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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는 일본에서 대인관계치료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는 "미즈시마 히로코"의 책이다. 제목과 표지그림이 남 눈치보며 사는 이들에게 어떤 대안을 줄지 기대하게 해준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수업'이라는 부제도 달고 있다.
'나는 평소 남의 눈치를 보고 사나?' 생각해 봤다. 그리 눈치보지 않고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아무래도 인생 꽤 살았기 때문에 뻔뻔해져서 그런것 같고 어렸을 땐 나도 남 눈치보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슬그머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나이에 굳이 이런 류의 책을 읽어야 하나? 요즘 자신을 사랑하자는 힐링에세이가 유행이던데 그런 책 아닐까?'
앗,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라 만족스러웠다. 어찌보면 이 책은, 자신을 예민 혹은 섬세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대상으로 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평가는 생활화되어 있다. 학교에서 치는 모든 시험이 평가이고, 집에서는 그 성적으로 비교당하며 산다.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지는 건 없다. 미디어를 내몸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받는 평가도 전방위적이며 사회생활, 가정생활속 인간관계에서도 공기처럼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이런 상황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1장에서 6장까지는 왜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사는지, 자신감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그 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자고 조언한다. 7,8장은 상담사례별 조언을 디테일하게보여준다. 9장의 소제목은 '남의 시선에 신경쓰는 마음에서 벗어나 인생을 펼쳐라'이다.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말고 자신의 인생을 살자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5장의 내용이다. 타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평가체질에 대한 것이었다. 평가라는 것 자체가 몹시 주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그것을 객관적 사실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실은 평가하는 이 각자의 뉘앙스가 다른 주관적인것을 객관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절대적 진실이 될 수없다. 왜냐하면 평가하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의 시선에 자꾸 신경을 쓰는 마음에는 '나만 잘하면 상대는 칭찬해줄거야'라는 인식도 깔려있다고 했다. 이것은 칭찬받아야 '착한 아이'라고 세뇌되어 있는 우리의 내면속 아이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늘 긍정적 피드백에 목말라하는 것이다.
며칠 전 생각했던 화두가 이 책에서 딱 언급되어 놀라고 반가웠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지인이 하는 평가가 유난히 걸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평가였는데 씹는 것은 아니었고 긍정적 피드백이었는데도 말이다. 일기를 쓰면서 왜 그러는지 생각해봤다. 지인이 오랫동안 교사를 했기 때문이어서일까? 매사 그러하다는 걸 자신이 모르는 걸까? 나는 안그러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무리했었다.
우린 왜 이렇게 타인을 평가해댈까?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심지어 연예인까지 모조리 평가와 지적질의 대상이다. 인터넷 댓글 쓰는 이들은 프로불편러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많다. 다들 왜들 이럴까? 이 책의 저자는 평가체질의 사람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 타인을 평가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엄격히 평가하기에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2. 평가체질의 사람중에는 강한 불안감 때문에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단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3.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위험에 민감한 사람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평가하는 이들의 말은 주관적이므로 휘둘릴 필요가 없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비판적 공격을 일삼는 그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줘야한다. 어떤 사람도 자신만만하지는 않으므로 실은 나만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비판에 맞춰 자신을 만들려고 하다보면 스트레스만 쌓여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살려면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감은 어디서 얻거나 키우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신감이 생기며 자신이 좋다는 느낌은 웬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므로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고... 나도 이 말에 위로 받았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고 괜찮아질거라는 자신을 믿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수많은 프로불편러들의 평가질에는 신경쓸 필요없이 오히려 동정해줘야하며 주위사람들의 평가에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상대가 배려없는 말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거라고 먼저 배려해주자. 마지막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평가질을 컨트롤하도록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의 내모습을 인정해야겠다. 개인 하나하나의 이러한 태도가 사회전체의 문화로 퍼져나가길 작가는 바란다고 했다. 경쟁시스템과 시험이 살아있는 세상에선 결국 개개인이 어떤 태도로 사느냐가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