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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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샘터 8월호의 표지는 키큰 소나무와 연꽃잎이 초록의 절정을 뽐내는 연못의 정자가 있는 사진이다. 표지를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짙푸른 초록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을듯 하다.

이번 8월호에서 소개된 두 인물이 인상깊었다.

"이 여자가 사는 법"에 통역사 안현모씨와 "이 달에 만난 사람"에 가수 김혁건씨다.

 

통역사라하면 영어를 한국어로 잘 번역하는 것만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안현모씨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아니었다. 인터뷰이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내용은 물론 의도까지 파악해 제대로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며칠씩 자료조사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인터뷰이의 메시지를 왜곡없이 전달하기 위해 단어선택도 세심하게 하려고 주의를 기울인다고. 그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진행중이다. 올바른 소통법을 공부하고자 서울대 언어학과를, 대중에게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자 SBS방송기자를 거쳐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원활한 소통을 이끌고자 선택한 통역사까지. 자신이 꿈꾸던 소통을 위해 쉬지않고 자신을 담금질하는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다.

 

 

 김혁건이라는 사람이 가수였는지는 위 기사를 읽고서야 알았다. 2001년 엠넷 뮤직페스티벌에서 락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경추손상에 의한 전신마비가 오고 말았다. 그 때가 2012년. 2년이 넘는 재활과 줄기세포 치료후에도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활동지원사없이는 생활이 힘들다. 그런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횡경막 마비군과 비마비군을 통한 복식호흡과 발성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래는 서울대 로봇융합센터 방영봉교수팀의 도움으로, 논문은 부친의 도움으로 이루어 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일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김혁건씨가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주위의 도움이 있더라도 자신이 삶의 끈을 놓아버리면 소용없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그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호 "마을로 가는 길"은 반갑고 놀라운 기사였다. 부산 해운대바다 옆의 청사포에 고양이 마을이 있다는 소개를 읽고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실감했다. 고양이마을 하면, 일본의 아오시마섬과 대만의 허우퉁 마을만 알았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몰랐다. 유명한 두 곳보다는 고양이 수가 적긴 하지만 고양이 마을로 만들기 위해 동네사람들이 노력으로 이제 제법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마을소개 기사는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공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외면받고 볼품없던 공간도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면 환골탈태하게되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 그 마법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와 "행복일기"의 샘터작가상 수상작도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일을 겪더라도 꿋꿋이 견뎌내는 것이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가족간의 사랑이었다. 역시 그것이다!! 두 사연 속 주인공이 힘든 시기 다 이겨내고 이제는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여름에 읽는 샘터 8월호에서 온기가 느껴지지만 기분좋은 따스함이라 덥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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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 - 미얀마 여행 에세이
박원진 지음 / 오르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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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그저 동남아시아쪽 어디에 있는 나라겠거니, 아니면 라오스와 함께 오지 여행지 정도가 미얀마에 대한 배경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오르골출판사 포스트에서 소개한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이벤트에 신청했고, 고맙게도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라는 책을 받았다. 이 책을 쓴 작가 박원진씨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뜻한대로 풀리지 않았고 카메라를 들고 훌쩍 미얀마로 떠나게 되었다. 영화적인 감각이 있어서겠지만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수준급이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쭙잖게 평가를 한다는게 가당찮지만 그래도 잘 찍은 건 알아본다!^^

역시 책을 읽어보니 여행 중 하루 평균 천 장 이상씩은 찍었다고 한다. 3천장 이상 찍었는데도 썩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 속상한 날도 있었다니, 순간 이건 여행이 아니라 노가다인가??싶기도 했다. 그동안 여행 에세이를 여러 종류로 읽어보았다. 그림과 에세이, 사진과 에세이, 그냥 텍스트만으로 승부하는 여행에세이 등등. 그리고 유명 작가나 사진가의 에세이도 읽어보았는데 이번 박원진씨의 책은 진솔하고 따뜻해서 좋았다.

우선 미얀마의 풍경과 사람을 감상해보자.

 

 

 

고르고 고른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인레호수와 인도지 호수는 우리나라 풍광에선 느낄 수 없는 신비로움이 있다. 글에서도 밝혔듯 미얀마 사람들의 미소는 정말 순수하고 자연스러웠다. 사진만 봐도 힐링된다. "힐링된다"는 말 나는 여간해서 글에 잘 쓰지 않는데 이번엔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사진이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처음엔 일기형식으로 썼던 글들을 출간전 어떤 이에게서 받은 편지에 영감을 얻어 편지 형식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친구에게 말하듯 쓴 편지는 독자에게 한결 친근감을 준다. 읽는 이가 마치 편지 수신인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남성인데도 문체가 조용조용하여 읽기에 편안함을 주었다. 천성호 작가의 문체와 비슷했다.

예를 들면, 천천히 걷다 노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며 자신이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실패한 꿈에 매달려 있는 자신도 현재 여행중인 자신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노을을 보며 앉아 있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나와 내 마음이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주 잠깐이라도 말이야."

 

종종 내가 생각하는 '나'와 현실의 '나'는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그 둘이 시공간이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이다. 과거의 실수나 아니면 영광을 떠올리며 현재의 시름을 잊기도 하고, 지질한 현실을 잠시 잊고자 산 로또 덕분에 장미빛 미래를 설계해보기도 한다. 너무 극적인 예만 들었지만,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온전히 놓아둔 적이 있었던가. 그래서 여행이란 그런 순간을 누리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물론 패키지 여행에서는 힘들겠지만...

작가는 여행도중 악몽을 자주 꿨다. 악몽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옥수수밭 한가운데 눈을 감고 누워 천국이 이런 곳일거라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 옥수수밭에서 느꼈던 바람을 마음 속에 두고, 자신의 꿈 속에 등장하는 우물의 상징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내 악몽은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리는 물 바구니일지도 몰라. 그렇게 계속 꺼내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작가가 꺼내서 확인한 그것이 무엇일지 독자는 가늠하기 어렵다. 허나 그가 이 여행에서,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자신이 확인하려 했던 것을 찾았길 바란다. 아마도 세가지 소원이 그것이 아닐지 짐작해 본다.

이 여행에세이는 미얀마에 대한 여행정보를주는 가이드북은 아니다. 여행한 곳과 사진은 미얀마이지만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독자도 차분한 작가의 어조를 따라 담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내면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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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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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테마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새벽의 방문자들>은 여섯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이다. 그 작가와 제목은 다음과 같다.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 하유지의 룰루와 랄라”, 정지향의 베이비 그루피”, 박민정의 예의 바른 악당”, 김현의 유미의 기분”, 김현진의 누구세요?”이다.

 

이 책은 타이틀을 페미니즘 테마소설이라고 달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남성 독자들이 볼 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부터 격세지감이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일어난 큰 변화는 미투 운동이란 단어로 대표된다. 이러한 이름으로 네이밍된 사회의 변화는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나, 내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부정적인 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지, 어디 지 잘못을 당당하게 드러내나?”

무서워서 이젠 여자에게 이쁘다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세상이 됐네.”

여권 차암 많이 신장됐다.”

같은 비아냥거림들이 많았다.

 

어쩜 당신 주위엔 남성우월주의자들만 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일수록 미디어에 회자되는 긍정적 변화보다는 항간에 떠도는 말들이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당신도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소재로 사용된 사례들이 내게는 없었던가? 유사한 상황을 겪으며 어땠는지 회상해보게 되었다.

 

먼저 베이비 그루피유미의 기분에서처럼 고등학교 시절 남선생들의 무례한 행동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금은 감히 내뱉기 어려운 모멸감을 주는 언어적 표현은 일상다반사였다. 그것은 폭력적이기도 했고 색드립에 가깝기도 했다. 슬그머니 접촉하는 행위는 지금으로 보자면 추행이었다. 그런 시절을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왔다. 그런 짓거리들은 무례함을 넘어 여성, 어린 여자를 깔보는 비인간적인 언행이었다. 물론 모든 남교사들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두 편의 소설을 읽으며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친했던 내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했던 남선생에게 당했던 성폭행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내게 고백했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어라 응대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가 있는 틈을 타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그런 짓을 했다고 했다. 친구가 그의 행동은 사랑도 뭣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못된 짓이었다는 것을 어슴프레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고, 경찰에 알리려는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다. 여성이 이런 식으로 남성에게 당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예상조차 힘들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룰루와 랄라의 남편과 누구세요?”의 남자친구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얼마나 빡씬지(‘빡씨다는 이 단어만이 그 험난함의 최고급 표현이라 생각됨) 전혀 모르는 인간들이다. 남편과 남친의 대표격으로 대변되는 그들은 몹시 이기적이다. “룰루와 랄라의 남편은 일견 대화도 통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아니다. 대화를 이어가다 더 이상 말하기 귀찮아지면 , , 쓸데없는 디테일 물고 늘어지네. 싸우자고 덤비지 좀 말고, ! 넌 밖에선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그러더라.”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 대화의 앞부분에 남편이 아내에게 회사 당장 관두라고 말할 때부터 감정이 상했던 거였다. 그 대답에 아내가, “관두고 뭐하냐? 너 바나나나 잘라주면서 사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내로부터 사소한 배려? 아니 대접을 받아오던 것을 비꼰다고 여겼던 것이다. “누구세요?”의 남친은 더 가관이다. 세상 약삭빠르고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의 대명사이다. 이런 인간들은 특히 여자에게 더 그렇다!

 

나도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해오면서 저 소설들과 유사한 상황과 대화가 없지 않았다. 동일 상황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온도차는 몹시도 크고 대처법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견뎌낸 나의 방식은 체념이었다. 그리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길게 말한다고 가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배우자에게 내 감정을 동의받으려는 시도는 포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싸우지 않게 되었는데 이는 겉으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남편 스스로 자신은 200점짜리라 여기는 황당한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오래 살다보니 말이 좀 많은 다른 여성들과의 대화가 거북스럽고 그런 이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게 되는 단점 또한 있다. 그나마 결과론적으로 장점이 있다면 읽고 쓰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결혼 초에는 육아에 몰두했고, 나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이나 이상형을 찾기 위해 10여 년 간은 읽기만 했고, 작년부터는 매일 글쓰기를 시작해서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어디에 가닿을지 알 수는 없지만 넘치는 언어와 감정의 배설을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를 택한 것이다. 어쩌다보니 이 소설집 리뷰가 내 인생에 남자라고는 한 명 뿐인 사람과의 생활 톺아보기가 되어버렸다.

 

서두에도 밝혔듯 이 소설집을 남성들이 많이 읽지 않을 것이 걱정이긴 하지만, 여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남성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동성 친구들간에 시시덕거리며 소비되는 이야기로, 혹은 인터넷의 신빙성 없고 자극적이기만 한 글들로, 유튜브의 검증되지 않은 가짜 정보들로 여성 일반에 대한 인식을 쌓는 것을 피하길 바란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카페의 집회에 직접 가보고 그들이 주장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알려고 노력하는 남성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신문이나 방송 기사로 접하는 것들을 믿게 되는데 그것들도 팩트만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소설이 현실반영률이 높다. 이 소설집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우리 사회로부터 어떤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좀 더 알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극단으로 치닫는 남녀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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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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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1~3>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긴 응답이라할 수 있다.

 

1권에서 언론의 대표로 주간지 기자 '장우진'을, 입법부 대표로 국회의원 '윤현기', 재계 대표로 성화그룹을 삼각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에 더해 최민혜 변호사, 황원준 검사등 사법부 인물들도 포진시켜서 현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1권의 주된 스토리는 성화그룹의 사위 김태범이 비자금을 폭로하려다가 실패로 끝나는데, 내부고발의 동기가 사욕에서 출발했을때에 필연적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2권에서는 김태범과 성화그룹의 장녀 안서림과의 이혼소송이 주 내용이고 법조계의 뿌리깊은 악습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도 한 축이다. 김태범과 안서림의 관계는 삼성의 장녀 이부진과 사위 임우재와의 이혼소송을 연상하면 된다. 책 속에서는 김태범이 성화그룹의 아들 둘을 대신하여 감옥까지 갔다왔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커녕 자녀 친권까지 뺏으려는 성화그룹에 어떻게든 맞서보려고 몸부림쳐도 돈과 법에 있어 자신의 미약함에 몸서리친다. 그러나 그의 소문난 실력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BP그룹이라는 또다른 재벌의 비자금 관리의 총책을 맡게 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매수해서 뒷돈을 빼돌리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이부진과 임우재의 이혼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책내용처럼 임우재가 한 재산분할신청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고, 친권부분도 임우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3권에서는 장우진을 다리삼아 최민혜 변호사와 황원준 검사가 결혼결심까지 하게 된다.둘의 연애과정이 장문의 손편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어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듯 하다. 반응을 가상으로 떠올려보자면,

 

"현재 시점의 소설인데 이렇게 올드한 방식의 연애를 하다니! 두 남녀의 나이도 30대후반밖에 안 되는데? 편지 내용을 읽는 독자의 오글거리는 손은 어쩌라고?"

"오랜만에 남의 연애편지 읽으니 옛날 생각나네. 휴대폰이 없었을 땐 다들 저렇게 연서로 마음을 전했지..."

"작가님 시대에나 했을 법한데? 이건 일종의 마음으로 하는 데이트인가? 작가님 연애편지 내용인 듯.ㅋㅋ"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살리고 싶어서 넣은 내용 같은데,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엔 무리수가...ㅠ"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에 가깝다. 뒤틀린 얼굴을 갖게 된 한국 현대사를 부문별로 핵심 요약하여 독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사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자신의 지식을 죽 한 번 정리해보는 기회가 될것이고, 무관심했던 독자라면 알짜배기 강의 세 편을 텍스트로 읽게 되는 경험일 것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은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될 일이다. 굳이 비용지불하여 두께감 있는 책을 손에 쥘 독자가 얼마나 될 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러나 유튜브 검색은 맞춤한 키워드가 아니라면 원하는 정보에 단번에 도달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텍스트지만 알토란 같은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다.

 

 

3권의 마지막에 장우진이 인터뷰하는 '이태복'이라는 인물은 실존하는 사람이다. 2007년부터 우리나라의 5대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 했고 복지부장관도 지냈다. 5대거품빼기 품목은 기름 값, 카드 수수로, 통신비, 약값, 은행금리인데 이것들의 거품을 줄이면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인데 어떠한가? 10여년전에 제안된 내용을 아는 이도 드물고 저 다섯 가지는 현재도 서민들의 생활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줄어들지는 않았다. 책 인터뷰 내용은 주로 국민석유에 대한 내용이다. 독과점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정유사에 맞서 저렴하게 석유를 공급받도록 하고자 진행했던 공모주 사업이 거대한 암초에 부서지는 목선같았다. 물론 이것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며 이런 일어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3권 마지막에 장우진 기자가 제안하는 '너나"사모'(너와 나 나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개혁에 앞장서자는 것도 낙관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촛불혁명의 당사자로서의 뿌듯함이라는 불씨를 살리자는 의도같은데 그것 못지않은 피로도가 불씨를 다시 타오르기 힘들게하는 눅눅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우진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가 주창하는 시민단체 확산운동을 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 안읽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현 상황에서 책으로 하는 저런 주장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작가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들불처럼 일어나리란 기대보다는 지식인으로 작가로의 소명의식으로 집필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작가의 말이 구구절절 맞고 고개 끄덕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책을 읽은 독자가 아무런 행동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작가는 시민단체 결성을 위해 콘서트를 제안했다. 영향력있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단돈 2천원에 볼 수 있도록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방탄소년단'을 떠올렸다. 그들의 팬클럽 '아미'가 14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팬으로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하는 일들이 파워풀하다. 작년에는 SNS에 그들이 언급한 책 세 권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BTS가 시민단체 결성에 앞장서는 것은 무리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한다면 그 파급력은 크리라고 본다. 한국현대사의 고질병들을 깨부수기에 현실적으로 우리의 결속력이 너무 딸린다는 생각에 잠시 꾼 백일몽이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인용된 톨스토이의 "국가는 폭력이다."나, 스푸너의 "국가는 강도다."라는 문장은 작가의 첫 질문에 대한 응답은 아닐 것이다. 잘못 시작된 부조리하고 부당한 시스템들을 만든 것이 사람이듯, 작가는 시민의 힘으로 바꾸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잘못된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 안의 힘을 다시 끌어내어 분출시켜야 하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 의거,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 작가의 절절한 물음에 대한 독자의 응답으로!

 

"국민이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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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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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고양이 키우는 에세이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는 가장 편안하고 따뜻했다. 아마 작가의 심정이 문장에 고대로 반영되어서 그런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 집도 지난 달에 토르가 와서 이제 어엿한 다묘 가정이 되었다!(꼭 자랑할 일만은 아녀도 뿌듯하긴 하다~^^) 작가네 집에는 고양이가 다섯마리다.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 네마리와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 한마리, 결혼하면서 사람 둘, 고양이 다섯의 대가족이 된 것이다.

 

 작가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 하나 둘 정도는 낳고, 그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한편 아파트 평수 늘여서 이사도 가야하고, 여유가 되면 해외여행도 가면서..."

그런데 작가는 조금 다르게 사는데 일반적이라 불리는(누가 정해놓은 것인진 몰라도ㅠ) 삶을 과감하게 거부? 했다기보다,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님 입방아를 찧고 싶어서 인지는 몰라도 자꾸 물어본다.

기혼여성에겐 응당하는 질문, 애가 없으면 언제 낳을건지? 안 낳을거라하면 왜 그러냐? 누가 문제냐? 고양이 키운다하면 고양이가 자식이냐? 그럴순 없다며 훈계까지!! 작가의 경우 공무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일상에 경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좋은 공무원을 왜 관두냐? 그렇게 사는게 뭐가 좋냐는 자신의 잣대로 남의 삶을 맘대로 평가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고 모두 이상하답니다.

그러니 각자의 자연스러운 삶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조용하면서도 따끔한 멕임인가??ㅎㅎ

작가는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고양이 이야기로 밤새 얘기할 수 있다.

↓ 아래는 그 꼭지에 해당하는 그림~


 

작가는 고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남펀과 결혼하게 되었다 하고 남편과의 몇몇 에피소드들도 나오지만 책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느껴졌다.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고양이라는 동일 코드도 한몫했겠지만 둘의 성정이 비슷해서 맞았을거라고 생각된다. 조용조용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다 아무렇지 않은듯 아내의 엄지발가락이 귀엽다고 말하는 남편, 한 손으로는 밤을 숟가락으로 퍼먹기 힘든 남편에게 엄마처럼 삶은 밤을 까주는 아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잠이 덜 깬 고양이의 귓가에,


"오늘 아침 공기가 너의 눈동자처럼 맑아."

 

 

라고 속삭이고픈 작가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에서 친구들이 겨울양식을 모으는 사이, 프레드릭은 이야기들을 모아 추운 겨울 양식이 다 떨어졌을 때, 그가 모아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들이 시인이라며 감탄한 것을 인용하며 작가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 사소해 보이는 일에, 지나가다 만나는 모든 동물들을 보면서, 경탄하는 작가도 충분히 프레드릭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수줍게 다음 아니면 다다음 책에서 이렇게 쓸 것 같다.


"저도 시인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일곱가족 모두 건강하게 매일 깨볶고 햄볶으며 살길~~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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