반가웠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지인이 하는 평가가 유난히 걸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평가였는데 씹는 것은 아니었고 긍정적 피드백이었는데도 말이다. 일기를 쓰면서 왜 그러는지 생각해봤다. 지인이 오랫동안 교사를 했기 때문이어서일까? 매사 그러하다는 걸 자신이 모르는 걸까? 나는 안그러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무리했었다. 

 

 우린 왜 이렇게 타인을 평가해댈까?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심지어 연예인까지 모조리 평가와 지적질의 대상이다. 인터넷 댓글 쓰는 이들은 프로불편러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많다. 다들 왜들 이럴까? 이 책의 저자는 평가체질의 사람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 타인을 평가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엄격히 평가하기에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2. 평가체질의 사람중에는 강한 불안감 때문에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단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3.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위험에 민감한 사람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평가하는 이들의 말은 주관적이므로 휘둘릴 필요가 없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비판적 공격을 일삼는 그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줘야한다. 어떤 사람도 자신만만하지는 않으므로 실은 나만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비판에 맞춰 자신을 만들려고 하다보면 스트레스만 쌓여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살려면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감은 어디서 얻거나 키우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신감이 생기며 자신이 좋다는 느낌은 웬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므로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고... 나도 이 말에 위로 받았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고 괜찮아질거라는 자신을 믿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수많은 프로불편러들의 평가질에는 신경쓸 필요없이 오히려 동정해줘야하며 주위사람들의 평가에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상대가 배려없는 말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거라고 먼저 배려해주자. 마지막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평가질을 컨트롤하도록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의 내모습을 인정해야겠다. 개인 하나하나의 이러한 태도가 사회전체의 문화로 퍼져나가길 작가는 바란다고 했다. 경쟁시스템과 시험이 살아있는 세상에선 결국 개개인이 어떤 태도로 사느냐가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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