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키 창비아동문고 332
전수경 지음, 우주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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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전에 애애앵~ 하는 소리가 들리면 자동 반사로 손을 휘젓거나 두 손바닥을 맞부딪쳐 잡는 시늉을 한다. 손아귀가 텅빈 걸 확인하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충제를 찾아 뿌리곤 했다. 모기만큼 잡아 죽여 마땅하다 여기는 생명이 있을까? 이러한 인간중심적 관점을 흔드는 동화가 출간되었다. 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대상 수상작인 전수경 작가의 <무스키>.


모기에 물리면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스키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 수호는 친구들과 감정 교류를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어느날 수호가 은빛 날개를 가진 모기에 물린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알레르기 증상은 없었고 오히려 후각이 예민해졌다. 그 모기는 뎅기열을 일으키는 흰줄숲모기인 줄 알았는데 아카라는 외계 행성에서 온 무스키였다. 수호는 무스키와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해결하게 된다.


SF적 상상력을 모기와 연결한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배경지식과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모기가 해충이지만 생태 안에서는 그 어떤 곤충도 해충일 수 없다는 사례들과 시드볼트, 모기의 종류, 이동식 모기 측정기 등의 정보도 알려준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것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편협한 태도인지를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상대를 외면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면 멋모르고 동참한다. 자신의 잣대에 어긋나면 서슴없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대상(사람 포함)의 단면을 보고 섣부르게 단정 짓고 평가하기보다 찬찬히 다각도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절실하다.


<무스키>를 읽은 어른들이 먼저 반성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눠보자. 수호가 무스키와 소통하면서 친구들과 소통을 잘 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듯 어린이 독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곤충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면 모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도 생길 것이 분명하다.


p.120

무스키는 인간이 생태계에서 가장 교만하고 독선적이라 했다. 작은 생명체들을 함부로 죽이고 다른 동물들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p.164

징그럽고 귀찮고, 때로 인간에게 유해한 동물을 마주할 때가 있다. 비 온 뒤 거리에서 만나는 지렁이, 교실 구석에 사는 공벌레, 공터에 자주 등장하는 송충이, 아빠 차에 똥을 누는 비둘기, 학원 건물들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쥐 등이다. 그들을 보면 소리 지르며 피하면서도 한 가지는 기억하려고 한다. 모든 생명은 생태계라는 큰 우주 안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가 있으며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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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미학 일기 - 미학생활자가 바라본 미술, 음악, 영화
편린 지음 / 미술문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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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서평이 아니라고 말해야겠다. 컬처블룸 카페에서 서평단 자격으로 <조각조각 미학일기>를 받아 읽었지만 감히 책을 평한다는 서평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글이 되지 못함을 미리 고백하고 시작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집안 일을 하고 sns를 둘러보며 잠시 쉬다 보면 종이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 속독을 하게 되고 허겁지겁 마감일에 맞춰 서평을 써냈다. 그런데 이번 책 <조각조각 미학일기>는 빠르게 읽을 수 없었고 급하게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서평 마감일은 다가왔다. 이 책을 일독만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그 짓을 하고 있어서 낯부끄럽고 저자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다.


나는 예술 관련 서적들을 읽어왔고 미술관을 다니며 보는 눈을 키우려고 노력했으며 영화를 보면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쪼개지 않은 둥그런 수박의 겉만 핥아놓고 그 속의 색과 속살의 질감, 냄새까지 다 아는 것처럼 말해왔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선 쓰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잘 아는 내 일상과 감정이 들어있는 글은 일기인데 그것은 또 공개하기 싫다. 서평단 자격으로 쓰는 글에 내 얘기를 넣는 게 주저되므로 결국 일반론적이거나 교훈적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이런 습관이 굳어져버린 것 같아 요즘 쓰는 글이 점점 성에 차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니 더욱 확실해졌다. 잘 모르는 소리는 제발 하지 말자! 그동안 영화를, 미술을, 음악을 이렇게 철학자와 그의 사상으로 연결한 글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각조각 미학일기>는 차원이 달랐다. 공부하듯이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는 미학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암호, 단서, 편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사용해 미술 작품, 영화를 9편 소개하고 그 안에서 종횡무진 철학의 세계를 내달렸다. 그 길을 따라가려니 버거웠다. 그가 소개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저서의 제목 정도는 알아도 책을 읽어본 적은 없으므로 철학이론을 설명할 때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저자는 편린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으며 서울대에서 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있다. 저자 소개에 단상을 짧게 메모한 촌평들을 오리고 붙이고 꿰매서 글을 쓰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구한다고 했는데 이 책의 각 꼭지보다는 짧은 글을 쓸 때 해당하는 것일까?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각 작품과 연결한 철학자들과 그 이론은 단상을 오리고 붙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책 속 작품들의 제목과 철학자 이름만 봤을 때는 대부분 아는 것이었다. 아니, 이 말은 틀렸다.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지 결코 안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을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아는 게 아니니까.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해서 내가 다 이해했다 할 수 없으므로 평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아홉 꼭지 전체를 요약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헤어질 결심>과 알랭 바디우를 연결한 꼭지 완전히 붕괴된 시간을 읽은 소감만 써보려고 한다.


저자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압도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예술은 어떻게 우리를 압도하는가, 사랑은 어떻게 우리를 압도하는가였다.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을 가져와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태의 이름과 어부가 알고 있는 명태의 이름, 즉 종류의 차이를 말한 후 무한한 명태의 세계를 우리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것, 지극히 일부만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여기에서 바디우의 존재의 고유명은 공백이라는 말은 무한한 명태는 너무도 많아서 파악될 수 없는 자리, 아무리 베테랑 어부라도 절대로 다가볼 수 없는 자리, 그래서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무한한 지평에 위치하며 그곳을 바디우는 공백이라 부른다. 바디우는 지식이 진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진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리너구리의 발견이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이해, 우리가 확보한 진리의 지평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바디우를 따라 진리가 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 진리를 만든다고 했다. 바디우가 사건에 의해 진리가 생산되는 시퀀스에는 예술, 과학, 정치, 그리고 사랑, 이 네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랑을 진리 생산의 절차로 포함시킨 것을 인용했다.


사랑은 사건의 좋은 예입니다. 내가 사무실의 동료를, 또는 다른 누군가를 소개받습니다. 그것은 거의 가장 작은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즉시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또한 그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역에는 많은 편차들이 있습니다. 사랑의 만남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중요한 사건들은 비둘기의 걸음으로도래한다는 니체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거의 아무것도 아니지만, 엄청난 역사의 기원점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붕괴=사랑이라는 생각이 이 영화의 근본적 메시지라고 하며 이것이 다른 통속적인 사랑 영화와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호도되고 왜곡된 사랑의 모습(사랑이란 불완전한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 서로를 완전하게 만든다)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과 바디우는, ‘사랑은 붕괴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나도 공감했으며 존중을 설명할 때는 존중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강의에서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존중한다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었을 때 심하게 고개 끄덕였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상대를 존중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는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존중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수용하는 태도로 간주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생긴 저항감을 사랑의 힘으로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존중이 아니라 심각한 태도로 마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상대와 자신의 차이를 내 안에서 소멸시키거나 그 차이가 어떤 문제도 되지 않는 양 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주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주체는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진리를 생산한다. 기존에는 사건이 입각하고 있는 진리는 주체가 생산한 것이고, 진리에 입각하여 사건을 만드는 것 역시 주체(주체진리사건)라고 보았으나 바디우는 사건진리주체의 순서로 뒤집었다. 사건이 진리를 생산하고 모종의 진리가 생산되는 과정의 일꾼으로서 참여하는 주체가 있다고 했다. 인간은 날 때부터 주체였던 것이 아니라 몸을 던지는 순간에만 주체가 된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확신, 어딘가로 몸을 던지겠다는 결심으로 말이다.


그리하여 영화의 제목으로 연결해 보자면,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인 사랑이 주체 입장에서 본다면 곧 결심을 내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사랑에 빠질 결심을 내릴 때 주체가 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사랑할 결심이 아니라 헤어질 결심일까. 진정한 존중을 위해서는 저항감이 있어야 하고, 정치적 성숙을 위해서는 혁명적 사건이 있어야 하듯 하나를 창조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것에는 파괴와 상처라는 전제가 생략될 수 없다.


결국 아물게 될 상처, 나를 죽이지는 못하되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상처는 사실 상처가 아니다. 영원한 상처, 살 안쪽에 패인 상처, 나를 죽일 수 있는 상처, 그러니까 서래가 들어가 앉은 구덩이의 깊이만큼 패인 상처가 진정한 상처다. 우리는 그 상처의 깊이와 무늬로 인하여 우리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상처다. 또한 마침내 우리 자신이 된 그 상처는 사랑이라는 사건의 흔적이며, 사랑이라는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순간, 그 파괴의 현장에 우리 자신이 있다. 이 모든 사건과 진리는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또한 그래서 아름답다고 저자는 말하며 평생 이 진리를 옹호할 결심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 영화를 보고 제목이 왜 헤어질 결심일까 생각해봤지만 쉬이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알랭 바디우의 철학을 통과하여 저자가 파괴의 현장에 있는 우리, 사건과 진리라고 말한 사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미학을 공부하면서 아름다움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중이라고 했다. 그 구덩이의 끝에 모든 아름다움의 이유를 알려줄 최종적 근거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파헤치고 있다. 파헤쳐 나온 돌조각들을 가지고 노는 법을 미학이 가르쳐주었다고. 그의 이 말을 모두 알아들었다고 할 수 없고 철학을 모르는 내가 앞으로 만날 예술 작품과 철학을 서로 꿸 수도 없다. 그러니 이 책을 여러 번 꼭꼭 씹어 읽어야겠다는 결심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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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말 요리점 신나는 새싹 208
조시온 지음, 유지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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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북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 <부글부글 말 요리점>을 소개합니다. 표지를 보니 동음이의어인 이란 낱말을 적극 활용했군요. 말이 요리사인 것을 알 수 있는 한편 말(동물)이 말(언어)를 요리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목과 주인공 그림 외에 쓰인 글자들이 놀랍습니다. ‘네가 싫어!’라는 말이 뱅글뱅글 연속적으로 쓰여 있거든요. 감이 살짝 오지요? 안 좋은 말, 기분 나쁜 말을 하지 말자는 내용일 거라는걸요.


면지 다음에 나오는 첫 장을 열자마자 소원 동굴에 도착한 우리의 주인공 말 요리사가 부글부글 말 요리 비밀 요리법이라는 책을 발견하며 감격에 젖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비법책을 얻었으니 이제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겠지요? 그런데 차림표에 적힌 요리 이름이 영 수상쩍습니다




한 번 요리를 맛본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어버렸지 뭐예요. 어느 날 고양이 손님의 냉정한 평가를 들은 말 요리사는 전설의 요리책을 다시 꺼내 봅니다말요리사가 간과했던 책 뒷표지에 쓰인 주의 사항을 실수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든 차림표를 볼까요



처음과는 다르지요? 이번엔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나서 예쁘고 고운 말을 나눕니다. 말 요리사는 맛있는 말 요리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손님들이 맛있는 말 요리점 앞에 기대에 찬 표정으로 줄을 서있네요. 말 요리사의 귀를 번쩍!하게 했던 고양이 손님도 있군요. 이번에 고양이는 맛있는 말 요리를 맛볼 수 있을까요? 독자도 기대에 부풉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페이지마다 할 말이 너무나 많을 것 같습니다. 첫 차림표에 나오는 요리들을 보고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어떤 요리일지 먼저 상상해보고, 손님들이 받은 말 요리를 보며 자신이 했던 말은 아닌지, 아니면 들었던 말이 있는지, 그 때 기분이 어땠는지, 반대로 말해본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등등 이야기 나누다보면 다음 차림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날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째 차림표를 보며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말 요리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그 말이 지금 아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일 수 있습니다. 혹시 그 차림표에 없다면 직접 말 요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레시피를 만들어 보는거죠. 말 요리의 이름을 짓고 재료를 선택하고 그것이 요리되면 어떤 말이 나올까요? 이것이 평소 듣고 싶었던 말이겠지요. 이렇게 아이와 책을 읽고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서로 듣고 싶었던 말을 예쁘게 해주자고 약속하면 뿌듯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와 책을 읽은 어른은 말 요리가 나올 때마다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자기 입에서 나오던 말들이라서요. 아이에게 지극히 교훈적인 독후활동으로 마무리했다면 더욱 뜨끔할 수도 있어요. 자신이 그간 상대에게 내질렀던 습관적인 말이 머릿 속을 휘젓는데 앞으로 기분 좋은 고운 말을 하자고 했던 약속을 과연 스스로 지킬 수 있을지... 이런 책일수록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읽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모여, 독서모임이 있다면 함께 읽은 후 앞으로 자신이 꼭 고쳐 말하고 싶은 것을 타인 앞에서 다짐해야 합니다. 금연과 금주를 주위에 알려야 지키기 쉽다고 하듯이요.


우리는 물리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이 더 심각하다고 여깁니다. 몸에 남은 흉터는 없어져도 마음에는 상흔이 새겨져 있다고 하잖아요. 이제라도 곱게 말해볼까요? 이미 남긴 상처를 없앨 순 없지만 그 위에 호호 온기를 불어넣어주면 따숩게 데워질테니까요.


, 마지막 페이지에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질 것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소원 동굴에 도착한 사자 요리사가 비밀 요리법 책을 득템하게 되거든요. 사자는 어떤 요리를 하게 될지 아이에게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해보자고 해볼까요? 밤샐지도 모르겠는걸요. , 2권이 나오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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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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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는 세태가 반영된다. 입양, 재혼, 혼혈 가정 등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다양한 형태가 동화에서도 묘사된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레 서술되는데 학원이나 왕따문제는 일상적으로 등장해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소재로 자주 다뤄지고 있다. 유치원생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이며 스마트폰은 전국민의 필수품이다. 기기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 자연스레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 가상의 세계는 현실보다 훨씬 자극적이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 안 된다며 사용을 자제하려는 어른들은 어떤가? 더 심각한 중독 상태인 경우가 더 많다. 어디 스마트폰 중독뿐일까.


박하익 작가는 동화 <도끼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에 이어 2탄 격에 해당하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통해 각종 중독 상태에 빠진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은 동화이지만 어른도 푹 빠져들어 읽게 만든다. 흐름이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은 만족감을 높인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중독 상태는 대부분의 어른 독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게임에 빠져있던 주인공 수범이가 도깨비폰을 개통하면서 도깨비 세상을 넘나들며 게임도 노래도 잘 하게 되어 신나는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의 몸에 붙은 벌레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현재 빠져있는 어떤 대상이다. 엄마는 택배상자벌레, 아빠는 담배벌레와 술벌레, 할머니는 심술보벌레 등. 학교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 벌레들을 없애기 위한 수범이의 분투가 시작되고 그것을 통해 현실에서 친구들과 직접 부대끼고 협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p.167


벌레들은 사람들의 시간과 기운을 훔치고 있었다. 마음이 지치거나 아픈 사람일수록 벌레가 안겨 주는 손쉬운 기쁨과 행복을 얻기 위해 기력을 낭비했다. 이제 수범이는 벌레들을 제대로 길들이지 못하면 소중한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시간을 잃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때도 있지만 기력만 낭비하고 남는 것 없이 오히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독은 현실 속 인간관계를 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위 문장처럼 수범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도 자기 옆에 있는 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의 소재는 스마트폰 중독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데 도깨비와 민요를 십분 활용했다.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도깨비 관련 정보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아이돌의 노래에 익숙한 아이들이 동화에서라도 민요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같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 주인공이 부른 여러 민요들을 찾아서 들려주면 좋겠다. 또 책 속의 상황에서 토론 거리로 삼을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지우와 수범이가 물건을 훔치는 예솔이의 행동을 감싸준 것이나 도깨비폰을 해지할 것인지 말것인지 등등으로. 아이 어른 모두 재미있게 읽고 할 말도 많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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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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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고등학교 교사 강지나씨가 10년간 만난 청소년 8명의 기록이다. 그들의 조부모대부터 가난했고 부모들은 무책임하고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난의 굴레에서 삶은 힘겨웠다. 저자는 주로 복지센터나 기관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2~3년에 한번씩 만나 그들을 인터뷰했고 그것을 이번에 돌베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소설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은유 작가나 최현숙 작가의 르포를 통해서는 더욱 생생한 인물들을 만나는데 소설보다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 애잔함을 느낀다. 돌베개에서 낸 이번 책도 생애구술사와 비슷할 것 같아서 이벤트에 신청해서 받아 읽게 되었고 저자의 북토크에도 참여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구성이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앞쪽에 배치하고 뒷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우리의 인식과 사회가 그들을 돌보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고 희망적 제언까지 했다. 내가 어떤 문제를 대할 때마다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기에 뒷이야기꼭지에 크게 공감했다. 문제만 늘어놓고 해결방안이 너무 이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면 답답함만 차오를 뿐이다. 그래서 어쩌겠단 말인가. 그런데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았다.


정상가족에 대한 신화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공고해졌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배우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온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도 정상가족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엔 늘 가난에 볼모잡히고 그러므로 더욱 돈에 집착한다. 그렇게 자라서 정상적인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가난한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은 불행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편견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8명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했는지 모른다.


지난날의 상흔이 바람처럼 현재의 삶을 흔들기도 하지만 굳건하게 제 자리에 뿌리내려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 더욱 무성해질 푸르른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 좋은 소리로 나부끼리라 예상해본다.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이 있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뒷이야기는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아주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성찰하는 힘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긴다.



p.97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 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체계는 청소년에게 이 성찰하는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교육과정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어서 시간 내에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점수를 받아야 성공하는 교육체계를 공정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빈곤을 극복한 청년들은 이런 교육체계 안에서 성찰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냈다. 성찰하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시각과 신념을 구축했다. 이 빈곤 청소년들은 학업성취가 낮고 당장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단단한 핵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생존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면서 성찰하는 힘을 길러왔을 것이다.



p.99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빈곤 정책을 고민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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