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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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책만 읽는 바보. 이 제목의 책으로 이덕무의 생애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덕무는 서얼 출신이라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스스로 학문을 수양하여 조선 영?정조 시대 최고의 시인이자 문장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이덕무에게 사랑에 빠진 고전연구가 한정주씨가 그의 시를 엮고 옮긴 책 <시의 온도>가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저자는 이덕무에 관한 책을 세 권 냈다.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문장의 온도>를 썼고 이번 책 <시의 온도>가 세 번째이다.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세 권이나 냈으면 독자에게 충분히 소개했을 법도 한데 저자는 아직도 이덕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평전으로 독자들을 찾아뵙겠다고 들어가는 말에서 약속하고 있다. 이덕무 평전으로 덕질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도 했다. 과히 이덕무 마니아 답다. 나는 <시의 온도> 읽으며 이덕무의 삶에 대해 몰랐던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저자는 부족함을 느낀다하니 저자의 이덕무 사랑은 아직 진행중인 모양이다.

 

이 책은 86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지마다 시를 한 편씩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여러, 또는 다른 시인들의 시도 실었기 때문에 세어보진 않았지만 100편이 넘는 시를 소개한 셈이다. 당연히 한자로 쓰인 한시이다. 저자는 이덕무의 한시를 한글로 번역하고 해설에는 그 시가 쓰였을 때 이덕무가 처한 상황, 북학파와 백탑파 학자들과의 교우를 비롯 당대뿐 아니라 당나라 시인이나 김수영, 신동엽시인까지도 불러와 이덕무의 시와 비교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료 조사 및 이덕무의 문학 세계에 대한 촘촘한 분석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그만큼 저자의 이덕무 사랑이 넘쳐난다고 하겠다.

 

시 해설집은 독자가 미처 보지 못하거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감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책은 한시 해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에게 한자로 된 문장은 해석이 어려울 것이므로 저자의 번역과 해설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역사평론가요 고전연구가이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영어보다 해석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한시를 해설해주는 이런 책이 있기에 독자는 200여 년 전의 시인과 가깝게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덕무의 시가 당대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 동심의 시를 썼다.

- 일상의 시를 썼다.

- 개성적인 시를 썼다.

- 실험적인 시를 썼다.

- 조선의 시를 썼다.

 

마지막 조선의 시를 썼다는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조선 사람이 조선의 시가 아닌 어느 나라 시를 썼단 말인가? 의문스러울 것이다. 이에 저자는 박지원의 말을 빌려 온다.

 

이덕무의 시가 시의 전범이자 규범이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시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혹평하는 당대 사람들을 향해 박지원은 조선 사람이 조선의 시를 써야지 왜 중국의 시를 쓰냐!” 면서 이덕무의 시야말로 조선 사람이 쓴 조선의 시이기 때문에 마땅히 조선의 국풍으로 삼아야한다고 일갈했다고 한다.

 

저자는 한시의 미학을 촌철살인의 미학이라고 했다. 사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촌철살인의 미학은커녕 한자의 음과 훈을 알지도 못하니 아름다움을 알 리가 만무하다. 저자가 촌철살인의 미학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225청음루 저녁 풍경이라는 시를 가져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적 대상 혹은 시적 존재를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포착되는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을 한 마디의 시어 혹은 한 구절의 시구에 담는 것이야말로 한시의 아름다움 중 최상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위 시를 이렇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덕무 시에 들어있는 공감력과 교감력, 상상력을 시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기위해 그의 시와 삶에 대해 세밀화 그리듯 표현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돋보기를 갖다 댄듯하고 어떤 시에서는 저자 스스로 심취한 모습도 보인다.

 

이 책에 수록된 한시는 100여 편이 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한숨에 읽어내릴 책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고 하루 이틀만에 다 읽고 바로 서평을 쓰려고 했으나 턱도 없는 일이었다. 시 한 편을 읽고 저자의 해설을 읽은 후 다시 시를 읽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감상하려고 하니 한 번에 서너 편 이상을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감기한까지 천천히 읽고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만약 한자를 잘 아는 독자라면 직접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시라는 것이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자 하나에 뜻이 여럿일 경우도 있고 긍정문이나 부정문에서 쓰임이 다를 경우도 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한문학 전공자라면 자신의 해석과 저자의 해석을 비교해보는 맛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쉬운 점이 있다. 한자 옆에 음과 훈을 같이 붙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모르는 한자가 대부분인데 음과 훈을 같이 달아주면 음에 맞추어 소리 내어 읽어보는 재미를 가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천자문 욀 때 '하늘 천 따지~~ '하던 방식 말이다. 너무 올드한가?ㅎㅎ 또 하나는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문구, 한자 설명이나 쓰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그것도 같이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전체 시를 다 할 수는 없고 필요한 시 몇몇을 그렇게 해주었다면 한시 해석하는 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시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서 간절하게 운다는 내용이 두 번 나오고 그 간절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간절하게라는 한 마디 시적 언어 속에 시적 감수성이 들어 있다 고 표현 했는데 간절할 간()’자가 위에는 한 번 쓰였고 아래에는 두 번 쓰였는데 그렇게 쓰인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네의 한자도 두 문장에 각기 다른 것을 사용했는데 그 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내가 마음에 든 시가 있어 필사해보았다. 254쪽의 시와 계절의 기운에 그려진 사계절이다. 장면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소리가 들릴 듯한 아름다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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