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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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인도출신의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선택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라고 불리는 쉬나 아이엔가의 책이다. 작가는 인도계 이민자 부모님 밑에서 유년기에는 시크교도의 삶을 따랐다. 14세때 부친이 급사했고 고등학교 입학 즈음에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법한 상황에서 작가는 모태종교에 따라 사는 익숙한 관점을 거부하고 선택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을 택했다. 그 선택은 그녀를 희망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작가는 경제학, 생물학, 철학, 문화연구, 공공정책, 의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선택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 선택이 미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으므로, 독자들은 내 의견과 결론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이런 질문들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부터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 모든 선택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든 선택은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체 내용에서 빈번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이 선택을 할 때 인종과 문화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가 직접 한 실험부터 고전적이고 유명한 실험 사례들로 논증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아시아계(주로 일본, 작가가 일본에서 유학/인도계)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앵글로계는 개인의 취향이 좌우한다. 개인의 이러한 선택 성향은 처음에는 가족과 문화를 통해 학습되고 살아가는 동안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선택 시의 환경이나 선택지를 공급하는 이에 따라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선택의 결과에 어떤 심리를 가지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본 리뷰에서는 그것들을 일일이 정리하기보다는 인상깊게 읽었던 것만 남기고자 한다. 재미있었던 것과 딜레마 상황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5장의 챕터 코카콜라는 자유의 맛이 난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선택함에 있어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여기는 것이 코카콜라의 상술에 세뇌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2004년 휴스턴에서 실시되었던 단순한 조사이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두가지의 상표를 말해주지 않고 마시게 한 후 어떤 것이 더 좋았는지 물었을 때 답변은 반반이었다. 미각테스트에서 상표가 표시 안된 음료를 마셨을 때 펩시가 더 좋았다고 하면서도 평소에는 코카콜라를 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절반은 마시기 전에 코카콜라 캔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나머지 절반에는 색깔있는 조명을 보여주며 음료에 관한 표시는 아니라고 했다. 결과는 75%의 사람들이 불빛을 비춰주었을 때보다 코카콜라의 사진을 보여주고 마시게 했을 때 그 맛이 더 좋다고 했다. 사실 코카콜라이외의 콜라는 한번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상표의 맛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광고가 있다. 바로 산타클로스로 하는 코카콜라 광고이다. 넓은 벨트를 매고 멋진 검은 부츠를 신은, 키카 크고 뚱뚱하고 늘 행복한 남자의 산타는 코카콜라의 광고 이후로 굳혀진 산타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 광고 이전 산타의 모습은 다양했었다고 한다. 산타의 옷과 코카콜라 상표의 빨간색은 같은 색깔이다. 코카콜라 회사는 그 색깔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그 뿐아니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축제의 한복판에서 코카콜라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자유와 승리에 환호하던 순간 모두가 들고 마시던 코카콜라는 자유와 미국적 이상들과 연결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코카콜라는 왜 산타클로스를 광고모델로 썼을까?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 자본과 미디어에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각하고 살았지만 말이다. 한편으론 재밌기도 한편으론 내가 하는 선택은 세뇌에 의한 선택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두 번째는 7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에서 제시된 딜레마 상황이다. 이제 막 출산한 아이가 산소결핍으로 두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으로 남아있게 될 거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이 아이에게 달린 인공호흡기를 떼면 아이는 사망할 것이라며, 이 모든 사실을 말한 의사는 그 어떤 제안도 하지 않고 부모가 선택하기를 기다린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아이에게 하는 부모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택인 셈이다. 나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이것이 꿈이기만을 기도하며... 위 상황은 미국의 의사의 태도이고 오롯이 선택권은 그 부모에게 있었으며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을 선택한다. 그 후. 그들은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자신이 마치 사행집행에 가담한 것 같은 고통을 느꼈고 의료진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고문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결정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프랑스 부부들도 동일한 선택을 했으나 그 후의 삶은 미국인 부부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들은 결과가 불가피했다고 믿었으며 후회에 덜 집중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프랑스 의사들은 자신들이 먼저 결정을 내린 후 부모와 그 결정을 상의했다.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태도가 엄청난 차이를 낳은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를 받았으나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프랑스 부모)이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미국 부모)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표현했다. 자신이 결과를 가져온 주체라는 지각, 아이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장본인이라는 지각에 많이 좌우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만족하기도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선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선택은 그것이 삶을 바꾸는 중대사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불안감과 후회를 안겨줄 잠재력을 가진다고. 우리는 절대 선택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으며 바로 거기에 선택의 힘과 신비, 그리고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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