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와 한준이의 재미있고 신나는 경제 교실 - 키워드로 읽는 경제
김인철 지음, 안혜란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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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경제동화 <서연이와 한준이의 재미있고 신나는 경제 교실>이 청어람 주니어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김인철씨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경제정보센터 부소장을 지냈으며 여러 권의 경제 서적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서연이와 한준이네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경제 전반에 대한 내용을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밥상머리 교육하듯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부모가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1부 경제 원리에는 36꼭지를, 2부 시사 경제에서는 30꼭지를 다룬다. 초등학생이 읽기에 내용이 좀 많은 듯하고 270쪽이나 되기 때문에 한 번에 읽기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각 꼭지가 4~5쪽 내외의 분량이라 하루에 두 세 꼭지 정도 읽는다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귀여운 삽화가 배치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경제 개념 66가지를 잘 이해한다면 6학년 사회 시간에 배울 정치, 경제를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 관련 시사 뉴스나 사회 문제를 접할 때도 낯설지 않을 것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 것이다. 각 꼭지마다 교과 연계되는 단원명을 첨부해 두었다.


고학년이 된 자녀가 하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간혹 있는데 경제 관련 질문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부모도 학창 시절에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전문적인 내용이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럴 때 이 책을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에게 건네거나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 나눠보면 좋다.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에 들어가면 활동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활동지를 아이에게 그냥 건네면 그저 문제집 푸는 숙제를 하나 더 내는 꼴 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책을 같이 읽은 다음 자녀와 같이 활동지를 풀어보자. 부모도 답지 없이는 틀릴 수 있을 것이다. 낱말 퍼즐과 빙고 놀이를 게임처럼 같이 하고,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독서 퀴즈를 풀어보면 된다. ‘생각 펼치기에서는 토의 토론도 해볼 수 있다.




초등 고학년과 경제 책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너무나 세상 물정을 모른다.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고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용품 하나를 살 때도 나는 세금을 내고 있으며, 곧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인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가 세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 초등학생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런 책을 부모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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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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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단어의 어원을 따져가며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 어떤 작가가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독일어 사전을 들고 가겠다고 하기에 궁금했었다. 한동안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서 관련 책을 찾아 읽곤 했다. 그래서 독일어를 소재로 쓴 책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에 관심이 갔다. 별 상관없어 보이는 내 관심사들이 이 책으로 이끌었다.


저자 이진민씨는 어려서부터 낯선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미국에서 10년을 살다가 독일에서 산지는 7년 차에 접어들었고 어른이 되어 배우는 외국어의 느낌은 다르더라고. 저자는 외국어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으로 가는 계단이고 다른 세계로 난 창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이 책은 음미하고 싶은 단어들에 관한 책이며, 한국에 전하고 싶은 독일어 단어들을 골라 실었다고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집필하면서 독일어와 독일 사회에 관한 이해가 아주 조금 깊어진 것 같다며 독자들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동안 다른 나라를 소개하는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단어를 가지고 그 나라와 우리를 비교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부터 사고방식의 차이를 단어를 통해 알게 해주어 내내 탄식하며 읽었다. 저자의 타고난 언어적 감수성과 전공이 정치철학이라서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다른 세계를 대하는 열린 태도가 이 책의 단단한 토양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처음 접하는 독일어를 이렇게 의미 있는 책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다.


저자는 단어에 들어있는 큰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독일어 16개를 골랐다. 한결같이 흥미롭게 읽혔지만 때론 웃겼다가 진지해지기도 했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 파생되는 다른 단어들, 그 안에서 독일 사람들의 모습과 독일 사회의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RAUSWURF : 내던져진 존재들


Rauswurf(라우스부르프)던짐을 뜻하는 명사 Wurf바깥쪽으로라는 의미의 접두사 raus가 붙은 말이다. 원래는 퇴출이나 제명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지만, 유치원에서는 졸업하는 아이를 밖으로 던져주는 세리머니로 쓴다.


저자는 독일 유치원에서 하는 행사인 Rauswurf(라우스부르프)라는 단어로 하이데거의 피투성기투성을 연결했다. 피투성은 필연이고 수동이지만 기투성은 가능성이고 능동이다. 세상에 오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내던져져서 어느 정도 자라면 자유의지대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사회에는 내던져진 존재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중간에 혹여 굴러떨어지더라도 보호 장치의 역할을 하는 버퍼 존(buffer zone)이 있다. 유아반에서 유치반으로 올라갈 때는 상급반에서 익숙해질 시간을 따로 두어 적응하도록 하고, 초등학교 입학전에는 포어슐레라는 학교 예비반 제도가 있다. 또 고등학교 졸업 후 관심 분야에서 직접 일해보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제도화 되어있다.


Rauswurf(라우스부르프)와 상응하는 한국어는 이소(離巢)와 포란(抱卵)으로 이소는 독립, 포란은 품어줌으로 연결했다. 진정한 독립은 음식을 해 먹고 옷을 빨아 입고 청소를 하고 필요한 돈을 벌어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 세상에서 구르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다.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하며 아들 둘을 양육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아이들이 구를 세상과 거리가 있더라도 저자는 최선을 다해 매트리스를 깔아보겠단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서도 깔아주겠다고. 무력하게 던져진 존재를 품어줌으로써 자신도 따뜻하게 데워지며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MELDEN :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Melden(멜덴)알리다, 보고하다, 신청하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수업 중에 학생이 뭔가 말하고 싶을 때 검지 손가락을 높이 드는 행위도 멜덴이라고 한다.


독일 사회에서 멜덴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서 공동 생활에서의 규칙이다. “제가 이걸 해도 되나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 단순히 허락을 구하는 의사표시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멜덴은 발표에 관한 규칙이다. 한국에서 발표를 잘한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감 있고 똘똘하게 적극 참여하는 것이지만, 독일 교실에서 멜덴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남을 배려하고 규칙을 잘 지킨다는 말이다. 다른 친구의 말에 끼어들지 않고, 손을 들고 조용히 차례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멜덴에는 배려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골고루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


저자는 멜덴이라는 단어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배웠다. 무려 정치학 박사가 초등 공동체에서 말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우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연한 듯 말하면서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말로만 외치고,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SICHERHEIT : 독일을 독일답게 하는 단어


Sicherheit(지허하이트)안전, 안전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영어로 security, safety, reliability, certainty, guarantee 등의 의미가 모두 포함된 넓은 개념이다.


독일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뭔가를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편이고, 속도와 효율보다는 지속성과 안전성을 중시한다. 날림공사로 공기를 단축해 공사 도중인 아파트가 무너지는 우리나라와는 정확하게 반대다. 이런 일이 아파트 공사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더 문제다...


독일 교육 과정에서 저자가 가장 고마워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독일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은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때 생존 수영을 의무적으로 배우는데 멋진 폼으로 빠른 기록을 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 자전거도 면허를 따야 한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과해도 자전거가 도로에서 타기 적합한지 최종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저자의 아이가 사고 리포트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시험을 본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신선했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사고 기록 보고서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있는 사실대로 기록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판단을 적으면 감점 요소가 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누구나 목격자가 될 수 있으니 이런 글쓰기 교육이야말로 독후감이나 논설문 보다 더 중요하다.


저자는 독일 사람들이 자기들이 쓰는 언어와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독일어는 규칙적인 언어이며 발음도 정직하고 예외가 별로 없는 편이다. 독일 사람들은 예외를 두는 일에 엄격하고 규칙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안전 문제에는 고지식할 만큼 깐깐한 독일인의 태도가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직접 가보지 못한 나라를 책으로 만날 때, 그곳의 느낌은 물론 객관적이라 할 정보까지도 저자의 시선을 거쳐서 내게 당도한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처럼 저자의 시각이 깃든 독일 이야기라면 기꺼이 환영이다. 동양 북스에서 시리즈 형식으로 낸 영어, 일어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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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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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앞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러다가 텔레비전 안에 들어가겠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들 많을 것이다. 이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리 없겠지만! 전수경 작가의 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에서는 실현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집에서 TV만 보는 은둔형 외톨이인데 진짜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간다.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 같던 사람이 취직이 된 것이다. 미래 전자의 모니터링 사원으로, 멀티버스 터미널(TV)를 통과해 다중우주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채널을 찾는 일을 한다. 채널을 찾는 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 그 연결점을 찾아 교류하며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게 미래전자가 멀티버스 터미널 텔레비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 일에 만족감을 넘어 다중우주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녀의 이름은 제갈미영.


엄마는 연약한 사람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한 엄마라 해도 지켜야 했다. 이 세계에서 엄마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70


엄마는 나에게 뭔가를 더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빼앗아 가는 사람이었다. 밖으로 뻗어 가려는 나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존재였고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침잠시키는 늪이었다. - p.140



위의 엄마가 바로 고등학생 제갈희진의 엄마 제갈미영씨다. 청소년 소설인데 엄마가 주인공?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했기에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희진이가 주인공이 맞지만, 엄마 미영도 주인공이다. 도입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하루 종일 TV만 보는 엄마를 챙겨야 하는 희진의 고충이 그려진다. TV(다중우주)를 들락거리는 엄마가 사고를 쳐서 희진이 또 그 뒤치다꺼리까지 도맡아야 하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미영은 모니터링 사원으로 일하면서 입체적 인물로 변모한다.


이 소설은 다중우주와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SF적 분위기를 띠지만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드라마다. 우리는 자기 눈에 보이는 상대의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여긴다. 소설 속 다중우주라는 장치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어쩌면 보지 않으려 했던 상대의 다른 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던 엄마가 다른 세상에서 일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희진에겐 너무나 낯설어서 두려웠다. 그래서 그만 두라 하고 급기야 자신인지 그곳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보통은 부모가 자녀의 변화와 성장에 놀라고, 자식이 어떤(직업이든 배우자든) 선택을 할 때 반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은 정 반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학부모 독자는 뜨끔할 것이고, 학생들은 공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희진이 전교 1등이라 거리감은 있겠지만... 그리고 희진이 친구들을 조금씩 이해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정을 쌓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딸이 엄마를 걱정하고 원망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내용이 어두울까봐 우려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 속에서 독자도 자신의 다른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또 작가는 마음의 눈을 키워보라고 권한다.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기 때문에 상대의 미세한 고통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고...


TV중독만큼이나 요즘은 스마트폰 중독인 사람이 많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기 보다 SNS 속 세상에서 더 편하고 익숙함을 느낀다. 점점 허구의 세상과 실제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사람과 대면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외톨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마트폰세상 속에 계속 있으면 외톨이가 아니라고 착각하게 된다. 작가는 TV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라는 판타지를 보여주며 주인공을 변화시켰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어떤 판타지를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즐기고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판타지 보다 종속되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려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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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고민이 있어요 - 흔들리는 10대를 위한 마흔일곱 가지 질문과 해답
마쓰다 미히로 지음 / 크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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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고민이 있어요>는 일본의 질문가이자 라이프 트래블러 ‘마쓰다 미히로’가 쓴 책이다. 저자의 직업은 질문가라고 했다. 질문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청소년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즐거운 일상을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한 이유는 요즘 만나는 중학생들과 소통이 너무 어려워서이다. 학생들과 책으로 만나기 때문에 책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쉬운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공감 포인트를 찾기 어렵고 무엇보다 질문에 답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럼 질문을 해보라고 하면 그 역시 힘들어 한다.


작년에 만났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은 처음 보는 경우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 학생은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일대일 수업 45분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첫 시간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학생 엄마에게 확인해보니 다른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 혼자 떠드는 수업이었고 왜 대답을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고민을 말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소통이 되는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책에 실린 마흔일곱 가지 고민거리는 실제로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던 내용이다. 이러한 고민에 저자는 ‘질문’ 형식으로 답한 후 그 질문에 대한 해설과 조언까지 담았다. 고민이 있어 이 책을 든 청소년 독자에게 저자는 이렇게 읽기를 당부했다.


질문의 답은 모두 정답이다. 무조건 옳거나, 반드시 틀린 답은 없다.

힘들면 무리하게 생각하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해당하는 곳만 골라 읽어도 상관없다.


당장에 답을 내릴 수 없더라도 계속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서 답을 찾는 스위치가 켜질 것이라고 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원하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 문득 답이 떠오를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마흔일곱 가지 질문을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했고, 각 내용은 이렇게 구성된다. 학생의 질문을 제목으로 내세운 후 저자의 생각하는 질문이 이어지고 조언과 함께 저자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 마지막 ‘생각 힌트’에서는 처음 학생의 질문에 반대되는, 그러니까 역발상을 할 수 있는 질문으로 마무리되는데 각 내용은 두 페이지다. 그래서 이 책은 130여 쪽밖에 안 되지만 하나하나의 질문은 생각을 오래하도록 돕는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학생의 질문과 저자의 질문을 요약 형식으로 한 ‘정리’파트를 두었다.


각 장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을 하나씩 골라 소개한다.


1장 친구 관계

학생 질문 : 저를 놀리는 친구가 있는데 정말 싫어요. 어떻게 하면 그만두게 할 수 있을까요?

저자 질문 : 어떤 내가 되고 싶은가요?

저자 조언 : 상대를 바꾸는 일은 어려우니 ‘나를 바꾸는’ 방법을 제안한다.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상처받지 않는 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바꾸는 방법’은 나를 응원하는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쁜지 생각해본 후 그 말을 노트에 스무개 정도 써보자. 이렇게 ‘나를 응원하는 비밀 노트’로 만들어 매일 나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러면 놀리는 친구의 말에 더는 상처받지 않게 될 것이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쁜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된다.

생각 힌트 : 나는 어떤 말을 들으면 기쁜가?

내 생각 : 남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꾸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은 역시 진리!


2장 나

학생 질문 : 키가 작은 게 싫어요.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저자 질문 : 싫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되고 싶은가요? 지금 이대로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저자 조언 : 나에게 없는 건 가지고 싶어지기 마련이지만 그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걸까? 지금 나에게 없는 것에 얽매여 계속해서 그것만 바라면 결국 나 자신이 괴로워진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자.

생각 힌트 : 내가 정말 바라는 건 무엇일까?

내 생각 : 부수적인 것에 신경 쓰느라 나에게 정작 필요한 걸 놓치고 사는구나...


3장 장래 희망과 진로

학생 질문 :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는데 그에 대비하려면 어떤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가요?

저자 질문 :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다른 사람들이 계속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자 조언 :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어떤 일을 함께 할 때는 능력이나 기술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대방이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업무를 맡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능력이나 기술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할 테니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간성’이 아닐까.

생각 힌트 : 능력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내 생각 : 협업하고 싶은 사람은 능력을 갖춘 인간성이 좋은 사람! 아이비리그나 유수 대기업의 인재 발탁 조건도 바로 이것!


4장 동아리 활동과 학업

학생 질문 : 공부하려고 해도 의욕이 안 생겨요. 어떻게 하면 의욕이 생길까요?

저자 질문 : 공부를 왜 하려고 하나요? 어떻게 하면 기운이 날 것 같나요?

저자 조언 : 공부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 동기가 있어야 의욕도 생긴다. 내 의욕의 근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보통은 ‘미래로 이어지는 의욕’이 바람직하지만, 모든 사람이 현재 이런 의욕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보상 의욕’으로 행동을 촉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생각 힌트 : 내 ‘의욕의 근원’은 무엇인가?

내 생각 : 나는 무엇에 가슴 떨리는가?


5장 이성 친구와 연애

학생 질문 :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자 질문 :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 예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 조언 : 인기를 얻고 싶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변 사람 중 인기가 많은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말투, 행동 등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가능하면 여러 명을 관찰하는 편이 좋다.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은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사람과 친한 사이라면 인기 있는 비결을 직접 물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각 힌트 : 인기가 많은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내 생각 : 나도 OOO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6장 가족 관계

학생 질문 : 부모님이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셔서 짜증나요.

저자 질문 : 부모님이 어떻게 대해 주시기를 바라나요? 나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고 싶나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은가요?

저자 조언 : 부모님의 잔소리는 나에 대한 걱정에서 온다. 부모님의 말씀 가운데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은 모두 흘려보내고 대신 ‘걱정하고 계시는구나’하고 마음만 받아들이자.

생각 힌트 : 부모님 말씀은 흘려보내고 마음만 받아들이면 어떨까?

내 생각 : 내 자식들이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분명 청소년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했는데 저자의 역 질문을 읽다보면 다 자란 어른도 여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책이다. 내 몸은 노화로 이곳저곳 삐거덕거리는데 아직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마음이 있었다니... 인간은 자신을 다 알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는 학생들의 고민과 마음을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청소년들에게 권하기 전에 꼬옥 어른이 먼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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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인가요? - 전지적 컬러테라피 시점
김규리.서보영 지음 / 이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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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몇 개의 범주로 분류하여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적게는 혈액형 4개로 성격유형 16개로, 또는 애니어그램이나 별자리로 나누어 평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유형에 해당해도 100퍼센트 부합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범주화 하길 좋아하는 이유는 나는 물론 타인을 잘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색깔로 분류하는 것은 어떤가?


<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인가요?>는 컬러테라피를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책에는 컬러테라피의 역사와 현재 우리 생활 곳곳에서마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지 소개하고, 연애 상담에서의 컬러테라피 적용 사례들을 9개의 색(레드, 핑크, 오렌지, 옐로, 그린, 블루, 로열블루, 바이올렛, 마젠타)으로 구분해 놓았다. 상담 사례를 보면 각 색깔의 성격 특성이 여실히 나타난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대입해서 읽다보면 꽤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색의 맨 처음에는 그 색의 특징과 강점 및 약점을 정리한 후 상담 사례를 세 가지씩 소개한다. 상담별로 진단과 처방도 알려준다.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두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맨 처음 색깔인 레드를 한번 살펴보자. 레드의 강점은 적극성과 추진력, 행동력인데 성취욕구가 강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끝까지 해내며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리더십이 있다. 반면 약점으로는 성급하고 과한 욕심이 있어 사랑 표현을 일방적으로 많이 하게 되면 집착으로 바뀔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첫 번째 상담사례에서, 희수는 남자 친구 정환이 여사친을 만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은 스스로 잘 컨트롤할 수 있으니 남사친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진단은 이러하다. 희수는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런 성향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환이 여사친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싫다는 표현도 거침없이 한다. 이런 레드의 성향은 상대방이 점점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처방은 다음과 같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있으며 지금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만 집착하기보다 혼자서도 있어보거나 친구와 약속을 잡아보는 것이 좋다. 남자친구는 소유물이 아니며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주변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이다라고 되뇌며 만족감과 행복감을 키워보자.






사실 이 책의 연애 처방이 내게는 활용도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남의 연애담을 읽는 재미는 쏠쏠했고, 색깔 특징별 사람의 유형을 아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새로운 상식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중세시대에는 그린이 죽음을 부르는 색이었고, 영국의 블루스타킹 활동이 페미니즘을 발전시키는 의미있는 역할을 했으며. 마젠타라는 색깔 이름의 유래와 구글의 마젠타 프로젝트 팀까지. 색깔 상식 박사가 된 기분이다.


부록2 설문지와 해설지에서 자신의 색을 확인(가장 많이 체크 된 항목)하면 얼추 자신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색을 활용한 심리 상담서이지만 자신의 성향을 알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도움 받을 수 있다. 컬러테러피에 대해 알고 관심이 생겼다면 컬러테라피스트가 되는 법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책의 표지도 예쁘지만 각각의 색깔별로 페이지마다 테두리를 두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을 때 각 색깔 속에 오롯이 빠져 읽을 수 있다. 덮었을 땐 책머리와 책배, 책밑까지 색깔이 구분되기 때문에 얼핏 무지개색 같다. 책의 만듬새도 컬러테라피답게 꾸민 정성이 엿보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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