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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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1~3>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긴 응답이라할 수 있다.

 

1권에서 언론의 대표로 주간지 기자 '장우진'을, 입법부 대표로 국회의원 '윤현기', 재계 대표로 성화그룹을 삼각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에 더해 최민혜 변호사, 황원준 검사등 사법부 인물들도 포진시켜서 현 대한민국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1권의 주된 스토리는 성화그룹의 사위 김태범이 비자금을 폭로하려다가 실패로 끝나는데, 내부고발의 동기가 사욕에서 출발했을때에 필연적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2권에서는 김태범과 성화그룹의 장녀 안서림과의 이혼소송이 주 내용이고 법조계의 뿌리깊은 악습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도 한 축이다. 김태범과 안서림의 관계는 삼성의 장녀 이부진과 사위 임우재와의 이혼소송을 연상하면 된다. 책 속에서는 김태범이 성화그룹의 아들 둘을 대신하여 감옥까지 갔다왔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커녕 자녀 친권까지 뺏으려는 성화그룹에 어떻게든 맞서보려고 몸부림쳐도 돈과 법에 있어 자신의 미약함에 몸서리친다. 그러나 그의 소문난 실력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BP그룹이라는 또다른 재벌의 비자금 관리의 총책을 맡게 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매수해서 뒷돈을 빼돌리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이부진과 임우재의 이혼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책내용처럼 임우재가 한 재산분할신청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고, 친권부분도 임우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3권에서는 장우진을 다리삼아 최민혜 변호사와 황원준 검사가 결혼결심까지 하게 된다.둘의 연애과정이 장문의 손편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어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듯 하다. 반응을 가상으로 떠올려보자면,

 

"현재 시점의 소설인데 이렇게 올드한 방식의 연애를 하다니! 두 남녀의 나이도 30대후반밖에 안 되는데? 편지 내용을 읽는 독자의 오글거리는 손은 어쩌라고?"

"오랜만에 남의 연애편지 읽으니 옛날 생각나네. 휴대폰이 없었을 땐 다들 저렇게 연서로 마음을 전했지..."

"작가님 시대에나 했을 법한데? 이건 일종의 마음으로 하는 데이트인가? 작가님 연애편지 내용인 듯.ㅋㅋ"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살리고 싶어서 넣은 내용 같은데,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엔 무리수가...ㅠ"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에 가깝다. 뒤틀린 얼굴을 갖게 된 한국 현대사를 부문별로 핵심 요약하여 독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사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자신의 지식을 죽 한 번 정리해보는 기회가 될것이고, 무관심했던 독자라면 알짜배기 강의 세 편을 텍스트로 읽게 되는 경험일 것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은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될 일이다. 굳이 비용지불하여 두께감 있는 책을 손에 쥘 독자가 얼마나 될 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러나 유튜브 검색은 맞춤한 키워드가 아니라면 원하는 정보에 단번에 도달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텍스트지만 알토란 같은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다.

 

 

3권의 마지막에 장우진이 인터뷰하는 '이태복'이라는 인물은 실존하는 사람이다. 2007년부터 우리나라의 5대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 했고 복지부장관도 지냈다. 5대거품빼기 품목은 기름 값, 카드 수수로, 통신비, 약값, 은행금리인데 이것들의 거품을 줄이면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인데 어떠한가? 10여년전에 제안된 내용을 아는 이도 드물고 저 다섯 가지는 현재도 서민들의 생활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줄어들지는 않았다. 책 인터뷰 내용은 주로 국민석유에 대한 내용이다. 독과점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정유사에 맞서 저렴하게 석유를 공급받도록 하고자 진행했던 공모주 사업이 거대한 암초에 부서지는 목선같았다. 물론 이것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며 이런 일어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3권 마지막에 장우진 기자가 제안하는 '너나"사모'(너와 나 나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개혁에 앞장서자는 것도 낙관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촛불혁명의 당사자로서의 뿌듯함이라는 불씨를 살리자는 의도같은데 그것 못지않은 피로도가 불씨를 다시 타오르기 힘들게하는 눅눅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우진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가 주창하는 시민단체 확산운동을 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 안읽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현 상황에서 책으로 하는 저런 주장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작가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들불처럼 일어나리란 기대보다는 지식인으로 작가로의 소명의식으로 집필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작가의 말이 구구절절 맞고 고개 끄덕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책을 읽은 독자가 아무런 행동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작가는 시민단체 결성을 위해 콘서트를 제안했다. 영향력있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단돈 2천원에 볼 수 있도록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방탄소년단'을 떠올렸다. 그들의 팬클럽 '아미'가 14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팬으로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하는 일들이 파워풀하다. 작년에는 SNS에 그들이 언급한 책 세 권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BTS가 시민단체 결성에 앞장서는 것은 무리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한다면 그 파급력은 크리라고 본다. 한국현대사의 고질병들을 깨부수기에 현실적으로 우리의 결속력이 너무 딸린다는 생각에 잠시 꾼 백일몽이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인용된 톨스토이의 "국가는 폭력이다."나, 스푸너의 "국가는 강도다."라는 문장은 작가의 첫 질문에 대한 응답은 아닐 것이다. 잘못 시작된 부조리하고 부당한 시스템들을 만든 것이 사람이듯, 작가는 시민의 힘으로 바꾸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잘못된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 안의 힘을 다시 끌어내어 분출시켜야 하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에 의거,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 작가의 절절한 물음에 대한 독자의 응답으로!

 

"국민이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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