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데아 케이스릴러
장해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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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원형의 가족은 최악의 조합이다. 십 년째 백수인 폭군 아버지, 가정을 돌보지 않고 종교로 도망치는 어머니, 일진 여동생 원미, 그리고 원형 자신이다. 이런 가족에게는 가난이 자연스럽고 대화가 없으며 서로를 혐오한다. 원형은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놀랍고,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새롭게 비극적이다.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 가정이다.

그런데 정말 벗어날 수 있다면?

지옥같은 가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풍요롭게 누리는 가정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살고 싶어할 것이다. 원형은 재벌 3세로 산다. 최고급 수트를 입고 호화 요트에서 미녀들과 파티를 즐기며, 기업 M&A도 척척해내는 유능한 인재다. 이런 정반대의 상황은 원형의 공상일까? 아니다! 책의 제목과 같은 ‘가족 이데아’라는 게임 세상에서 원형은 재벌 3세다.

고즈넉 ENT의 K-스릴러, <가족 이데아>는 시작하자마자 원형의 비루한 현실과 개발중인 게임 ‘가족 이데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게임이지만 현실과 정반대 상황을 누릴 수 있다면 당신은 이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중독을 우려하거나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의 현실은 만족스러운 편이라는 뜻이다. 비참한 지금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하려고 할 것이므로.

소설 앞부분에서 원형을 극과 극의 딜레마 상황에 던져둔 다음 어떻게 하려는 걸까 궁금했다. 주인공을 계속 게임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게 하다가 설마 호접지몽 같은 결론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했다. 다행이 그렇지는 않았다. 줄거리를 다 쓸 수는 없으니 중요한 등장인물은 소개한다. ‘가족 이데아’ 게임을 개발한 최상원이라는 인물과 딸 미희가 등장하는데 미희는 초반에 죽고 숨겨두었던 일기 속 문장으로 표현된다. 아빠 상원은 미희를 원형의 동생 원미가 죽였다고 생각해서 원형 가족들을 이 게임에 참가시킨다. 복수하려는 것이다.

이어지는 반전과 점점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구분되지 않는 상황들이 독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작가는 시작할 때부터 계속 질문을 던졌다. 정반대의 모순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원형의 가족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게임 속 안락한 삶을 원한다. 원형 또한 게임에서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마지막에 이 게임은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쓰인다. 메타룸에 들어가려면 모범수가 되어야 한다. 메타룸이라는 가상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현실을 만날 수 있었다. 수감자들의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환경은 점점 열악해진다. 죄수들의 행복추구권과 인권이 대립된다.

소설은 가상세계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킨다. 등장인물들을 마약과도 같은 가상세계에 중독되게 만든다. 최근 등장한 기술, ‘메타버스’가 이 소설의 소재다. 아직은 메타버스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이용자도 극히 적다. 그러나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이 소설 등장인물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늘 급격한 기술의 발전에 비해 의식은 지나치게 느리게 따라갔다. 메타버스 세계에 있는 내 아바타가 현실의 나보다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 가상현실 속에 내가 만든 이상적인 가족 캐릭터들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눌 때! 소설 속 원미와 엄마처럼 되지 않을까? 그들은 현실보다 게임 속에 있을 때 안정적이고 행복했다.

이 소설에서 발견한 몹시도 현실적인 문장이 있다.

“현실도 다른 차원의 게임이지.”

상원이 원형에게 하는 대사다.

우리는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여러 가지 롤플레잉을 해야 한다. 생애 주기에 따라 완수해야 하는 과업은 일종의 미션 깨기이다. 재벌 3세로 태어났다면 손쉽고 여유롭게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죽을똥살똥 내 앞에 주어진 가시덤불을 헤치며 나가야한다. 앞으로 앞으로! 뚜벅뚜벅! 이번 미션이 끝나면 또 다른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이 소설의 결말은 반반이다. 작가는 게임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상이 온다면, 후라이드 반 양념 반처럼 인생을 두 가지 맛으로 누리며 살아도 될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가상세계 속 행복의 허무함과 고통스런 현실의 참맛을 다 맛보면서 사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예언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디스토피아적 세상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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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 애정으로 바라봐준 두 사람, 씩씩한 친정엄마와 시대보다 앞선 시아버지 이야기
배지영 지음 / 책나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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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는,

친정엄마와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펴낸 책이라는 책나물 출판사의 인스타 소개를 보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서평단 이벤트를 하기에 얼른 신청했다.


시어머니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못쓰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맘씨 좋은 출판사 마케팅 직원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누군가’(서지 정보에 마케팅 직원 이름이 이렇게 실려있다.)이 뽑아 주었다. 그렇다! 이 책은 사심 그득하게 품고 가재미 눈을 하고 읽었다! , 물론 작가 아니지만 시어머니 살아오신 이야기를 인터뷰하면 책으로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했다... 이 책을 쓴 배지영 작가가 뉘신지 몰라 뵙고, 어뜨케! 아니, 오뜨케!! 친정엄마랑 시아버지 이야기를 썼단 말이지?? 하며 읽었다는 뜻이다.


작가의 친정엄마와 시아버지는 다른 듯 비슷하시다. 친정엄마는 1949년생, 시아버지는 1933년생이고 두 분 사시는 곳은 다르지만 모두 전라도다. 작가는 두 분과 대화한 것을 그대로 실었는데 전라도 사투리가 겁나?!ㅎㅎ 정감있게 들린다아마 입맛을 살려 생동감을 불어넣으려고 그런 것 같다. 두 분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식사랑이 넘친다는 것이다. 친정엄마는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밤을 새워 음식을 만들고, 시댁 어른들은 몇 날 며칠에 거쳐 김장을 담근다. 그리고 초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사시는 분들이다. 보통 옛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젊어서 엄청 고생했다며, 힘들었다는 내용이 많은데 이 분들은 사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작가의 친정엄마는 자칭 법성포 굴비 엮는 기술자다. 작가가 엄마에게 어디게 제일 좋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법성포제라우. 나를 기술자 만들어준 디. 돈까지 벌게 해주는 디.”

평생을 육체노동자로 살아오셨으니 이제 좀 쉴 법도 한데 명절이 되면 굴비를 엮으러 나가신다.

1부 친정엄마 인스타그램 피드

https://www.instagram.com/p/CWA5MXlvNKu/?utm_medium=copy_link



작가의 시아버지는 지금은 암으로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작가를 많이 사랑하셨다. 책에서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배가 좀 아팠다. 나는 결혼한 지 2년도 안 돼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시아버지 사랑이 뭔지도 몰랐다. 짧은 시간 동안 만나 뵌 게 몇 번 되지도 않았다. 작가의 시아버지는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요리도 잘 하셨다고 한다.

2부 시아버지 인스타그램 피드

https://www.instagram.com/p/CWDqvSSPCjI/?utm_medium=copy_link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 그 분들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사랑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표가 나는데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 사는 게 매일 꽃길일까? 1933, 1949년에 태어난 분들에게 어찌 부침이 없었을까! 그러나 늘 허허 웃는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따뜻한 어르신들이다. 작가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20년 간 기록해왔다고 했다. 글과 사진으로 남겨둔 것을 이 책으로 냈다.(, 이 책에 사진 찍는 내용은 많이 나오지만 사진은 실려 있지 않다.) 제목처럼 그분들에게 영원히 사랑받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제목에서 느껴진다.


그동안 친정엄마와 시아버지의 생애를 한 권에 낸 책은 없었다. 남의 부모님 이야기를 굳이 찾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남의 부모님 이야기 속에서 내 부모, 시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내가 있고, 내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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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루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 의대 교수 은퇴 후, 덜컥 떠난 페루에서의 8개월
김원곤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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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에 어학연수를 떠나다니!

것도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직접 페루로 갔다고?

무모한걸까, 용기있는 도전일까?

<나는 페루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의 저자 김원곤씨는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이다. 그는 50대 때부터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2011~2012년에 4개 외국어능력시험 고급 과정에 합격했다. 2019년 8월 정년을 맞이한 저자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는데 이듬해 3월부터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의 순서로 각각 3개월씩 어학연수를 하고, 중간중간에 3개월씩 재충전 기간을 가지려고 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2020년 3월에 페루에 도착해 어학원에 일주일간 다닐 때까지는. 아다시피 그 후로 전세계는 코로나에 꽁꽁 묶였고 저자는 페루에 발이 묶였다. 계획은 전면 수정되어 페루에서 8개월을 머물게 된다.

이 책은 페루 어학연수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60대의 전직 의사가 페루에서 스페인어 공부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1 이 나이에 어학연수라니!

Chapter 2 좌충우돌 페루 연수

Chapter 3 스페인어의 매력

Chapter 4 페루가 궁금해

Chapter 5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Chapter 6 시니어를 위하여

혹시라도 제목만 보고 페루 여행에세이라고 착각할까봐 목차를 발췌했다. 60이 넘어서 어학연수를 가게 된 사연과 준비과정, 페루에서 공부한 시간에 대해 1,2장에 실었고, 3장은 스페인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초보자를 위한), 4장에서는 페루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5장과 6장에 이 책의 특징이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는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며, 앞서서 주도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었으며 이 때문에 현재 높은 수준의 스페인어 회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위는 저자를 지도했던 어학원 교수의 평가서 중 일부이다. 이 평가만 보아도 그가 어떤 사람일지 감이 올 것이다. 의사생활을 하면서도 외국어 공부를 해서 외국어능력시험에 합격했으니 한국에서도 이미 성실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는 페루에서 예상보다 오래 체류하게 되어 스페인어 회화 실력을 더 향상시켰음은 물론이고 페루의 코로나 국면도 관찰했다. 저자는 의사로서 페루의 의료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의료비 투자가 하위권이기 때문에 대처능력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가난한 국민들은 피해가 컸다. 결국 모든 문제는 후진적인 정치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가였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나이 들수록 외국어 공부는 할 만하다고 했다. 사실 스페인어의 매력과 5,6장 내용은 팔랑귀인 나를 살살 부추겼다.

‘욜로’, 한번밖에 없는 인생이기에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오히려 더 애쓰며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외국어공부가 치매 예방 효과가 있고,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하며 인문학적 희열을 선사해줄 거라고 강조했고...

생의 활력과 자신감을 줄거라는 말에!

다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는 페루에서 자유로워졌는데 나는 왜 숙제 하나 더 받은 느낌이지?!?!🙄😂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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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
고경원 지음, 최경선 그림 / 야옹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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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고양이>는 야옹서가의 텀블벅에 참여해 성공한 그림책이다. 야옹서가 대표 고경원씨는 고양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길고양이를 보살피다가 사진도 찍고 책도 내고 출판사까지 하고 있다. 나는 우리집 삼냥이의 집사 역할 외에 딱히 하는 게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고양이 관련 책이 나오면 사거나 고양이 책을 만드는 분들을 응원한다.


<밤을 달리는 고양이>는 고경원 작가의 글에 최경선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다. 길에서 생을 마감하는 고양이의 마지막을 지켜주러 가는 아이와 고양이가 표지 사진이다. 표지와 내지의 컬러 그림도 좋지만 앞 뒤 면지에 있는 스케치화도 좋았다. 흑백이라서 쓸쓸한 듯하지만 이야기와 색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미 혹은 습작을 넣은 건지, 내지에 다 못 담은 것들인지, 아니면 면지를 위한 그림을 따로 그린건지 궁금하다.



그림책 내지가 검정일 경우에 지문이 남는다. 이 책도 밤이 배경이라 바탕이 대부분 검정이다. 무심코 넘기다가 손자국을 퍽퍽 찍고 있는 내 손가락이 보였다.ㅠㅠ 검은색에 지문 표시 안 나게 하는 종이는 없는 건지, 그것도 궁금하다...






행복했던 추억이 많을수록 고양이 별은 환히 빛난답니다.

오래 함께 했던 고양이가 나보다 먼저 떠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고양이 별로 가기 전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놀아주면 고양이 별이 더 빛난단다.





만날 수 없어도 늘 곁에 있어요.

언제나 별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고양이가 먼저 떠나면 너무나 힘들겠지만, 함께 했던 물건과 남겨둔 흔적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몸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고양이는 늘 곁에 있는 거다.


이 책은 안타깝고 슬픈 내용이지만 그림과 글 속에 따뜻한 포근함도 들어있다. 그래서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너무 슬퍼만 하지 말고 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길 바란다. 길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사서 읽으면 좋겠다. 그 생명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른다면 이런 책을 구매하면 된다. 간접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길에서 얼마 살지 못하고 생명을 다하는 존재들이 추위와 위험을 피해 겨울을 잘 지나길 기도한다. 몇 달 전 우리 집 근처에서 내가 주는 사료를 받아먹던 고양이 두 마리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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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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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과학 또는 의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거의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 뇌과학을 전공했거나 의사라면 어떨까? 뇌에 대해 잘 알까?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맨체스터 대학교 교수 ‘매튜 코브’는 단언한다. 우리는 뇌에 대해 모른다고.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순서대로 간단하게 요약한 후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결과적으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우리는 모른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뇌과학의 미래를 서술한 마지막 문단은 일종의 시나리오다. 문단이 길어서 다 옮길 순 없지만, 주요 내용만 인용하겠다.

어쩌면 다양한 계산과학 프로젝트들이 잘 풀리고 이론가들이 모든 뇌 기능이 담고 있는 비밀을 풀 수도, 커넥톰이 현재 감춰져 있는 뇌 기능의 원리를 밝혀낼 수도 있다. (……)

아니면 새로운 비교진화 연구들이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전해줄 수도 있다. (……) 아니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뇌에 대하 급진적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뇌에 대한 급진적인 새로운 비유를 제공하여 우리가 지금껏 믿었던 모든 견해들을 바꿀 수도 있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뜻이고, 여전히 뇌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저자 매튜 코브는 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둘러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생각을 실험적 근거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준다. 이 책은 전공자뿐 아니라 뇌과학에 대해 관심 있는 일반인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정재승 교수가 추천사에서 그랬다. 자신은 미국 L.A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며! ‘어마무시하게 재미있는 뇌 과학의 역사책으로 마음과 정신을 탐구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라’고 했다.

역사와 과학을 좋아하고 뇌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낯선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면 필독각이다!

이 책은 뇌 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어 있는데 과거의 범위가 선사시대부터 1950년대까지이다. 현재는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로 주제(기억, 회로, 컴퓨터, 화학, 국재화, 의식)에 따라 정리했다. 현재를 가장 비중있게 다뤘다는 뜻이다.

[1부 과거]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뇌에서 비롯되는지 심장에서 비롯되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의 근원이 심장에 있고 감각을 느끼는 것도 심장이라고 주장했지만 갈레노스(AD129~200)가 해부학 연구를 통해 신경이 심장이 아닌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심장 중심론’을 더 신봉했다. 17세기에 이르러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데 뇌가 핵심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실험이 시작되었고, 18세기에는 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실험을 하게 된다. 바로 전기의 발명 때문이었다.



19세기에 이르러 뇌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신경중추를 억제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 시기에 세포이론의 수립되었다. 이를 토대로 한 신경해부학자 카할과 폰 쾰리커의 연구는 신경세포들이 개별 독립체라고 주장하며 ‘뉴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부 현재]

195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뇌의 작용에 관한 지식이 어떻게 진일보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기억, 신경 회로, 뇌에 대한 컴퓨터 모델, 뇌의 화학작용, 뇌 영상기법, 의식의 본질을 향한 관심 등 뇌에 관한 지식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 배치되는 내용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 중 두 가지, ‘세로토닌’과 ‘파충류의 뇌’에 대한 것을 소개한다.

‘프로작’이라는 약물이 뇌 내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내용은 알고 있었다. 저자는 세로토닌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바가 없다고 했다. 낮은 세로토닌 농도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인물로 ‘조지프 쉴드크로트’와 ‘알렉 코펜’이라는 사람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들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각인이 되자 그 후로 연구자들이 근거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그 반대의 주장을 설파하는 이들에 의해 결국 ‘우울증의 화학적 불균형 이론’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에 대한 단일한 설명과 단일한 치료제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강조하며 세계적 제약 산업의 주역이었던 정신과 의사 H. 크리스천 피비거의 말을 인용했다.

“수십 년간의 대규모 연구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정신의학 시장에 도달한 전혀 새로운 기제의 약물은 단 하나도 없다.“

다음, ‘파충류의 뇌’는 나도 알고 있었는데(지금까지 믿고? 있었는데...) 잘못된 개념이었다니! ‘폴 맥린’이라는 신경학자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의 발상은 1960~70년대 영향력 있던 대중과학 작가 두 명이 차용하면서 대중문화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서 쾨슬러’와 ‘칼 세이건’이다. 아서 쾨슬러는 자신의 저서 <기계 속의 유령>에서 폴 맥린의 연구를 인용하여 원죄에 대한 기독교 교리부터 프로이트의 유아 성욕 이론까지 온갖 것들을 다 때려 넣어 세 개의 뇌 사이의 갈등이 ‘인간의 역사 속 만연한 편집증적 기질의 생리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괴상한 주장을 했다. 덕분에 폴 맥린은 일약 스타가 되어 강연을 다니게 되는데 칼 세이건도 그의 강연을 들었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주장을 이렇게 일갈한다.

‘세이건도 쾨슬러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사실 조금에다 어마어마한 정신분석학적 헛소리와 빈약한 인류학적 지식 한 아름을 뒤섞어 과도한 양의 추측성 발언들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1990년에 와서야 <사이언스>와 <네이처>지는 폴 맥린의 주장은 신경과학적 미신으로 분류되었어야 했다고 실었다.

1992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연구자들은 우연히 원숭이의 복측 전운동피질에서 일부 뉴런들이 원숭이가 실제 행동을 취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에도 발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거울뉴런’이라 명명했다. 이 거울뉴런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추측이 난무했다. 그 중 자폐증에서 관찰되는 사회적 상호작용 부족현상이 거울뉴런의 기능장애 탓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2006년 <뉴욕 타임스>에서는 거울뉴런이 ‘마음을 읽는 세포’라고 선언했으며 어떤 신경과학자는 이 뉴런들의 역할 덕에 인간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2010년 한 실험에서 그 세포들의 위치가 원숭이의 뇌에서 밝혀진 영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경우 거울뉴런 중 11퍼센트는 해마에서 발견되었다. 거울뉴런들은 뇌 전역에 분포하며 잡다한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기능을 특정한 구조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히는 데 이렇듯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잡한 현실적 문제는 최근 인간의 뇌에서 놀라운 가소성을 나타낸 임상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더욱 커졌다.

[3부 미래]

저자는 뇌를 해부학적, 생리적, 진화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신체의 다양한 부분들이 제각기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우리의 행동, 나아가 마음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해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아직도 뇌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더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뇌에 비유할 만한 새로운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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