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 - 미얀마 여행 에세이
박원진 지음 / 오르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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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그저 동남아시아쪽 어디에 있는 나라겠거니, 아니면 라오스와 함께 오지 여행지 정도가 미얀마에 대한 배경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오르골출판사 포스트에서 소개한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이벤트에 신청했고, 고맙게도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라는 책을 받았다. 이 책을 쓴 작가 박원진씨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뜻한대로 풀리지 않았고 카메라를 들고 훌쩍 미얀마로 떠나게 되었다. 영화적인 감각이 있어서겠지만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수준급이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쭙잖게 평가를 한다는게 가당찮지만 그래도 잘 찍은 건 알아본다!^^

역시 책을 읽어보니 여행 중 하루 평균 천 장 이상씩은 찍었다고 한다. 3천장 이상 찍었는데도 썩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어 속상한 날도 있었다니, 순간 이건 여행이 아니라 노가다인가??싶기도 했다. 그동안 여행 에세이를 여러 종류로 읽어보았다. 그림과 에세이, 사진과 에세이, 그냥 텍스트만으로 승부하는 여행에세이 등등. 그리고 유명 작가나 사진가의 에세이도 읽어보았는데 이번 박원진씨의 책은 진솔하고 따뜻해서 좋았다.

우선 미얀마의 풍경과 사람을 감상해보자.

 

 

 

고르고 고른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인레호수와 인도지 호수는 우리나라 풍광에선 느낄 수 없는 신비로움이 있다. 글에서도 밝혔듯 미얀마 사람들의 미소는 정말 순수하고 자연스러웠다. 사진만 봐도 힐링된다. "힐링된다"는 말 나는 여간해서 글에 잘 쓰지 않는데 이번엔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사진이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처음엔 일기형식으로 썼던 글들을 출간전 어떤 이에게서 받은 편지에 영감을 얻어 편지 형식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친구에게 말하듯 쓴 편지는 독자에게 한결 친근감을 준다. 읽는 이가 마치 편지 수신인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남성인데도 문체가 조용조용하여 읽기에 편안함을 주었다. 천성호 작가의 문체와 비슷했다.

예를 들면, 천천히 걷다 노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며 자신이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실패한 꿈에 매달려 있는 자신도 현재 여행중인 자신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노을을 보며 앉아 있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나와 내 마음이 같은 시간 속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주 잠깐이라도 말이야."

 

종종 내가 생각하는 '나'와 현실의 '나'는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그 둘이 시공간이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이다. 과거의 실수나 아니면 영광을 떠올리며 현재의 시름을 잊기도 하고, 지질한 현실을 잠시 잊고자 산 로또 덕분에 장미빛 미래를 설계해보기도 한다. 너무 극적인 예만 들었지만,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온전히 놓아둔 적이 있었던가. 그래서 여행이란 그런 순간을 누리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물론 패키지 여행에서는 힘들겠지만...

작가는 여행도중 악몽을 자주 꿨다. 악몽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옥수수밭 한가운데 눈을 감고 누워 천국이 이런 곳일거라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 옥수수밭에서 느꼈던 바람을 마음 속에 두고, 자신의 꿈 속에 등장하는 우물의 상징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내 악몽은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리는 물 바구니일지도 몰라. 그렇게 계속 꺼내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작가가 꺼내서 확인한 그것이 무엇일지 독자는 가늠하기 어렵다. 허나 그가 이 여행에서,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자신이 확인하려 했던 것을 찾았길 바란다. 아마도 세가지 소원이 그것이 아닐지 짐작해 본다.

이 여행에세이는 미얀마에 대한 여행정보를주는 가이드북은 아니다. 여행한 곳과 사진은 미얀마이지만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독자도 차분한 작가의 어조를 따라 담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내면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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