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혁신'이라는 단어는 기업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때 주로 사용해왔고 다른 영역에서도 새롭다는 의미를 강조할 때는 당연하게 사용되었다.

기업 혁신, 기술 혁신, 혁신 도시까지...

그러다보니 이제는 이 낱말이 지니는 새로움의 색이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에서는 혁신을 넘어 방해하고 지장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디스럽터들을 다룬다. ‘디스럽트(disrupt)’라는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부정적 뜻보다는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변화를 이루어낸 기업들의 모음이다. 그저 고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뒤엎고 판을 새로 짜는 것을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 데이비드 로완은 세상 어딘가에 아주 흥미진진한, 개소리가 아닌 진짜 혁신이 존재해 성공적인 조직에 진정한 성과를 안겨준다고 추측했고 그들을 만난 결과물이 이 책이다. 데이비드 로완은 구글, 스포티파이, 샤오미, 트위터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혁신기업의 CEO들과 깊이 교류하며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영감을 주는 비즈니스 구루로 유명하다. 신비한 여행과 모험을 공유하는 의미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교류하는 비영리 단체 보이저스를 설립했으며 암스테르담, 두바이, 제네바, 모스크바, 상하이 등 많은 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하는 뛰어난 연설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체 14장이며 각 장에서 세계 유수 기업들의 혁신 사례와 과정, 인터뷰로 구성했고 마지막에는 ‘Action Point’코너를 두어 요약해주고 있다.

 

 

굳이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를 보고 끌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 책은 조직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읽는 것도 좋지만 기획이나 관리를 하는 조직의 장이나 기업의 임원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과감한 결단을 했을 때 판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페이스북 직원용 해드북에 적힌 문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죽일 존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책은 신사업을 구상하고,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혁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생생한 리포트가 되어줄 것이다. 보험회사가 보험업을 버리고, 세계인을 디지털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있고, 망해가던 항공사가 포인트 판매로 재기에 성공한다. 이처럼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당장 닥치는 일들 쳐내기 바쁘다면 교란은커녕 혁신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매너리즘적 사고의 전환을 도와주리라 본다.

 

임원도 조직의 일원도 아닌 그저 프로방콕러일 뿐인 내게 이 책은 쉽지 않았다. 팽팽 돌아가는 교란의 현장에 뚝 떨어지니 여긴 어디? 난 누구? 정도의 멘붕이었다. 거기다 소개하는 기업의 이름은 생판 처음 듣는 이름들 투성이였다. 에스토니아라는 나라 이름과 샤오미 정도를 제외하고... 읽으면서 이해가 바로바로 안 되는 이유가 뭐였을까? 내가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분야인 기업 활동에 대한 내용이고 전문용어도 자주 나오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각 챕터의 제목은 인상적으로 뽑은 반면 내용이 기승전결로 정리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그래도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책과 관련된 부분은 눈에 확 들어왔다. 핀란드의 OP라는 금융그룹의 헤이우드 힐이 만든 책과의 1이라는 구독서비스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1년간 고객의 독서 취향에 맞춰 선정한 영국 책들을 우아한 상자에 담아 4번 배달해준다. 주문 맞춤형 서재팀에서는 고객 가까이에서 이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아마존이 구매자들의 추천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이라면 이 구독서비스는 직원들이 매년 100~200권의 책을 읽고 매달 회의에서 특정 구독자의 취향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 책을 선별한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은 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나는 강령까지 써놨어요. 뭐냐면 우리는 새 책이든 옛 책이든 좋은 책을 전 세계 독자와 수집가에게 혁신적인 방식으로 판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창의적인 에너지를 이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이 서비스의 연간 이용금액은 950파운드(140만원)인데 하드커버를 원한다면 390파운드(60만원)를 더 내야한다. 아무리 개인 맞춤서비스라지만 1년에 4번 받는 서비스치고는 비싸 보인다. 지면 관계상 간략하게 소개되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다. 이런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는 책 한 권 값이 1만천원~2만원 선인데도 비싸서 도서관에서 빌려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제에 부합하는 문장을 소개하며 마친다.

 

"회사를 구하려면 회사를 부숴야 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하지요. 젊음을 걸고 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주력사업은 저절로 망가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하지만 세상은 엄청나게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스로 사업을 망가뜨리되 바로 지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그렇게 할 테니까요."  - p.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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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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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집콕하며~~ 도스토옙스키를 인생 첨으로 읽어볼게욥!!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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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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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섭 교수의 책 <와일드> 리뷰를 인터뷰 형식으로 써보았고,

질문의 앞에는 알파벳 Q, 송인섭 교수의 답은 A로 시작했다.

 

Q. 오늘은 다산에듀에서 출간된 책 <와일드>의 저자 송인섭 숙명여대 명예교수님을 모시고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나누기 전에 저자소개를 간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송인섭 교수님은 2005EBS다큐멘터리 [교육실험 프로젝트-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에서 최초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한국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구하던 중, 10여 년 동안 8천 명의 학습자 사례를 연구하여 ‘AI 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을 통찰해 냈습니다. 논리적이고 선형적인 AI시대에 인간만의 고유한 감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생존하는 능력을 뜻하는 감성적 창의성이 그 핵심입니다.

 

이제 송인섭 교수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Q. 교수님 안녕하세요?

A. , 안녕하십니까?

 

Q, , 반갑습니다. 바로 책 얘기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이 와일드인데, 제목을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A. 와일드(wild)에는 야생의’ ‘자생의라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 단어는 중의적으로 사용됩니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바뀌는 야생적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제목을 와일드로 삼았고, 이 책에서는 자생력으로 사용했습니다.

 

Q. 그러면 이 책은 우리 인류가 AI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가요?

A.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AI가 일사천리로 모든 일을 처리한다지만 만약 기계의 지식과 기술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데이터 중심의 논리적이고 분석적 선형적인 AI시대에 인간만의 감성창의성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고 자생력이 바로 감성적 창의성의 핵심 가치입니다.

Q. 자생력을 프로그램화 하셨다고요?

A. , 감성적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자생력을 체계적인 학습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학습자에게 적용해보았습니다. 8000여 건의 사례에서 만난 학습자들이 보여준 변화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더 이상 주입식, 암기식, 객관식 교육이나 성적에만 연연하지 않고 모두가 그것을 뛰어넘는 감성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더 높은 동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그런데 학생들의 사례를 만나보기에 A. 앞서 자생력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생력이라는 단어를 교육용어로 처음 듣는 학부모들이라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듯 합니다만.

A. 그럴 수 있지요. 자생력의 바탕이 감성적 창의성이라고 했지요. 이것의 구성인자를 아래 벤다이어그램으로 보시면 더 쉽게 와닿을 겁니다.

 

자생력 3요소 창의성은 다시 감성과 동기, 융합은 융합과 수정, 리더십은 유연성과 행복한 잡종으로 이끄는 내면력, 이렇게 6가지 구성요소로 나눕니다. 앞서 기계가 인간의 감수성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인간만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을 더욱 발현시켜야 하겠지요? 그렇기에 자생력이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은 기계적 성취를 이루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마음이 실린 세계를 찾아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의적 영역을 단단히 단련해주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우리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A. ,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만,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교육은 더이상 필요없지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용량을 가진 AI가 있으니까요. 자생력이 꽃피는 문화풍토가 먼저 준비되어야 겠습니다. 이는 기본적인 문화인프라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문화기반이 잘 잡혀있다는 뜻은 그 사회의 창조성과도 연관이 있지요.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수직적, 서열화된 문화가 아니라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도록, 즉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질문할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필요하고 이것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창조적 성취에 대해 평가를 해주는 사회 풍토, 자생력을 중요시하는 교육 풍토도 필요합니다.

 

Q. 그렇군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교육현장에서, 그러니까 학습에서 자생력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A. , 아마 그 부분을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자생력 학습의 핵심은 학습자가 전 과정에서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있느냐 입니다. 학습자가 학습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학업 성취 수준에 관계없이, 자생력 학습의 습관을 형성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내적인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학습의지와 주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Q. , 여기서도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콘트롤하는게 관건이군요?

A. 맞습니다. 늘 성공할 수는 없지요. 때로는 실패를, 때로는 성공을 경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습관을 형성하는 수준에 이르면 학생들은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도전의식이 생겨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지요. 

 

 

 

Q. 자생력 학습 프로그램이 4단계라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A. , 1단계는 동기주도-인지주도-행동주도가 기본프로그램이구요, 2단계는 1단계 훈련을 유지하도록 돕는 심화단계입니다. 3단계는 자생력의 원료인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고, 4단계에서는 특화프로그램으로 IQ, EQ, SQ를 높이는 것입니다. 2단계까지는 순서를 따르고 3단계부터는 학습자의 특성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찾아 적용합니다.

 

Q. , 그렇군요. 지금까지 자생력과 그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자세히 잘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적용한 사례는 책의 4부에 소개가 되는데요, 이 부분은 독자 여러분이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A. , 읽어보시면 가정에서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으실 겁니다. 동기를 자극하는 법이나 집중하는 법, 몰입하는 법 등등요. 이 책에 소개된 아이들도 모두 일정 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자생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놀라더라구요.

 

Q. 교수님, 너무 많이 말씀하시면 안 되구요! 그러면 책을 안 사볼 수도 있어요.

A. , 그런가요? 하하.

 

Q. , 지금까지 송인섭 교수님이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고요, 감사합니다.

A. ,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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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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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책만 읽는 바보. 이 제목의 책으로 이덕무의 생애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덕무는 서얼 출신이라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스스로 학문을 수양하여 조선 영?정조 시대 최고의 시인이자 문장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이덕무에게 사랑에 빠진 고전연구가 한정주씨가 그의 시를 엮고 옮긴 책 <시의 온도>가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저자는 이덕무에 관한 책을 세 권 냈다.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문장의 온도>를 썼고 이번 책 <시의 온도>가 세 번째이다.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세 권이나 냈으면 독자에게 충분히 소개했을 법도 한데 저자는 아직도 이덕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평전으로 독자들을 찾아뵙겠다고 들어가는 말에서 약속하고 있다. 이덕무 평전으로 덕질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도 했다. 과히 이덕무 마니아 답다. 나는 <시의 온도> 읽으며 이덕무의 삶에 대해 몰랐던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저자는 부족함을 느낀다하니 저자의 이덕무 사랑은 아직 진행중인 모양이다.

 

이 책은 86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지마다 시를 한 편씩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또는 다른 시인들의 시도 실었기 때문에 세어보진 않았지만 100편이 넘는 시를 소개한 셈이다. 당연히 한자로 쓰인 한시이다. 저자는 이덕무의 한시를 한글로 번역하고 해설에는 그 시가 쓰였을 때 이덕무가 처한 상황, 북학파와 백탑파 학자들과의 교우를 비롯 당대뿐 아니라 당나라 시인이나 김수영, 신동엽시인까지도 불러와 이덕무의 시와 비교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료 조사 및 이덕무의 문학 세계에 대한 촘촘한 분석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그만큼 저자의 이덕무 사랑이 넘쳐난다고 하겠다.

 

시 해설집은 독자가 미처 보지 못하거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감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책은 한시 해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에게 한자로 된 문장은 해석이 어려울 것이므로 저자의 번역과 해설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역사평론가요 고전연구가이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영어보다 해석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한시를 해설해주는 이런 책이 있기에 독자는 200여 년 전의 시인과 가깝게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덕무의 시가 당대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 동심의 시를 썼다.

- 일상의 시를 썼다.

- 개성적인 시를 썼다.

- 실험적인 시를 썼다.

- 조선의 시를 썼다.

 

마지막 조선의 시를 썼다는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조선 사람이 조선의 시가 아닌 어느 나라 시를 썼단 말인가? 의문스러울 것이다. 이에 저자는 박지원의 말을 빌려 온다.

 

이덕무의 시가 시의 전범이자 규범이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시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혹평하는 당대 사람들을 향해 박지원은 조선 사람이 조선의 시를 써야지 왜 중국의 시를 쓰냐!” 면서 이덕무의 시야말로 조선 사람이 쓴 조선의 시이기 때문에 마땅히 조선의 국풍으로 삼아야한다고 일갈했다고 한다.

 

저자는 한시의 미학을 촌철살인의 미학이라고 했다. 사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촌철살인의 미학은커녕 한자의 음과 훈을 알지도 못하니 아름다움을 알 리가 만무하다. 저자가 촌철살인의 미학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225청음루 저녁 풍경이라는 시를 가져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적 대상 혹은 시적 존재를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포착되는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을 한 마디의 시어 혹은 한 구절의 시구에 담는 것이야말로 한시의 아름다움 중 최상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위 시를 이렇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덕무 시에 들어있는 공감력과 교감력, 상상력을 시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기위해 그의 시와 삶에 대해 세밀화 그리듯 표현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돋보기를 갖다 댄듯하고 어떤 시에서는 저자 스스로 심취한 모습도 보인다.

 

이 책에 수록된 한시는 100여 편이 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한숨에 읽어내릴 책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고 하루 이틀만에 다 읽고 바로 서평을 쓰려고 했으나 턱도 없는 일이었다. 시 한 편을 읽고 저자의 해설을 읽은 후 다시 시를 읽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감상하려고 하니 한 번에 서너 편 이상을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감기한까지 천천히 읽고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만약 한자를 잘 아는 독자라면 직접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시라는 것이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자 하나에 뜻이 여럿일 경우도 있고 긍정문이나 부정문에서 쓰임이 다를 경우도 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한문학 전공자라면 자신의 해석과 저자의 해석을 비교해보는 맛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쉬운 점이 있다. 한자 옆에 음과 훈을 같이 붙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모르는 한자가 대부분인데 음과 훈을 같이 달아주면 음에 맞추어 소리 내어 읽어보는 재미를 가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천자문 욀 때 '하늘 천 따지~~ '하던 방식 말이다. 너무 올드한가?ㅎㅎ 또 하나는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문구, 한자 설명이나 쓰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그것도 같이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전체 시를 다 할 수는 없고 필요한 시 몇몇을 그렇게 해주었다면 한시 해석하는 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시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서 간절하게 운다는 내용이 두 번 나오고 그 간절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간절하게라는 한 마디 시적 언어 속에 시적 감수성이 들어 있다 고 표현 했는데 간절할 간()’자가 위에는 한 번 쓰였고 아래에는 두 번 쓰였는데 그렇게 쓰인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네의 한자도 두 문장에 각기 다른 것을 사용했는데 그 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내가 마음에 든 시가 있어 필사해보았다. 254쪽의 시와 계절의 기운에 그려진 사계절이다. 장면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소리가 들릴 듯한 아름다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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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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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욕구만큼 실제로 잘 쓰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다. 만약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잘 받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 글쓰기 방법을 잘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시중에 글쓰기 관련 서적 많이 나와 있고, 그것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책 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도 많이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할 때, 그 글은 갈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나 소설처럼 문학일 수도 있고, 대학생은 리포트, 직장인에겐 보고서가 되겠고, 학문적 성과인 논문이 될 수도 있다. 쓰고자 하는 글의 갈래에 따라 방향성과 세부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다.

 

서울대 박주용 교수는 지난 7년간 서울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교재를 찾아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교재가 없어서 직접 글쓰기 책을 냈다고 한다. 쌤앤파커스에서 출간된 책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가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과학 분야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 하던 중 학문적 필요에 의해 글을 써야 하는 학생들, 읽거나 배운 것을 논리 정연한 글로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 도움을 주고자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 깜짝 놀라서 이 책을 읽기를 거부하지 말기 바란다.

 

,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어렵겠구나!’

사회과학이라니? 나는 그냥 에세이 같은 편안한 글을 쓰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방향과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봐 미리 밝힌다. 대중서로서 그렇게 어렵다면 제목을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라거나 부제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이라고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가설을 세우고 논증하고 반박하는 부분은 논문쓰기에 주로 해당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신문 칼럼을 한 번 생각해보면, 논문쓰기 형식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잘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가져와 논리에 맞는 근거로 삼아야 하며 예상 반론도 반박한 후 그래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또 여기서 흐읍! 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나는 칼럼 안 쓸건데 굳이 그건 방식까지 알아야할까?’

 

하는 반박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에는 타인의 평가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일기처럼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 보고 만족하는 글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 외의 모든 글은 SNS든 학교나 회사든 어딘가에 제출하여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잘 쓰고 싶은 게 아닌가. 이 책에서 저자는 초중고 12년의 교과과정이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교육보다는 시험을 위한 공부나 입시용 논술훈련만 받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첫머리에 베이컨의 말을 인용했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토론과 글쓰기가 빠진 독서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가 어려우므로 토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글을 써야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주장이 담긴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 목차를 아래와 같이 여덟 부분으로 구성했다.



 

 

 


 

 

목차만 봐도 머리가 지끈한다라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기본적이라고 한 이유는 꼭 논문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글쓰기에 적용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습관을 위한 조언]

1.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반복한다.

2. 한 번에 많이 쓰는 대신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쓴다.

3. 주장이 담긴 논리적 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쓸 때 더 성과가 좋다.

4.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쓰려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을 읽은 다음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5. 자신이 쓰는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해 본다.

6.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면 그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여라.

 

 

 

[좋은 글의 특징]

1. 제목이 중요하다!

2. 도입부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어라!

3. 개인적 일화를 포함 시키면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4.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설명한다.

 

 

 

 

 

 

[글쓰기 순서]

1. 개요를 먼저 구상한다.

2. 개요에 맞추어 초고를 완성도 높게 쓴다.

3. 퇴고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글 쓰는 시간과 퇴고의 시간을 반반으로!)

4. 교차 평가한다.(학생들은 동아리에서, 성인들은 독서모임에서 꼭 할 것을 권유!)

 

 

 

 

위 정리한 내용을 읽고 다 알던 내용이라며 이 책을 스킵하지 말길 바란다. 더 자세한 내용과 실제 트레이닝해볼 텍스트와 방법들도 많으니 직접 책을 읽어보길 권유한다. 서울대생이 아니라서 저자의 글쓰기 강의를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꼭 사서 활용하면 좋겠다. 3, 4장에서 제시된 텍스트를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는 부분은 부록을 답지처럼 활용하여 자신의 글을 평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 장 평가와 코멘트 부분을 적극 활용한다면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가라는 말에 두려움이 있다. 학교에서 평가는 성적으로 드러나 그것으로 줄을 세웠고, 피교육자간의 평가는 해 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 그 중요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해 볼 수 있다. 평가는 단순히 글의 단점을 짚으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글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생의 평가 능력 향상을 우리 교육의 한 지향점으로 삼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훈련하자고 한다. 앞에 요약한 [글쓰기 조언]에서처럼 모든 것은 반복이요, 훈련이다. 잘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훈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력이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논문쓰기 지침서로도 훌륭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논문 쓰는 법은 대학원 과정에서 한 학기 교과목으로 이수해야 할 만큼 어려운 내용이다. 한 권의 책 안에 글 잘 쓰는 방법에 더해 논문 쓰는 과정까지 다루고 훈련할 수 있는 텍스트까지 제공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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